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300화 (300/312)

〈 300화 〉 서막­11

* * *

­서걱!

에프로트의 검이 적의 목을 베었다.

검을 다뤄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그녀였지만 애초부터 높은 무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90근처의 무력을 찍었기 때문에 아무리 주 무장이 아니라고 해도 쓸만한 실력을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이제 막 마스터를 찍은 무인이었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자들에게 마력에 비해서 검술이 너무 낮다는 걸 들킬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겉으로는 82 정도 되는 마력만 노출하면서 그와 비슷한 수준의 검술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지간히 눈썰미가 좋고 정보가 있는 자들이 아니라면 그녀가 에프로트라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 없었다.

무력 90을 앞둔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적을 써는 이유는 오직 하나, 플레아 아이데스를 위해서였다.

참모진들이 하나 같이 플레아 아이데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최종적으로 좋은 전력을 만드는데 이로운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플레아엑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겸사겸사 검도 좀 다뤄보고 다른 무기를 다루면서 벽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전장에 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소득은 거의 없었다.

'비겁한 일이군.'

그녀가 맡은 일은 적진에 몰래 쳐들어 가서 일반 병사를 죽이는 일이었다.

한 번 잠입할 때 마다 안정적으로 20명 정도의 병사를 죽이고 귀환할 수 있었는데 한 명이라는 특성상 언제든지 반복할 수 있고 마스터급 되는 인재를 낙아챌 수도 없었기에 반헬링 연합은 그녀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녀를 전장에 제대로 투입했다면 더 대단한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에프로트의 신분을 노출해야 하기에 플레아쪽에 적지 않은 대가를 치뤘어야 할 것이다.

­주군, 가서 무지성으로 적들만 죽이지 말고 꼭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눈에 두고 오세요.

'전쟁이라...'

모든 전쟁이 다 같은 건 아니겠지만 에프로트가 느끼기에 전쟁이라는 것은 정말로 비겁한 것이었다.

그녀가 처음 전쟁에 나간 것은 프레스티아의 밑에서 아이작과 싸우러 갔을 때였다.

그 때 그녀가 뭘했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비겁한 짓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던 화끈한 전쟁은 기사와 기사 사이의 결투가 아니면 잘 벌어지지 않았다.

군주들은 자신의 병사를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고 두 세력의 군주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는 전쟁을 했다.

언젠가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전쟁이 온다면 격렬한 전투를 눈에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가 경험했던 전쟁은격렬하지도 않고 열정적이지도 않는 지루한 전쟁들 뿐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그런 전쟁의 중앙 지역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게릴라 처럼 적의 전력을 조금씩 깎는 짓을 하고 있다.

한 세력의 군주고 마스터급이 돼서 이런 전쟁을 한다는 게 상당히 화가 났다.

'내 세력을 세워야 하는가?'

졸병을 잡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내 세력을 세운다면 과연 내가 원하는 전쟁을 할 수 있는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런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역량이 부족했다.

에프로트는 스스로 군주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천성, 능력은모두 기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대규모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격렬하게 전투를 치루는 것이 좋았다.

'나는 이 정도 규모의 전쟁도 벌일 수 없어.'

하지만 격렬한 전투는 하고 싶었다.

'내가 프레스티아 헬링의 밑에 계속있었다면 조금 더 치열한 전장으로 갈 수 있었을까?'

가만히 있어도 괜찮았을 텐데 괜히 자만심을 가져서 미래를 더 힘들게 만든 게 아닐까?

'아니, 그럴 일은 없어.'

프레스티아 헬링보다 플레아 아이데스가 훨씬 더 좋고 유망한 군주다.

심지어 프레스티아 헬링의 밑에서는 평범한 보좌 기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플레아 밑에서는 제대로 된 세력 취급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같은 선택을 또 한번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끊임없니 내 신념을 관철해야 할 것인가.'

그녀는 졸병을 베며 자신의 신념을 다시 생각해 봤다.

*********

"후우..."

"왜 이렇게 한숨을 쉬어?"

"일이 많아서 그렇지."

