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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옹주와 호위무사(6) (193/400)

193. 옹주와 호위무사(6)2020.11.03.

16553237746345.png“먼저 출발하기로 했네. 혹시나 악적들의 흔적을 놓칠까 싶어서.”

동군영의 말에 만우는 이마를 감싸쥐었다. 이 정신머리 없는 양반 나리가 죽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16553237746463.png“국왕은?”

16553237746345.png“경거망동하지 말라 안 그래도 누누히 분부하셨네. 뭐, 걱정 마시게. 그래도 사람 하나는 붙여주셨으니까.”

16553237746463.png“사람?”

만우가 동군영 뒤에 선 이를 쳐다봤다. 문형일이었다.

16553237746463.png“형일?”

16553237746499.png“대장.”

문형일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만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군영이라면 문형일에게 자신이 쫓는 이들이 누구인지 다 말을 해줬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형일이 저기 있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 나섰다는 뜻이다.

16553237746463.png“미쳤어?”

16553237746499.png“안 미쳤습니다.”

16553237746463.png“그런데 투귀대 놈들을 쫓겠다고? 단둘이서?”

16553237746499.png“뭐, 나리가 미쳐서 들이받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16553237746463.png“그러다가 마교 놈들한테 걸리면 끝인 건 알고 있지?”

감시를 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마교 놈들은 추적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 더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추적자를 잡아죽일 놈들이다. 문형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16553237746499.png“그래도 가족의 복수라는데 말입니다.”

만우는 이마를 탁하고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문형일이 왜 나섰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16553237746463.png“하아. 너랑 비슷해 보여서?”

16553237746499.png“뭐, 그렇죠.”

문형일은 히죽거리면서 웃어 보였다. 문형일이 중원에 흘러들어오게 된 이유도 결국은 복수 때문이었다. 그의 고국인 천축국은 엄격한 신분체제가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문형일은 불가촉천민이라 불렸다. 그 신분의 굴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넘어갈 수 없는데, 불가촉천민은 윗계급이 눈에 거슬린다고 죽여도 죄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계급에 따라 사람인지 가축인지가 갈렸다. 그런데 그런 문형일의 가족이 불우한 사건에 휘말려 여동생과 어머니는 윤간을 당한 뒤 사지가 찢겨죽었고, 아버지 역시 나무몽둥이로 윗계급 사람들이 때려죽었다. 어린 문형일은 간신히 도망쳐나와 그렇게 흐르고 흘러 안남국을 지나쳐 운남까지 흘러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무공이란 것을 접하게 된 문형일은 가족들의 복수를 위해 무공을 배우기로 하고, 운남의 한 중소문파에 들어가게 된다. 운남의 수림 환경에 걸맞는 곡도를 다루는 도법은 그 완성도가 높진 않았지만 문형일은 뛰어난 재능으로 절정에 오르게 되면서 운남 지역에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그리고 절정에 오른 문형일은 천축국으로 돌아가 가족들의 복수를 하게 된다. 자기 손으로 직접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형일은 그 복수라는 여정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한 여정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동군영에게 연민이 생겼으리라.

16553237746499.png“그리고 척 무사님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만우는 킁하고 콧바람을 내뿜었다. 척사영과 문형일. 그래,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투귀대 고수들과 조우하게 되면 끝이다. 게다가 호선을 만난 것처럼 이 작은 조선 땅에 또 어떠한 기이한 존재가 변수가 되어 발목을 붙잡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16553237776308.jpg“그리고 저도 가려구요.”

호선이 선기를 뿌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만우는 인상을 와락 썼다.

16553237746463.png“낙선이 되려면 어떻게 하려고?”

16553237776308.jpg“마교라 하셨죠? 그 고수들 중에…… 제 남은 업을 씻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더라구요.”

호선의 두 눈이 호선을 그렸다. 만우는 동군영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자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마치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16553237776308.jpg“여자. 그 여고수. 혈성을 타고 난 여고수였어요. 혈성을 해치우면…….”

