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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57화 (257/312)

〈 257화 〉 유니콘은 분노 조절 잘해

* * *

다행이 우리는 우리의 본진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에프로트는 나의 우려대로 길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지만 새도스탭이 모든 길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큰 무리 없이 아리나 성으로 돌아왔다.

"반가워요. 에프로트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렌과 에프로트가 인사하면서 이제 에프로트는 우리와 한 뜻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아렌의 밑에서 나와 온전히 자신의 세력을 만들거라고 주장할 확률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아렌 황제를 지지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아렌 황녀가 황제가 될 거라는 사실은 결정된거나 마찬가지라고 소리치는 것을 보면 어지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아렌 황녀의 밑을 떠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에프로트를 내 밑으로 무릎 꿇려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당장은 에프로트에게 아렌 황녀에 대한 충성을 강하게 심어주고 나중에 아렌이 죽었을 때 자연스럽게 내가 황제로 옹호되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그녀가 다시 나에게 옮겨 타는 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군주가 되고 싶어서 별의 별 난리를 피우는 것이 에프로트였지만 황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에게는 어느 정도 고개를 숙였으니까.

마찬가지로 프레스티아가 조금 더 세력을 키워서 황제의 자리에 가까워지고 에프로트에게 개인 영지를 하사하고 그녀만의 부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면 그녀는 프레스티아에게 충성을 다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녀가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르자마자 선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고.

'아니 분명 그랬겠지.'

그녀는 사람을 정말 잘 다루는 군주다.

에프로트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 지 정도는 진작에 판단이 다 끝났을 것이다.

'진짜 좋은 타이밍에 잘 데려 왔어.'

더 일찍 찾아갔다면 프레스티아와 에프로트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 않았을 테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미 자신이 지배하고 이끌 수 있는 부하와 영지를 받은 상황이기에 그것에 만족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앞으로 네 세력을 다 잡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노력해 줄게."

"그게 진짜야?"

"어, 우리는 이제 동맹이니까."

에프로트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의 수하가 되는 건 끔찍히 싫어하는 그녀였지만 나 정도 되는 군주가 자신과 동맹이라고 말해 준다면 자신도 그와 비슷한 위치에 올랐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 그만큼 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고맙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배신하지 않을게. 내 가문을 걸고 이야기할 수 있어."

그녀의 눈은 아주 뜨거웠다.

머리가 좀 나쁘고 다혈질이긴 해도 한 번 한 말을 번복할 이는 아니니 이대로 잘 끌고 가면 어떻게든 될 거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에프로트에게 작은 군사를 주고 그녀에게 완전히 복속시켰다.

그녀의 세력이라고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도시나 마을을 줄수는 없으니 그녀가 힘을 길러서 알아서 영지를 얻도록 해야 했다.

'일단 에프로트의 일은 이 정도면 됐네.'

잠깐의 고생으로 꽤 뛰어난 인재를 손에 넣었다는 마음에 기뻐하기도 잠시 영주성 근처에서 소란이 벌어졌기에 내 수하들과 함께 소란이 일어나는 장소에 찾아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지?"

"뿔달린 말이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병사의 보고를 들은 내가 가장 처음 한 생각은 벌써 쿨이 돌았나? 였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벌써 년단위가 지났으니 슬슬 찾아올 때가 된 것같기는 했다.

두 번째로 한 생각은 좆됐다. 였다.

저번에 유니콘이 나타났을 때 나는 완전한 동정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심.기.체 중 그 어떠한 것도 동정이 아니었다.

내가 간다고 해서 유니콘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병사들에게 내가 이제 동정이 아니라는 사실만 알려줄 뿐일 것이다.

내가 아예 아카데미 시절부터 동정이 아니었다면 다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남자 주제에 몸이 문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동정을 잃은 시점이 내가 군주로서 어느 정도 소리를 내게 된 이후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렌 황녀님을 모시고 있는 충신이자 고결한 군주인데 내가 군주로서 동정을 잃은 적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았다.

내가 동정을 잃었다면 다른 군주나 내 수하한테 동정을 잃었다는 뜻인데 황녀를 모시는 자, 심지어 남자가 다른 군주한테 동정을 줬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고 철저하게 수하에게 동정을 준 경우에도 사람대 사람으로 대해야 할 수하들으로 하여금 자신을 남자로 보게 하는 일을 했다는 뜻이니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에린이 나를 콱! 하고 붙잡았다.

