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습격자의 정체(3)2019.12.21.
본래 공녀라는 것은 어린 양가의 처녀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처음에는 양가의 규수들을 대상으로 하던 것이 딸을 원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수법이 팽배해짐에 따라 관에서는 수를 채우기 위해 결혼을 한 여자들도 징발했다. 하필이면 거기에 딱 걸려든 것이 방매의 어미였다. 방매는 부모님의 이름도 모르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은 알고 있었다. 고려의 옛 수도인 개경이 바로 방매의 고향이었다. 송상(松商)이던 방매의 아비는 원으로 잡혀간 아내를 찾기 위해 친분이 있던 안국방의 조 할아범에게 방매를 맡긴 후, 원으로 떠난 이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당시는 원이 명으로 바뀌면서 중원이 혼란스럽던 시기이기 때문에 방매가 성장한 뒤 부모의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원, 혹은 명에 도착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전란 속에 그런 기록들이 모두 소실된 것이다.
“걱정 마, 할아범. 정말 다 잊었다니까?”
방매는 애써 웃었다. 조 할아범은 그런 방매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잠깐 기다리거라.”
“응? 할아범. 이 사향이나…….”
“기다리라면 기다려!”
조 할아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칠고 틱틱 대는 조 할아범이지만 그는 방매를 정말 친손녀처럼 아꼈다. 잠시 후, 조 할아범은 작은 종지 크기의 자기와 면포로 싼 약재를 들고 나와 방매에게 내밀었다.
“이거 바르고, 잘 달여 먹어.”
“할아범. 나 괜찮…….”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방매에게 수박희를 가르친 것이 바로 조 할아범이다. 지금은 약방을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조 할아범은 조선이 고려이던 시절 무과에 응시하려는 귀족들의 자제들에게 수박희를 가르치던 교관이었다. 그 실력과 명성이 자자해 고려의 많은 무장들이 조 할아범의 제자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조 할아범도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쓸데없는 피바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습을 감추고 이곳에서 평범한 약재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실력이 어디로 간 것은 아니어서, 조 할아범은 한 눈에 방매의 여기저기에 난 상처들을 알아본 것이다.
“어딜 돌아다니기에 그렇게 험하게 돌아다니는 게야.”
방매는 이상한 사술을 쓰는 주술사 김충과도 싸웠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뿌려대는 살귀 슌스케와도 싸웠다. 그렇기 때문에 몸 이곳저곳이 은근히 많이 상해 있었다. 하지만 방매는 씩 웃었다.
“돈 벌려면 위험을 감수해야지. 그리고 걱정 안 해도 돼.”
“그 몸을 하고도?”
조 할아범은 혀를 쯧하고 찼다. 하지만 방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범도 알잖아. 내가 절대로 위험한 도박은 안 한다는 거.”
“그건 잘 알지.”
조 할아범은 방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매는 자신의 유일한 재산이 자신의 몸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아끼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더 끔찍하게 아꼈다.
“그래서 실력이 잘 안 는다고 맨날 할아범이 뭐라고 했잖아.”
“끙…… 그건 그렇다만.”
조 할아범은 방매가 자신의 몸을 아끼기 위해 사리느라 수박희의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질타하곤 했다. 맨손으로 싸우는 수박희의 특성상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면 실력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매는 비록 계집이었지만 매분구를 하면서 쌓인 하체의 근력과 여아 특유의 유연성으로 인해 수박희를 익히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그런 방매가 전성기 시절 자신을 뛰어넘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보았던 조 할아범은 늘 그것을 안타까워했다. 수박희만 일정 경지로 익혀도 방매를 상하게 할 수 있는 적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안전하게 다녀온 거야. 내가 이렇게 다칠 줄 알면서도 부딪친 걸 보면 알잖아. 내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서 그런 거야.”
물론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 할아범은 고개를 갸웃했다.
“안전했다고?”
“응. 절대로 죽지는 않아. 죽을 수가 없어.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랑 같이 다녔거든.”
그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 사람이 구름처럼 많은 중원에서도 일검에 산을 가르고 바다를 가른다는 무공을 익힌 사람 중 최고봉 중 하나라는 것은 몰랐지만, 방매는 헤실거리며 웃었다.
“거기에 가족처럼 대해준다고 했어. 오라버니라고 부르면.”
“오라버니? 언 놈이랑 같이 다녔구나!”
남자라는 소리에 조 할아범이 벌떡 일어섰다. 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방매다. 방매가 그런 조 할아범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 할아범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사람인데?”
“이, 이! 필요 없다! 방매 넌 이 할애비가 어떤 줄 알고…….”
조 할아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더니 약재상의 문을 쾅하고 닫고는 자물쇠를 척하고 채웠다. 그것을 본 방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할아범?”
“가서 그놈을 봐야겠다! 가자!”
“히…… 히엑?”
방매가 기겁했을 때, 약재상의 울타리 근처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방매가 고개를 돌려보니 깨끗한 옷을 입고 머리를 곱게 땋아내린 소녀가 힐끔거리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할아범! 손님이다! 손님!”
