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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도주(4) (133/400)

133. 도주(4)2020.04.07.

16553221627164.jpg“무슨 일인데 그리 난리이신 겁니까?”

이미 군량미가 불이 붙어 난리가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또 무슨 소란이냐는 힐책이었다. 황길지는 조사의를 향해 턱까지 숨이 차서는 헉헉거리며 말했다.

16553221627164.jpg“사, 상왕…… 그리고 세, 세자가…… 허억, 허억.”

16553221627164.jpg“천천히 말씀해 보십시오. 상왕과 세자에 대한 정보인 겁니까?”

김권과 박관은 함주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척사영에 당해 검하고혼(劍下孤魂)이 되었기에 함주의 소식이 가장 궁금했다.

16553221627164.jpg“맹주. 맹주 인근을 통과했다 하오. 안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소이다.”

16553221627164.jpg“안주? 안주로?”

조사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박만은 옆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16553221627164.jpg“잘된 것 아니오! 안주면 마침 우리가 향하고 있는 곳이니 굳이 군을 둘로 나누지 않아도…….”

조사의는 박만을 보면서 한숨만 새어 나왔다. 가슴이 새만 한 이 종자는 칠천의 무리가 삼천 오백씩 나뉘는 것이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16553221627164.jpg“성동격서일 가능성이 없지 않소. 상왕이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어찌하여 안주로 가겠소이까?”

조사의의 말에 박만이 움찔했다. 조사의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주로 가기 위해서는 필히 맹주를 지나쳐야 한다. 그리고 그 맹주는 바로 이천우의 부대가 몰살을 당한 곳이었다.

16553221627164.jpg“게다가 안주로 향하는 길이라면 범의 아가리 속으로 뛰어드는 일인데, 아무리 상왕이 노환 때문에 판단이 흐리다고 하여도 그런 결정을 내릴 리가 있겠소?”

조사의는 황길지에게도 핀잔을 주었다. 정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 그것을 분류하여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지휘관의 역량이다.

16553221627164.jpg“허나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역으로 노릴 수도 있습니다.”

황길지는 발끈해서 조사의에게 말했다. 조사의의 말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조사의는 그런 황길지의 반발에 비웃었다.

16553221627164.jpg“그렇다면, 만약 황 주사가 상왕이라 칩시다. 그러면 세자를 데리고 동북면으로 도망가시겠소, 아니면 안주로 가시겠소?”

동북면은 상왕이 나고 자란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신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인망도 높았다. 더군다나 동북면으로 도주로를 잡으면 조사의의 군대에서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16553221627164.jpg“하지만 맹주를 지키고 있던 군졸들이 삽시간에 전멸을 당했소이다!”

황길지는 가슴을 팡팡하고 때렸다. 그라고 해서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겠는가. 하지만 단순히 성동격서의 술책이라고 보기에는 군졸들이 한 말이 걸렸다.

16553221627164.jpg“상왕과 세자를 보호하려면 제 아무리 가별초라고 해도 많은 수가 떨어져 나올 수 없을 것이오.”

16553221627164.jpg“그건 그렇소만.”

조사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왕의 충복이나 다름없는 가별초들은 대를 이어 상왕에게 충성을 다짐한 정예병들이다. 그들이 고려 최고의 정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16553221627164.jpg“헌데, 이천우의 패잔병을 수습하기 위해 맹주에 주둔시킨 이들이 몇이오?”

16553221627164.jpg“오백…….”

16553221627164.jpg“그 오백이 전멸하였소. 가별초에게.”

도망쳐 온 병사가 말한 바로는 ‘한 명’이라고 했지만 황길지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한 명이서 오백 명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초패왕 항우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그 정도로 강한 가별초라면 정말로 상왕과 세자가 안주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을 따름이다.

16553221627164.jpg“전멸? 전멸이라 하시었소?”

조사의가 놀란 눈으로 황길지를 쳐다봤다. 황길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21627164.jpg“무예에 특출난 이로만 이뤄졌다는 가별초가 아니라면 그 누가 있어 오백의 병사를 전멸시킬 수 있겠소이까.”

