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99화 (299/312)

〈 299화 〉 서막­10

* * *

전쟁은 시간이 지날 수록 격화되기 시작했다.

서로 슬슬 눈치를 보면서 간만 보던 초기와 다르게 전쟁을 치르는 주요 세력들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대규모 병사들이 맞붙는 회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세력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상황이었기에 서로 방어적이 전략을 펼쳐 병사들이 어마어마하게 죽어나가는 일은 없었지만 한 번 격돌할 때마다 수십명의 병사들이 땅 바닥에 쓰러지는 건 예삿일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백명 이상의 병사들이 땅에 눕는 일도 있었다.

"완전히 힘싸움이네."

서로의 세력이 비슷해서 적을 한번에 뚫지 못해 서로의 병력을 조금씩 소모하면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반헬링 연합은 단기전을 노리는 상황이니 이렇게 힘싸움하는 와중에도 한 번 전장을 크게 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라일라는 전장 주변에서 돌아다니며 승률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반헬링 연합이 헬링 연합한 패배할 확률이 70%가 넘었다.

반헬링연합이 얼마나 대처를 잘 하느냐에 따라서 승률을 올릴 수 있었고 지더라도 약한 피해를 입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서 나온 결과가 70%라는 확률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개입해야 겠는데?'

아이데스 세력에게는 두 세력이 비기는 게 가장 좋은 일이었고 세력 하나가 승리를 거머쥔다고 해도 두 세력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는 게 좋았다.

아이데스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일라는 머리를 팽팽 돌리면서 반헬링 연합에게 연락했다.

두 세력간의 전쟁을 조율하는데에서 전권을 위임 받았기 때문에 아이데스의 허락을 맡을 필요도 없었다.

"아이데스 세력의 군략 참모 아닌가? 우리 세력에는 대체 왜 찾아왔지?"

히스토리아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저희가 당신들에게 지원해 주고 싶은게 있어서 말입니다."

"지원? 또 뭘 대가로 받아가려고 그러지?"

"대가는 없습니다. 마음의 빚 정도면 충분해요."

라일라의 말에 히스토리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지원해 준다고 지랄할 놈들이 아닌데?'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세력들은 자신의 이득이 없으면 남을 도와주지 않는다.

자신의 의도를 감추고 미소만 짓고 있는 라일라의 모습에 히스토리아는 그녀의 뒤에 있는 아이데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유추해봤다.

"알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히스토리아가 머리만 굴리고 있을 때 그녀의 참모인 루이나가 멋대로 입을 열었다.

군주인 그녀의 허락 없이 한 말에 호통을 칠 수도 있었지만 그녀 보다 루이나가 상황파악이 더 잘될테니 히스토리아는 굳이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무엇을 지원해 줄 건가?"

"마스터급 인재 하나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대규모 힘 싸움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고작 마스터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나?"

"저희가 지원해 드리는 인력은 상대가 모르는 전력입니다. 눈앞에서 들고 있는 거대한 칼은 위험하지 등 뒤에 숨기고 있는 작은 칼은 상대의 목을 자를 수 있는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죠."

"마스터를 사용해서 적을 습격하라고? 너무 비겁한 짓 아닌가."

"비겁한 짓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신원도 다 가리고 활동할 텐데 말입니다."

라일라의 눈빛에 히스토리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마스터급 인재를 지원해 준다면서 무언갈 뜯어낸다고 했으면 그녀의 말을 받아드릴지 말지에 대해서 상당한 고민을 했겠지만 어차피 무언가를 대가로 내밀 필요가 없다.

루이나 또한 별 말 없는 걸 보니 그녀의 말을 받아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알았다."

"곧 보내드릴 테니까 중히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 뒤로 간단한 신변 잡기를 한 뒤 라일라가 돌아갔다.

"루이나."

"상대방의 의도는 간단합니다. 헬링들과의 전쟁이 조금 더 격렬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게 목적이겠죠. 아마 저희가 밀린다는 판단을 하고 지원을 결정한 걸거에요. 아무것도 받아가지 않는다고 한 것도 마스터를 쓰기 위해서 너무 많은 자원을 쓰면 기껏 올려 놨던 저희의 전쟁이 많이 밀리게 될거고요."

