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311화 (311/312)

〈 311화 〉 그랜드 마스터

* * *

"왜 그렇게 입술을 만져대?"

"그냥."

대충 넘기려고 하긴 했지만 시에린이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것이다.

시에린은 내가 프레스티아를 사랑하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었고 나와 프레스티아 간의 독대가 방금전까지 이어졌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딱히 시에린이 아니라고 해도 나와 프레스티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기에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아우, 저 입술을 콱!"

내 입술쪽을 바라보면서 재밌는 몸짓을 하는 시에린이었지만 당장 내 입술에 박치기를 날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정치와 전쟁에 집중해서 신경을 잘 못쓰고 있었는데 내 첩 후보에 들어와있는 애들이 간간히 나한테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면 웃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은 기본적으로남녀역전 세계였기 때문에 여성들이 내 세계의 남자들이 쓰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부하들이 그런 방법을 쓰고 있으니 웃음이 조금씩 나온다고 할까?

그래도 재밌어서 기분은 좋았다.

"입술을 뭐, 키스하기라도 할거야?"

"지금은 내 마음이 안생겨서 안할거야. 일이 너무 많거든."

전쟁 뒤처리도 해야 하고 다른 세력들의 견제도 막아야 하고 그녀도 할게 많겠지.

"네네, 열심히 일해주세요. 최고 참모님."

"근데 나, 공작 될 수 있는 거 맞지?"

시에린 팔짱을 딱 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라일라한테 공작 자리를 뺏기는 경우는 내가 그만큼 못해서 그런거니까 그러려니 하겠는데 지금 아렌 밑에 있는 애들한테 공작을 뺏긴다고 하면 일단 화 부터 나거든? 그럴 일은 없는 거 맞지?"

"걱정하지 마. 어차피 제국을 통일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이 가장 강할 텐데 직책 하나 마음대로 배정못하겠어?"

"그러면 다행이고."

시에린이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면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열심히 일하십쇼!"

가볍게 경례를 해 준 뒤 자리에 앉았다.

황제의 위치가 굉장히 가까워졌다.

아직 승리를 확신할 순 없지만 앞으로 내 앞을 가로 막을 파도정도들만 잘 이겨낸다면 충분히 황제가 될 수있는 길을 만들어놨다.

'앞으로 1년안에 아렌을 죽인다.'

아렌의성장과 세력의 성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랐다.

아렌의 지도력은 물론이고 무력까지 빨리 성장해서 시간을 더 들이면 아렌의 생각과는 관계 없이 그녀의 옆에 붙어 있을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거기에 더해 무력까지 강했으니 시간이 지날 수록 아렌을 죽이는 게 힘들어질 것이다.

동시에 아렌이 죽어서 제국의 유일한 혈통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세력을 만들어냈으니 슬슬 우산을 버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더 이상 크게 간섭할 건 없겠네.'

참모진이 좀 적은 걸 제외하면 우리 세력은 정말 훌륭했다.

마스터급 인재도 상당히 보유하고 있고 그랜드 마스터급 인재인 에프로트 역시 근래에 들어서 내 밑으로완전히 들어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기사단 역시 척척 만들어지고 있었고 해군력도 굉장히 날카롭게 다져져 그누구도 해상에서 우리와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 이를 악물 시기는 지났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찬찬히 굴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생각을 가지고 운영을 이어나갈 때 사건이 터졌다.

"선전포고를 했다고?"

"어, 아이작이 우리한테 선전포고했어."

이해가 안됐다.

시에린 역시 나랑 같은 마음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왜?"

"겉으로 들어나는 명분은 자기가 황제가 되고 싶고 우리가 너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어이 없는 명분으로 전쟁을 걸어 왔는데 도대체 왜 전쟁을 걸었는지 모르겠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힘과 아이작이 가지고 있는 힘을 직접 비교했을 때 우리가 살짝 더 앞서 있었다.