내가 했던 고민을 그녀도 그대로 한 듯 일단 나를 막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 까지야 우리가 약해서 유니콘을 그대로 내버려 뒀지만 지금은 그냥 기사를 이용해서 쫓아 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 네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가치가 이전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데 유니콘한테 몇 시간씩 시간을 쓸 여유는 없잖아."

좋은 생각이었다.

내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유니콘을 내 쫓는다면 내가 동정을 잃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몇 이들은 내가 동정을 잃어서 유니콘을 내 쫓는 거 아니냐는 주장을 할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새끼들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면서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넘겨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는 게 좋겠다. 기사들 시켜서 유니콘 쫓아 내버려."

유니콘은 어지간한 소드 마스터에 필적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강력한 환수인 만큼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쫓아내기는 커녕 앞에 서게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유니콘도 자기 몸을 지킬 줄은 아는 놈이라서 기사단 단위의 인력이 가서 막아서면 대충 싸우는 척 하다가 도망갈게 분명했다.

'애초에 우리 세력에도 소드 마스터가 있지.'

"크리스틴 경한테 부탁해서 유니콘을 쫓아 버리라고... 아니다. 내가 가야 겠다."

크리스틴은 우리 세력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마스터급 인재니까 미리 대우를 해드려야지.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라이넬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거고 그녀의 스승의 제자 중 몇명이 우리 세력에 합류했고 그 중 또 다시 한 명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기도 하고 지금도 나에게 찾아오는 수많은 인재들 중에서도 소드 마스터가 될 인재는 많긴 하지만 당장 존재하는 마스터급 인재는 그녀 한 명이었다.

그녀도 인간이었기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마스터에게 부하를 시켜서 명령을 전하는 걸 보면 마음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시에린이나 미네타 같이 내 최측근을 데리고 가서 부탁하면 이해해 주겠지만 이미 밖에 나온 거 내가 가는 게 낫겠지.

"유니콘이라... 재밌겠군요."

크리스틴이 검을 들고 유니콘이 나타났다는 곳을 향해서 뛰어갔다.

"나도 가서 구경하면 안될까? 마스터급의 싸움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라이넬이 직접 좋은 싸움을 보고 성장하고 싶다는 데 군주가 말릴 필요는 없었다.

"그래 갔다와. 좋은 기회가 되기를 빌게."

라이넬이 나에게 가벼운 경계를 한 뒤 크리스틴의 뒤를 쫒았다.

******

­이히히히히힝!!!

거대한 크기에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말 한 마리가 상공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를 뿜어 냈다.

그 목소리에 담겨져 있는 분노가 얼마나 강한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유니콘의 분노에 겁을 먹어 모두 도망친지가 오래였다.

­이히히힝!

유니콘은 사람들을 모두 쫓아내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주변의 사물들을 부수면서 온 몸을 비틀었다.

"네가 유니콘인가?"

그런 유니콘에게 대단한 기세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다가왔다.

옷을 갈아 입을 시간도 없었는지 갑옷이 아닌 민소매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의 팔과 몸에는 선명한 근육이 새겨져 있었다.

그 모습을 남자들이 봤다면 꺄아 거리면서도 그녀의 몸을 쳐다 봤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주변에 있는 것은 모두 여성 뿐이었다.

'아이데스님도 내 몸에 큰 관심이 있어 보이시진 않았지....'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크리스틴도 힘을 쓸 수 있는 좋은 상태에 놓여 있었다.

화가 난 상황 만큼 힘을 잘 쓸 수 있는 순간도 없었으니까.

­이히이잉!

크리스틴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세에 유니콘이 분노를 가라 앉혔다.

약자 들만 있을 때는 그 누구보다도 화를 잘 내는 존재가 유니콘이었지만 크리스틴은 유니콘의 분노를 잠재워 줄 수 있을 만큼 강했다.

­이히이잉!

그래도 암컷으로 태어나서 적을 상대로 꽁지를 말고 도망갈 수는 없는 법.

최대한 버티다가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도망 갈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뿔을 크리스틴에게로 향한 뒤 뿔에 기를 밀어 넣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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