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78화 (278/312)

〈 278화 〉 식량 독점­2

* * *

"후우..."

하이네스는 아주 비밀리에 자신의 앞에 놓여진 편지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보내져온 편지에는 아주 심각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다.

'이런 소원을 빌 줄은 몰랐는데...'

같이 캠핑에 가서 다른 애들과 교수님들을 지켜준 대가로 들어주기로 했던 소원이 이렇게 심각하게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 때는 플레아가 군주로서의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기 때문에 뭐든지 다 들어준다는 말을 했지만, 자신의 주군에게 말도 안되는 전략을 부탁하라는 내용으로 소원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망할...'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하이네스는 본인만의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받은 소원이 어떻게 해서든 작전을 실행시키라는 내용이 아니라 프레스티아에게 한 번 말해 보라는 식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에 사건의 심각성 치고는 어느 정도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나한테 딱 부탁만 하라는 걸 보면 우리 주군이 애초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다른 세력의 식량을 불태워서 이득을 얻는 이 끔찍한 전략을 그녀의 주군인 프레스티아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고 프레스티아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거라는 걸 파악해서 자신에게 이런 소원을 빈 플레아의 성정도 소름이 돋았다.

'이놈도 보통 미친 놈이 아니야...'

프레스티아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때 부터 어느 정도 알아 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미친 놈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이런놈이 아렌 황녀밑에 붙었다니...'

정말로 아까웠다.

프레스티아의 밑에 붙었다면 두 머리와 성정을 합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황실을 다시 되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아렌 황녀의 밑으로 들어간 플레아가 정말 너무너무 아까웠다.

'일단, 한 번 말이라도 해보러 갈까?'

하이네스는 바로 일어나서 프레스티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원래는 약속만 미리 잡으려고 움직인 것이었지만 프레스티아의 세력에서도 하이네스 같이 뛰어난 마법사는 그녀 외에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프리패스로 프레스티아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언니가 나는 갑자기 왜 찾아 오셨을까?"

프레스티아의 말투는 정말 부드러웠다.

하이네스는 어렸을 때 프레스티아의 곁에서 자라며 언니 동생 불러온 관계였기에 사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아주 친하게 지낼 정도였고, 가끔씩 삐걱삐걱하는 다른 인재들과는 다르게 하이네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프레스티아에게 실망을 시킨 적이 없었기에 프레스티아가 하이네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부드러울 수 밖에 없었다.

"요즘에 가든이랑 같이 다닌 다더니 노예에 관심이 생긴거야? 늘 말만 번지르르하고 제대로 연애 한 번 못해보더니 이제 노예한테 눈길을 주려는 건 아니지? 언니가 요청한다면 최상급 노예도..."

"그런거 아니야 주군."

하이네스가 목 근처에서 아른 거리는 말을 떠오리며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하이네스의 그 무거운 분위기에 프레스티아 역시 천천히 입을 다물면서 그녀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내가 한 가지 생각한 작전이 있어."

"언니가?"

프레스티아의 의문은 하이네스 따위가? 라는 투와는 전혀 다른 어투였다.

하이네스는 충분히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프레스티아 세력의 내정에는 아예 간섭하려고 들지 않았는데, 이는 그녀의 업무만 처리하기에도 바빠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마법사인 자신이 내정의 영역에 발을 들이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했다.

프레스티아 역시 그런 하이네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마법사로서의 업무만 맡겨 왔었는데 자신이먼저 다가와서 작전을 이야기하겠다고 하니 천하의 프레스티아 역시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내가 작전 생각하면 안돼?"

"그건 아닌데... 내정이랑 담을 쌓고 살아가겠다던 언니의 모습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내정 관련된 일이 아니라 전쟁 관련된 일이니까 그렇지."

하이네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무 이상한 작전이라고 생각되면 아예 무시해도 돼."

"우리 언니가 지금까지의 불문율을 깨고 나한테 직접 말하는 전략인데 무시할 수는 없지."

하이네스는 차라리 프레스티아가 그녀의 생각을 완전히 무시해 주기를 바랬지만 프레스티아의 눈치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한 없이 0에 가까운 것 처럼 보였다.

"별 건 아니고... 식량 창고의 보안이 약한놈들 상대로, 불을 지르는 건 어때?"

"... 언니, 지금 언니가 말한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건지 언니도 잘 알고 있는거지?"

하이네스도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플레아가 준 전략을 보고 이 전략이 자신의 세력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전략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세력들의 힘을 깎아 내림과 동시에 일을 실행하기 전에 많은 식량을 비축해 둔다면 그 만큼 더 높은 위치에 설 수 있는 전략이었다.

아무리 보안이 뛰어난 식량 창고라고 해도 하이네스 같이 뛰어난 마법사가 직접 움직이면서 불태워버리면 막을 수 있는 세력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렇게 효율 좋은 전략이었지만, 이 전략을 지금까지 그 어떤 세력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위험부담이 아주아주 크지, 수많은 적들을 만들어 낼 거야."

"잘 알고 있네, 우리 참모진에서도 한 번 나왔던 전략이었어. 일단 보류시키긴 했지만,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서 우리한테 가해지는 손해가 너무 크긴 하지."

다행이 그녀의 말을 들어 주지 않을 분위기라 하이네스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작정하고 쓰려고 하면 아예 못 쓸 전략도 아니야. 어차피 악명이라는 건 어느 정도 한계 이상으로 쌓이지 않는 법이거든? 다른 세력의 식량을 불태우는 정도의 악명을 쌓는 대신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일들을 마구 저지르고 다니면 엄청나게 얻은 악명조차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이득을 얻을 수도 있어. 그래서 보류만 해둔 방법이었는데, 언니가 직접 이렇게 건의해 준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프레스티아의 반응에 하이네스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전략이 눈앞에서 실행되려고 하고 있는것이었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마, 언니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악마라서 일어난 일이니까, 절대로 언니때문에 일어난 일 아니니까 부담 가지지 마."

하이네스를 잘 알고 있는 프레스티아는 하이네스가 스스로가 낸 아이디어에 의해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우리 언니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걸?'

하이네스에 대해서 잘 안다고 자부했던 프레스티아지만, 하이네스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프레스티아는 하이네스의 뒤에 플레아가 서 있을 거라고는 아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하이네스가 자신의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완전히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 전적이 있어야 지금 보여주는 모습과 비교해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런게 아예 보이지 않았다.

하이네스의 성격이라면 속으로만 생각했던 끔찍하지만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조심스럽게 프레스티아에게 다가와서 묻는 것 역시 그다지 이상한 일을 아니었기에 그녀는 하이네스의 뒤에 있는 플레아를 볼 수 없었다.

그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애초에 시에린이 이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레스티아는 당장 가든을 불러서 구체적일 일 처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악명을 쌓는 대신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정리하고 그 경중을 나누는 작업이 이미 진행되어 있었다.

이미 기초적인 일 처리는 다 마친 뒤 언제든지 실무에 맞게 조금만 변형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프레스티아는 그 방법들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죄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국을 먹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플레아를 굴복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악명을 쌓아 놓으면 나중에 제국을 안정화 시키는데 더 많은 힘을 들일 지도 몰랐지만, 그녀는 그런 반감들을 모두 제어하고 그녀의 아래에 복속시킬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가든과 함께 짜 놓은 전략들을 실행의 차원에 옮기는데 어떤 주저함도없었다.

그 전략들을 행하는 것 보다 그냥 평범하게 움직였을 때의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하이네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생긴 하이네스의 충성도 하락보다 더 작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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