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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무림인이 된다는 것(3) (153/400)

153. 무림인이 된다는 것(3)2020.06.16.

소령을 본 미혼방도들이 순간 움찔했다. 화산파의 여고수. 이곳이 중원이었다면 미혼방은 지금쯤 아마 가루도 하나 남지 않고 화산파 고수들에 의해 멸문을 당했을 것이다. 감히 중원에서 화산파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무림 방파는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린 소녀처럼 보이지만 저런 소녀도 무시할 수 없는 고수란 것을 잔뼈가 굵은 미혼방도들은 잘 알고 있었다. 괜히 무림에서 노인과 여자, 아이를 경계하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 소령은 무려 두 가지나 포함됐다. 여자와 아이. 거기에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까지.

16553226933102.jpg“죽여! 저년이 어차피 이상한 불꽃을 쏘아 올렸어!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고!”

미혼방도 중 하나가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는 이가 있는지 다른 이들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이는 절대로 맨 앞에 서진 않았다.

16553226933102.jpg“윽.”

그런데 그 순간 소령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미혼약이 완전히 해독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소령을 본 미혼방도들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16553226933102.jpg“아직 약 기운이 남아있다!”

16553226933102.jpg“쳐! 저 발만 쓰는 계집은 한꺼번에 덮치면 돼!”

16553226933102.jpg“웃기지마! 그러다가 고자가 된 놈이 다섯이 넘어!”

방매는 갑자기 기세가 등등해진 미혼방도들을 보면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저놈들을 덮치면서 방매는 일격필살의 수법을 서슴없이 사용했다. 달려드는 미혼방도들을 정확히 일격에 하나씩, 중요부위를 가격에 성불구자로 만든 것이다.

16553226933159.png“네놈들은 어차피 그거 쓸 일도 없어. 괜히 너희들 같은 후손 만들어서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고자나 되라!”

방매가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흔들자 미혼방도들이 움찔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수가 더 많고, 이곳이 한정된 공간이란 것 때문인지 미혼방도들 중 하나가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들었다.

16553226933102.jpg“하독한다!”

16553226933102.jpg“이 미친놈! 우리도 있잖아!”

16553226933102.jpg“어차피 저년들만 잡으면 되잖아!!”

약병이 나오자 방매와 소령의 얼굴색이 변했다. 더 이상 어디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닫힌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료가 있어도 그냥 쓸 기세였기 때문에 둘의 마음이 급해졌다.

16553226933102.jpg“윽…….”

하지만 소령이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처럼 다시 한번 비틀거렸다. 미혼약의 효과 때문이다. 방매는 이를 악물었다.

16553226933159.png‘어떻게 하지?’

앞은 빽빽하게 들어찬 미혼방도들로 가득했고 그 뒤에서 약이 든 약병을 던진다면 정말 방법이 없어진다.

16553226933159.png“내 뒤에 잘 따라붙어. 그래도 무림인이니까 내공이니 공력이니 있을 거 아니야!”

방매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달려들 것처럼 상체를 숙였다. 약을 그냥 가만히 있다가 얻어맞을 바에는 끝까지 빠져나가기 위해 발악이라도 해야 한다.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매의 뒤로 붙었다. 아직 놀란 가슴이 가라앉지 않았지만 소령도 지금 상황에서는 울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6553226962352.png[가만히 있어!!!]

그렇게 방매가 달려들려는 순간, 방매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방매의 눈이 커졌다.

16553226933159.png“만우?”

써컹!!!! 방매는 무언가 예리한 것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무언가가 썰리는 소리도 함께 울려퍼졌다. 그것을 다른 이들도 느낀 것인지 다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쩌적, 쩌저적!!! 뒤늦게 쩌적거리면서 머리 위의 천장에서 나뭇조각들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16553226933102.jpg“으, 으어어?”

16553226933102.jpg“무, 무슨 일이…….”

지진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써컹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천장에서 나무 파편들이 푸석거리면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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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샤샤샥!!!! 그리고 그와 함께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창고의 윗부분이 스르륵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창고의 위가 열리게 만들어졌다는 것처럼 창고의 윗부분이 비스듬하게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콰자자작!!! 허름하게 지어진 나무 창고의 윗부분이 비스듬하게 움직이자 나무 파편들이 더욱더 흩날리기 시작했다.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함께 천장이 완전히 부서져 내리면서 창고 안에서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기이한 구조가 되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당황하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있었다.

16553226933159.png“만우!!!!! 여기! 여기야!!!!”

방매가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소리에 소령의 눈이 커졌다.

16553226933102.jpg“만우, 만우 오라버니가 여기에 있어? 응?”

소령은 방매가 의주에서 만우와 동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방매에게 물었다. 방매가 이곳에 있다면 만우도 이곳에 있다는 뜻이기 떄문이다. 방매는 그런 소령을 향해 눈을 흘겼다.