원래 시에린의 일터와 내 일터는 철저하게 분리돼 있었다.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는 게 효율이 좋기도 했지만 효율 이전에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는 게 있기 때문에 무조건 분리를 해놓아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일이, 그 중에서도 시에린선에서 해결하기 힘들고 나에게까지 올라와서 결제를 맡아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아예 한 공간에 책상 두개를 놓고 같이업무를 보고 있었다.

"전쟁쪽을 아무리 라일라가 전부 담당한다고 해도 최종 확인 정도는 받아야 하고 아예 큰 일은 라일라가 알아서 한다고 해도 보급같이 자잘하면서도 중요한것에 대한 결제도 해야 하는데 황야의 업무는 거의 나한테 집중돼 있으니까 진짜 미친 것 같아."

'새로운 참모를 하나 뽑아야 하나?'

사실 내 세력에 참모들은 꽤 많은 편이다.

심지어 제도 아카데미를 나온 상당한 수준의 인재도 상당히 있는 편이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시에린이나 라일라 같이 이른바 1티어 인재라고 불리는 참모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더도말고 덜도 말고 시에린 보다 살짝만 딸리는 정도의 인재를 배치해 두면 지금보다 일이 훨씬 더 편해질 텐데 그런 인재를 아무때나 막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당장 추가할 수가 없었다.

나라고 해서 인재를 얻기 싫은 게 아니었다.

적당히 대단한 인재가 아니라 정말 최상위권 인재들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문제인 것이다.

이미 개화한 인재들은 다른 세력이 다 가지고 있고 아직 개화하지 않은 인재라고 해도 밸런스를 위해서 플레이어가 쉽게 얻을 수 없을 수 없게 설계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당장 뛰어난 인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들여서 얻을 수 있는 인재가 있다면 그것도 아니고.

'결국 운빨을 기다려야 한단 말이지.'

좋은 참모를 영입할 수 있는 이벤트가 오지 않는다면 좋은 참모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남부 왕국을 먹으면 해군쪽도 완전히 다시 재편해야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인력이..."

저렇게 징징대며서도 나한테 새 인력을 뽑아달라는 말을 안하는 걸 보면 하위티어급 인재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에린 수준의 탑티어 인재가 부족한 걸 알고 그런 인재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도 알기에 나한테 별말 안하고 있는 거겠지.

'사실 탑티어급 인재가 하나 있긴 한데 말이야.'

지금 본토에서 아렌황녀를 가르치는 이레아정도면 탑티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데다가 아무리 아렌황녀를가르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전체 시간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시간에 불과했고 그녀의 성격이라면 내 일을 도와줄게 분명했기에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 인간은 진짜 황실파라는 거지.'

내 세력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아렌황녀쪽으로 향하게 하는 정도로 끝나면 걱정을 안한다.

내가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티를 내지 않아도 결국 세력의 구성도를 보면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아렌황녀를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차릴 수도 있다.

시에린과 라일라가 어지간하면 들키지 않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세팅해 놓은 거라고 해도 이레아정도면 그녀들의 설계를 알아차릴가능성이 충분했다.

게다가 이레아는 아렌황녀가 완벽하게 자립하는 걸 원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우리 세력이 아렌황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세팅돼 있다는걸 깨닫는 순간 아렌황녀에게 어떻게든 진실을 전달하거나 날카로운 검을 악착같이 숨기고 결국 내 숨통을 끊어버릴 계획을 세울 확률이 너무 높았다.

이런 상황이기에 마땅한 참모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동안은 시에린이 고생해줘야지.

내가참모처럼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나도 나 나름대로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다.

일단 다른일들 다 재쳐두고 황실파를 제대로 통합하는 것 부터가 엄청난 일인데 내 야욕을 숨기기 위해서 다른 세력원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혼자 해야 하는 일이기에 머리가 빠개질 것 처럼 아팠다.

'그래도 결국 한 번은 해야 하는 일이야.'

제대로 해내기만 하면 내 세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질 수 있으니 아무리 힘들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해도 그 열매는 참으로 달콤했다.

그렇게 즐거운 꿈을 꾸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사건이 터졌다.

플린이 길가던 남자를 겁탈했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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