16553221627164.jpg“후방을 교란시키는 놈에 이어서 가별초라…… 끄응.”

조사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떠나는 마교의 잔당들을 붙잡을 것을,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16553221627164.jpg“하는 수 없지. 군을 둘로 나누되, 우리는 먼저 덕주로 가는 길목을 맡겠소. 나머지 절반은 도진무 박문숭에게 알려 황 주사의 부장으로 삼아 지휘를 하시오. 상왕의 흔적을 쫓으며 보급로를 지키시오. 그렇게 되면…….”

앞과 뒤에서 상왕과 세자를 감싸는 셈이 된다. 독에 든 쥐가 된다는 뜻이다.

16553221627164.jpg“알겠소이다.”

황길지가 자리를 뜨자 조사의는 서둘려 병력을 재편성하기 시작했다. *****

16553221688216.png“허어…….”

만우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눈에는 격정이 담겨져 있었다. 만우는 마치 보물처럼 이룡검의 하얀 검신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16553221688216.png“최고의 검이야. 정말로.”

후두둑!!! 이룡검은 보검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명검이었다. 아니, 만우의 눈에는 신검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16553221627164.jpg“형님! 이룡검으로 하신 겁니까? 정말로?”

뒤이어 도착한 수레에서 간장이 크게 소리쳤다. 만우는 고개를 돌려 간장을 쳐다봤다. 만우의 앞에 자욱한 흙먼지가 내려앉으면서 만우가 벌인 참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16553221688216.png“그래. 최고다. 다 네 덕이다!”

이룡검은 만우가 오 년을 중원유람을 하면서 만져본 검 중에 가장 뛰어난 명검이었다. 처음 쥐는 검이지만 간장이 얼마나 만우를 철저하게 관찰을 한 것인지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손에 찰싹 달라붙었다. 거기에 검신의 길이를 아주 미묘할 정도로 조절을 하였는데, 그게 만우의 몸에 딱 맞았다. 만우의 팔의 길이와 손목의 각도 등을 모두 관찰하여 검에 녹여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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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221688236.png“만우! 거, 검으로 언덕을 날려 버린 겐가?”

일검. 그것도 만우가 손을 삐끗하는 바람에 날아간 일격이었다. 만우는 동군영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도착한 이성계와 가별초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만우가 날린 언덕을 쳐다봤다.

16553221688216.png“검의 예기 자체가 이미 검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거기에 이무기의 비늘 덕분인지 공력의 수발이 자유로워.”

아무리 신검합일이니, 뭐니 해도 검은 신외지물(身外之物)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력을 불어넣어 검명이나 검풍, 검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공력의 낭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고절한 경지에 달한 만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만우의 경우에는 공력을 제어하는 기술이 일절이었기 때문에 소실되는 공력이 일 할에 불과했지만, 이룡검에 공력을 불어넣으면 말이 달라진다.

16553221688216.png‘1리.’

말이 1리지, 공력의 소실이 아예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손과 맞닿은 이무기의 비늘은 공력을 담아내는데 있어 최고의 재료였던 것이다.

16553221627164.jpg“검이 주인을 잘 찾아갔습니다. 이게 그 검을 세계제일검으로 만들어주십시오 형님.”

간장이 감격한 얼굴로 만우에게 소리쳤다. 만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어 보였다.

16553221688216.png“당연하지. 이 검을 들고도 그 소리를 못 들으면 검주라는 이름이 아깝다.”

잠시간의 충격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다시 나아가기 시작한 수레 안에서 동군영이 만우에게 물었다.

16553221688236.png“그래도 만우, 자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겠군. 고맙네.”

16553221688216.png“고맙긴. 검도 시험해 볼 겸, 겸사겸사 나선 것이지. 어흠.”

단 한 번도 만우는 누가 시키기 전에 나서서 검을 휘두른 적이 없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휘둘러보고 싶어 안달이 나있던 만우에게 오백의 역도들은 아주 좋은 대상이었다. 물론 갑작스레 달려든 만우를 막아서야만 했던 오백의 병사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16553221688236.png“몇 명이나 놓아주었나?”

