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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60화 (260/312)

〈 260화 〉 감히 내 사람을 데려가?­1

* * *

아무도 없는 고급스러운 집무실에서 한 여성이 홍차를 마시며 정말 오랜만의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북쪽으로 영지를 늘리는 것도 어느 정도 완료됐고 동쪽에 있는 놈들한테 빨대도 충분히 꽃아 넣었으니 이제 내정을 다스릴 시간이었다.

지배한 영지들을 정리해서 수익을 올리고 병사들을 키우고 병장기를 생산해 낸다.

미리 영입했던 인재들을 훈련 시켜서 기사로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기존 병사들의 정예화를 실시한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할 게 정말 많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밑에 있는 이들이 할 일이었다.

그녀는 전쟁군주로서의 위엄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의외로 전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는 그녀가 할 일이 마땅히 없었다.

굳이 따지면 군주인 만큼 외교활동에 전념하는 게 좋을텐데 그녀의 근처에는 그녀가 외교를 할만한 세력이 없었다.

대부분이 다 쭉정이 세력이었고 그나마 꽤 큰 세력인 플레아 아이데스의 세력은 그녀와 미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오랜만에 개인 수련을 할 때가 왔나 보군.'

전쟁 중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뒤 전쟁만 반복하느라 개인 수련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일반 마스터라면 자신의 한계가 마스터라는 것에 만족하고 그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에 가거나 마스터가 다룰 수 있는 마나보다는 검술 자체에 집중하는 식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재능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어.'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단 하루라도 더 빨리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어마어마해 지는 데 이런 상황에서 개인 수련을 쉴 수는 없었다.

난세에서는 이러한 자신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무려 잠재력이 99인 상황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그랜드 마스터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

그랜드마스터와 마스터를 가르는 벽에서 수년을 발버둥 치다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거나 죽임을 당한다.

그런 기구한 운명이 남녀역전이 일어나면서 그녀가 그랜드 마스터에 오를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켰다.

'그래도 오늘은 쉬어야지.'

오랜전쟁을 끝내고 막 돌아온 참이다.

지금 쉬지 않으면 언제 쉬겠어?

­똑똑

한가롭게 홍차를 마시고 있는 그녀의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그녀가 표정을 찡그리고 문을 바라봤다.

분명 어지간히 심각한 일이 아니면 자신의 티타임을 방해하지 말라고 일렀다.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지금 방문을 건든 사람이 그녀의 휴식시간을 방해하고 싶은 머저리거나 그녀의 휴식시간을 방해하면서 까지 말할 가치가 있는 큰일이 발생했거나.

프레스티아는 제발 전자이길 빌었다.

전자의 경우 당사자를 처벌하고 그녀는 휴식시간을 계속 이어가면 됐지만 후자일 경우 그녀가 직접 움직여야 했을 테니까.

한참을 고생하다가 이제야 겨우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데 이 소중한 시간이 방해 받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누구지?"

"가든입니다."

문 밖에 있는 이가 가든이라는 소리에 그녀의 희망은 99%정도 사라졌다.

가든은 별거 아닌 이유로 그녀의 휴식시간을 방해할 만큼 무뇌한 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방문을 두드렸다는 건 정말 큰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일단 들어와."

가든이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내 휴식시간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 도대체 뭐야?"

"에프로트가 사라졌습니다."

"심심해서 성 산책이라도 나갔나보지 설마 그 까짓 일로 내 휴식시간을 방해한 건 아니겠지?"

말하면서도 그게 끝일리 없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가벼운 일이면 가든이 들어왔을리가 없겠지.

'그게 끝이라고 해도 용서해줄테니까 제발 심각한 일이라고 하지 마...'

"주변 인물들의 말을 들어보니 적어도 삼일 전부터 안에서 나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승마도 3일 동안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군요."

"3일 동안 나온 흔적은 없는데 지금 집 안에 에프로트는 없다는거지?"

"정확하십니다."

"큰일 맞네..."

프레스티아의 속에서 스트레스가 팍하고 올라왔다.

"후우... 개같은 년이 어디를 간거야."

그녀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독립하고 싶다고 계속 지랄해서 프레스티아와 에프로트의 관계가 나날이 나빠지고 있긴 했다.

