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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이성계 대(對) 투귀대(2) (114/400)

114. 이성계 대(對) 투귀대(2)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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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216655524.png“괜찮을 거야. 그렇지? 호선도 있고 상왕 전하도 무(武)로 일가를 이루신 분이니까. 그렇지 않나 만우?”

16553216655527.png“아 몰라! 어사 나리가 결정한 일이잖아!”

만우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동군영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16553216655524.png“알아. 안다고. 하지만…… 하지만…….”

16553216655534.png“사내가 되어 갖고! 그냥 딱 정하면 그쪽으로만 우직하게 밀고 나가요 쫌!”

방매도 동군영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한 시진 내내 중얼거리고 있자 빽하고 짜증을 냈다. 그놈의 소심증이 문제였다.

16553216655534.png“세자라면서요. 세자저하! 세자저하를 구하는 게 먼저죠!”

방매는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방매의 말에 동군영은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만우가 이죽거리면서 말했다.

16553216655527.png“마교 놈들이 공격을 안 한다면 말이지.”

16553216655524.png“맞아. 그놈. 화살로 관아를 날려보내고…… 으으으. 만약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만우?”

결국 원점이었다. 방매가 초를 친 만우를 노려봤다. 만우는 딴청을 부리며 휘파람을 휘익하고 불었다. 쿠르르. 슌스케가 워낙 힘들어했기 때문에 수레 안에는 간장과 방매, 동군영과 만우만 올라타 있었다. 그 외의 사인방은 경공으로 따라오고 있었는데 전부 고수들이었기 때문에 지친 기색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았다.

16553216655547.png“헤엑…… 헤엑…….”

하지만 문제는 슌스케였다. 수레를 끌고 관도가 아니라 산을 가로지르다 보니 빠르게 지친 것이다. 거기에 간장이 검을 완성하기 위해 들고 온 장비들의 무게까지 더해지니 슌스케의 입에서 단내가 폴폴 풍겨져 나왔다.

16553216655527.png“자아. 휴식!”

쿠르르…….

16553216655547.png“허억, 허억.”

슌스케가 허벅지에 손을 얹고는 그 자리에서 풀썩하고 주저앉았다. 초절정에 든 후로 달린다는 행위만으로 체력이 동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검을 처음 잡을 때야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경지에 올라 일월조 조장이 되고 나서는 이렇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지가 오래됐다.

16553216655527.png“얌마! 숨 제대로 쉬어. 복식호흡. 들이마실 때는 입으로, 내쉴 때는 코로. 이런 것도 몰라?”

만우가 슌스케의 뒤통수를 딱하고 때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슌스케는 얼른 만우가 시키는 대로 입을 텁하고 다물었다. 쒸익, 쒸익, 쒸이이익 경이로운 회복 속도였다. 초절정에 도달한 슌스케의 육체는 조금의 휴식만으로도 호흡이 금방 진정이 됐다. 만우는 그런 슌스케에게 한 가지를 더 주문했다.

16553216655527.png“호흡을 최대한 길게 빼. 네 일상에서도 늘. 한 호흡을 최대한 길고 가늘게. 네가 격하게 뛰면서도 그런 호흡을 유지할 수 있으면 기대해도 좋을 거야.”

16553216655547.png“예, 예 주인님.”

슌스케는 만우가 하는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적어도 만우가 자신이 한 말을 어길 정도의 옹졸한 인물이 아니란 것은 겪어보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 팔을 잃은 슌스케는 만우의 말을 잘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만우 정도의 고수가 내리는 가르침이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었다.

16553216655547.png‘내 본국으로 반드시 돌아간다.’

거기에 만우는 슌스케를 놓아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사실 슌스케의 일월조가 누군가를 잔혹하게 죽인 적도 없었다. 그냥 조사의의 부탁을 받아 함주에 미리 가 있었을 뿐이다. 물론 그러면서 방매를 공격하려 하기도 하고, 이성계도 공격하긴 했지만 그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고 있었다.

16553216655547.png‘그리고는 밭이나 갈면서 살 거야. 칼밥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 대가란 것이, 이 세상에 자신 말고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기 때문에 슌스케는 검을 놓을 생각이었다. 초절정의 육체를 가지게 되었으니 검을 잡지 않아도 무슨 일이든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어여쁜 정혼자도 있으니 둘이서 농사라도 지으면서 알콩달콩 살아갈 생각이었다.

