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너처럼 강한 여자는 처음이야(4)2020.03.21.
벌컥!!!
“뭐하는…….”
기세 좋게 문을 연 방매지만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방매는 주화입마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 무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척사영의 증세가 안 좋은 것처럼 보였지만 심각한 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그 안의 풍경을 본 방매는 할 말을 잃었다.
“후욱, 후욱.”
전라로 속곳만을 착용한 척사영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척사영의 전신에는 작은 땀방울들이 맺혀 온몸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끊임없는 단련과, 화경에 오르면서 탈태환골을 거치면서 곡산검법과 도법에 최적화 된 신체를 가지게 된 척사영의 몸은 아름다웠다. 단, 그녀의 상반신이 그녀가 토해낸 검은 울혈들로 물들어 있지만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모습과는 달리 척사영의 두 눈에는 제대로 빛이 돌아와 있었다.
“문을 좀 닫아주시겠습니까?”
척사영은 문을 연 방매를 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제정신이 돌아온 척사영은 다시 차분해져 있었다. 대신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오한이 돋은 모양이었다.
“후우. 문 닫아줘. 아직 회복이 안 돼서 추울거야.”
화경에 오르면 기본적으로 한서불침(寒暑不侵)이었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았다. 하지만 척사영은 내부를 좀 먹고 있던 심마(心魔)를 막 쫓아낸 다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이 필요했다. 만우의 이마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척사영이 흘린 피만 아니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오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방매는 피를 흘린 척사영을 봤기 때문에 움찔했다.
“마, 만우 너는…….”
“아직 불안정한 상태야. 곧 나갈 테니까. 가서 하인한테 깨끗한 천이랑 따뜻한 물을 담아오라고 해줘.”
“으, 응.”
괜히 문을 열었다가 본전도 못 찾은 방매가 문을 슬며시 닫았다. 만우는 바깥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다 들었기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에휴. 저 왈가닥을 어찌한담.”
자신을 변태자식이라고 부르면서 잔뜩 의심을 한 방매다. 하지만 그녀가 무림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한 만우는 척사영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썼다.
“뭐 하는 거야. 앉아 있어. 그러다 도진다?”
척사영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거의 전라나 다름 없는 그녀의 나신이 눈부시게 드러났다. 하지만 만우의 눈에는 일말의 욕망도 서려 있지 않았다. 기껏 고쳐놨더니 말을 안 듣는 척사영의 모습에 짜증이 났을 뿐이다.
“감사합니다. 대협.”
“대협은 무슨.”
만우는 코 밑을 쓱하고 훔쳤다. 척사영이 비틀거리는 몸으로도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고는 손을 까닥했다. 그러자 척사영의 등이 쭈욱 퍼졌다.
“여자애가 되서는 그 모습을 하고 창피하지도 않아?”
만우는 헐벗은 척사영의 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척사영은 만우를 보면서 눈을 빛냈다.
“제가 여인으로 보이십니까?”
“…….”
만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척사영은 누가 보더라도 여인이다. 하지만 척사영은 자신을 만우가 여인으로 봐준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심마가 머리로 갔나. 앉아.”
만우가 다시 손가락을 까닥이자 척사영은 순순히 앉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어깨를 눌렀기 때문이다. 절정에 달한 만우가 공력 제어에 척사영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다시 공격하진 않네?”
만우는 척사영을 보면서 이죽거렸다. 만우 일행을 보고 다짜고짜 달려들었던 척사영이다.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 정도 되는 고수가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앞뒤 안 가렸다는 것은 그녀가 평정심을 잃을 정도로 흥분한 상태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절 치료해 주시지 않았을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대협.”
척사영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신의 여자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장관이었지만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오다가 봤다. 마을 때문이지?”
“…….”
척사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것 자체가 대답이었다. 만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함주로 올라오면서 아작이 난 고을 두어 개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아마 반군들일 것이다. 그렇게 마을을 초토화시키면서 올라가다가 척사영을 마주쳤고, 자신들이 벌인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룬 것이다.
“살기에 사로잡히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는 것을 알 텐데.”
“……처음이라…….”
“처음이라고?”
만우는 눈을 부릅하고 떴다. 지금은 정말로 놀랐다.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이 죽은 것을 본 것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정도 수준이라니. 말이 되질 않았다.
척사영은 놀라하는 만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의 볼이 사르르 붉어졌다. 척사영은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그때 만우가 입을 열었다.
“쉬어야 할 거야. 아직 불안정하니까. 운기조식으로 가라앉혀. 아마 열흘간은 전력을 내진 못할 것이고. 그리고 물어볼 것도 있으니까. 좌검우도라니. 그런 걸 대체 누가 가르쳤는지…….”
만우는 혀를 쯧하고 찼다. 척사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만우는 지금 당장 대답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럼 나간다. 방매 보내줄 테니까 닦고 옷 입고.”
“저, 저 대협!”
척사영이 나가려는 만우를 다급하게 불렀다. 만우는 고개를 돌려 척사영을 쳐다봤다. 척사영이 볼을 붉힌 채 만우에게 말했다.
“다, 다시 오실 건가요?”