그래도 집안에 가둬놓고 수련 시킨 다음 스피어 마스터가 된 선물로 기사단 하나를 선물해 주면 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성에 두고 떠났는데 튀었다라...

"하아..."

프레스티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프로트를 영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녀를 다루는 건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말은 잘 듣고 전투중에는 천재적인 센스를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전장에 투입하면 빛을 바라는 인재였지만 늘 언제 독립시켜줄 거냐고 묻는 걸 애써 돌려 말하는 게 일이었다.

일단 자신의 밑에 배정된 기사단이 있으면 그 책임감 때문에라도 독립 소리는 안 할 것 같아서 스피어 마스터가 되면 주려고 기사단도 준비해놨다.

그녀의 최측근인 벨리아나 루나라보다도 먼저 기사단을 받는 것이고 심지어는 프레스티아 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기사단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기 전에 진영을 떠났다.

개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딨는지 대충 파악은 됐어?"

프레스티아가 분노를 천천히 물린 뒤 물었다.

화가 난 건 화가 난 거고, 일단 수습부터 해야 했다.

에프로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만 있다면 기사단을 내밀면서 회유할 수도 있었다.

"에프로트의 주변에 있던 감시 마법이 전부 무력화 됐습니다. 단순한 무력화가 아니라 3일내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는 에프로트를 송출하고 있어서 감시하는 마법사들도 몰랐다고 합니다."

­쾅!!!

프레스티아가 탁자를 내려찍자 탁자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20골드나 하는 탁자가 순식간에 대형 쓰레기로 연성됐다.

"그 놈들은 하는 게 뭐야! 그런 거 막으라고 돈 주면서 일 시키는 거잖아. 다 숙청시켜 버려."

"주군 진정하십쇼. 마법사들의 능력이 부족해서 에프로트를 놓쳤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대상을 한정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상을 한정시킨 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수많은 감시 마법을 무력화 시키는 것도 아니고 속이면서 텔레포트를 통해서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존재는 전 제국을 뒤져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제국을 상대로 뒤지긴 해야 할 거 아니야."

"왜 전제국을 상대로 뒤집니까."

가든이 슬 미소 지으며 프레스티아를 바라봤다.

"에프로트는 뛰어난 창사지만 그녀의 찬란한 재능을 아는 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녀가 아직 유망주일 때 주군이 그녀를 영입했고 근 시일안에 북부 반란이 일어나면서 그녀의 재능이 널리 퍼지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뭐가 중요하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프레스티아였지만 어느 정도 알 것 같다는 듯 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에프로트의 재능을 알고 있는 용의자는 끽해야 아카데미 출신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카데미 출신 중에서도 고위 마법사랑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프레스티아가 미소를 짓는 걸 보고 가든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인 플레아 아이데스와 미네타 하이네스를 조사하던 중에 그들의 성 안에 새로 합류한 여성 하나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걸 포착했지 뭡니까."

가든의 미소에 프레스티아가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플레아라고?"

갑자기 굳은 그녀의 표정에 가든도 따라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네, 주군도 저와 같은 인물을 생각하신 거 아닙니까?"

"나는 학장을 생각했다. 아둔과 함께 모습을 감추긴 했지만 어딘가에는 살아있을 것 같은 여자라 말이지."

프레스티아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부서진 탁자를 내려다 보았다.

"플레아, 왜 하필 그놈이..."

플레아는 프레스티아에게 있어서 대단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자신에 관련된 일이면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갈 뿐더러 그의 휘하에 있는 자들도 머리 쓰는 일 하나는 확실하게 잘 하는 이들이 많았다.

플레아가 에프로트를 데리고 갔다면 절대로 다시 되찾을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프레스티아가 플레아에게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가든은 프레스티아의 기를 살리기 위해 씩씩하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주군. 플레아 또한 에프로트를 다루지 못할 겁니다. 어차피 다루지 못할 함정을 적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그걸 빌미로 최대한 많은 것을 뜯어내면 되는 일입니다."

"... 알았다. 그렇게 하지."

그녀가 눈을 불태우며 플레아가 있을 방향을 바라봤다.

감히 내 것을 건들여?

'그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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