16553216655527.png“길게. 더 길게!”

그렇게 슌스케가 길게 호흡을 뽑아내고 있을 무렵, 수레를 앞질러 가 앞을 살펴보던 감령이 수풀을 헤치고 돌아와서는 만우에게 보고했다.

16553216684869.png“대협. 전방에 고을이 하나 보이는데, 문주인 것 같습니다. 성벽이 보입니다.”

16553216655527.png“벌써?”

만우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산을 가로지른 것이 효과가 있었다. 불과 사흘 만에 문주 근방까지 도착한 것이다.

16553216655527.png“방매. 거기서는 무조건 문주로 오는 길밖에 없는 거지?”

16553216655534.png“응. 길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갈림길에서 만우는 세자가 향한 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흔적을 쫓아가기 보다는 기동력을 살려 길을 가로질러 문주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꽁무니를 쫓아갔다가는 세자가 말을 타고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주면 안변이 코앞이기 때문에 문주의 상황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었다.

16553216655527.png“그러면…….”

만우는 일행을 쭉 둘러봤다. 방매는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동군영도 소심증이 재발한 표정이었다.

16553216655527.png“어사 나리는 안 될 것 같고. 방매 넌 웬일이냐?”

만우가 방매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돈 냄새가 나는 곳이면 말려도 따라 나설 방매다. 그런데 방매가 별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16553216655534.png“거기, 요새야. 군성(軍城)이라, 이 말이지.”

16553216655527.png“……돈 될 게 없다는 소리네?”

16553216655534.png“응.”

방매의 대답은 간결하고 확고했다. 문주는 예전에는 매성이나 이균성이라고 불렸는데 몽고병의 침입이 있었던 곳으로 국경요새 중 하나였다. 그러니 돈이 될 만한 특산품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눈을 돌린 만우의 눈에 사인방이 눈을 반짝이는 것이 들어왔다.

16553216655527.png“그 눈들은 뭐냐.”

16553216715188.png“……저희 3개월 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대장.”

비록 감옥은 아니었지만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매일의 무료함을 대련으로 풀었겠는가 말이다. 그 덕분에 사인방의 관계가 돈독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었다.

16553216655527.png“너랑 넌 안 돼. 너무 눈에 띄어.”

만우는 마익후와 필두, 그리고 간장까지 단박에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셋은 너무 눈에 잘 띄었다. 덩치가 일반인으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옥겸이 말한 바에 따르면 문주부사 박양은 조사의의 편에 붙었다. 그러니 괜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거나, 튀는 외양을 가지고 있어서 운신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러다가 세자가 문주로 왔다는 것이 박양에게 알려지면 큰일이다.

16553216655527.png“너도 안 돼. 피부색이 다르잖아.”

천축국 출신인 문형일도 제외다. 문형일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16553216655527.png“슌스케 저놈도 외팔이라 안 돼고…… 그럼 남은 건.”

만우가 고개를 스윽하고 돌려 감령을 쳐다봤다. 감령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만우와 단둘이 동행한다는 거?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감령의 편은 그곳에 없었다.

16553216655527.png“가자.”

16553216684869.png“……예, 대협.”

떠나가는 감령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필두를 쳐다봤지만 필두는 그런 감령을 슬그머니 외면했다. ***** 만우와 감령은 군성(軍城)인 문주에 들어섰다. 문주는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군성으로 사용이 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삭막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쌍성총관부가 무너지고 조선의 국경선이 고려강(두만강) 인근까지 확장된 이후로는 유민들이 흘러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오랜 기간 국경요새로 활용이 되면서 개간되지 않은 옥토가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농민들의 수가 크게 증가한 곳이 바로 문주였다.

16553216655527.png“정말 별 특산물은 없나 보네. 저자라 불릴 만한 곳이 없어.”

16553216684869.png“심심한 곳이군요.”

만우의 말에 감령이 맞장구를 쳤다. 한양이나 의주, 함주와는 달리 문주는 작은 성이었고 상단이 지나갈 만한 길에 위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자의 규모가 작았다.

16553216655527.png“객주는 아예 없고. 주막이 하나가 전부인 것 같네.”

저자가 크게 형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유통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까지 들어올 상단은 없었다. 기껏해야 보부상이 전부였다.

16553216655527.png“주모! 주모!”