16553226933159.png“야. 말이 짧다? 네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16553226933102.jpg“윽…….”

소령이 찔끔했다. 의주에서 방매와 투덕거린 이유는 자신도 동행하지 못했던 만우와 방매가 동행하고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방매는 소령보다 세 살이 더 많았다. 거기에 이제는 소령을 구해주기까지 한 은인이다.

16553226933159.png“듣자하니 저기 유명한 어디…… 무가 같은 곳 출신이라면서. 난 문파가 뭔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예절 교육을 받았을 거 아니니?”

16553226933102.jpg“으윽…….”

소령이 눈을 이리저리 피했다. 하지만 방매가 눈을 크게 뜨면서 부라리자 소령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16553226933102.jpg“언니…….”

16553226933159.png“그래. 그거 듣기 좋네. 앞으로 그렇게 부르렴. 그리고 맞아. 만우가…… 왔어.”

쐐에에엑!! 쿵!!! 허공에서 뚝하고 떨어져 내린 검은 인형 주변으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울렁거리며 한차례 세차게 진동했다. 바로 희디 흰 백색 검신을 뽐내는 이룡검을 어깨에 걸친 만우였다.

16553226933102.jpg“소령아!!”

16553226933102.jpg“사, 사형?”

16553226933102.jpg“무사하니?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다행.”

소령은 머리가 산발이 된 검인을 보고서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나 엄한 표정을 짓고 무게를 잡았던 검인의 행색이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16553226933102.jpg“내 저 친구가 무식한 건 알았지만 설마 건물을 통째로 갈라버릴 줄이야…… 쯧.”

검인은 혀를 쯧 하고 찼다. 만우는 미혼방도의 한가운데 착지해서는 허리를 쭈욱 폈다. 으득!

16553226962352.png“후아. 골이야. 너무 높은 데서 뛰어내렸나?”

만우는 장난스레 고개를 한차례 털어보였다. 하지만 미혼방도들 중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만우가 나타난 순간, 아니 정확히는 창고의 천장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흘러내린 순간 직감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이곳이 그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말이다. 덜덜덜

16553227028958.jpg“으, 으으…….”

16553227028958.jpg“으아아…….”

이들은 모두 삼류 방파에 속한 삼류, 아니 그도 못 되는 무뢰배들이다. 그런 이들이 검주에 대해서 알고 있을 리 없다. 어차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이들이기 때문에 중원의 소문에 귀를 기울일 시간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우를 보고 막연한 공포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슴은 호랑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호랑이 앞에 서면 자연스레 굳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적자생존, 강자존인 무림의 법칙 앞에서 몸이 굳는 것은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마찬가지인 진리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 호랑이나 다름없는 만우가, 살기를 아낌없이 뿜어내고 있다면 더더욱.

16553226962352.png“미혼방. 이름도 못 들어본 삼류네.”

만우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있는 유자평을 쳐다봤다. 딱 봐도 방주 같은 복장을 한 놈이었다. 스르륵!!! 만우가 유자평을 향해 손을 뻗자 기절한 유자평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검인이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16553226933102.jpg‘이건 끼어들 새도, 화를 낼 틈도 없네.’

검인의 코에 비릿한 혈향이 맡아졌다. 주변에 딱히 혈흔이 보이지도 않는데 혈향이 짙다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16553226933102.jpg‘인간 도살장.’

검인도 안 것을 만우가 모를 리 없다. 화산파에서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온 검인과는 다르게 만우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낭인만큼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중원은 하도 넓기에 여기저기 관의 힘이 닿지도 않는 곳이라면 인육은 별다른 기행(奇行) 취급도 받지 않는 곳이다. 만우는 인간의 선을 넘는 이들은 절대로 용서한 적이 없었다.

16553226962352.png“야. 일어나.”

만우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날아와 목이 붙잡힌 유자평에게 속삭였다. 기절한 유자평이 만우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날 리는 당연히 없었다. 쾅! 그리고, 그 상태에서 만우는 그대로 유자평의 머리를 바닥에 꽂았다.

16553226933102.jpg“끄아…….”

쾅! 쾅! 쾅! 쾅!!!! 그 한 방이 얼마나 강렬했던 것인지 유자평이 고통에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만우는 유자평의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유자평은 비명을 지르다 말고 머리를 땅에 처박아야만 했다.

16553226933102.jpg“으, 으윽…….”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사람의 머리가 깨져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땅에 처박는 만우의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만우의 눈에는 일말의 자비심이나 살기도 내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손에 잡힌 것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 눈이었던 것이다. 주르륵. 그런데 그게 역설적이게도 살기가 넘쳐흘렀다. 도살장에서 소나 돼지를 직업적으로 죽이는 백정도 저런 눈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살기를 코앞에서 접한 미혼방도들이 다리를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개중 심약한 이들 몇은 바지에 오줌까지 지렸다.