“지금 손님이 중요해? 어떤 놈인지 몰라도 다리몽둥이를 그냥…….”
“앗. 아픈 사람을 위한 약을 지어줘야지! 사향 손질 부탁해 할아범. 할 줄 알지?”
타다닷! 방매가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소녀의 등을 살짝 밀었다.
“뭐가 필요한지 저 할아범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줘. 저 할아범이 약재를 다듬고 달이는 능력은 최고거든.”
“네? 아…….”
소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매는 그대로 울타리를 뛰어넘어서는 바람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 사람이 두 발로 달린 속도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아이고…… 아이고 저 계집애, 어딜 저렇게 도망을…….”
방매를 쫓아 나온 조 할아범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소녀가 조심스럽게 조 할아범에게 말했다.
“저…… 약재를 지으러 왔는데요…….”
조 할아범은 고개를 돌려 소녀를 쳐다봤다. 소녀가 움찔했다. 소녀는 방매보다 어려 보였는데 깜찍하기 그지없었다. 조 할아범은 그 소녀에게 말했다.
“들어오슈. 뭐가 필요한지 말해주면 내 약을 골라드리리다.”
당장이라도 방매가 오라버니라 부른 그놈을 찾아가 상판때기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방매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닫았던 문을 다시 열은 조 할아범이 안으로 들어갔다. 조 할아범을 따라 약재상 안으로 들어가던 소녀의 눈이 커졌다. 마당의 평상 위에 놓인 자루 위에서 고약한 냄새가 사정없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정신 좀 봐. 저 귀한 걸.”
조 할아범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마당에 뛰어나오더니 사향이 든 자루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무려 은 팔천 냥 값어치를 하는 사향이다. 이걸 잘 물에 개서 팔면 기생들부터 시작해 양반가 귀부인들까지 앞다투어 사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거…… 혹시 사향인가요?”
“사향을 아우?”
방매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소녀였지만 조 할아범은 말을 놓지 않았다. 옷은 평범한 옷이었지만 소녀의 말투나 자태를 보았을 때 그냥 평범한 소녀가 아니란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조금은…….”
“음. 손질해서 내다 팔 것이오. 아까 그 아이가 구해온 것이지.”
조 할아범이 방매 자랑을 슬쩍 했다. 그 순간 소녀가 눈을 반짝하고 빛냈다.
“혹시 손질하는 데 손이 필요하진 않으세요?”
“이거? 음…….”
조 할아범이 턱을 문질렀다. 약재상도 운영해야 하니 혼자서 이걸 손질하기에는 무리가 가는 것이 맞았다. 조 할아범이 소녀를 힐끗 바라봤다.
“다룰 줄 아시우?”
잘 쳐줘야 열서넛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어투나 몸짓으로 봤을 때 몰락한 양반가의 여아쯤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요. 제가 기생 언니들 향낭 많이 만들어 봤거든요.”
“호오!”
기생들은 기생집에 찾아오는 양반들을 홀리기 위해 갖은 수법을 다 쓰는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까다롭기 그지없는데, 그들을 위해 향낭을 만들었다면 사향을 다루는 법도 잘 알 것이다.
“품삯은 많이 못 주는데 말이지.”
“괜찮아요. 조금이라도 주시면 돼요.”
소녀는 또랑한 눈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어릴 적 방매가 떠오르는 모습에 조 할아범은 흐뭇하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그럼 오늘부터 손질해 주겠나? 비싼 거니까 조심하고.”
조 할아범은 슬쩍 말을 놨다. 그러자 소녀가 환하게 웃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을 구했다는 것에 기쁜 표정이었다.
“아참. 이름이 있느냐?”
조 할아범은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김향이라고 해요. 할아버지. 잘 부탁드려요.”
“헐헐헐.”
할아버지른 소리를 들은 조 할아범이 기꺼운 표정을 지으며 헐헐 거리며 웃었다.
***
“은월루…… 흑의…….”
만우는 턱을 쓰다듬었다. 조선은 작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은월루란 조직이 있는데 흑의라 불리는 놈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기둥서방들을 잡고 다녀도 코빼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은월루란 놈들 대신 흑의란 놈들이라…….”
만우는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만우는 운종가(雲從街)가 끝나는 철물교 부근에 도착해 주변을 휘휘 둘러봤다. 운종가 주변으로 늘어선 건물들은 2층짜리 건물들이 많았다. 목조기와집들이었는데 상층은 창고로, 하층은 점포로 사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올라 주변을 내려다보기에 딱 좋은 높이였다. 유기와 각종 그릇을 파는 유기전 지붕 위에 가볍게 올라선 만우의 신형이 흐려졌다. 지붕 위를 발끝으로 가볍게 두드려 허공으로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철물교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창덕궁이 나온다. 그리고 그 창덕궁을 넘어가면 반촌이 나오고 성균관이 나온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만우는 하늘에 뜬 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중천에 떴던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면 갈 곳이 있으니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다.
“조말생이라.”