“어. 내일. 궁금한 게 있어서.”
만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사라졌다. 방문이 탁하고 닫히자 척사영은 사라진 만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두 눈을 반짝였다.
“……멋있어.”
***** 땅! 땅! 땅! 땅! 함주본궁은 이성계가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임금에 의해 여러가지 편의시설들이 구축이 되어 있었다. 예를 중시하는 한양과는 달리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이성계에게는 화려함보다도 실용성이 중시가 되었고, 그 스스로가 무인의 기질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 함주본궁 내에는 대장간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간장이 그곳에 틀어박혀 쉴 새 없이 쇳덩이를 두들겨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만우는 열심히 이번에 가져온 이무기의 비늘과 함주에서 구한 목재로 검병을 만들고 있을 간장을 떠올리면서 피식하고 웃었다.
“이깔나무 대신이긴 하지만, 물소의 뿔도 훌륭하다고 하니까.”
이성계는 대룡궁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활을 수집해 두고 있었다. 개중에 가장 훌륭한 것이 대룡궁이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활들이 이성계의 대전에는 수십 개가 더 있었다. 거기에 언제든 그 활이 고장나면 수리를 하기 위해 질 좋은 자재들을 구비해 놓고 있었는데, 그 자재 중 하나를 만우가 받아낸 것이다. 물소의 뿔. 물소의 뿔로 만든 활을 각궁(角弓)이라 불렀는데, 물소의 뿔은 어마무시한 내구도와 함께 제련을 하면 탄성이 뛰어나 엄청난 장력을 지닌 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당기는 데 더 많은 근력을 필요로 했지만, 용각으로 만들어졌다는 대룡궁을 당길 이성계의 근력이면 물소의 뿔을 당기는 것도 손 쉬운 일이었다.
‘나무가 아니라 뿔이긴 하지만…….’
물소의 뿔은 조선에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명을 통해서 수입을 해와야 하기 때문에 그 가격이 비쌌다. 조선의 각궁은 명이나 주변 국가에서도 명품으로 쳐주었기 때문에 명에서는 물소의 뿔을 조선에 팔지 않으려고 갖은 수를 다 쓴다. 물소의 뿔로 활을 대량생산하게 되면 조선의 군사력만 증강시켜 주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호선.”
퍼엉!!! 만우가 지붕 위를 올려다보면서 호선을 부르자 펑 소리와 함께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호랑이가 교태 넘치는 여인으로 둔갑해 만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주 대협!!”
“음…… 꽤 전투가 격렬했나 봐?”
만우는 호선의 허벅지를 동여맨 하얀 천을 보고서는 인상을 썼다. 호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비단결 같은 검은 머리가 찰랑거렸다.
“지독한 놈들이었어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찌나 저항을 하던지…….”
이성계와 호선이 마교 고수 네 명과 격돌했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성계와 호선의 궁합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해 그 중 한 명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투귀대 놈들이라면 지독할 만도 하지.’
마교의 고수들은 상처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강자에게 죽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을 도외시하고 달려든다. 그렇기 때문에 마교 고수를 처음 맞닥뜨린 경험이 부족한 정파의 후기지수들이 많이 죽임을 당하고는 한다. 실력이 두세 수 차이가 나도,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당황을 하면 쉽게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 낫지도 않아요. 마긴지 뭔기, 이게 너무 끈적해서.”
호선은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지만 그녀가 가진 도술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교의 고수라면 마기(魔氣)를 다룰 테니 도력을 다루는 그녀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악기가 쌓였어. 한번 흠뻑 두드려 맞으면 괜찮아질걸.”
만우가 주먹을 우득거리면서 풀었다. 그때 호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괘검은요? 괘검은 어디로 갔어요?”
만우는 간장에게서 받은 괘검을 꽤나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도 곁에서 떨어뜨려 놓은 적이 없었다. 검을 다루는 무림인이 검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것은 당연한 법이지만 만우는 그게 조금 더 심했다. 잠시라도 몸에서 검을 떼어놓으면 누가 훔쳐갈 것처럼 늘 검을 끼고 지냈기 때문이다.
“못 써. 더 이상은.”
만우는 쓰게 웃었다. 척사영은 확실히 실력이 있는 고수였다. 척사영의 좌검우도에 괘검은 내구도가 크게 상해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것을 안 간장이 만우의 검을 최대한 빨리 완성시키겠다면서 쉬지도 않고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어서요. 어서 가요. 어서 가서 때려주세요.”
호선이 만우의 소맷자락을 끌었다. 다른 사람이 듣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만우에게 두들겨 맞아야 타락한 신선인 낙선(落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지만, 다른 사람이 본다면 호선 정도 되는 뛰어난 미녀가 때려달라는 것이 야릇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대, 대장?”
문형일과 마익후가 바로 그랬다. 감령과 필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만우는 골치가 아파질 것이란 생각에 이마를 턱하고 짚었다. 생각해 보니 이들은 호선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흐, 흐음. 죄송합니다. 저희가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문형일이 헛기침을 하면서 마익후와 감령, 필두의 등을 떠밀었다. 감령은 특히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돌아 만우를 쳐다보고는 필두에게 수군거렸다.