호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서렸다.

16553237776308.jpg“악업을 씻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16553237746463.png“그래. 다 가라. 다 가.”

만우는 등을 홱하고 돌렸다. 그때 동군영이 만우의 등에 대고 말했다.

16553237746345.png“만우. 나도 내가 무모하다는 것을 잘 아네. 그리고 자네가 왜 나를 말리려고 하는지도. 하지만 이건 내가 살아 있는 이상 해야 할 일이네.”

동군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심지가 굳건했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다 내렸다는 뜻이다. 만우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제 자신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16553237746345.png“상관같은 역졸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기간 동안 만우 자네가 있어 많은 것을 배웠네. 그 덕분에 목숨도 몇 번 유지했고. 그러니 고맙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어 온 것이네. 하하.”

동군영은 만우의 뒤통수에다 대고 말했다. 만우는 그런 동군영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16553237746463.png“그래서. 뒈지러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왔다?”

16553237746345.png“안 죽을걸세. 안 죽어.”

동군영이 피식 웃었다.

16553237746345.png“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함세.”

만우는 귀찮다는 듯 고개만 까닥거렸다. 그런 만우에게 동군영이 말했다.

16553237746345.png“그놈의 성격 좀 죽이고 사시게. 유해지고. 자네의 일은 여기서 끝났으니…… 역졸이 아니라 그냥 양인 만우로 살려면 말일세.”

16553237746463.png“어디서 훈계질이야?”

만우가 도끼눈을 뜨자 동군영이 앗뜨거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활짝 웃으면서 만우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16553237746345.png“그럼 다음에 또 보세. 다음에.”

달칵. 동군영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만우는 닫힌 문에서 등을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앉아 동군영과 같이 떠나기로 한 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멀어지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16553237746463.png“에라이.”

감령과 필두, 슌스케는 그런 만우를 보면서 숨을 죽였다. 만우는 그렇게 누워서는 입을 열었다.

16553237746463.png“우마.”

16553237829155.png“예, 주인님.”

슌스케가 자세를 바로하면서 대답했다.

16553237746463.png“너도 가고 싶냐?”

16553237829155.png“가고 싶지만, 주인님께서 가시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 주인님이랑 함께 가겠습니다.”

슌스케도 이미 왜의 사신단 중 호위대장을 맡고 있는 타케노에게 본국에 있는 동료들과 가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들었다. 그렇지만 슌스케는 그 복수심을 억누르고 있었다. 복수는 그냥 달려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복수를 성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6553237746463.png“가도 돼. 가고 싶으면 너도 가 임마. 나만 나쁜 놈 되는 것 같으니까.”

만우는 피식 웃고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이상하게 가라앉아보이는 만우의 뒷모습에 감령과 필두, 슌스케는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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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군영이 떠난 지 스무 날이 흘렀다. 그동안 만우가 설미수를 통해 새롭게 구입한 피맛골 부근의 집은 평온함을 유지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일어날 만한 소란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만우는 늘 일어나 짚으로 만든 지붕 위에 올라가 강아지풀을 질겅이면서 햇빛을 즐겼고 저녁이 될 때면 내려와 저녁을 먹고는 잠에 들었다. 감령과 필두, 슌스케도 덕분에 휴식을 취하느라 그 셋이 수련을 위해 무기를 휘두르고 비무를 할 때 외에는 늘 집은 고요했다. 김향도 이제는 친해진 안국방의 조씨 할아범을 만나러 갈 때를 제외하고는 이제 소서노의 가르침으로 싸울어미의 기술을 익혀내는데 성공했다. 비록 초급 수준이라 무림으로 따지면 삼류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인 것이다. 가끔 간장과 마익후가 놀러왔고, 일복의 손을 잡고 윤도가 찾아왔지만 그것 외에는 찾아오는 이조차도 없는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됐다. 하지만 방매도 찾아오지 않고, 호선이 떠나갔으며 척사영도 그런 동군영을 돕겠다고 사라졌기 때문에 때로는 집이 적막하기까지 했다. 방매는 그래도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동군영이 복수를 위해 나서는데 만우가 나서지 않았다는 것에 만우와 말싸움을 벌이고는 스무 날이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16553237746463.png“쳇. 쪼잔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만우는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 것인지 임수미의 입에서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만우는 손가락을 탁하고 튕겼다.