16553221688216.png“글쎄. 한 삼십 명?”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동군영은 그런 만우를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만부부당이느니, 일당백이라는 표현이 있기는 했지만 전부 관용어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동군영이다. 하지만 만우는 정말로, 오백이 넘는 적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16553221688236.png“이제 저들은 상왕 전하께서 이곳에 계시다고 믿고 추격을 해올 걸세. 수가 많으니 앞에서도 막겠지.”

16553221688216.png“막아도 소용없어.”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16553221688216.png“막아도 막을 수 없는 게 있거든.”

만우는 이룡검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동군영은 그런 만우를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만우가 나서서 조사의를 비롯한 역도의 수괴들을 쓸어주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우 스스로도 그런 일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있었으니, 동군영이 부탁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16553221688236.png‘조선의 일은 주상께서 해결하셔야 한다는 말이 맞겠지.’

동군영은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켰다. 임금이 그런 것도 모르고 만우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부탁했을 리 없다. 때로는 간단하고 편해 보이지만, 굳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될 때가 있다. 임금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때였다. 자신이 조선의 공고한 임금임을 조선에 다시금 알리는 것.. 정권에 도전한 역도의 무리를 임금이 직접 처단함으로써 정통성과 명분은 조선의 임금에게 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16553221688216.png“앞으로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을 거야. 미리 자두는 게 좋을걸.”

만우는 산등성이 너머로 느껴지는 거대한 군기(軍氣)를 느끼면서 동군영에게 충고했다. 동군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16553221688236.png“방매…… 옹주도 저리 멀쩡한데.”

방매가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옹주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직접 성을 하사한 이성계도 있었고, 세자인 양녕도 있었기 때문에 방매는 꾹 참았다.

16553221688216.png“쟨 튼튼한 애니까.”

16553221751646.png“아니야! 나도 연약한 여자라구!”

16553221688216.png“……다리에 그 근육부터 빼고 말하시지?”

만우는 피식 웃으면서 방매를 골렸다. 방매가 탄탄한 자신의 허벅지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삐졌다는 뜻이다.

16553221627164.jpg“은공.”

16553221688216.png“몸은?”

덜컹거리는 수레이지만 척사영은 화경의 무인이었다. 만우와의 충돌에서 내외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그리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회복이 되고 있었다.

16553221627164.jpg“이제 움직일 만합니다.”

16553221688216.png“그래. 더 쉬어.”

16553221627164.jpg“저도 돕겠습니다.”

16553221688216.png“누굴. 날?”

만우는 피식 웃었다. 척사영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단호했다. 십할의 전력을 낼 수는 없지만 벌써 몸이 칠팔할 정도는 회복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16553221688216.png“정지! 정지!!!”

만우는 수레에서 벌떡 일어나 팔을 휘휘 가로저었다. 멈추라는 뜻이다. 만우는 동군영에게 말했다.

16553221688216.png“마지막 휴식이야. 내일부터는 쉽지 않을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둬.”

16553221688236.png“……역도들의 무리가?”

16553221688216.png“그래. 넌 느끼지 못 하겠지만…….”

만우는 손가락으로 사인방과 이찬을 가리켰다. 그들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군대가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뿜어내는 군기(軍氣)는, 설령 군대의 구성원들이 내공 한 줌 없는 일반인이라고 할지라도 수천 명이 모이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생명체라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선천진기 때문이다.

16553221688236.png“그러면 척 무사께서 움직이시겠다고 한 것도…….”

동군영은 척사영을 상당히 어려워했다. 상왕의 보호를 위해 그 유명한 곡산척가에서 나온 무사이기 때문이다.

16553221688216.png“그래. 느꼈으니까. 그렇지?”

척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16553221688216.png“그래서 세운 거야. 준비시킬 필요가 있으니까. 뭐, 이 정도면 눈 먼 검에 맞을 실력은 안 된다고 하지만…….”

