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56화 (256/312)

〈 256화 〉 모략­5

* * *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안으로 들였다.

굉장히 다혈질인 그녀였지만 뼈와 살을 깎는 노력으로 그녀와 거의 비슷한 경지에 오른 라이넬도 있는 데다가 프레스티아의 밑에서 빠져나가지 못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우리가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는 것을 몇번이고 강조하니 우리를 믿지는 않아도 한 번 이야기만 들어보자는 투로 우리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프레스티아의 수하 중에서도 굉장히 강력한 무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그녀 답게 프레스티아가 준 굉장히 큰 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거실만 해도 어지간한 집 여러 채 정도 될 것 같이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찾아왔지?"

"일단 이것부터 보시죠."

나는 프레스티아가 에프로트를 영입하기 위해서 무슨 짓을 했는지 기록해 둔 마법구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그녀를 영입하러온, 어찌보면 을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존댓말을 사용했다.

무식해서 마법기구를 사용하는 데에는 문외한일 것 처럼 생긴 에프로트였지만 그녀도 나름 귀족이었기 때문에 마법구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씹새끼가!"

그녀가 마법구를 튼지 1분만에 탁자를 박살내면서 일어났다.

주먹 한 방에 튼튼한 탁자가 박살나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어서 가능하면 앵콜을 불러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정도였다.

"결국 프레스티아도 나를 속였군... 그래, 군주들이 다 그렇지.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뭐든지 하는 양아치들."

자기도 군주가 되고 싶다면서 군주를 저렇게 욕하는 걸 보면 내로남불의 기지가 있거나 자기 혼자 분열해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프레스티아는 믿을만한 사람이 못 되니 너희 밑으로 들어오라는 건가?"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릅니다."

에프로트가 박살이 난 탁자위에 발을 얻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녀의 잔뜩 흥분한 얼굴은 무섭지 않았지만 내 몸통보다도 훨씬 두꺼워 보이는 장딴지와 근육이 참으로 무서워 보였다.

"너희도 결국 나를 밑으로 집어 넣기 위해서 그 때 바로 이야기 하지 않고 이제서야 나를 찾아온 거 아니야? 그래도 고맙군 이제서야 프레스티아의 밑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어."

"프레스티아 헬링의 밑에서 빠져나가면 당신이 뭐라도 될 줄 아십니까?"

내 말에 에프로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세계최강의 창사가 될 몸이다. 내 한몸에 가지고 있는 무력 만으로도 뭐라도 만들 수 있어."

"당신이 헬링의 밑에서 빠져나온다면 당신은 죽을 겁니다. 프레스티아가 당신같이 강력한 적을 가만히 내버려 두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세요. 당신이 어디로 도망가든, 지켜주는 이가 없다면 당신은 원하는 것을 이루지도 못하고 죽고 말겁니다."

"네가 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 군 심지어 나를 보호한다는 말도 나를 부리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 아닌가?"

그녀의 말에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처했다.

"제가 당신을 보호해 드리는 게 아닙니다. 당신을 보호해 주시는 건 아렌 황녀님입니다."

"아렌황녀가? 분명 따르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긴 하지만 아직 어린애 아니야?"

"맞습니다. 그래서 당신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한 겁니다."

이제서야 본론으로 들어가는 구만.

"당신이 말하는 군주는 어떤 사람입니까. 저 정도면 군주라고 볼 수 있습니까?"

"그래 너 정도면 충분히 군주지 밑에 따르는 사람도 많고, 너만의 세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제 위에는 아렌 황녀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주입니까?"

"스무고개 하듯이 삥삥 돌리지 말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말해. 한 번만 더 말을 꼬았다간 네 얇고 여린 목을 삥삥 돌려 버릴 테니까."

"아렌황녀님을 모시는 제가 군주인 것 처럼 당신도 아렌 황녀님의 밑으로 들어오신다면 저랑 같은위치에 오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내 말에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충신 중에서 충신이라고 불리는 너랑 내가 어떻게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거지?"

