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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92화 (292/312)

〈 292화 〉 서막­3

* * *

프레스티아의 적인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에게 식량을 판매한다.

앞의 내용을 자르고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에게 식량을 판매한다만 남겨 놓는다면 단순하게 내 세력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문장이었지만 앞에 프레스티아의 적, 이라는 단어가 그 무게감을 다르게 했다.

단순한 이득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과연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에게 식량을 넘겨주면 그 이후에 닥칠 프레스티아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가.

아이작과 히스토리아가 프레스티아를 누르고 남부에 손길을 뻗어 온다면 과연 프레스티아라는 방파제가 있던 내 세력에게 어떤 손해가 다가올 것인가.

식량을 팔아서 생기는 대금을 제외하고 생각해 보면 결국 단 한 가지 의문만이 남는다.

프레스티아가 몰락하는 것이 나에게 진정 이득이 되는 일인가?

'이득이지.'

워낙 많은 세력이 있는 만큼 자세히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이득이었다.

애초에 프레스티아는 지금 너무 빠르고 많이 성장했다.

다른 세력 눈치 보지 않고 식량들을 태울수 있는 포부가 다른 곳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프레스티아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 프레스티아를 지금의 나로서는 누를 수 없으니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에게 하청을 맡겨서 다시 짓누르게 하면 아무리 프레스티아 세력과 다시 멀어진다고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히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에게 식량을 지원해줘야만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프레스티아의 최고 참모인 가든도 알고 있었다.

"최고 참모가 직접 오다니, 어지간히 급했나봐?"

"급해서 온 게 아니라 중요한 일이라서 찾아 온 겁니다."

예전에는 나한테 반말을 찍찍 내뱉었던 년이 아주 정중하게 말하고 있는 꼴을 보면 상당히 웃겼다.

'얼굴을 보니 프레스티아 한테 딱히 벌을 받은 것 같진 않은데?'

아무래도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한 건 참모진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레스티아가 생각한 진짜 책임자는 다른 모양이었다.

'나랑은 크게 상관 없는 일이지.'

나한테 중요한 건 결국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식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뿐이니까.

"뭐 그리 중요한 일이 있다고 나를 찾아왔어?"

"당신네 세력에 식량이 많이 비축되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데스 상단의 물류를 추적해 보니 이번 농사를 망쳤다는 몇몇 중앙파 세력의 농가 쪽과 깊이 이어져 있더군요."

가든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씩 웃었다.

'이걸 못 숨겨?'

라고 하기엔 너무 뻔히 보이는 수이긴 했지.

시에린도 중앙파 귀족들한테는 전부 들키는 걸 전재로 삼고 움직였으니까.

만약 시에린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전략을 시행했으면 나도 프레스티아처럼 시에린에게 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된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쪽 식량을 뺏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아주 아주 높다는 거죠. 100%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말입니다."

가든이 나를 바라보면서 실실 웃었다.

"잡설은 그만하고,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야?"

"정말 별 거 없습니다. 히스토리아 세력과 아이작 세력에게 식량을 넘기지 말아 주셨으면해서 찾아왔습니다."

되게 직설적이네.

'말을 이리저리 꼬아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한 건가?'

시작부터 이렇게 바로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저희 세력의 말을 따라주신다면, 합당한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가든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 이권들을 나에게 내밀었다.

작은 광산을 운영하고 그 안에서 나는 광물들을 전부 가질 수 있다는 아주 커다란 이권을 가지고 있는 문서였다.

이 이권이 너무 커서 고작 식량을 팔지 말라는 조건에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우리를 아주 호구로 보고 있지는 않은 모양인데?'

아마 우리 세력이 아이작과 히스토리아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유추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내민 이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정도의 이권을 내밀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겠지.

"고작 식량을 팔지 말라는 것 치고는 값이 많이 비싼데?"

"왜 비싼 지 정도는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데요?"

가든이 내민 이권들을 빤히 바라본 나는 그대로 가든에게 이권들을 내밀었다.

"내가 이걸 받아드린다면 내 식량을 아이작이랑 히스토리아에게 팔지 못하게 될 뿐이지?"

"물론입니다."

단순히 식량을 팔지 않는 걸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어마어마했다.