16553237746463.png“한 달째다. 한 달째.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냐?”

만우는 스무 날이나 포기하지 않고 기둥에 사지가 묶인 채 허공에 떠서는 지독하게 버티는 임수미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스무 날이나 기천의 기초를 닦기 위해 고통을 겪은 임수미는 무화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초췌해져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서는 피가 뚝뚝거리며 떨어졌고 한 달이나 묶여 허공에 뜬 채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했기 때문에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나마 하오문의 하급문도들이 와 임수미에게 밥을 먹이고, 대소변을 대신 봐주고 해서 다행이지 임수미는 거의 한 달 동안 전신불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임수미의 눈에 서린 독기는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

1655323782919.png“포기하지 않습니다.”

임수미는 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오문도들이 전체적으로 다들 말 못할 사정들이 있고, 그로 인해 독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임수미도 무공의 부재로 인해 늘 고통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싫었을 것이다. 특히 그녀처럼 예쁘다면 더더욱 고생을 했을 것이 안 봐도 뻔하니 말이다. 그나마 그녀가 하오문주의 딸이어서 그렇지 그녀가 그냥 일반 양인으로 태어났다면 아마 그 미모 때문에 오래 살지 못 했을 것이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16553237746463.png“그래. 쌓인 것이 있을테니 끝까지 해봐…… 어?”

투둑, 투두두둑!!! 그때 임수미의 팔다리를 묶고 있던 노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만우의 귀에 들려왔다. 동시에 어디서 힘이 나온 것인지 임수미가 전신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우드득!!!! 드드득!!! 꾸웅!!!! 그리고 마침내, 임수미를 스무 날 동안이나 전신불수로 살게 했던 끈이 끊어졌다. 그대로 땅에 떨어진 임수미가 스스로도 놀랐는지 벙찐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16553237746463.png“이야. 했네 기어코?”

만우는 씩 웃어보였다. 스무 날이나 묶여있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엉망이지만, 이제 기초를 끝마쳤으니 몸을 회복하고 나면 아마 임수미는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몸의 작은 근육 하나하나까지 다 발달을 시킨 것이기 때문에 같은 무공을 펼치더라도 그 위력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초일 뿐이다. 기초가 어렵긴 하지만, 그다음 단계를 봤을 때 기초가 크게 어렵다고만 할 순 없었다. 기천은 그만큼 난해한 무공이었다. 기천(氣天). 하늘을 결국 인간의 몸에 담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그걸 익히는 것이 쉬울 리 없다.

1655323782919.png“끄, 끄윽…….”

그리고 잠시 후 임수미가 펑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움푹 패인 그녀의 볼을 보니 그녀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리라. 만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16553237746463.png“괜히 울고 난리야. 나만 나쁜 놈 된 것 같게.”

만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동군영부터 시작해 방매까지. 전부 자신을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만우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16553237746463.png“동래에는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겠지.”

동래(東來)는 영남로를 이용해서 간다면 열나흐레 길이면 도착한다. 관도가 잘 닦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여보다 시간이 덜 걸렸다. 한양에서 출발해 충주를 거쳐 문경새재를 넘으면 곧바로 동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리게 가더라도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것이다. 동군영은 감찰의 자격으로 먼저 떠난 것이기 때문에 관도 중간 중간에 역참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553237746463.png“에이. 그놈 생각을 내가 왜 해.”

만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죽겠다고 제 목숨 내던지러 간 놈이다. 데리고 다니면서 기껏 살려두려고 검까지 가르쳤더니 제 발로 떠난 동군영이다.