간장이 말한 것처럼 조말생이란 양반이 그리 대단한 양반이라면 아직 퇴궐하진 않았을 것이다. 궁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양반들이 별 하는 일이 없다 볼 수 있지만 왕권이 시퍼렇게 살아 있으니 그 눈을 의식해서라도 궁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무나 하나 붙잡고 물어볼까?”
만우는 히죽 웃으면서 인파 속을 무인지경 넘나들 듯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명의 연경이나 남경, 장안은 높은 건물이 많아 건물 지붕을 밟고 다니는 것이 편했지만 한양은 건물들이 낮아 그러면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느리더라도 사람들 속에 파묻혀 나아가는 것이 가장 낫다.
“반촌이라.”
성균관을 지원하기 위해 삼백 명의 노비를 집단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한 지역이 바로 반촌이다. 만우는 그 안으로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만우가 성균관으로 온 이유는 간단했다. 북촌으로 넘어가는 데 가장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시끌시끌. 꼬끼오!!! 푸다닥! 반촌은 생각보다 생기로 가득했다. 남루한 옷을 입은 꾀죄죄한 노비들이지만, 성균관 유생들에게 부족함 없이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자가 들어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분업에 따라 하는 일들이 달랐기 때문에 바깥에서 유입된 물자들이 안에서 재분배가 되고, 재가공을 통해 성균관으로 들어간다.
‘음?’
존재감과 기척을 최대한 죽인 채 그런 사람들 틈에 편승해 반촌 거리를 걸어 나가던 만우의 눈이 커졌다.
“백정…….”
닭이나 돼지를 잡는 것을 금하는 것은 아니다. 소를 잡는 것을 금할 뿐이다. 하지만 본래 사람이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어서, 소고기를 먹기 위해 양반들은 천한 백정들에게 웃돈까지 얹어준다.
“조 부사 나리께서 또 소를 잡아 달라 하시었네.”
만우는 지나가다가 백정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를 보고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귀를 기울이자 조 대감이란 이름이 들린 것이다.
“또 말입니까 나리? 며칠 전에 가져다 드렸는데…….”
백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그 집의 총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은병을 스윽 내밀었다.
“여기. 나리께서 자네에게 내리는 하사금이네. 저번에 가져다 준 우육(牛肉)이 맛있었다며 칭찬을 하시더군.”
“어, 어이쿠. 감사합니다, 나리.”
백정은 허리를 넙죽 숙였다. 공짜로 주는 돈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남자는 씩 웃었다.
“부사 나리 집이 어딘지는 알고 있지?”
“그럼요. 기억하고 있습니다요.”
굽신거리는 백정의 어깨를 두드려준 남자가 부탁한다면서 몸을 돌렸다. 사라지는 총관의 등을 바라보는 만우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 털썩. 혼절한 총관의 몸을 담벼락에 기대앉은 것처럼 내려놓은 만우가 비릿하게 웃었다.
“여기라, 이거지?”
만우는 고민하지 않고 총관을 납치했다. 하지만 총관도 은월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만우는 조말생의 저택의 위치만을 알아내고는, 그 저택 앞에 서 있었다.
“확실히 평범하지 않네.”
소 한 마리가 며칠 전에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잔치가 열렸다. 하지만 떠오르는 신성 조말생이 연 잔치에 다른 양반들은 오지 않았다. 기생들을 부르지도 않았고 거지들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소 한 마리를 다 소비했다는 것은, 이 안에 소 한 마리를 먹어치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많잖아.”
만우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만우는 기감에 저택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 규모가 양반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컸다. 거기에 지상 위에서만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지하도 있네?”
만우의 발끝이 고민하지 않고 땅을 밀어찼다. 허공으로 뛰어오른 만우의 신형이 높은 저택의 담을 넘었다. 부드럽게 조말생 저택의 마당에 착지한 만우의 전신에서 막아놓았던 둑이 터진 것처럼 강렬한 기파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 기파가 저택 전체를 휩쓸었다. 고오오오!!!! 개운함을 만끽하고 있던 만우의 기감에 놀란 개미떼들처럼 우르르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조말생 저택의 바깥채를 비롯한 안채와 창고 등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범상찮은 기세를 뿌리는 이들이 몰려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근처 북촌 저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인이 입을 법한 무명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은월루, 맞아?”
하오문을 괴롭힐 정도의 실력이라면 은월루밖에는 없다. 만우는 저들의 평균적인 실력이 하오문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감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문을 상대로 철저하게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가면서 하오문을 밀어붙인 이들은, 은월루가 맞았다.
“본주가 물어볼 게 많아서 말이야.”
만우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시선들을 담담하게 받아내면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순순히 대답해 줄래. 아니면 개박살이 날래?”
“일단 제압해라!”
만우의 시선이 퉁퉁한 몸매를 자랑하는 중년의 여인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어리의 명으로 김향을 데려가 깨끗하게 씻기고 새 옷을 내어준 행랑어멈이었다. 파바바박!!! 조말생 저택의 마당에 흙먼지가 몰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