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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71화 (271/312)

〈 271화 〉 깨달음

* * *

"크리스틴님! 플레아님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적을 섬멸하라고 하십니다!"

"최대한 빠른 속도라..."

크리스틴 또한 헬링이 1황녀에게 합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1황녀가 아니라 제대로 된 황제님이고 황제가 멀쩡히 있는 데도 불구하고 황녀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다음 황제가 되려고한다는 것을 명분삼아서 공격해 온다고 하는 데 크리스틴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것이 본 목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1황녀에게 합류하는 척 하면서 중앙을 먹으려고 들든, 아니면단순히 플레아를 방해하기 위해서 공격하러 온 것이든 아주 간악한 목표로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되도록이면 헬링이 합류하기 전에 뚫어야 겠군."

크리스틴은 재빠르게 청기사단을 모았다.

청기사단은 명문 기사단이고 크리스틴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였다.

두 무력집단이 입을 합치면 소드 마스터가 몇명이 있어도 좋은 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데 이는 굳이 상대가 소드마스터가 아니라 일반 보병이어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전력에서우리가 과하게 앞서지.'

적의 전력이 만 명 정도의 병력이었다.

있는 병력 없는 병력 모두 끌어 모아서 만든 병력이라서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민간인들도 많이 끼어 있었는데 청기사단의 인원만 천 명이었다.

막말로 시간만 있으면 청기사단만 가지고도 보병을 모두 쓸어 버릴 수 있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다.

난세가 격해지면서 제국 곳곳에서는 이전의 명예에 반하는 행동들이 자주 등장하고 는 있지만 그녀는 아직 명예에 목숨을 걸고 있는 기사들 중에 하나였다.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지.'

보병을 학살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적진 으로 빠르게 돌파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 뿐이니 명예가 실추되진 않을 거다.

"다들 진격하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천 마리가 넘는 말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기사단이 쓰고 있는 말은 플레아가 비싼 돈 들여서 사온 명마들이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진군할 수 있었다.

­서걱!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가장 앞장서서 공격해 들어가는 크리스틴이 검을 휘둘를 때마다 수명의 병사들이 땅으로 쓰러졌고 그 뒤로 기사단들이 따라오면서 자신들을 막는 모든 것 들을 썰어 버렸다.

"히이이익!!"

그 압도적인 모습에, 1황녀의 병사들은 길을 비켜줄 수 밖에 없었다.

한 세력의 병사로서 보여서는 안되는 불명예 스러운 모습이어지만 크리스틴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병사였다.

잘 훈련된 정예병들이 창을 세우고 받아 내려고 해도 막는 것이 쉽지 않은게 정예 기사단인데, 어떻게 제대로 훈련을 받지도 않은 이들이 막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막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았고 그들이 겁을 먹고 피한다고 해도 비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1황녀가 있는 곳 까지 돌진한다!"

그녀가 1황녀가 있는 성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돌진해 갔다.

병사가 있으면 당연히 수성전을 해야지, 병사들은 밖에 있고 1황녀는 성안에 있게 된 이유도 상당히 웃긴 데, 1황녀가 처음에는 먼저 공격할 생각으로 성밖으로 나왔다가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복병이 튀어나와 1황녀들의 병사를 위협하면서, 성문을 열지 못하게 방해했기 때문에 일반 병사들은 안으로 들어갈 수 가 없었다.

병사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1황녀와 그 측근들만 성벽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많은 병사들이 분노를 표출했지만 그녀들은 사실상, 성 안에 자신들의 가족이라는 인질이있는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에 화를 표출해내지도 못했다.

"크리스틴!!! 지금 뭐하는 건가!"

빠르게 돌진하는 그녀의 앞으로 익숙한 얼굴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이게 누구신가? 엘리스 아니야?"

"네가 어떻게 황제님을 배신하고 다른 세력에 붙을 수가 있는가!"

엘리스라고 불린 여자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거대한 할버드를 들고 크리스틴을 노려봤다.

"황제님을 배신했다고? 나는 황제님을 배신한 적이 없다. 너 설마 1황녀님을 황제님이라고 칭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당연한 말이다! 그 분은 제도를 차지했고 황위에 오르셨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행위는 반란이다!"

"너는 옛날 부터 그게 문제였어. 1황녀님은 황제의 자리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야, 내가 그녀를 따랐던 건, 2황녀님의 주변에는 중앙파들이 득세하고 1황녀의 주변에는 황실파들이 많았기 때문이야. 1황녀님이 먼저 수하들을 실망시키셔서 또다른 적통이신 아렌황녀님을 다르고 있는 건데,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반란이 될 수 있지?"

