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화 〉 그랜드 마스터2
* * *
"그랜드 마스터? 그게 말이돼?"
"이상하게 들리실 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레스티아와 그녀의 참모 가든의 대화였다.
이런 내용의 대화는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다를 지라도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세력이 있는 곳이라면 전부 일어나고 있는 대화였다.
"아이작이 아이데스와 함께 공멸하려고 한다는 가정을 하는 것 보다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올랐다고 생각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인 일입니다."
가든의 말에 프레스티아가 어이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네가 무인이 아니어서 모르는 것 같은데 그랜드 마스터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 전설상의 경지일 뿐이지."
"그 전설 보다 지금 정세가 훨씬 더 격정적입니다. 마스터도 훨씬 많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으며 무인이 앞으로 나아갈 이유도 명확한 상태죠."
"... 아무리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는..."
대부분의 세력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랜드 마스터의 벽이 얼마나 높은 지 알고 있는 군주들은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가 됐을리가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랜드 마스터의 벽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이들은 오히려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가 됐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참모들이 일제히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가든의 말 처럼 아이작이 플레아와 함께 공멸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무언가 믿고 있는 게있다는 건데 다른 이들에게 철저하게 숨길 수 있는 정보면서도 그말도 안되는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한 일은 딱 하나 밖에 없었다.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한 척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아무도 안한 건 아니지만 바로 기각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가 모든이에게 제대로 깨지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테니까.
모든 정황증거가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군주들이인정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이작이 올라 있는 경지가 낮아지는 건 아니었다.
"확신할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을 가정하고 움직여야만 합니다."
참모들의 강한 주장에 군주들은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수많은 세력들이 아렌을 도와준다고 나섰다.
도와준다고 해도 그들의 전력을 데리고 아렌세력을 도와준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렌세력 입장에서도 그들의 전력을 끌고 오면 자신의 자친권이 방해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강한 기사들 정도를 지원받는 정도면 충분했다.
'더 뜯어낼 수 있는 게 없을까?'
플레아가 원래 생각한 건 단지 그들의 힘을 사용해서 아이작의세력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 뿐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자신을 지원해준다고 나서니 더 많은 것을 뜯어내고 싶었다.
"아마 기사들을 지원받는 건 이상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을 거야. 애초에 자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잖아."
"아깝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이작이 그랜드마스터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모든 세력은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에 눌려 그를 몰락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는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랜드 마스터 하나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세력을전부 굴복시킬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다같이 들고 일어나 아이작부터 탈락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일은 그랜드 마스터가 그들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까지 지속될 것이고 그렇게 될 때쯤 되면 아이작은 그의 무력 원툴 정도의 세력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가 아무리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해도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작 본체를 남겨두고 팔다리를 다 자르는 식으로 그의세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번엔 이델라가 옆에 붙어 있어서 조금 정도는 전력 보존을 더하고 몸이 아니라 머리를 쓸 수도 있지만...'
그런 이델라 조차 다른 이들의 메인 참모에 비하면 지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이델라는 매력이 높은 이지 지력이 높은 이가 아니다.
플레아와도 비슷한 스텟 배분을 가지고 있는 게 그녀였지만 플레아와 하나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었다.
플레아는 군주였고 이델라는 군주가 아니었다.
플레아는 자신보다 지력이 높은 이를 참모장으로 놓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었지만 이델라는 자신보다 지력이 높은 자를 참모장으로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위치가 이미 참모장이었으니까.
애매한 지력은 지력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게 이번에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이델라 대신 시에린이 있었다면 절대로 아렌 세력에게 전쟁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티가 나지 않았는가.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가 됐다는 것은 최대한 숨겨야 하는 거지 그렇게 쉽게 밝혀선 안된다.
'그쪽도 그랜드 마스터를 과대평가했나 보네.'
모두가 그랜드 마스터를 과대평가하는 것 처럼 그들도 아이작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전설속의 경지니까 혼자서 아렌세력정도는 쓸어 버릴 수있고 다른 세력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군주 정도는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건 오산이라 이말이야.'
아이데스는 당당하게 전쟁에 참여했다.
다른 군주들, 심지어는 세력의 주인인 아렌조차 전장에 직접 발을 들이진 않았지만 오직 아이데스만이 아이작이 과대 평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전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데스를 보는 아이작은 기가찼다
'미친건가?'
다른 군주들은 그랜드 마스터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작에게 죽을 것을 두려워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오로지 그 혼자만 전장에 발을 올린 것이다.
'후회는 저승에 가서 하도록.'
모두의 예상 처럼 아이작은 이미 그랜드 마스터라는 지고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아이작은 자신의 검하나를 들고 아렌세력의 본진으로 달렸다.
홀로 뛰어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아이작을 막아 설 수 있었다.
쐐애애애액!!!
그렇게 아이작이 아이데스를 잡으러 왔을 때 아이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데스와 그를 지키고 있는 한 개의 기사단과 수많은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개 중 아이데스의 기사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아이작을 막기 위해서 외곽에도 기사단을 배치했는데도 그 정도의 기사가 남아있는 것이다.
"자신감이 참 넘쳐나는군."
"그건 내가 할 말인데?뭐 그리 잘났다고 상대방 본진에 홀로 들어오는거야?"
자신을 바라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 아이데스를 보며 아이작은 그가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아이작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작은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어느정도는 존경할만한 사람이자 같은 남군주로서 어느 정도 동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렇게 미쳐 있는 모습을 보기가 참 안쓰러웠다.
"감히 그랜드 마스터 앞에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당당히 하는 지 모르겠군."
아이작이 자신의 검을빼어들며 말했다.
그가 검을 빼 드는 순간 전장을 내리누를 수 있는 강력한 기세가 뿜어져나왔다.
그의 기세를 받은 수많은 기사들이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가 됐다는걸 직감할 수 있었다.
'진짜 그랜드 마스터란 말인가...'
프레스티아쪽에서 온 벨리아가 숨을 겨우 삼켰다.
아이작을 이길 수 없다.
그는 전설속의 경지를 달성한 이다.
그런 절망과 공포가 기사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기사들이 위축되고 겁먹는 것을 본 아이데스가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들 집중!!!"
아이데스의 말이 전장 전체에 퍼졌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성량이 전장을 장악했다.
'이래서 내가 굳이 여기에 온거지.'
다른 세력의 군주들이 혹시나를 위해서 전장에 오지 않았을 대 아이데스는 굳이 전장으로 온 이유는 아이작이 자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고 다른 군주들보고 겁쟁이라고 조롱하면서 자신의 용기를 광고하기 위함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한껏 과대평가 된 아이작의 모습에 겁을 먹은 아이작으로 부터 기사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네가 무력 100이라고?'
무력으로 발산한 기세따위 카리스마로 이겨낼 수 있다.
"상대는 고작 한 명 뿐이다. 마스터 한 명과 제대로 된 기사단 하나면 아무리 상대가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막아설 수 있다. 제군들의 수를 생각해 보아라! 수많은 여성들이 남성 하나를 보고 쫄아 있는 것 처럼 멍청한 일이 어딨나."
아이데스의 외침에 수많은 기사들의 긴장이 풀렸다.
목소리만 들어도 느껴지는 카리스마에 아이데스의말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