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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84화 (284/312)

〈 284화 〉 겨울이 오다­1

* * *

프레스티아는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사실 프레스티아가 아름 답다는 것은 내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매력 잠재력은 99였고, 군주로서 성장을 거의 다 이룩한 그녀의 매력수치는 이미 99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오래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반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매력 100을 찍었고, 곧 101에 달하는 매력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나만큼 아름답고 예쁜 것은 아니었지만 프레스티아는 매력 100을 찍을 수는 없어도 그녀만의 특징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쁘니 이것이 바로 사랑인 모양이에요."

"하루이틀 사랑한 것도 아닌데 무슨."

그녀가 털털히 웃으면서 고기를 입속으로 집어 넣었다.

내가 입에 넣으면 추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고기였지만 그녀의 입으로 들어가니 그저 적당한 사이즈의 고기 한 조각일 뿐이었다.

"하루이틀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야기해본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서로 얼굴을 빤히 바라볼 수 있는 일도 거의 없고 말이에요."

"네가 나한테 빨리 굴복한다면 하루종일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는데 말이지."

거짓말.

나를 지배함과 동시에 제국을 지배하겠다면서 달려가면서 나랑은 시간을 많이 내줄 수 없으면서.

당장 그녀의 스케쥴 중 대부분이 일로 채워져 있고 간혹있는 개인 시간은 철저할 정도로 관리되어 있는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아마 하루에 한 번도 그녀를 만나기 어려울 거다.

"반대로 프레스티아님이 저한테 굴복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지금 당장으로만 따지고 보면 제가 프레스티아님보다 위에 있는 것 같은데."

입가에 씩 미소를 짓고 말하니 프레스티아가 가볍게 웃었다.

"지금 당장 네가 나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우스운 소리군."

그녀의 기세가 나를 압박했다.

단순히 무섭게 노려보거나 하는 정도는 여유롭게 받아넘길 수 있었지만 마나까지 사용해서 내 몸을 내리 누르니 연약한 몸으로는 제대로 버티고 있는 것 조차 힘들었다.

"지금의 순간으로 따져 보면 너는 나를 이길 수 없..."

"에이, 프레스티아님 너무 치졸하시다."

내 몸을 짓누르는 마력을 겨우 이겨내고 웃으며 말하자 프레스티아의 표정이 팍하고 썩었다.

"프레스티아님이 저보다 강하신걸 제가 몰라서 하는 말 같아요? 세력의 강함에서 제가 더 앞서 있잖아요."

­고오오오

'진짜 빡쳤나 보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압력이 나를 짓누르긴 했지만 이 정도 압력을 참는 것은 그렇게...

아니 이건 어려운 거 맞았다.

단순히 숨만 막히는 게 아니라 피가 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정도로 큰 피해가 내 몸에 가해졌기 때문에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후우..."

다행이 내가 쓰러지기 전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은 프레스티아가 한숨으 내쉬며 기세를 풀어줬기 때문에 나도 어느 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세요?"

"남의 세력이 어떻게 움직일 건지 알려달라고 하는것이냐? 참으로 무례한 자로군."

"세력대 세력으로 묻는 게 아니에요. 그냥 프레스티아님이 저한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지 궁금해서 여쭙느 것 뿐이랍니다."

한 번 싱긋하고 웃은 뒤 말을 이어갔다.

"제 몸을 박살내고 나서도 멀쩡히 잘 돌아갈 미래라면 어지간한 각오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같거든요."

내 고요한 눈빛에 프레스티아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너희 세력의 참모진에게 듣도록 외부인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알았어요."

어느새 식탁위에 있던 음식이 전부 다 비워져 있었다.

내가 먹은 양은 전체 양의 5%도 되지 않았겠지만 나는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프레스티아가 먹는 것만 봐도 배 부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 정도 먹으면 충분했다.

"이 정도 만났으면 충분히 만난 것 같군, 이제 슬슬 돌아가 보는 것이 어떻겠나."

나를 바라보는 프레스티아의 눈빛에는 두 가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나를 벌써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 그리고 지금쯤에서 끊어야 한다는 결단.

나는 굳이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없었다.

그냥 프레스티아의 말에 따르면 되었으니까.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봬요."

나는 그녀에게 꾸벅 인사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어..."

