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화 〉 아이작 세력과의 밀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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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델라가 아주 매력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고작 유혹 따위에 넘어갈 만큼 한심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남자한테 미인계를 사용한다는, 이 세계의 상식에서는 통용되기 힘든 짓 까지 하면서 나를 유혹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글쎄,
당장 내가 여장해도 이델라만큼 아름다울 자신이 있는 데 고작 눈빛 정도에 넘어갈 일은 없었다.
'작정하고 미인계를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옳겠지.'
남자 군주가 미인계를 당한 적은 거의 없을 테니 내성이 업다는 판단으로 진심으로 미인계를 쓰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미인계는 본 목적이 아닐 것이다.
그 보다는 그녀의 입으로 말했던 내 개인적인 모습을 알아 보는 게 더 큰 목적이겠지.
"뭐가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내가 담담하게 묻자 그녀가 눈웃음을 쳤다.
"아이데스님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시나요?"
교태를 부리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당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진심인가?'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그녀가 나에게 미인계를 쓸 확률은 없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장난식으로 도입부를 열기 위해서 썼다기에는 조금 정도 더 길게 유지되고 있는 그녀의 교태스러운 모습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미인계를 쓸 거면 천은 벗던가!'
얼굴 다 가리고 눈만 내민 상태에서 미인계를 쓴 다니 도대체 무슨 발상이니 알 수가 없었다.
"본론부터 말씀하십쇼. 저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저는 아이데스님과 그 어떤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이델라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눈 웃음을 지었다.
"여자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내 말에 이델라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제가 군주라서 다른 이들과 다른 취향을 가지고 계시는 지 아시는 것 같은 데 저는 멋진 여자가 이상형입니다."
프레스티아 같이 끝내주게 멋있는 여자가 나의 이상형이지.
"그리고 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여자가 제 이상형이죠. 정치적인 의도에 따라서 저를 꼬시려고 하는 여자 보다는 순수하게 저를 좋아해줄 수 있는 여성분이 좋습니다. 도대체 뭘 원하시는 겁니까? 미인계 같은 건 저한테 전혀 통하지 않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보십쇼."
내 담담한 말에 이델라의 교태스러운 미소가 풀어졌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내가 눈치가 빠른 게 아니라 지금까지 너한테 미인계를 당해왔던 남자들이 눈치가 없는 거야.'
하긴 이 세상 그 어떤 여자가 남자한테 미인계를 쓸 걸 대비하고 있겠어?
적당히 잘해주면 자기가 진짜 좋은가보다 하고 헬렐레 하고 넘어가겠지.
"제가 원하는 건 아까 말한 것과 같습니다. 아이데스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죠."
이델라의 눈이 아까와는 다르게 반짝거렸다.
'그래, 그 눈빛이 차라리 났네.'
교태롭게 빛나는 것 보다는 나에게 원하는 게 있다는 듯 빛나는 모습이 확실히 보기 좋았다.
"아이데스님은 도대체 원하시는 게 뭡니까?"
"제가 원하는 건 제국이 완전히 바로 서는 것 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제국의 황제는 아렌님이 되셔야 할 거고 말입니다."
내 즉답에 이델라가 혀를 내둘렀다.
"상상을 초월한 즉답이군요. 조금 정도는 생각을 정리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대답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언제나 황실을 위해서 움직이니까요."
"황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시냐고 여쭈려고 했는데 그런 질문은 할 필요조차 없는 모양입니다."
"저는 황제의 자리에는 전혀 욕심이 없습니다. 만약 그리 물으셨다면 저는 아마 호통을 쳤을 겁니다."
그녀의 눈에서 약간의 의심이 사라졌다.
워낙 빠르게 즉답한 것이기도 하고 애초에 내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내가 다른 마음을 먹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둔 것 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권력에는 아예 욕심이 없으신 겁니까?"
"천만에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야 했다.
절대로 황실을 배신하지 않고 철저하게 황실만 따르는 모습조차 내가 증거를 많이 보여서 그렇지 자연스럽게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권력욕까지 없다고 말한다?