시침을 조금 더 과거로돌려서 헬링 연합과 전쟁하기 전의 아이작 세력을 두고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더 강했지만 이미 한 차례 전쟁을 벌이고 그 전쟁의 여파를 회복하기 위해서 힘을 쓴 아이작은 우리보다 명백히 약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연합도 없이 혼자서?"

"어, 혼자서."

우리 정도 되는 사이즈의 집단이동일 수준의 적과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전쟁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랑 하는 거다.

서로의 전력을 쌍소멸 시키면 자신이 이득을 보는 경우, 얘를 들어 2대 1의 상황이라면 충분히 전쟁을 벌일 수 있지만 우리끼리 쌍소멸을 해봤자 헬링들만 좋아한다.

그런데도 우리한테 전쟁을 걸었다는 그들이 생각하기에 우리에게 교환비 상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를 찍었나?'

아이작은 높은 무력 능력치와는 별개로 굉장히 빠른 성장속도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당장 에프로트도 무력100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고 프레스티아 역시 무력 100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남은 걸로 추정되는 데 아이작 혼자서 무력 100을 찍었다고 이상할 건 없었다.

원작에서도 다른 무인들이 무력 잠재력 만땅을 찌기 전에 무력 100을찍고 무쌍을 찍었던 인간이니까.

시기적으로 따지고 보면 아직 무력 100을찍을 시간이 안되긴 했는데 그가 싸워왔던 무장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 됐다는 사실을기억하면 그가 벌써 무력 100을 찍었다고 생각해도 모순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랜드 마스터라는 확실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한테 선전포고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비록 마스터와 제대로 된 기사단 하나만 있으면 막을 수 있는 게 그랜드 마스터라고 하지만 반대로 혼자서 기사단 하나를 묶어 둘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서 기사단 하나가 들어갈 공간이 있어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사단과는 달리 혈혈 단신으로 그만한 힘을 낼 수 있으니 사용할 수 있는힘의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아이작이 그랜드 마스터를 찍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아이작이라고 해봤자 우리 보다 몇살 많지도 않아. 그랜드 마스터는 전설 속의 경지일 뿐인데 그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고?"

시에린의 어이 없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정말 진지하게 말하자 시에린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이작이 우리한테 선전포고를할 이유가 없지 않아?"

"없지... 절대로."

시에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설에 따르면 마스터급인재 여럿이나 명문 기사단에 마스터 조합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하긴 하는데... 하아... 그게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원작의 아이작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력만 가지고 승승장구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랜드마스터가 결투가 아니라 전쟁터를 돌아다니면서 무쌍을 찍으면 그를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없었다.

특히 우리한테는 아직 명문 기사단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작을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과 마찬가지였다.

막으려면 막을 순 있는데 막으러 가는데 시간이 걸려서 일단 손해가 무조건 누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까?

사실상 보병 밖에 없는 곳에 떨어진 탱크나 다름 없었다.

"하아아아아... 이럴 어떻게 하냐..."

"뭘 그렇게 고민해. 연합해서 막아내야지. 우리만으로는 절대로 못 막아 내고 어차피 우리가 뚫리면 다른 놈들 차례라서 놈들도 우리를 도와줄 수 밖에 없을걸?"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시에린이 무거운 한숨을 자꾸 내뱉었다.

나는 그랜드 마스터의 힘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전설속의 경지고 실제로 엄청난 임팩트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지만 그것 하나로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랜드 마스터도 막으려고 들면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에린은 아직 그랜드 마스터를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설 속의 경지라는 이름에 짓눌려 저런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 아이작 정도면 우리 전력만 가지고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어. 아이작만 막아내야 되는 게 아니라서 동맹이 필요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작을 두고 걱정하는 시에린을 보고나는 오히려 안심할 수있었다.

이성적이고 똑똑한 시에린 조차 아이작을 저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다른 세력이라고 해서 다를까?

분명히 그랜드마스터라는 이름에 지레 겁을 먹을 것이다.

그 공포는 우리와의연합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는 심리적인 장벽을 크게 무너뜨리겠지.

'이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어.'

이번 기회에 아이작의 세력을 크게 줄여버리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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