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화 〉 모략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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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린이 기가막힌 전략을 세웠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군주가 직접 움직여 가면서 실무를 봐야하는 경우는 자기 영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외교 관련된 일 뿐이지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수하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았다.
난세에서도 한 번 애들한테 맡겨 놓으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끽해야 자금을 더 지원해 주는 것 말고는 없다.
그 마저도 이벤트가 등장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보는 게 무방했다.
게다가 시에린이 나에게 먼저 제안한 것 처럼 수하가 먼저 작전을 제의하는 것은 이벤트의 형식으로 나타나서 내가 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대부분 수락, 거절 두 개 밖에 없고 지금 처럼 세세한 설명을 듣는것도 힘들때가 있었다.
게임이 현실이 되면서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이 해결됐으니 참 다행이었다.
추수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는 모양이다.
섀도스탭의 수하들을 지원받아서 일을 한다는 데 아직까지는 도덕적으로 크게 잘못한 게 없어서 찔리지도 않았다.
'잠깐...'
섀도스탭 하니까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몸에 감돌았다.
다른 애들한테는 전부 첩에 대한 이야기를 말했는데 나한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건 눈치 챘지만 딱 한 명 이야기 하지 않은 존재가 떠올랐다.
물론 그 존재는 내가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듣긴 했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내 그림자 속에 있었으니까.
"섀도스탭, 나와봐."
"알겠습니다."
그녀가 내 그림자 속에서 스르륵 모습을 들어냈다.
플린과 비슷한 나이였지만 어릴 때 못 먹어서 작았을 뿐 실제로는 플린 보다 나이가 좀 더 많아서 그럴까?
섀도스탭도 그 동안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붕대로 감고 있어도 어느 정도 티가 났고 골반도 매력적으로 빠져 있는것이 다 성장하면 멋진 암살자 누나 상이 될 것이 분명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를 왜 불렀는지 알 것 같아?"
"마디안을 방해하시길 원하십니까?"
타이밍이 타이밍이다 보니 그쪽으로 생각한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런 이유로 섀도스탭을 부른 것이 아니었다.
"너, 내가 최근에 무슨 얘기를 하고 다녔는지 기억하지?"
"첩에 대한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답했다.
"들었습니다."
목소리 하나는 겁나 좋단 말이지.
"그걸 왜 지금 갑자기 말하십니까?"
애써 긴장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아직 나에게 까지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지 떨리는 목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그냥 나 한테는 감정을 감추기 싫은 걸 수도 있지.'
"너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려주려고."
내 말에 섀도스탭이 잠시 동안 굳었다.
"안됩니다. 저는 주군의 그림자입니다. 어떻게 그림자가 주군의 옆을 노릴 수 있게습니까."
"지금 당장의 이야기가 아니야. 언젠가 내가 황제가 되고 나라를 안정화 시킨 다음을 이야기 하는 거야. 다른 애들 보다 합류는 좀 느릴 수 있어도 너를 위한 자리 하나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거지."
"... 그러면 그 때 가서 다시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의 저는 요원으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해야 하는 몸입니다."
순간 입이 근질근질 거렸다.
내가 성격이 나쁜 군주였다면 '요원의 몸이라고 하기엔 너무 야한데?' 라는 대사를 한 번 쳐줬을 텐데 지금까지 쌓아올린 이미지 때문에 그러지 못한 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것과는 별개로 섀도스탭이 특유의 융통성 없는 성격 때문에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제 몸이 야합니까? 라면서 갑자기 살을 찌우거나 미라 처럼 살을 빼면 보기가 흉해질테고,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나 같이 이쁜고 잘생긴 남자가 그런 대사를 쳤다가는 바로 덮쳐져도 무죄라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섀도스탭이 평범하게 자랐으면 걱정을 안하겠는데 하필 어린 시절에 잠깐 동안 플린이랑 같이 자라서 걱정이 됐다.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바르게 자랄 것이 거의 확실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의 사상에 물들어 이상하게 자라는 경우가 있었기에 섀도스탭이 플린에게 물들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게다가 섀도스탭은 본인의 성격이 되게 약한 편이니 꽤 강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플린의 성격에 더 쉽게 물들 수 있었다.
