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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66화 (266/312)

〈 266화 〉 아렌 황녀의 새 스승­1

* * *

이델라는 진짜 내 개인적인 일들을 알고 싶었던 것인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서 물어왔다.

권력욕에 대한 건 그래도 어느 정도 세력적인 성격을 띄고 있으니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동물같은 걸 물을 때는 그걸 왜 묻는 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뇌물로 바치려고 하는 건가?'

아무튼 이델라는 나와 지극히 짧은 이야기를 한 뒤 그녀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아이작의 세력에 비난을 한 입장이기 때문에 괜히 그녀와 가까이 붙어 있다가 누가 눈치채기라도 하면 큰 일이 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이작 세력도 견제하긴 해야해.'

지금당장의성장 동력을 끊기보다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끊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를 하는 것이 좋았다.

되도록이면 아이작 세력과 동맹을 유지하는 세력의 수를 줄이고 이델라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주로 성장하는 것이 좋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시에린에게 말하니 시에린이 대전략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답했다.

'역시 뛰어난 수하가 있으면 몸이 편하단 말이야.'

아이작의 일은 시에린이 대전략을 세우고 참모진들이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렇게 계획이 완성됐을 때 나에게 보고가 들어올 것이고 나는 그 계획을 진행할지 말지 판단하면 되었다.

'힘이 필요해.'

아이작을 제어하는 것도 분명히 도움이 많이 되는 일이었지만 근본적인 나의힘을 끌어 오리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영토를 넓힐 수 없는 상태라서 해상장악력과 상업적인 부분에서 힘을 키우고 있긴 했지만 아직은 모자랐다.

'다른 왕국을 노려야 하나?'

제국내의 영지는 입지가 입지다보니 함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지만 다른 왕국의 영지라면 지금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다른 왕국의 영토를 빼앗는다고 해서 내 입지가 휙하고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타 왕국과의 전쟁이 발발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올라가는 일이었지만 딱 하나 공격해도 괜찮은 왕국이 하나 있었다.

'세리티아 해상왕국.'

제국의 남부 바다에서 꽤 많이 내려가면 존재하는 군도에 존재하는 작은 왕국인데,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곳에서 어떻게 왕궁이 탄생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은 난제였다.

그 곳을 공격해서 점령한다면 뒤탈도 적고 남부 특유의따뜻한 기후에서 나오는 식량도 소폭 지원받을 수 있을 뿐더러 위치상 내가 해상을 장악하는데 더욱 큰 도움이 되는 곳이다.

'일단 한 번 해상을 완전히 먹으면 보험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대로 식량 생산량도 상당한 편이고 깊은 바다에서 싸울 수 있는 해군을 육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있는 지역이긴 했지만 문제는 내가 그곳을 침입할 명분이 없었다.

명분은 세력과 세력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물론 난세다 보니 단순히 자기 세력의 이득을 위해서 일을 벌인다고 해도 다른 이들이 비난을 할 정도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아렌황녀를 모시는 황실파의 사람이었다

지고하고도 고고한 황실의 분위기에 따르면 결코 명분 없는 전쟁을 벌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당장은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야.'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1황녀가 나를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군사를 남쪽으로 돌렸다간 내가 약해졌다고 생각한 다른 세력이 그녀에게 합류할 지도모르는 일이었다.

"라일라, 잠시 내 집무실에 와주겠어?"

각 집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마법기구를 통해서 그녀를 부르니 그녀는 상당히 상기되어 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쟤는 내가 뭐 때문에 불렀다고 생각하길래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지?'

"내가 왜 불렀는지 알 것 같아?"

"저는 제 쓰임새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전쟁에 특화된 인재, 주군이 저를 불렀다는 건 곧 전쟁에서 저를 사용하시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죠."

"오오."

내가 가볍게 그녀를 띄워주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네가 생각하는 전쟁은 아닐걸?"

"그러면 무슨 전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희가 치를 전쟁이 1황녀와의 전쟁과 그 이후에 제도를 노리고 공격해올 이들을 상대하는 전쟁 외에 더 있습니까?"