변변한 기루 하나 없는 따분한 문주의 저자에는 주막이 딱 하나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 주모를 부르자 주모가 반색을 하면서 만우와 감령을 맞이했다.

16553216745974.jpg“아이구. 방이 필요하시우?”

16553216655527.png“방 하나만 주시오. 며칠 묵을 생각인데.”

16553216745974.jpg“마음껏 쓰시오. 어차피 텅텅 비었으니.”

주막의 방은 주모의 말처럼 텅텅 비어 있었다. 그만큼 과객이 없다는 뜻이다. 주로 국밥을 먹으러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란 소리다.

16553216684869.png“대협.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짐을 푼 방 안에서 감령이 만우에게 물었다. 만우는 고개를 들려 감령을 쳐다봤다.

16553216655527.png“뭐?”

16553216684869.png“대협의 능력이라면 굳이 왕이 부탁한 대로 복잡하게 피해 다닐 필요 없이 수괴만 처리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16553216655527.png“그런데?”

16553216684869.png“그걸 왜 조선의 왕에게는 말씀해 주지 않으셨는지…….”

감령은 그게 궁금한 모양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감령에게는 답답하기만 했다. 만우라는 잘 드는 칼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만우는 그런 감령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16553216655527.png“당연하지. 왕이라고 그걸 몰랐을까 봐?”

16553216684869.png“음…….”

감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선의 왕은 어리석음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감령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을 조선의 국왕이 생각해내지 못 했을 리가 없다.

16553216655527.png“세상만사가 그렇게 간단하다면, 명 황실은 왜 무림을 이용하지 않은 것 같더냐?”

만우는 감령에게 되물었다. 감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16684869.png“그거야 관과 무림 간의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었으니 그 조약을 지키기 위해…….”

16553216655527.png“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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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령의 말에 만우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감령은 살짝 기분이 상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말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우는 그런 감령을 보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맷자락으로 살짝 찍어냈다. 만우는 실실거리며 웃었다.

16553216655527.png“맞다. 비웃는 거.”

16553216684869.png“대협!!!”

16553216655527.png“산적이란 놈이, 그렇게 순진해서야. 쯧쯧쯧.”

감령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산적에게, 그것도 녹림의 대채주인 자신에게 순진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만우가 유일할 것이다.

16553216655527.png“그걸 믿느냐?”

16553216684869.png“아니 그렇다면 왜 그런 조약을…….”

16553216655527.png“관과 무림의 상호불가침 조약을, 원과는 안 맺었을 것 같으냐?”

16553216684869.png“…….”

명 이전의 원은 무림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무림은 한족(漢族)이지만, 원은 한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은 무림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침 조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6553216655527.png“하지만 그걸 먼저 종잇장처럼 내던진 것은 무림이지. 무림맹의 늙은이들이고. 그리고는 명과 손을 잡고 원을 멸망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그렇지 않느냐?”

만우가 하는 말은 불과 몇십 년 전의 이야기다. 감령이 태어나던 시기 즈음해서 원이 멸망하고 홍무제에 의해 명이 세워졌다.

16553216684869.png“그렇다면 불가침 조약은 황제가 무림의 고수들을 두려워해서 맺은 조약이 아니겠습니까? 자칫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공포 때문에…….”

16553216655527.png“그 말도 맞긴 맞지.”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감령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만우가 이야기하는 것과, 만우가 왜 국왕의 적인 반역의 수괴를 직접 치지 않는 것인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16553216655527.png“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죽여 없애거나 배제해야 한다. 그게 바로 황제의 욕심이지.”

16553216684869.png“그게…….”

16553216655527.png“한고조 유방은 한나라를 세운 뒤 건국공신들을 모두 죽였다. 태평성대에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존재들이란 것을 느꼈기 때문이지.”

감령의 눈이 크게 뜨였다.

16553216655527.png“명 황제는 자신이 무림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여실하게 느꼈다. 원과의 전쟁에서 무림맹의 늙은이들이 보여준 무력은 전율 그 자체였지.”

무림이란 것을 크게 보지 않았던 홍무제는 무공의 위력을 직접 두 눈으로 목도하고는 그들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날카로운 검이었다. 문제는 그 예기가 명의 적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상하게도 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6553216655527.png“그래서 홍무제는 결정했다.”

힘을 기르기로. 그렇게 무림의 야욕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홍무제는 그들에게 시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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