16553226962352.png“야.”

16553226933102.jpg“끄으으으…….”

유자평의 머리를 부숴 버릴 것처럼 땅에 처박았기 때문에 유자평의 얼굴은 피로 뒤덮였다. 만우는 그 상태로 유자평에게 작게 속삭였고 유자평은 필사적으로 신음소리를 냈다. 만우의 무지막지한 손길에 이빨이 모두 부러졌기 때문에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6553226962352.png“교수가 말 안 해주디?”

그 때 비로소 제대로 만우의 얼굴을 본 유자평의 눈이 커졌다. 자신들을 모아놓고 통합을 외쳤던 철권 교수를 등장만으로 제압한 만우를 알아본 것이다.

16553226962352.png“거기 있던 놈이네?”

만우는 입가를 비죽 말아 올렸다. 유자평의 몸에서 경련 같은 떨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극도의 공포에 질린 것이다.

16553226962352.png“본주가 분명 말했을 텐데.”

만우의 목소리는 더더욱 가라앉았다. 그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내공이 실린 만우의 목소리는 모두의 귓가에 또렷하게 울려퍼졌다.

16553226962352.png“부여현은 이 검주가 접수한다고. 그런데…….”

만우의 손가락이 유자평의 아혈을 눌렀다. 유자평은 목소리가 턱하고 막히자 눈을 부들거리며 떨었다.

16553226962352.png“감히 사람을 정육하는 도살장을 만들어 놓고, 간 크게 작업을 하려고 했다는 거지?”

소령과 방매는 만우의 살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 감히 입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저런 무서운 만우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검인은 혀를 쯧 하고 차고는 소령과 방매의 눈을 자신의 몸으로 가리고는 둘의 손목을 붙잡고 그 자리에서 새처럼 뛰어올라 부서진 창고의 벽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16553226933102.jpg“저런 거 보지 말거라. 그쪽도. 별로 보아서 좋을 것이 없으니.”

16553226933102.jpg“사형…….”

16553226933102.jpg“이것도 무림인의 삶의 일부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거라. 너도 언젠가는 살아야 할 삶이니.”

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혼방도들을 쳐다봤다.

16553226933102.jpg“차라리 내 손에 걸리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지도 모르거늘…… 쯧. 너희들의 업인데 누구를 탓하리.”

유자평을 놓고 해체를 하기 시작한 만우를 쳐다보는 검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16553226962352.png“너희를 본보기 삼아 다른 이들에게 알릴 것이야.”

부들부들 떨어대는 유자평을 감정 한 톨 담기지 않은 눈으로 내려다보던 만우의 시선이 다른 미혼방도들을 훑었다. 차라리 발이라도 움직이면 도망가겠건만, 살기에 얼어버린 그들의 본능은 뇌의 신호를 무시했다.

16553226962352.png“이 검주의 평온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특히, 그중에서도 감히 자신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할 김향을 건드린 마교 고수들을 떠올린 만우의 눈에 힘이 실렸다. 우득! 그곳에 서 있던 미혼방도들의 목이 한꺼번에 기이한 각도로 꺾였다. *****

16553227088997.png“이 질서가 오래 가진 않을 거야.”

동군영은 냉철하게 현재 부여현의 상태를 진단했다. 만우의 손에 의해 미혼방도가 멸문 당하고, 놀란 소령을 검인이 잘 달래 돌아온 후였다.

16553226962352.png“왜?”

만우는 고개를 돌려 동군영을 쳐다봤다. 미혼방의 멸문은 빠른 속도로 부여현에 자리를 잡은 방파들에게 퍼져나갔다. 그 결과 방파들은 모두 자라처럼 목을 움츠린 채 활동을 자제하고 있었다.

16553227088997.png“만우 자네가 오래 있을게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자네의 힘에 의해 잠시 억눌려 있던 이들이, 자네가 돌아가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16553226962352.png“그러면…… 다 내쫓으면 되지?”

만우는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힘의 논리가 최우선시 되는 무림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16553227088997.png“그건 관아에서 해야 할 일이야. 관아에서 해야 할 일을 자네가 대신 해버리면…… 월권행위일세.”

조선에서는 공식적으로 사병이나 무력 조직의 활동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고려의 폐단 중 하나가 호족들의 사병이라고 판단한 정도전이 조선 초기 사병 혁파에 심혈을 기울여 사병을 육성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양반들이 가지고 있는 사병이라고 해봤자 은밀하게 키우지 않는 이상 몇 명 안 되는 어깨들이 전부였다.

16553227088997.png“국법에 어긋나는 일이라 이 말이지. 명색이 역졸이 아닌가. 국법 안에서 활동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동군영은 만우의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책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이제는 동군영도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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