척사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척사영이 듣고 싶어 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만우는 척사영의 좌검우도를 쓸데없는 잡기술이라 폄하했지만, 동시에 그녀가 더 나아질 수도 있음에도 그 안에 갇혀있다고 비난했다. 척사영은 그 가르침을 만우에게서 받고 싶어했다.

16553221751646.png“만우! 나는? 나는?”

그때 방매가 수레에서 내려 만우에게 다가왔다. 만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21688216.png“넌 배우기 싫다면서. 곡소리 내는 거 보고 힘들다고.”

16553221751646.png“내가 언제! 그리고 나도 위험하니까, 나도 배울래. 나도!”

16553221688216.png“음…… 그래. 그래라.”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전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방매가 실력을 높여두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그런 만우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는 사람들이 더 있었다.

16553221627164.jpg“스승님. 저도…….”

양녕이 목검을 쥔 채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고,

16553221810556.jpg“대협. 저도 부탁드려요.”

호선도 무엇을 기대하는지 달뜬 얼굴로 만우의 옆으로 다가왔다.

16553221688216.png“뭐.”

만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씩 웃었다. 동시에 사인방과 슌스케까지 불렀다. 이찬도 마찬가지다.

16553221688216.png“한 수씩 지도는 해주지.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많이는 힘들고.”

만우의 말에 가장 반색한 것은 다름 아닌 사인방과 이찬, 슌스케였다. 그 여섯은 초절정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굴뚝같았기 때문에 만우 같은 고수의 가르침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었다.

16553221688216.png“아, 대신 힘들 거다? 아플 수도 있고?”

여섯 명의 안색이 흐려졌다. 만우의 가르침이 얼마나 혹독한지는 다들 익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화경의 고수와 검을 맞댈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16553221688216.png“어사 나리! 어디로 가쇼? 검 들고 이리로 와요. 특별히 어사 나리는 내가 특별 지도를 해드릴게.”

만우가 생글거리면서 하는 말에 몰래 빠져나가려던 동군영이 땀을 삐질 흘렸다. 하지만 전투를 앞둔 이 마당에, 싫다고 어리광을 피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는 수 없이 끌려온 동군영까지 해서 만우 일행이 모두 무기를 세우고는 수련을 하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곡소리와 북어를 패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1655322181058.png“…….”

16553221627164.jpg“전하. 막사를 전부 마련해 놓았사옵니다.”

이성계는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런 이성계에게 가별초 수장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16553221627164.jpg“전하?”

하지만 이성계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가별초 수장이 이성계가 쳐다보는 곳을 좇아 자신도 그쪽을 쳐다봤다. 만우와 그 일행들이 곡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만우는 거침없이, 상대가 여자란 것도 상관없다는 듯 이룡검의 하얀 검집을 휘둘러댔다.

16553221627164.jpg“쯧…… 저런다고 하루 만에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휴식을 취할 때는 휴식을 취해야 하거늘.”

가별초 수장은 혀를 쯧쯧하고 찼다. 이성계가 고개를 돌려 그렇게 말한 가별초 수장을 쳐다봤다.

16553221627164.jpg“그렇지 않습니까 전하? 무식하기는…….”

이성계는 그런 가별초 수장을 보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에 대한 충심은 깊지만, 이리도 보는 눈이 좁아서야.

1655322181058.png“어서 가서 밥이나 준비해라! 저들이 것까지 넉넉하게!!!”

16553221627164.jpg“예? 예, 전하. 알겠사옵니다.”

화를 버럭 내는 이성계 때문에 머리를 조아린 가별초 수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1655322181058.png“하아…….”

한시도 쉬지 않고 향상심을 가지고 정진하는 저들을 보니 늙었음에도 몸이 근질거리는 이성계였다. 하지만 가별초들은 너무 평화에 안주를 한 지 오래되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더 강해지려는 의지가 없었다. 문득 이성계는 과거에 자신과 함께 동북면을 함께 달렸던 가별초들, 그 진짜 가별초들이 그리워지는 듯하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1655322181058.png“늙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던가.”

이성계의 한숨 너머로 만우 일행이 내지르는 기합 소리가 어지럽게 얽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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