내가 프레스티아의 방을 빠져 나오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상당히 익숙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녹색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인.

프레스티아 세력에서 가장 강력하고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는 마법사.

"하이네스 선배, 오랜만이에요."

"그래... 오랜만이네..."

그녀가 나를 경계하는 표정으로 멈춰섰다.

아니, 경계수준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두려움이 섞여서 보일 정도였다.

'그럴만도 하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내가 고등학교 때 동아리 시간에 가르쳤던 후배가 시간이 흘렀을 때 중소기업들을 각양각색의 전략을 사용해서 없애 버리고 자기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대기업의 오너가 됐다고 생각해 보자.

겉으로는 선배, 반가워요. 하면서 웃으면서도 그 안에 어떤 꿍꿍이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두려움이 들만했다.

"헬링님만 만나고 갈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하이네스 선배를 보니까 기분이 좋네요."

"그래... 나도 반갑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렌황녀님을 모셔야 해서요."

"그래, 잘가라."

내가 하이네스의 옆을 스쳐지나갈 때 작은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아주 작은 마나의 파동일 뿐이었지만 나라고 마법을 안 배운 것은 아니었고 몸에 마나 민감도를 상당히 올려줄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미세한 마나의 요동을 감지할 수 있었다.

"... 하아..."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동안 들린 한숨소리도 포착해 낼 수 있었다.

'나를 죽이려고 한 건가?'

하이네스가 고작 도청 마법같은 것 때문에 저렇게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을 것 같지는 않고 진심으로 나를 죽일 지 말지 고민하다가 겨우 죽이지 않기로 결정한 기분이 들었다.

"선배."

"응?"

뒤로 천천히 돌아 하이네스를 바라보자 하이네스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프레스티아는 당신 보다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굳이 긴 말할 필요 없이 이 정도의 말만 덧 붙였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마차를 타고 내 영지로 돌아왔다.

******

"슬슬 시작한 것 같은데?"

시에린이 자연스럽게 내 집무실의 문을 열면서 말했따.

"그래?"

뭘 시작했는지 물을 것도 없었다.

시에린이 굳이 주어를 빼 놓고 나에게 말할 만한 것은 프레스티아가 드디어 각 지역의 식량창고에 불을 냈다는 것 정도 밖에 없었으니까.

그 정도로 임팩트있는 일이 아니면 저렇게 앞 뒤 다 빼 놓고 말할 리가 없었다.

"우리한테는 큰 문제 없지?"

"미네타가 티 안나면서도 아무런 무제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막아 놨어. 하이네스가 작정하고 뚫으려고 들면 아예 못뚫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시간도 오래 걸릴 테고 들킬 가능성이 천정부지로 올라갈테니까 굳이 공격하지 않았어."

프레스티아가 각지에 있는 식량 창고에 불을 지른 것은 물론 대단한 문제였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 프레스티아가 악마화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진짜 악마가 된다는 건 아니고 악마 처럼 행동하는 상태가 된다는 뜻인데 프레스티아가 미쳐 날뛸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내가 제공해 준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살짝 느끼기는 했다.

"모아 둔 식량은 충분하지?"

"어, 아직 모든 식량을 옮긴 건 아닌데 그래도 몇개월 정도면 모든 식량을 다 옮길 수 있을 거야."

좋아, 일은 잘 진행되고 있구만.

"그 지랄을 하면서 식량을 옮겼는데 아무도 눈치 못챈 것도 웃겨, 중앙파 귀족출신들이라서 그런가? 식량이 불에 타서 세금을 못낸다는 말을 진짜 믿고 아무런 조사도 안하는 거 보면 저렇게 멍청한 놈들이 이 난세에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게 우습기는 해."

당연히 그런 놈들이 난세에 있어줘야지.

그런 애들이 있어야 지금은 약하지만 미래에 반등해서 제대로 된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이들이 나올 수 있는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는 이름 없는 세력들이 천천히 몸집을 불려가고 있을 것이고 그 중 극히 일부는 제대로 된 세력으로 성장할 것이며 그 중에 또 하나 둘 정도는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서나나 다른 거대 세력과 자웅을 겨루게 될것이다.

'이제 겨울이네.'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겨울

이 겨울이 끝나면 제대로 살아 있는 세력이 얼마나 될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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