"알았어. 그러면 들어가."
"알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고맙다."
가볍게 윙크를 해주니 볼이 새빨게 지는 게 참 볼만했다.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이성이 맞는데 어떻게 나를 보고 그렇게 잘 참는 지 모르겠다.
나를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면 다른 애들이랑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열불이 치솟아 오를 것 같은데.
'이게 매력 100의 위엄인가...'
매력 100의 위력에 전율이 돌면서도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매력 100짜리 인물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매력 95가 넘는 모든 남성 인물의 매력이 100을 넘은 것은 아니었다.
남녀역저에 의한 남성 캐릭터의 매력 증가는 일부 캐릭터만 적용되는 사안이었기에 매력 100이 넘는 캐릭터가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근데 무력 100넘는 놈은 왜 이리 많냐?'
여하튼, 매력 잠재력 100이 넘는 남성 캐릭터는 일단 내가 알기론 나하나 밖에 없었다.
근데 무력 100을 넘기는 여성캐릭터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동안 원작에서 유일한 무력 100캐릭터였던 아이작이 그 힘을 잃지 않았듯이 난세 원작에서 매력 100을 찍었던 여성캐릭터또한 그 힘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남녀역전이 일어나서 원래는 세력의 수장이었던 아이작이 그녀와 공동수장을 하고 있을 정도고 난세에서는 단지 아름다운 미모로 밖에 사용되지 못했던 매력이 카리스마로 변하면서 아이작의 세력이 전체적으로 공고해졌다.
애초에 충성심이 상당히 높았던 아이작 세력이었기 때문에 내부 결속이 쫀쫀해 진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전투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크게 보는 눈은 없는 아이작에게 이델라라는 그럭저럭 쓸만한 참모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붙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남자가 여성 무장을 꼬실 때 만큼은 아니겠지만 매력 100 정도 되면 동성에게도 강한 카리스마를 보일 수 있으니 세력이 더 커질 수도 있었고.
'일단 그 쪽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우리 세력 생각하기도 바빴다.
나름 잘 키워나가고 있는 세력이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았다.
나름 기사 전력도 잘 키워나가고 소드 마스터로 자라날 인재도 그렇게 부족하지 않은 데다가 마법사 중에서는 끝판왕급 성능을 자랑하고 있는 미네타가 있어서 괜찮았지만 한 명의 절대적인 강자, 즉 그랜드 마스터가 될 인재가 존재하지 않았다.
난세에서는 마스터 급 인재만 잘 구하면 됐다.
아니, 애초에 그랜드 마스터 급 인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그랜드 마스터가 아이작인데 아이작은 목숨을 잃으면 잃었지 절대로 남 밑으로 들어갈 사람이 아니라서 영입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마스터 급 인재만 챙겨 놓으면 되는 데 무력 잠재력 80정도는 꽤 잘 볼 수 있는 수치기도 하고, 어차피 난세라서 경험치 쑥쑥먹고 소드 마스터 정도까지는 금방 성장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남녀 역전이 되면서 그랜드 마스터가 꽤 흔해 졌다.
헬링 남매처럼 절대 꺾지 못하는 한 세력의 수장이 그랜드 마스터가 되기도 했지만 영입할 수 있는 존재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까지 다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난세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아이작이 본신의 시력으로만 어마어마한 세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랜드 마스터급 인재는 반드시 얻어야 할 필요가 있는 인재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영입할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급 인재를 하나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요즘 익스퍼드의 극에 도달해서 마스터로 넘어갈 것 같다고 하니 더 늦기 전에 채가면 딱 좋을만큼 무르익은 인재가 하나 있엇다.
아까 내가 군주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었나?
이번 만큼은 내가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전에 기록해 놨던 마법수정구를 꺼냈다.
내가 일일히 기록해 놨던 마법수정구에는 프레스티아가 한 여성에게 했던 비열하고도 야비한 짓들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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