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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82화 (282/312)

〈 282화 〉 쉽게 당할 내가 아니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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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아를 돌려 보낸 프레스티아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어차피 프레스티아가 플레아를 두들겨 팼다는 사실은 플레아 진영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올 것이었다.

어차피 플레아 쪽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올거라면 더 빨리 움직여서 그녀가 대화의 흐름을 주도할 필요가 있었다.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말아야 겠군...'

손 맛이 아주 더러웠다.

플레아를 굴복시키기 위해서 힘을 쓴다고 생각하면 더럽기는 커녕 음부가 뜨끈해지는 감각이 들 정도로 몸이 짜릿했지만, 철저하게 이득을 위해서 사랑하는 이의몸을 망가뜨렸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녀의 스트레스 때문에 전략 하나를 폐기하는 것이 사실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이 전략을 다시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그녀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보는 손해가 훨씬 더 크다고 느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플레아와 비밀리에 회담을 열었다. 감히 나에게 평화의 손길을 내밀었기에 그 자리에서 잔뜩 두들겨 패 보냈다."

그녀의 말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프레스티아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지.

다른 세력들은 물론이거니와 일반적인 시민들에게 까지도 프레스티아는 이제 다른이들의 눈치 따위는 보지않고 행동하겠다고 이른 것이다.

'일단 일을 저질렀으니 최대한 이득을 뽑아내야지.'

이번일을 통해서 프레스티아 진영이 잃은 것이 아주 많았다.

일단 그녀의 세력에 존재했던 얼마 안되는 신뢰를 잃었다.

사신을 보낼 때 사신을 공격하지 않는 것 처럼 군주끼리 독대할 때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은 아주 당연한 상식이었다.

근데 프레스티아는 플레아를 공격하면서, 그런 신뢰를 깨뜨렸다.

이제는 그 어떤 세력도 프레스티아와 독대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플레아를 직접 건드리면서 어마어마한 악명을 쌓았다.

난세가 고도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플레아라고 하면 아직까지 그가 쌓아왔던 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이미지 때문에 그를 직접 지지하지 않는 이에게도 호감을 많이 사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두들겨 패고 혼수 상태로 만들어 놨으니 당연히 어마어마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괜찮아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어.'

프레스티아의 세력은 굉장히 빠르게 성정하는 중이기 때문에 어중이 떠중에 같은 놈들이 그녀에게 반감을 갖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사실 플레아를 공격하면서 쌓은 악명에 비하면 이득은 명함도 제대로 내밀지 못한다.

하지만 어차피 많은 악명을 쌓을 것이기 때문에 악명에 의한 손해를 줄일 수 있어 이런 전략을 구사한 것이었다.

상대 군주를 두들겨 패서 다치게 하는 전략의 가장 큰 이점은 상대에게 본능적인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상대가 다른 이도 아니고 플레아였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끔찍하게 플레아를 공격한다고 해도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히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플레아는 프레스티아가 인정한 미친놈이었으니까.

물론 애초에 플레아가 프레스티아의 공격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으면 이런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결국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대략 보름 정도 되는 시간동안 의식 불명의 상태로 있는 플레아의 빈자리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굳이 제국을 먼저 먹고 너를 먹을 필요는 없지.'

자신의 주군이 병상에 누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플레아의 수하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렌황녀에게 붙어 있는 이들이 프레스티아와의 전쟁을 주장할 것이고 플레아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다음에는 이미 전쟁이 거의 확실시 된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근래에 들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플레아의 세력이었지만 아직 프레스티아 세력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았다.

1황녀 세력이 겨우 수리해낸 제도의 성벽 정도는 돼야 시간이라고 끄는 게 가능한 거지 평지에서 그녀를 감당할 수는 없다.

물론 수많은 세력들이 플레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찾아오겠지만 프레스티아는 그들의 방해를 이겨내고 플레아를 자신의 손 아귀에 넣을 자신이 있었다.

일단 전쟁만 벌어진다면 말이다.

"주군!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렇게 바삐 들어오나."

"플레아 아이데스가... 쓰러진지 8시간만에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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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아가 상대를 혼수상태가 될 정도로 패는 전략은 사실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일이라서 그렇지 제대로 예측해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전략이었다.

프레스티아가 플레이어를 두들겨 패기 전에 플레이어의 생체신호에 반응해서 작동하는 재생마법을 설치해 두면 굉장히 빠른 회복시간 내에 몸을 회복할 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레스티아가 군주들을 두들겨 팰때, 그 때 바로 혼수상태가 될 정도의 상태로 만들면 이동 중에 죽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만 공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처가 그 군주의 세력으로 이동하는 동안 악화되어 딱 혼수 상태가 될 정도로만 피해를 입히는 것인데,역으로 말하면 악화되기 전에 치료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너무 빠르게 만들어낸 전략이라서 앞을 어떻게 할 지 생각을 안해 놨다는 거지.'

잘만 노력하면 프레스티아에게 악명만 뒤짚어 쒸우고 그녀에게 갈 모든 이득을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독대 중에 상대 군주를 때렸다는 것은 사실이니 거기서 오는 악명은 극대화 시키고 내 세력이 원래 그녀를 공격하면서 그녀가 얻었을 이득은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그녀를 공격하지 않게 함으로서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었고, 군주대 군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필 상대가 프레스티아네.'

프레스티아가 누구인가.

내가 사랑해 마지 못하는 분 아니신가.

이렇게 넘어가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겠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나를 공격하는 강도를 많이 줄여주신 프레스티아님의 배려를 생각해서라도,

아니 이딴 위선이 아니라 그냥 나와 그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쓸 수 있는 아주 좋은 전략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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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기는 주군에게 맞은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군이 자기한테 관심을 받고 싶어서 쇼한 것 같다는 사족도 굳이 붙이 더군요."

프레스티아는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허허, 하는 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왜지?"

아무리 생각해도 플레아의 입장에서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것 보다 자신에게 쏟아질 악명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었다.

지금 당장 공격해 들어오면 프레스티아가 플레아를 눌러줄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보다 더 성장한 상태에서 프레스티아를 잡기 위해서 공격해 온다면 아무리 프레스티아라고 해도 플레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 순간의 실수로 세력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겠구나 싶어서 아주 독한 술을 까고 있던 참인데... 뭐? 아무일도 없던 걸로 하자고?

뒤에 굳이 프레스티아가 플레아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사족을 붙여서 연애권력의 차원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이 그에게 손해였다.

'아예 나와 싸우지 않고 싶다는 건가?'

플레아의 말 뒤에 붙은 사족.

그게 아주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프레스티아와 플레아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일반시민들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저 사족을 굳이 붙임으로서 평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플레아가 붙인 사족을 다른 사람들은 아주 크게 받아드릴 테니까.

'솔직히... 거절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이 손을 쳐냈다가는 손해가 너무 막심해진다.

1황녀때문에 멀어졌던 거리를 어느 정도 가깝게 하고 동맹까지는 아니어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플레아와 프레스티아의 세력이 어느 정도 가까워 지게 된다면 프레스티아 역시 이득을 보겠지만 이것저것 종합해 보면 결국 프레스티아가 손해다.

'이런 계산에다가, 연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선택을 한 건가?'

플레아가 프레스티아를 한 번 봐준 행위는 그들의 사이에 길게 남을 것이다.

이 일은 프레스티아의 마음속에 깊히 남아, 플레아 앞에서 프레스티아가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존심이 너무 상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세력이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손을 내미는 플레아의 말에 따라야만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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