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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47화 (247/312)

〈 247화 〉 매력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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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아가 내 영지로 찾아온다는 소식은 참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얼마나 믿기 힘들었으면 일관련으로는 절대 장난을 치지 않는 라일라한테까지 그말이 사실이나면서 거듭 물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시기에 프레스티아가 나한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

이유만 없는게 아니라 여유도 없었다.

지금쯤 프레스티아는 그녀의 북쪽에 있는 이들과 전쟁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나한테 찾아온 다는 것은 나와정치적인 이야기를 한 다는 뜻이고 나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한 다는 것은 이쪽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프레스티아가 우리 영지에 찾아와서, 많이 예뻐졌다고 해서 보러왔어. 이 한 마디만 하고 티타임만 즐기다가 자기 영지에 돌아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천하의 프레스티아가 그럴리가 없다.

'아니... 그럴 수도 있나?'

아무런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걸 죽는 것 보다도 싫어하는 프레스티아의 성격상 얼굴 한 번 보려고 나를 찾아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뭐라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든 위협을 하든 해야 그녀의 발걸음에 의미가 생기는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 대상이 나라는 게 문제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프레스티아가 사랑해 마지 않는 사람이고 근래에 매력 100을 찍으면서 천하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별명이 제국 전체를 뒤덮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프레스티아라고 해도 와 볼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그 뿐만이 아니야.'

한 번 내 외모에 대해서 생각하자 같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외모를 보기 위해서 나를 찾아오는 귀족들이 늘고 있었다.

내가 그 귀족들에게 꼬리를 치고 다닐리가 없다는 것을 프레스티아는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몸을 파는 등의 극심한 일은 하지 않더라도 외모를 무기로 다른 이에게 장난질은 충분히 칠 수 있는 거 아닌가.

당장 나만해도 프레스티아가 미인계를 통해서 상대를 제어한다고 하면 화부터 먼저 나는 데 역으로 생각하면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꼬리친 귀족이 나한테 이상한 마음을 가져서 육체적우위를 점해 나를 덮치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분노는 어마어마한 수준까지 올라가게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우리 영지에 찾아온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되었다.

함부로 외모를 놀리지 말고 다른 자들에게 조신히 대하라고 협박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거라면 그녀가 충분히 발걸음을 행사할 명분이 됐다.

"당장 내일 모레 온다고?"

"네, 내알 모레면 도착하신답니다."

"어떻게 맡이해 드려야하나..."

내가 제대로 세력을 잡은 뒤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내가 사랑하는 이에 대한 대우를 해주려면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

"잘 오셨습니다. 프레스티아 헬링님."

나와 그녀는 손님을 맡는 장소에서 만났다.

그녀의 격이 워낙 높다보니 밖에서 만난 뒤 내가 안내를 해줄 수도 있었는데 나는 아렌을 모시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안내를 피한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녀는 그런 나에게 화내지 않았다.

"가면은 왜 쓴 거지?"

대신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에서 뚱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지.

"제가 직접 말하긴 부끄럽지만 근래에 들어서 제 외모가 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외모를 뽐내고 다니면 중요할 때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면을 쓰고 다니고 있습니다"

프레스티아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것 처럼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아렌과 만날 때와는 다르게 그녀를 만날때는 호위를 대동하지 않아서 언제 그녀한테 무슨짓을 당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겁먹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녀를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렸지만 이제는 익숙해 져서 이 정도 기세도 웃어 넘길 수 있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녀가 분노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가 분노하는 이유는참으로 많았다.

일단 내가 내 외모를 무기로 쓰려고 하고 있다.

외모는 기본적으로 이성에게 어필하는 수단이다.

이런 외모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건 미인계를 사용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내가 그녀의 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요할 때가 아니면 가면을 벗지 않겠다는 내 말에 따르면 지금 그녀와 만나고 있는 이 자리는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진짜로 내가 그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할 일은 없다.

단지 내가 그녀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 처럼 느껴져서 저렇게 화를 내고 있을 뿐이지.

"그 잘난 얼굴은 언제 사용하려고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영지를 공격하려고 했을 때? 아니면 동맹군을 구할 때 얼굴을 까고 간들어지는 목소리로 제발 동맹이 되어달라고 빌 셈인가?"

그녀가 모욕적인 말까지 하면서 나를 노려봤지만 나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그렇게 사용해야 겠지만. 저한테는 더 좋은 사용처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군."

프레스티아의 시선이 점점강해졌다.

지금까지는 매력과 카리스카에서 나오는 기세였지만 슬슬 마나까지 섞고 있는지 몸이 바들바들 떨려서 버티기가 힘들었다.

"잘난 외모는 화를 식히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가면을 벗어 그녀를 바라보니 나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했다.

아니, 단순히 풀린 걸 넘어서 멍청해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맹해졌다.

"미친..."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쓴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나를 놀렸군."

"처음부터 아셨잖습니까. 화나십니까?"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프레스티아를 바라보니 프레스티아가 침을 한 방울 흘리며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매력 100이 미치긴 했나 보네.'

그 단호한 프레스티아 저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내가 매력 100이라는 미친 스텟을 가지고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서 그런 것이 훨씬 더 컸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웃어주는 것은 분명 가슴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자신의 것이라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 가슴설렘의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 않을까?

그녀는 내가 아닌 매력 100짜리, 아니 매력 105짜리가 와서 웃어 준다고 해도 저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 거다.

오히려 잘생긴 남자를 경계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프레스티아의 저런 반응은 오로지 나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반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미소는 점점 더 짙어질 수 밖에 없었고 프레스티아의 얼굴은 붉어질 수 밖에 없었다.

"부끄러우십니까?"

내 한 마디에 프레스티아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더 붉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 한마디에 저렇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면 인체는 참으로 신비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보시는건 어떠신가요?"

나는 천천히 프레스티아의 설정을 떠올렸다.

악녀, 하지만 남자 경험 없음.

난세 본판의 그녀의 어투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어투랑 거의 동일했다.

남자는 잘 모르는 쑥맥이라서 이렇게 말해 놓고 진짜 공격하면 당황하는 스타일이라고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지금의 나랑 비슷할거다.

"쿨럭..."

대장부, 남자를 혐오하긴 하지만 그건 남자 중에서 쓸모있는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어서 그런 것 뿐.

쓸모 있으면서도 자신을 격하게 사랑하고 자신도 격하게 사랑해 마지 않는 남자가 단순히 웃어준 것 만으로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타는 쑥맥.

난세 본판과는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장난 치지 마라."

그녀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분노로 인한 떨림이 아니었다.

부끄러움과 창피에 의한 떨림이었다.

"그 프레스티아님께서 남자애의 말 몇마디에 좌우 되시다니... 세상이 참 재밌습니다."

"이 놈이!"

내가 그녀를 놀리듯 말하자 그녀가 내 멱살을 잡고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내 주변엔 호위병이 없었기에 그녀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구도 오랜만이네.'

그 때는 프레스티아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지.

"때릴 수 있으십니까?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물으니 프레스티아가 나를 천천히 떨어뜨렸다.

"못 때린다..."

프레스티아의 성정이 상당히 거친 편이긴 했지만 자기 남자한테도 거칠진 않았다.

자기 마음에 안들면 팔부터 꺾고 보는 아렌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본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푹 시다 가시지요."

그리 말하며 턱을 괸 뒤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최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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