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8화 〉 매력 10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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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노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프레스티아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한동안 군주로 살기 위해서 스스로 피폐해지는 방향으로 살아왔는데 오랜만에 프레스티아와 티키타카를 하고 있으니 이렇게행복할 수가 없었다.
"후우우..."
그녀가 한 번의 심호흡으로 자신의 화를 모두 짓누르고 나를 바라봤다.
"정말 몰라보도록 많이 달라졌군."
"사람은 원래 달라지는 존재아닙니까."
"달라지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1학년 때는 내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덜덜 떨던 놈이 갑자기 이렇게 변했으니..."
갑자기 변했다고?
"풉..."
내가 고의로 웃으며 그녀를 올려다 보자 그녀가 학을 때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그녀의 화가 통하지 않고 그녀가 때릴 수도 없는 존재라는 것이 확인된 상태에서 그녀가 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웃나?"
"일단 첫번째. 저는 갑자기 변한 적 없습니다.늘 천천히 변해 왔는데 그때는 프레스티아님의 옆에 붙어있지 않아 아마 프레스티아님이 잘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천천히 변했다고 해도 그 변화가 급진적인 것도 맞아.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를 비교하면 천지 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풉."
다시 한 번 웃으니 프레스티아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자신의 분노와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한 것 같았는데 저렇게 화를 내면서도 내 몸에 해꼬지 하나하지 못하는 프레스티아를 보면 참으로 재밌었다.
"두번째, 저는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이랬습니다. 저와 프레스티아님이 처음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시지요. 그때랑 지금을 비교하면... 비슷하지 않습니까?"
"전혀 안 비슷하다! 그 작고 하찮았던 인간이 지금의 너와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냔 말인가!"
그녀가 갑자기 일어나서 열폭하기 시작했다.
내 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 보다는 나에게 밀리고 있는 자신의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저러는 것 같은데, 참 귀여운 모습이었다.
"프레스티아님을 향한 저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변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몸에서 은은한 기세를 내 뿜었다.
프레스티아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이자 기사였지만 매력 100이 뿜어내는 프레셔는 처음 당해 본 것인지 흠칫 몸을 떨면서 나에게서 떨어졌다.
"제가 변한 것은 저의 위치밖에 없습니다. 한낯 평민출신에 잘난 외모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던 남자애가 프레스티아님 처럼 강하고 대단한 여인을 보면 겁에 먹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너..."
그녀가 프레셔로 자신을 누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자신과 동등하거나 살짝 아래에 있는 세력을 가지고 있는 이를 편히 대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휙!
정신을 차리니 공중에 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프레스티아의 손에 멱살이 잡혀 공중에 떴다.
프레스티아는 내 얼굴을 자신의 얼굴 바로 앞까지 가져다 댄뒤 격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프레스티아가 씩씩대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고 그녀의 숨결이 내 얼굴을 덮을 정도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인건지, 알고서 하는 말이냐?"
탁자가 덜덜 떨리고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까의 문노와는 또 궤가 달랐다.
조금만 더 건들면 진짜로 나를 해코지 할 것같은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 쥐었다.
"제가 틀린말 했습니까?"
그녀가 화가 난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이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를 더 부축였다.
프레스티아가 화나서 격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귀여운 모습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녀를 놀릴 수 있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모르셨던 겁니까?"
"닥쳐라!"
말로만 하지 말고 입을 막았으면 진짜 닥칠 수 있었을 텐데 말로만 닥치라고 하고 아무것도 안한다는 건 마음대로 씨부려도 된다는 거겠지?
"프레스티아님과 제 위치가 역전된 건 꽤 오래전의 일이었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그녀를 놀리니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하고 떨렸다.
"저는 아렌을 제 위로 올리며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을 형성했습니다. 그 누구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은 난세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누구도 공격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제가 영지 확장 외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손을 들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에 닿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지고 있는 감촉은 상당히 좋았지만 그 머리카락의 주인이 내 눈 바로 앞에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마치 맹수를 쓰다듬는 기분이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저는 프레스티아님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프레스티아님이 일구신 세력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설마 황실파의 수장이자 차기 황제가 될 수 있는 자의 후원자 보다 더 뛰어난 세력을 일구셨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시라고 믿습니다. 지금 당장도 제가 프레스티아님보다 낫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제가 더 높으니."
말을 살짝 끊으면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프레스티아도 확실히 난 년이었다.
이런 굴욕을 당하면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분노를 천천히 줄여가고 있었다.
"제가 프레스티아님을 지배하게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 네 생각은 그러하겠지."
프레스티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바뀌었다.
분노를 기반으로 한 흉폭함이 자신감에서 기반한 단단한 기세로 바뀌었다.
"지금 네가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은 동의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너와 내가 싸운 다면 나는 당연히 너에게 패배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이 곧 너의 승리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서로기도 하면서 제국의 황제가 되는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은가. 네가 나를 쳐서 나를 굴복시킨다고 한들, 그렇게 하면 네가 황제가 되는 길에서 한참을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암, 의미가 없고 말고."
"미래에 가도 제가 이길 것 같습니다만?"
"너는 분명히 강력한 기반을 가지고 있고, 그 명분 또한 강력하다. 하지만, 너를 따르는 자들은 네가 아니라 아렌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을뿐이야. 네가 추후에 아렌을 죽여서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면, 과연 그들이 전부 너의 편을 들까?"
그녀는 내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바로 이어서 말했다.
"아니, 그들이 전부 너의 편을든다고 해도 그들이 도움이 될까? 너에게 붙은 자들은 쭉정이다. 청기사단장 처럼 알짜배기가 몇몇 섞여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쭉정이다. 진실로 뛰어난 인재를 얻기 위해선 적대 세력을 꺾고 그곳의 중진을 능히 사용해야 하는 데 너는 그런 일을 할 수가 없다. 인재가 없는 자가 어떻게 천하를 지배하겠어. 너는 결국 나에게 밀려 지배당하게 될거야."
그녀가 그것은 변하지않는 사실이라는 듯 강하게 말했다.
"그건 때가 되어봐야 아는 일입니다. 황제가 되는 것또한 천운에 달린 일인데 어떻게 누가 상대를 지배할 지를 저희가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말한 것은 단지 확률을 말한 것 뿐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죠. 프레스티아님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실 확률보다 제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일이지."
그녀가 나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커흡!"
강한 척하긴 했지만 내 몸은 약골 중에서도 약골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녀의 손짓을이기지 못하고 땅을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이딴 몸을 가지고 있는 자가 어떻게 군주의 자리에 올랐는지도 의문이군. 우리 세력에서 너 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면 당장 운동부터 시킬 것이다."
"아쉽게도 전 흑마법사의 저주와 타고난 몸의 성질 때문에 강해질 수 없습니다.타고난 신체를 가지고 계시는 프레스티아님과는 이야기가 많이 다르죠."
"뭐?"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이야기로 회귀한 것 같다.
이대로 서로 날카롭게 이야기 해봤자 서로의 감정만 상할 수 있으니 이 정도에서 끊어낸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런 일이 있습니다."
살며시 웃으며 뭉뜽그리니 그녀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한 대화는 전부 잊고... 오랜만에 이렇게 만났는데 몸으로 하는 대화를 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내 마지막 말에 프레스티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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