"영향력을 따져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아렌황녀님의 수하라는 측면에서 저랑 같은 위치를 가지신다는 거죠. 선황제께서 계실 때도 자신의 세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많았던 것 처럼 아렌황녀님 아래에도 수많은 세력이 존재합니다. 아렌황녀님의 밑으로 들어오시면 저희와 동맹의 관계를 맺고 에프로트님만의 세력을 키우실 수 있을테니 프레스티아 헬링의 수하로 있으신 것보다 훨신 더 상황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프로트가 내 말을 이해한 듯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했다.

다만 그 고민은 5초만에 끝났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표정을 짓고 나에게 대답했다.

"콜, 그렇게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프레스티아의 부하로 있는 것 보다는 너희와 동맹의 관계에 있는게 훨씬 나을 것 같아."

일단 기본적인 건 전부 끝났다.

이제는 그녀를 어떻게 우리 세력에 감화시킬지에 대한 것이었다.

어차피 아렌 황녀가 우리 도시 안에 있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땅한 영지도 없는 만큼 한동안은 물리적으로 가깝게 지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자기 세력 만들겠다고 단신으로 작은 마을이라도 공격하거나 나에게 병사를 빌려 도시를 공격하려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가 당장에라도 독립하려고 하는 걸 어떻게든 막으면서 나에게 예속시켜야 할 텐데 그게 쉽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정 답이 없으면 그냥 죽여 버려야지.'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는 것이 옳다.

그녀의 성정 때문에 다른 세력으로 간다고 해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랜드마스터급 정도 되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혈혈 단신으로도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위에 있는 사람한테 반발이 심한 거지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은 아니었음으로 제대로 된 참모를 만난다면 난세의 아이작 처럼 큰 세력을 만들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프레스티아의 얼굴에 사표를 날리고 오면 되나?"

"굳이 사표장을 날려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냥 몰래 도망나온 뒤 나중에 아렌 황녀님의 밑으로 들어왔다고 하면 될 겁니다."

"그래 알았다."

아렌황녀의 이름을 빌려 생각보다 훨씬 쉽게 그녀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아렌 황녀가 황제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 내 제안을 받아 들인 거겠지.

황제의 밑에 있는 자들은 각자의 세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라는 내 말이 그녀에게 강하게 와 닿은 듯 보였다.

"근데 어떻게 몰래 나가지? 내가 이 도시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탈출해도 바로 들킬 텐데 말이야."

"나간 뒤에 들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가기 전에 들키는 것이 문제죠."

우리가 들어온 것과 동일한 방식을 사용할 수는 없다.

이 곳에는 우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체형을 그대로 놔두고 겉모습 정도만 변장하는 걸로도 들어올 수 있었지만 그녀는 이 도시의 주민이었다.

게다가 강인한 무력을 지닌 만큼 워낙 독보적인 체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아무리 변장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에프로트를 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펄럭!

미네타가 미리 싸왔던 거대한 종이를 바닥에 깔았다.

종이에는 꽤 많은 마석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다 같이여기로 올라오시면 돼. 마나 파장이 워낙 대단해서 한 번에 들키긴 하겠지만 들킨 다음엔 이미 밖으로 빠져나간 다음일텐데 어떻게 할거야?"

미네타의 말에 에프로트가 빠르게 종이 위에 올라갔다.

그 뒤에는 라이넬도 종이 위로 올라갔는데 둘 다 기사다 보니 두 사람만으로도 종이 위가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 이제 갑시다."

섀도스탭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마법진에 올라온 걸 확인한 미네타가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우리는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숲에 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야?"

"프레스티아 성부터 20km정도 떨어진 숲? 아무리 잘 숨겨도 대략적인 방향은 알아낼 수 있다 보니 일단 숲으로 이동했는데 여기부터는 추적당하지 않게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추적은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우리한테는 섀도스탭이 있었으니까.

이 말을 아직 나한테 감화되지도 않은 사람 앞에서 할 수는 없었기에 에프로트의 등을 툭툭 쳤다.

"헬링의 밑에 있었으니까. 어떻게 움직이면 추적을 피할 수 있을 지는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나한테 맡기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흔적을 지우는 건 섀도스탭이 알아서 할테니 길이나 잘 안내해줬으면 좋겠다.

'꼭 이런 생각을 하면 길을 못 찾던데.'

괜히 플래그만 깐 건 아니겠지?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