"말도 안되는 망발을 하지 마라. 네가 하는 것은 명백한 반란이다."

"그래, 뭐 반란이라고 치자."

크리스틴이 자신의 검을 들고 엘리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일단 좀 비켜주지 않을래? 우리가 굉장히 바빠서 말이야. 아무리 바빠도 안면이 있는 여자의 몸을 자르고 지나가기는 싫은데 좀 꺼져주겠어?"

"내가 있는 한, 너희는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엘리스가 할버드를 듣고 크리스틴을 노려봤다.

"네가 무슨 그랜드 마스터라도 되는 줄 알아? 전설에 따르면 그랜드 마스터도 정예기사단이랑 소드 마스터가 있으면 해볼만 하다는데 너 따위로는 우리를 못 막아."

엘리스가 말 없이 할버드에서 기를 분출시켰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로 미루어 볼 때 크리스틴 보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력으로 따지면 3 정도,

개인과 개인의 싸움에서 무력이 3차이가 난다는 건 사실상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말이었지만 크리스틴의 뒤에는 1000천명에 달하는 기사들이 든든하게 그녀의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래, 맞다. 내 실력으로 너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엘리스의 몸에 담겨져 있던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이 한몸 불사르면! 헬링이 합류할 때 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덤벼라!"

엘리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크리스틴이 혀를 내둘렀다.

'이러면 귀찮아 지는데.'

엘리스가 쓴 기술은 마나 폭주라고 불리우는 그녀의 가문에서 내려오는 전승 기술 중 하나였다.

향후 한 달 정도 큰 부작용에 휩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마어마한 힘의 상승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그녀를 돌파해야 하는 크리스틴의 입장에선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 네가 마나 폭주를 쓰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

크리스틴은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엘리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이전에 크리스틴이 봤던 마나폭주의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더욱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목숨을 버릴 생각이냐?"

"황제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 정도 까지 마나를 폭주시킨 이상,엘리스는 반드시 죽고 말 것 이다.

"미련한 놈..."

1황녀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했는데 고작 시간을 끄는 것 정도로, 자신의 목숨을 내줄 수 있을 지는 상상도 못했다.

적당히 막다가 쓰러지면 그래도 이전의 우정을 생각해서 목숨은 살려줄 생각이었는데 스스로 죽을 곳을 찾아가는 엘리스를 보니 참으로 우스웠다.

"그래, 한 번 제대로 싸워보자고!"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시간 안에 그녀를 뚫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다른 길로 간 라이넬 경이랑 에프로트님이 알아서 해주시길 바라야지.'

그녀들에겐 크리스틴 처럼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기사단이 없었지만, 반대로 그녀들을 막을 존재도 없었다.

"와라!"

그렇게 엘리스와 크리스틴이 격돌했다.

*****

제도의 성문에서 격렬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을 때 아렌황녀는 이레아 한의 교육을 듣는 중이었다.

"오늘은 정치적으로 특별한 일이 일어났으니 그 일에 대해서 다루고자 하는 데 괜찮으신지요."

"네, 괜찮아요."

아렌황녀는 예의 바르지만 조금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레아 한은 굉장히 예의 바르고 아는 것도 많은 좋은 스승이었지만 자꾸 플레아에게 의지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이 가지 않았다.

"프레스티아 헬링이 1황녀에게 합류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녀는 그녀가 생각했던 답을 읊었다.

"아이데스님을 방해하고 중앙을 먹기 위해서 입니다... 근데 저 하나 궁금한 점이 있어요."

"말씀해 보십쇼. 황녀님."

"헬링이 중앙을 먹는다고 해도 결국 언니의 밑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결국 남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데 아무리 중앙을 먹는다고 해도 헬링에게 큰 이득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헬링은 한참동안 1황녀님의 밑에서 세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키우다가 스스로 1황녀님을 죽이고 다른 세력이 1황녀님을 암살했다고 이를 겁니다. 그와 동시에 1황녀님이 가지고 있는 위상을 그대로 흡수하게 되겠지만... 일단 아이데스님이 움직인 이상... 왜그러십니까?"

아렌황녀가 멍한 표정으로 이레아 한을 바라봤다.

"자기가 황녀를 죽이고, 그 위상을 흡수할 거라고요?"

"네, 하지만 아이데스님이 움직이신 이상..."

아렌황녀에게 더 이상 이레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플레아 아이데스, 단 한 사람의 얼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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