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50화 (250/312)

〈 250화 〉 매력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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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아? 네가 갑자기 여기는 왠 일이야?"

미네타가 내가 먼저 찾아올 줄은 전혀 몰랐다는 말했다.

그녀의 말에 작은 비꼼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온몸에 작게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미네타는 착하고 바른 친구였는데 그런 애가 이런 화법을 사용한다는 건 나한테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게 분명했으니까.

'지금까지도 시간을 좀 낼걸 그랬나?'

높은 매력수치와 그녀의 충성심 덕분에 그녀가 나를 배신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지만 그녀의 의욕이 떨어지면서 그녀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수준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꽤나 높았다.

마법병 키우라고 박아 놓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찾아오지 않고 그녀가 나에게찾아왔을 때만 대화해줬으니 그녀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오히려 내가 너무한 것 처럼 보이겠지.

실제로도 내가 너무한 게 맞았고.

"미네타 보고 싶어서 왔지 내가 널 찾아오는 데 이유가 필요해?"

미네타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단 한 번 도 보고 싶다는 이유로 찾아온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보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데 미네타가 이해할 수 있겠냐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사랑한다는 건 참 비참한 일이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화를 식혀주기 위해서 보고 싶었다고 말한 것을 알고 있었고, 사실은 그녀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음을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턱을 괴고 나에게 예쁜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물었다.

연인 사이에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진다는 말이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녀가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는 이런 손해를 짊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늘 만큼 땅만큼?"

"뭐야 그게."

미네타가 실없이 웃으면서도 행복한듯 입고리를 올렸다.

내 말이 완전한 진실이 아닌 것은 그녀도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그녀는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말이라도 저렇게 까지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왜 보고 싶었는데? 어차피 네 마음은 다른 데에 가있잖아. 친구 사이에 보고 싶어봤자 그 한계가 있는데 대체 왜 내가 보고 싶었냐고."

그녀의 질문에는 두가지 대답을 원하는 속 마음이 내포되어 있었다.

한 가지는 내가 그녀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대답해 주기를 원하는 마음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아예 여기서 싹을 잘라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어다.

얼마전의 시에린과 아까의 나 처럼 그녀는 첩에 대해서는 하나도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먼저 첩이 되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모양 떨어지는 일이지.'

첩이라는 개념의 존재를 그녀에게 다시 각인 시켜주는 정도만 해 준다면 그녀는 금방 상황을 깨닫고 의지를 불태울 것이 분명하다.

황제의 첩이 되는 것이 황제의 정실이 되는 것 보다 쉬운 일인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없이 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니 그녀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는 알고 있지?"

"황제가 되고 싶어 하잖아. 그걸 몰라서 물어? 혹시 내가 진짜 미네타인지 가짜 미네타인지 헷갈려서 그런 질문을 한 건 아니지?"

"그래, 나는 황제가 될 거야. 그런데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황제는 여러 사람을 바라볼 수 있더라고."

이 정도 정보를 줬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미네타는 고위 마법사인 만큼 머리도 굉장히 좋은 여자였다.

"아!"

만에 하나라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머리를 좀 싸매야 했겠지만 다행이 그녀는 한 번에 알아들은 듯 감탄사를 내 뱉었다.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데?"

미네타가 나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그래?"

시치미를 팍하고 때며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의 눈에 열정이 천천히 담기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네.왜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포기하고 있었을까!"

미네타의 언성이 천천히 커져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새 환희가 가득 찼고 정말 행복하고 희망차다는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거대 백작가 출신인 애가 첩으로 들어가서라도 나랑 붙어 있고 싶어한다는 건 나를 진짜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다는 거겠지.'

역시 첫 만남에 손등에 키스를 두번이나 박아주신 박력녀다웠다.

시에린 처럼 작은 가문 출신이 아니라 하이네스 백작가라는 거대한 가문을 배후에 두고 있는 만큼, 여자가 남자의 첩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것 같았는데 첩이라는 걸 알아 차리자 마자 바로 눈동자가 밝아지는 걸 보니 그런것도 아닌 것 같았다.

미네타가 나를 보며 씩 웃더니 내 어깨를 살며시 어루 만졌다.

단순히 내 어깨를 만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손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상당히 끈적했는데 얘가 진짜로 나를 처음 봤을 때 덜덜 떨고 있던 그 미네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사춘기를 지나면 사람이 이렇게 까지 달라질 수 있구나.'

"나만 너의 시선을 노리는 건 아니겠지?"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지만 내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제한이 없어."

말이 옆에 있는 사람이지 사실 정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뿐이었다.

첩을 진짜로 옆에 두지 않으면 나만 손해고, 애초에 첩을 두는 데 의미가 없게 되는 건데 그런 짓을 왜해?

"하지만 시선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있겠지, 나도 눈이 있으니까."

"좋았어."

미네타의 눈이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각오하고 있어. 네 정실자리가 차는 순간, 바로 일어나서 네 시선을 빼앗아 버릴 테니까."

그녀의 눈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이 나서면 프레스티아가 상대라고 하더라도 나에게서 최소한의 관심정도는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좋아. 열심히 해보라고."

방긋하고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가 눈을 더 뜨겁게 태웠다.

예전엔 내가 웃으면 보을 붉혔는데 요즘엔 다들 눈을 불태우니 함부로 웃는 것이 참 무서웠다.

'이제 안나 정도만 더 찾아가면 되나?'

라이넬은 나에게 연심을 품고 있지 않았고 라일라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내 옆에 붙어 있지 않은 이들은 나를 동경할 뿐 사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굳이 찾아가서 첩이고 뭐고 지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애초에 그들은 내가 황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첩이 된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이다.

아무리 군주라고 해도 남자의 첩으로 여자가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니까.

나 정도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라고 해도, 차라리 첩보다는 원나잇 파트너가 되어 밤에라도 즐겁기를 원하지, 첩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하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미네타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며 안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에대한 애정을 거의 접고 속앓이만 하고 있던 시에린과 미네타와는 다르게 안나는 나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이들보다 어려서 그런 걸 수도 있고 그녀의 성격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녀가 어려서 감정을 다루는 것에 조금 더 미숙하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고, 그녀가 어리기 때문에 나에게 좀 과격한 애교를 부려도 다른 사람들이 눈 감이 준다는 것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다.

"안나."

"헉! 아이데스님이 여긴 왠 일이세요?"

내가 그녀의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녀의 반응이 참, 찰진 것이 가끔씩이라도 찾아오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고 싶어서 왔지."

"제가... 보고 싶었다고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잠시 동안 멍을 때리더니 해실, 하고 미소를 지었다.

"단지 그 이유 뿐인가요? 다른 이유 때문에 저를 찾아오신 게 아니고요?"

사실 그녀에게 첩이라는 개념을 상기 시켜주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었지만, 그걸 진짜로 말했다가는 분위기가 와장창하고 깨져 버릴 것이다.

"어, 너를 보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

안나가 헤헤, 하고 미소를 지었다.

"저, 열심히 해서 꼭 아이데스님의 세력의 중진이 될 거에요!"

이미 대단한 중진이것만 그녀는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이데스님의 첩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그녀가 볼을 잔뜩 붉히고 말했다.

그녀가 첩이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깨닫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고백이나 다름 없는 말을 이렇게 홧김에 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첩?"

"네, 아이데스님도 프레스티아님말고 다른 첩을 들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저한테 오신 거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런건데..."

아무래도 우리 세력엔 뛰어난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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