16553237746463.png“쯥.”

괜히 입안이 텁텁해진 만우는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곳에 누워 있으면 하늘거리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 청명한 하늘이 보여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었다.

16553237746463.png‘답답하지도 않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만우는 이내 자신의 모순에 쓰게 웃었다. 이런 평온한 삶을 원했으면서, 집이 답답해 지붕에만 올라와 있다니.

16553237746463.png“역마살이 들어도 제대로 들었어. 그렇지 않아?”

만우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스르륵하고 연기처럼 사람이 생겨나더니 광문자가 만우 옆에 뚝하고 떨어져내렸다.

16553237746463.png“술이야?”

16553237857405.jpg“……그래.”

광문자는 잠시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하다가 존대를 하지 않았다. 굳이 그래야 될 정도로 만우를 어려워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우는 광문자가 가져온 병에서 나는 술향을 맡고는 입맛을 쩝하고 다시며 손을 내밀었다. 광문자는 그에게 술병을 건네주었다.

16553237746463.png“무슨 일이셔서 갑자기 친히 오셨을까.”

만우는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찌르르한 맛과 주향을 만끽하며 광문자에게 말했다. 광문자는 그런 만우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16553237857405.jpg“왜의 사신단과 함께 왜로 넘어갈 조선의 사신단이 다 꾸려졌다.”

16553237746463.png“호오. 그래? 하긴. 갈 때가 됐지. 스무 날이나 지났는데.”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의 사신단을 만우가 구타한 일은 옹주와 삼한제일검의 출현이라는 사건으로 덮어버렸다. 왜의 사신단도 그리 떳떳하지만은 않았기 떄문에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그 후로는 사신단에 대해서 아예 잊고 살았던 만우다.

16553237857405.jpg“내일 출발한다고 하더군.”

16553237746463.png“음, 그래.”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광문자는 그런 만우에게 품에서 서신을 하나 꺼내 건네주었다.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37746463.png“이건 뭔데?”

16553237857405.jpg“펴보면 알겠지.”

광문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만우는 그런 광문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서신을 펼쳐들었다.

16553237746463.png“아무것도 아니기만 해봐. 기분 꿀꿀한데 푸닥거리 제대로 할 테니까.”

만우의 말에 광문자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서신을 읽어내려가는 만우의 표정이 펴지는 것을 본 광문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16553237857405.jpg‘무식한 놈.’

무슨 편지 내용인지는 광문자도 모른다. 그저 어디서 온 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16553237746463.png“그렇지? 역시 내가 필요한 거였어. 양반 나으리라도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니까? 으하하.”

서신을 쭉 읽어내려간 만우가 밝은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광문자는 갑자기 뒤바뀐 만우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감정의 변화가 이상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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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전까지만 해도 뭔가 억눌려 있거나 우울했는데, 갑자기 확 밝아진 것이다.

16553237746463.png“여기저기 오지랖은 괜히 부려가지고. 어쩔 수 없네. 이 검주가 나서는 수밖에.”

16553237857405.jpg“역졸 아니었나?”

16553237746463.png“그게 그거지.”

만우는 씩 웃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훌쩍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만우가 소리쳤다.

16553237746463.png“감령. 필두. 슌스케. 채비를 준비해라. 내일 떠난다. 동래로.”

165532379173.png“예?”

16553237917306.png“옛?”

갑작스런 만우의 선언에 놀란 감령과 필두가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16553237746463.png“궁에 다녀올 것이다. 그 안에 준비해놓도록.”

16553237917315.jpg“예. 예.”

감령과 필두는 휙하고 사라지는 만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묘하게 최근 우울해하던 것과는 달리 기쁜 듯 보이는 만우였기 때문이다.

165532379173.png“거참. 달거리를 하시는 것도 아니고.”

감령과 필두가 묘하게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것 같이 사라지는 만우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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