“야. 믿겨져? 언제 저런 기가 막힌 미녀를 만나셨대?”
“……좋겠다.”
“저 자식들이.”
따다다닥!!! 발끈한 만우가 손가락을 튕겨 지풍을 날렸다. 그러자 박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사인방이 뒤통수를 움켜쥐고는 앞으로 나뒹굴었다.
“죄, 죄송합니다, 대장!”
“이 일어나!”
“튀어!”
파바바밧!!! 하마터면 머리가 수박처럼 깨질 뻔한 사인방이 아픔을 꾹 참고 일어나 날파리처럼 사방으로 도주했다. 만우는 고개를 휙하고 돌려 호선을 쳐다봤다.
“너 뭐야 임마. 그리고 내가 말했지. 여자로 그만 변하라고.”
“전 암컷이라니까요.”
호선의 눈가가 고양이처럼 휘었다. 그게 그렇게 교태가 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호선이 500년 묵은 호랑이란 것을 알고 있는 만우에게 그런 교태가 통할 리 없었다.
“때려주시게요? 어서 때려주세요.”
만우가 주먹을 불끈하고 움켜쥐자 호선이 반색했다. 그런 호선을 본 만우는 께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맞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대하는 것 같은데?”
“아, 아니 그건 아니라…… 꺄. 악. 맞. 기. 싫. 어. 요.”
설마 만우가 때리지 않을까봐 영혼 없이 대답하는 호선을 보는 만우의 두 눈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호선이 그런 만우의 소맷자락을 덥석 붙잡았다.
“그, 그게 아니라. 적응이 됐는지 이 마기가 파고드니까 영 기분이…… 맞고 나면 한동안 몸도 개운하고 가뿐하고…….”
악기가 쌓여 있을 때는 몰랐지만 그게 만우에 의해 뭉쳤던 악기가 풀어지면서 정화가 되기 시작하자 확연한 차이를 느낀 호선이었다. 그랬던 것이 악기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지자 호선은 만우를 애타게도 기다렸다. 역설적이게도 맞아야 하는데, 만우에게 빨리 맞고 싶어진 것이다. 만우는 그런 호선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그런데 맞을 때도 그 모습으로 있을 거냐?”
호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만우가 부담스럽다면 얼마든지 백호로 다시 둔갑하면 된다. 만우는 호선을 보고서는 고개를 모로 꺾었다.
“그런데 500년 동안 도를 닦았는데 진짜 그 정도가 다야?”
인간 형태의 호선이라면 사인방 한 명과 비슷한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수준이기는 했으나 50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긴 했다. 백호의 형태로 돌아온다면 그 실력이 조금 더 올라가지만 그래봤자 초절정의 끝자락 수준이다. 호선은 만우를 쳐다보면서 입술을 씰룩이다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아니요. 사실은 선계의 문으로 등선을 못 하게 되면서 다시 내려오다가 잃어버린 게 있어요.”
만우는 흥미롭다는 듯 눈에서 이채를 발했다.
“선주(仙珠). 여의주 아시죠? 그런 거예요. 500년 동안 수양한 도력이 담겨져 있는 구슬.”
만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호기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500년 동안의 도력이 담긴 구슬을 호선이 되찾게 된다면, 그녀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현경?’
자신은 고작 25년을 살아 화경이 되었다. 만약 살아온 기간만큼 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면 500년이란 세월이 담겨있는 힘의 구슬을 찾는다면 현경의 수준이 다다를지도 모른다.
“일단, 맞자.”
언젠가 조선을 돌아다니다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우가 그렇게 생각하고는 일단 호선의 일부터 해결할 생각을 하며 주먹을 들어 올리자 호선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더니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았다. 퍼엉!! 크와아앙!!!! 펑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뛰어올랐던 호선이 거대한 백호가 되어 우렁차게 포효를 내질렀다. *****
“크악!!”
퍼버버벅!!
“대형을 갖춰라! 오와 열을 맞춰라!!! 버텨!!!”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이천우가 군졸들을 독려하였지만 이미 승패는 기운 뒤였다. 이천우는 이를 뿌득하고 갈았다.
“매복이라니. 매복이라니!!!!”
영흥부를 거쳐 문주와 안변 순으로 차례대로 조사의의 반군을 진압할 생각이던 이천우는 영흥부 인근의 골짜기에서 적들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 설마 반군들이 먼저 치고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천우의 군대는 매복에 정통으로 걸려 버렸고, 그 결과 수많은 군졸들이 피를 내뿜으면서 쓰러지고 있었다. 텅!! 이천우는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화살을 검을 크게 휘둘러 쳐내었다. 중진에 속한 이천우에게까지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은 선봉이 거의 궤멸되었다는 뜻이다.
“물러서지 마라! 물러서는 자들은 목을 벨 것이다!!!”
이천우와 그의 부장들이 군졸들을 독려하였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에 군졸들은 하나둘씩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아직 영흥부에 도착하려면 반나절은 더 가야 하는 시점에서 한 방 얻어맞은 이천우의 군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헤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