"우리가 이길 확률이 45%정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마스터를 지원해 준다고 하는 거지?"

"아무래도 라일라가 계산을 잘못 한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 번 계산해봐."

"알겠습니다."

루이나를 믿지 못하는 듯한 히스토리아의 말에 루이나의감정이 살짝 상했지만 라일라가 그만큼 대단한 년이니 한 번 정도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계산해봤다.

이번에 계산한 것 역시 45%에 근사한 수치가 나왔다.

아이데스 세력이 마스터를 보내준 뒤 다시 한 번 계산하니 80%의 확률로 헬링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와 동일한 시기에 아이데스가 바라본 반 헬링파의 승률은 60%가 채 넘지 않았다.

*************

"왠 일로 말을 잘 들어줬네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드릴지는 몰랐어."

반헬링파의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 그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라일라의 말에 따라 에프로트를 그녀들에게 보냈는데 에프로트는 생각보다 별 말 없이 그쪽 전선으로 움직였다.

물론 기본적인 보수는 제시하긴 했지만 추가 조건 없이 바로 갈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장의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나?'

에프로트는 100이 넘는 무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말 빠르게 성장했다.

어느새 90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조금의 무력을 돌파하기 위해서 많은 전투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굳이 무인으로서의 전투 능력을 갈고 닦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해도 군주로서 전쟁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경험이 상당히 유의미하게 작용될 확률도 높았고.

"이 전쟁이 끝이 나면 어떻게 해야할까?"

"안 그래도 참모진들이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전쟁이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일시적으로 헬링쪽과 연관된 세력들은 크게 약해질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지금부터 세력을 키우고 있던 이들이 메인 세력으로 떠오르기도 할테니 그야 말로 격변적인 시기가 찾아오겠지.

내 세력 역시 남부의 왕국을 지배하고 해상권을 장악하면서 세력을 크게 늘려가겠지.

한 쪽이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면 제국이 순식간에 통일 될 수도 있었지만 수많은 세력들이 그걸 원하지 않으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더욱 심해진 난세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일단 슬슬 황실파를 끈끈하게 뭉칠 필요가 있어요. 아렌 황녀를 죽인 이후에 황실파가 뭉쳐있지 않아서 모든 세력이 저희를 버리고 떠나가게 만들수는 없잖아요? 그들 안에 있는 충성심을 고양시키고 완전히 저희 세력에 종속시킬 생각을 해야죠."

황실파는 황실파 특성상 다른 세력 처럼 수하들을 강하게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다른 세력들은 수하들을 강하게 잡아야 한다.

단순히 자신을 지지한다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완전한 수하로 들어와야 안심할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은 단지 강한 세력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 지지하는 척을 하는 것 뿐이지 진심으로 그들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실파는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황실파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제국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지금까지는 그런 이점 덕분에 황실파의 다른 세력들을 수하로 만들필요가 없었지만 아렌황녀를 죽이고 황실파를 완전히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황실파를 제대로 묶고 나에게 제대로 된 충성을 할 수 있게끔 상황을 유도해야 했다.

아렌황녀를 죽인 다음에도 황실파가 해체되지 않아야 하니까.

"전쟁 후에는 정치인가?"

"어쩔 수 없지. 세력이라는 게 다 그런 거잖아."

옆에서 라일라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에린이 대답했다.

"계획대로만 움직지면 5년 안에 아렌황녀를 죽일 수 있을 거야."

5년이라...

'아렌황녀를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심혈을 기울여야 겠네.'

아렌황녀는 무력잠재력도 상당히 높은 년이다.

그년한테 5년의 시간을 주면 어디까지 무력이 높아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스터의 경지까지 발을 딛지는 못할 것 같은데 만약 마스터급이 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것 자체도 힘들었고 암살당해서 죽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된다.

'아예 군주 교육만 시켜야 겠어.'

어린 나이에 마스터를 다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니 지금부터라도 무력 수련을 줄이고 군주로서 사는 법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