이 정도 이권이라면 솔직히 말해서 아이작이랑 히스토리아에게 굳이 붙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결국 전쟁이 일어났으니 프레스티아 세력은 살짝 약해질 것이고 아이작과 히스토리아의 세력은 식량난 때문에 폭삭하고 무너져 내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을 테지만.

"솔직히 내가 손해 보는 장사 같은데?"

"네?"

솔직히 말해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히스토리아와 아이작 쪽에 붙는 것 보다 프레스티아 쪽에 붙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큰 일인 것은 맞았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뜯어낼 수 있는 이득을 굳이 뜯어내지 않을 필요는 없잖아?

프레스티아 세력 입장에서 히스토리아와 아이작에게 식량이 공급되지 않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청야전술로 버티고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히스토리아와 아이작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병사들이 굶어 죽어 가거나 결국 후퇴하는 걸 보는 것도 두 세력에게 식량이 없을 거라는 전재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내가 갑자기 히스토리아와 아이작에게 식량을 공급한다면 아마 어마어마하게 두들겨 맞고 급락해 버릴 것이다.

내가 처음에 구상했던 것 처럼.

이런 상황에서 내가 프레스티아한테 뭔가를 더 뜯어내려고 한다면, 과연 프레스티아는 그걸 나한테 내주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내가 뭘 바란다고 해도 그냥 내 식량을 히스토리아와 아이작한테 판매해 버리면서 생기는 손해 보다는 약할 텐데?

"솔직히 말해서 너희 세력은 고작 광산 운영권 하나로 세력이 반의 반토막이 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을 막는 거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야."

"더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당연히 있지. 자세한 건 우리 참모장님이랑 이야기 하셔. 지금 당장 불러 드릴까?"

나는 가든의 의사를 보지도 않고 바로 종을 울려 시에린을 불렀다.

미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에린이 곧바로 들어왔다.

"후우... 도대체 뭘 원하십니까?"

"일단 전재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시에린이 키득 대면면서가든의 앞에 앉았다.

"단순히 식량을 판매하지 말라고 하는 건 너희한테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저쪽 세력들한테 직접 물건을 팔지는 않더라도 한 번에 많은 양의 물량을 풀어 버리면 저쪽에서 어떻게 우리가 풀어 놓은 식량을 구해갈 수도 있잖아?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너희가 우리 식량을 전부 사 가는 걸로 방향을 잡는 건 어떨까?"

시에린의 말에 가든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단순히 식량을 팔 권한을 막는 것 과 비싸질 대로 비싸진 식량을 모두 구매하는 것, 어느 쪽이 내야 할 것이 많은지는 명확했다.

'역시 시에린이 머리는 잘써.'

내가 하려던 방식대로 했으면 잔뜩 비싸진 식량들을 전부 처리하지 못하고 가치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걸 가만히 보고만있었을 텐데 시에린이 확실하게 개입하면서 우리쪽에게 유리하게 방향을 틀어놨다.

"알겠습니다."

가든이 이를 악 무고 답했다.

저쪽에서도 마냥 손해는 아닐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의 식량은 충분히 값어치가 높은 물건이었고 우리한테 아무리 비싸게 산 다고 해도 전쟁이 끝난 뒤 프레스티아 세력에서 거리가 먼 쪽의 세력들에게 판매한다면 쏠쏠한 돈을 만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우리가 말하는 걸 말해줄게... 일단 우리 근처에 맞닿은 황야 있지? 그거 다 넘겨. 사실 다른 건 필요 없어. 그것만 넘겨주면 그걸로 끝내줄게."

시에린의 말에 가든의 입이 떡 벌어졌다.

프레스티아의 영지 남쪽에 달린 황야는 이전에야 풀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인구가 적은 황야라고 불렀던 곳이지 그녀가 부임하면서 많은 개발을 진행하면서 상당히 비옥해진 땅이었다.

그런 땅을 통째로 넘기라니...

역시 시에린이 통이 크다.

"왜? 어차피 전쟁에 졌을 때의 손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것만 주면 오케이라니까?"

시에린의 당당한 말에 가든이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너한테 그럴 권한이 없는 건 아니지?"

"전권을 위임받고 왔습니다."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건 곧 책임도 그녀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녀가 시에린의 말을 받아들였을 때 얻을 모든 손해와 이익이 그녀의 책임 아래에 쌓인다는 뜻이다.

"일단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해 보죠. 황야라고 하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가든은 이 일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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