권력욕 하나 없이 아렌을 끝까지 밀어줄 만큼 선한 사람이면 아무리 쌓아 놓은 게 많아도 의심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저렇게 착할 수 있지? 라고.
'애초에 권력욕이 없는 척도 못해.'
황실에 충성하는 것 정도는 연기할 수 있다.
물론 권력욕이 없는 것도 연기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내 세력을 키우지 못한다.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권력에 욕심이 없는 상태로는 불가능하니까.
"저도 높은 권력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는 아렌 황녀님이 차지하실 테니 그 자리를 넘보는 건 신하로서 부적한 자의 짓이고 공작위 정도는 얻고 싶습니다. 일인 지상 만인 지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욕심이 많으 시군요."
"그렇게 느껴졌나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이들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 보다는 제가 권력을 차지해서 아렌황녀님을 밀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을 테니까요."
이제 슬슬 역공을 가해 볼까?
"그러는 이델라님에게는 권력 욕심이 없으십니까?"
"저는 이미 충분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후후 하고 웃으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뭐지?'
그 웃음이 굉장히 꺼림직했다.
짧은 시간 동안 이델라와 대화하면서 얻은 결론은 그녀가 원작의 이델라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라는 것이었다.
원작의 이델라는 그야말로 소녀소녀한 미인이었는데 지금의 그녀는 뱀이나 다름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세계의 일반 여성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남자가 자신의 위에 있는 것을 마음에 들어할까?
'그럴리가 없지.'
그녀의 웃음을 보고 나는 한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이델라는 아이작 세력의 머리가 아니라 아이작 세력 전체를 조종하는 실세라는 것.
그녀가 뛰어난 매력으로 아이작을 구슬렸는지 아니면 다른 세력원들에게 실질적인 리더로 평가 받고 있는지 까지는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단 한 가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녀는 아이작 세력에서 그녀의 욕심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위치에 존재해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작이랑 만날 기회가 오면 이델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군.'
그의 생각까지 들어보면 아이작 세력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
'원작이랑 너무 다르게 돌아가는데?'
아이작 외의 다른 그랜드 마스터급 인재가 나타나면서 유일한 그랜드 마스터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은 많이 퇴색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가라도 되는 듯 매력 100짜리 인재가 아이작의 연인겸 비운의 여주인공이 아닌 참모이자 비선 실세로 합류 했다.
매력 100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부하들에게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 본다면 원래도 끈끈하게 엮여 있는 아이작의 세력이 더욱 끈끈하게 연결되고 본래라면 영입할 수 없었던 인재도 영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제도를 장악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아이작의 세력은 원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상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커지는 건 문제 없어.'
아직 다른 세력들이 완전히 건제하다.
아이작이 세력을 키운다면 다른 이들이 견제할 것이다.
아무리 강한 세력이라고 해도 지금시점에서는 수많은 세력들이 일제히 견제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하필 제국에서 독립을 선언한 아이작이다 보니 다른 이들 눈치 보지 않고 사정없이 칠 수 있어서 그들의 성장을 억제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문제는 그 후의 일이야.'
난세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세력이 나타나고 몰락한다.
몰락한 세력의 수장이 깔끔하게 죽으면 문제가 없지만 깔끔하게 죽지 않고 다른 세력의 밑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자신의 세력을 꺾은 자의밑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이전에 친하게 지내던 세력이나 자신을 망가뜨린 자의 적에 해당하는 세력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
본래 아이작의 세력은 그런 식으로 세력을 키운 일이 거의 없었다.
아이작 한 명의 강함에 모든 것을 맡긴 세력이었고 워낙 외교활동 없이 날뛰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이델라가 옆에 붙어 있다.
사람 한 명이 붙은 걸로 과하게 달라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난세에서 인재라는 건 그 정도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뛰어난 인재 하나로 세력의 존망이 갈리기도 하니까.
'무언가 대비를 해야겠군.'
흑마법사나 아둔 처럼 게임적 배경 정도로 생각했던 아이작의 세력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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