"방금전에 생각한 건데 아무래도 남부의 군도에 있는 작은 왕국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세리티아 해상왕국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라일라가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 말하면 계산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1분 정도 그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티아 해상왕국 정도면 충분히 먹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그곳을 먹으면 해상에서의 영향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테고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하면서 다른 세력의 해상 진출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에 제가 투입된다고 생각하면 살짝 손해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당장 저희가 벌일 전쟁이 없으니 저 같이 대단한 인재을 써도 그리 아까울 것 같진 않군요. 문제는..."

"역시 명분이 없다는 거겠지?"

그녀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끄덕였다.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될 수 있는 장소라고 해도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해 있어서 일반적인 항로로 가면 만날 일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 갑자기 처들어가서 정복하면 어마어마한 비난이 가해질 겁니다."

프레스티아같이 자신의 힘이 곧 세력의 힘인 완전 단일 세력쯤은 돼야 남의 눈치 안 보고 막 행동할 수 있지 황실파 전체를 대변하는 입장이 되어 있는 나로서는 명분과 명예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 명분을 만드는 과정부터 라일라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데 충분히 해줄 수 있겠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세리티아 해상왕국을 공격하는 것이 다른 세력들에게 칭찬을받을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게끔 꾸밀 수 있으니까요."

라일라가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웃음엔 어두운 기색이 잔뜩담겨 있었는데 그 미소가 적이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그녀가 내 편이라고 생각하니 이만큼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내가 특별히 허용해줘야 하는 권한 같은 거 없어?"

"이미 저한테 굉장히 많은 권한을 허용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정도 권한만 있으면 세리티아 해상왕국 정도는 여유롭게 점령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보고서를 올릴테니 수정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건드려 주십쇼."

"그래, 너한테 믿고 맡길게."

시에린에게 일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 라일라에게 일을 맡겼는데 이렇게 되면 또 한 가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무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있던 라일라지만, 그녀에게는 아주 중요한 업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아렌 황녀를 가르치는 일.

그녀의 나이가 아직 20살도 되지 않았지만 워낙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로 자라날 아렌황녀를 가르치는 데 그녀만큼 적합한 자가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남부로 파견을 나가게 되면 더 이상 아렌황녀를 가르칠 사람이 없다.

행정직 인재의 수 자체는 모자란 편이 아니었지만 아렌황녀를 맡길 정도로 뛰어난 사람은 없었으니까.

'외부에서 인재를 들여야겠군.'

마침 적당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라일라 다시 한 번만 내 집무실로 와."

한 번에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서 괜히 두 번 발걸음 하게 만들었지만 라일라는 그 어떤 불만도 늘어놓지 않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라일라 네가 남부로 떠나게 되면 아렌 황녀님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잖아?"

"맞습니다. 확실히 저만큼 뛰어나고 저만큼 잘 가르치는 사람을 찾는 것이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죠."

라일라가 어깨를 내밀며 자신의 지식 수준을 자랑했다.

자신감이 강한 건 좋은 데 저렇게 대놓고 자랑하니까 굉장히 약이 올랐다.

"그래서 일단 제가 없는 동안은 기사수업에 전념하도록 하고 제가 돌아온 다음에 행정 수업을 이어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나눠서 하는 것 보다는 동시에 수업을 듣는게 아무래도 더 좋지?"

"네, 배움은 꾸준히 해야 효과가 큰 법이니까요. 하지만 제 수준으로 가르칠 수 없는 이들에게 배워봤자 그렇게 큰 효과는 없을 겁니다."

다행이 나는 라일라만큼, 아니 라일라보다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 하나를 알고 있었다.

이전에 만났을 때는 영입 제안을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었지만 이제는 한 번 찔러보는 것 정도는 손쉽게 가능한 사람.

"라일라, 네 스승님이신 이레아 한 선배님께 아렌 황녀님을 맡겨 보는 건 어때?"

갑자기 그녀의 스승의 이야기가 나올지는 몰랐는지 그녀의 눈이 땡그랗게 떠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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