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화 〉 쉽게 당할 내가 아니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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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우위를 차지한 건가?'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지고, 프레스티아에게 반한 순간 부터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프레스티아에게 있어서 우위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은 갑의 위치를 점한적은 있었지만 세력 대 세력의 측면에서 제대로 된 우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프레스티아에게 구제의 손길을 내밀었고 프레스티아는 그 구제의 손길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함정하나 담겨 있지 않은, 순수하게 프레스티아에게 마음의 빚을 남겨 놓겠다는 생각으로 내민 그 손을 프레스티아는 강하게 잡았다.
그녀가 나를 두들겨 팼다는 개소리는 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냥 한 말로 전락했으며, 그와 동시에 내 세력과 프레스티아 세력간에 조성되어 있던 긴장감이 풀렸다.
세력대 세력에 있어서는 1황녀 때문에 굉장히 적대 관계가 되어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프레스티아와 나에 얽힌 일종의 러브스토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시민들은 역시 마음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면서 상당히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1황녀가 아직 죽은 것도 아닌데 1황녀를 지지하고 나선 이가 1황녀를 공격한 이와 화해의 제스쳐를 가져가고 있다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욕을 먹을테지만 곧 벌어질 식량방화 사건에 묻혀 그 정도 악명은 악명도 아니게 될것이다.
'식량들에 불을 붙인 존재가 프레스티아라는 게 알려진 순간 부터, 프레스티아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걸을 거야.'
이미 어마어마한 악명을 쌓게 될 테니 조그만한 악명을 얻을 수 있는 일 정도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큰 문제가 생기는 게 일단 내가 프레스티아와 만날 수 없다.
프레스티아가 악명을 날리는 상황에서 내가 프레스티아와 친하게 지내는 듯한 모션을 취한다면 내 명예도어마어마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는 건 식량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프레스티아를 제대로 만나야 한다는 뜻이지.'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한 통 써 보냈다.
매력 100이 올려주는 것은 외모 뿐만이 아닌 듯 내가 쓴 편지는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멋들어져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전생에 이런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 여자애가 있었으면 글씨체만 가지고도 반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내용은 참으로 간단했다.
우리 한 번 만나자.
이 말을 굉장히 분위기 있게 풀어쓴 것 뿐이었다.
프레스티아도 마땅히 내 말을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맨날 프레스티아 프레스티아 노래를 부르는 변태라서 그렇지 프레스티아 역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그녀가 식량을 불태우는 대 사건을 일으키면 나를 만나기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것을 아주 잘알고 있을텐데 지금 처럼 좋은 타이밍에 나와 만나자는 제안을 안 받을 이유가 없다.
"플레아. 프레스티아한테 편지가 왔는데?"
"응?"
나는 순간 적으로 내가 시간을 착각했는 줄 알았다.
분명히 나는 오늘 오전에 프레스티아한테 편지를 보냈는데 그 답장이 벌써 왔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편지를 가장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마법을 이용해서 보내는 것이었지만 나와 프레스티아 세력의 사이가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법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편지를 가장한 마법폭탄이라도 보내면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프레스티아가 있는 곳 까지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도 시간이 꽤 걸릴거고 프레스티아가 내 편지를 읽는 데에도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며 내 필체를 보고 귀여워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편지를 쓰는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다시 부하를 통해서 편지를 보내는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걸릴 일이 많았는데 벌써 부터 프레스티아의 답장이 왔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설마...'
나는 아주 낮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면서 시에린이 내민 프레스티아의 편지를 받아 열었다.
[한 번 만나지.]
프레스티아의 편지에는 내가 보냈던 편지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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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아님과 제가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다니, 이건 정말 엄청난 우연아닌가요?"
내가 콧소리를 잔뜩 넣으며 말하자 프레스티아가 작은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의 장문의 편지와 내 단문의 편지가 도대체 어떻게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거지?"
"결국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뜻은 완벽하게 같으니 같은 내용이라고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나요?"
프레스티아가 코웃음을 치면서 나를 내려다 봤다.
'아직도 네가 갑인줄 아니?'
지금까지는 네가 갑이라서 막 대해도 내가 반항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내가 권력을 쥐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줄까?
"뭐, 우리 프레스티아님은 제가 보고 싶어서 저를 두들겨 팼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실 정도의 로맨티스트시니까 아무리 단문의 편지라고 해도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뜻이 제가 쓴 편지와는 차원이 다를 만한 일이죠."
"윽..."
내가프레스티아의 상처를 푹하고 찌르고 들어가자 프레스티아는 당당한 표정을 어느 정도 집어 넣고 상당히 당황한 듯한 모습을 취했다.
'이렇게 당황하는 프레스티아도 귀엽네.'
"왜 그러세요? 설마 제가 한 말에 상처 받은 건 아니죠?"
"아니다."
왜 메스가키라는 존재가 상상될 수 있는 지 깨달았다.
내가 직접 해보니까 상대가 겁나 귀엽고 하찮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프레스티아 하면 생각나는 것 멋있고 아름답고 강하다는 이미지인데 이렇게 공격권을 쥐고 있는 입장이 되니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에이~ 상처 받으신 것 같은데요?"
내가 작정하고 공격해 들어가자 프레스티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노려봤다.
내가 이 세계에 환생한지 안됐을 때는 저 정도 눈빛만 받고도 너무 무서워서 엉엉 울었는데 이제는 이 세계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솔직히 프레스티아가 전략적인 이유로 나를 공격했을 때도 그녀가 나에게 배려심 없이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그녀에게 공포를 느끼기는 커녕 그녀의 주먹맛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기뻐했을 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프레스티아에게 미쳐있었으니 고작 저 정도 눈빛따위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만해라 한 번만 더 하면 너에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
"아이쿠, 그건 안되죠. 프레스티아님이 화내시는 모습은 저도 보고 싶지 않답니다."
적당히 대답하면서 상위에 깔려 있는 음식을 집어 먹었다.
이렇게 프레스티아와 독대하면서 음식을 먹으니그녀와 처음 맛있는 음식점에 갔던 것이 기억났다.
내가 현대에서는 입도 대지 못했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에 정말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 때 먹었던 음식보다 훨씬 더 퀄리티가 높은 음식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 맛을 가지고 있는 음식 정도는 나 또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 정도 음식으로 만족할 수 있는 역치는 한참을 벗어 났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은 어떻게 잘 맞나?"
"네, 정말 맛있습니다... 근데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거 맞습니까?"
"물론이지."
상 위에 차려진 음식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나같은 꼬맹이 체형이 오면 수십명이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군대에 소속되어 있는 일반병사 같은 장정이 와도 몇 명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는데 이 많은 양이 프레스티아의 뱃속으로 다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엄청나긴 했다.
'하긴 프레스티아는 원래도 많이 먹었다.'
남녀역전이 일어나기 전에도 프레스티아는 많이 먹었다.
플레이 함에 따라서 프레스티아와 만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주어졌는데 그 때는 아가씨 같은 체형에 탄탄한 근육을 숨기고 있는 상태로 등장함에도 엄청난 양을 먹어치울 수 있었는데 지금 처럼 완벽하게 무장형으로 모습을 바꾼 프레스티아에게 이 정도 분량의 음식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양일 것이다.
'근데 진짜 겁나 이쁘네...'
난세는 삼국지를 베이스로 했기 때문일지 몰라도 무력 수치가 높은, 이른바 무인라고 불리는 인재들의 키와 체격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설정되어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프레스티아만해도 2미터는 훌쩍 넘고 크면 2미터 30은 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모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큰 모습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 프레스티아의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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