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45화 (245/312)

〈 245화 〉 매력 100­2

* * *

"고맙다. 진짜 고마워."

라이트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그에게 빌려준 돈은 5000골드 정도되는 꽤나 큰 돈이었다.

1골드가 100만원 정도 된다는 걸 감안하면 5000골드는 50억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이 정도 금액이 되면 세력의 단위에서 봐도 그렇게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나도 그에게 지원을 받은 전적이 있었으니 당장 갚으라고 할 생각은 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받을 생각 자체가 없었지만 그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것 자체에서 부터 관계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맹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지.'

빌린돈을 갚지 않은 상태에서 적대적인 관계로 넘어가게 되면 그만큼의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라이트가 그렇게 까지 냉혈한은 아닌데다가 자신들 수하 눈치를 봐서라도 그런 짓은 못한다.

결국 오히려 빚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의 사이는 조금 더 돈독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스읍... 갑자기 예산에서 5000골드가 빵꾸가 났네요.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시에린이 나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가까히 했다.

시에린의 입가에는 나에게 부담을 주려는 건지 그냥 내 얼굴을 가까히서 보고 싶은 건 지 모를 정도로 짙은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내가 돈을 헛되이 쓴 건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시에린이 생각하기에 내가 헛돈을 쓰는 것 같다고 느꼈다면 아무리 라이트가 동맹이라도 해도 절대로 쓰지 못하도록 뜯어 말렸겠지. 그녀가 말리지 않았다는 것은 곧 나름 합리적인 지출이라는 뜻이었다.

"헛되이 쓴 건 아닌데, 리턴이 너무 느려. 당장 빠진 예산을 충당할 수 있게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데 그러려면 야근을 엄청해야 한다고. 안그래도 일이 많아서 이리저리 치이는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미안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이니 시에린의 광대가 승천할 듯 올라가는 게 보였다.

"그래, 내가 네 얼굴 보고 스트레스 푼다."

시에린이 잔뜩 풀어진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동안 달라진 시에린이 왜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녀가 왜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 조금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나를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당장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녀는 내가 보고 싶어서 교양마법을 배우러 왔다는 티를 팍팍냈고 아주 소녀스러운 좋아함의 감정을 내 비쳤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나를 무겁게 사랑하고 있음을 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에린은 내가 프레스티아를 사랑한 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나에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자신이 나를 사랑해 봤자 내가 그녀를 봐줄리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철저하게 친구와 친구 사이, 그리고 군주와 신하의 사이를 유지하려고 애 썼다.

그러던 그녀가 근래에 들어서 달라졌다.

실수를 가장해서 내 몸에 부딪혀 오는 횟수도 늘어나도 대놓고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하거나 귀엽다고 하는 일도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전생에선 모쏠이었고, 이번생에서는 프레스티아와 살벌함만 넘치는 썸을 타는 중이어서 잘 몰랐는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시에린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바꾼 걸까?

설마 내가 프레스티아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 처럼 언젠가 내 뒷통수를 쳐서 나를 몰락시키고 나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야, 그건 말도 안돼.'

어느 정도 상호간의 합의가 되어 있는 나와 프레스티아와는 다르게 시에린과 나는 어떤 합의도 찾지 못했다.

그녀가 나를 배신하고 나를 지배하려고 한다 해도 나는 그녀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사랑을 주지 않을 것이다.

남녀역전 세계임에도 소녀소녀한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시에린에게 자신을 사랑해주지도 않을 사람을 강제로 지배한다고 해서 큰 이점이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면 매력으로 나를 넘기려고 하는 건가?'

그거야 말로 웃긴 일이다.

내가 프레스티아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나와 프레스티아 당사자를 제외하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시에린이다.

그런 상황에서 프레스티아를 향한 나의 시선을 자기로 돌릴거라고 마음 먹었다고?

'그리고 그렇게 마음먹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공격해 들어왔겠지.'

은근하게 스킨십하고 날 칭찬하고, 날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적극적으로 들어왔어야 한다.

'도무지 모르겠네...'

그냥 자기 마음을 속이고 있기 싫었던 건 아닐까?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라는 생각에 갇혀 자기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싫어서 이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그런 거 치고는 표정이 너무 밝은데?'

일말의 씁쓸함도 없이 행복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가능성 조차 아닌걸로 보였다.

'모르겠다. 일단 보류하자.'

남녀역전 세계인데도 여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네.

­똑똑!

"아이데스님, 저에요."

물론 마음을 훤히 알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한숨을 한 번 내 뱉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시에린이 움직여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황녀님."

"에, 아이데스님."

아렌이 쪼르르 달려와 내 앞에 서서 오늘 하루 동안 어떤 걸 배웠는지 나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평번한 그녀 나이 또래의 아이가 똑같은 말을 했다면 나를 대부로 생각하고 아버지 처럼 여겨서 자신의 일과를 이야기 해준다고 생각했지만 나이랑 어울리지 않는 끈적한 눈빛으로 내 몸을 계속해서 훝고 있는 아렌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뚝하고 떨어져 나갔다.

'어떻게 이 황가는 정상인이 없냐?'

1황자는 폐인이고 1황녀는 폭군에 2황녀는 싸이코 패스, 3황녀랑 2황자는 비중도 없이 죽었으니 신경쓸 필요도 없고 막내 황녀는 저 나이에 남자 몸이나 밝히는 변태다.

아둔은 그래도 꽤 대단한 사람이고 이전 황제도 나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 사람인데 자식 농사는 이렇게 망한 지 모르겠다

'아니, 아예 망한 건 아닌가?'

황제한테 중요한 것은 능력이지 성품이 아니었다.

특히 아렌의 경우 변태기가 좀 많아서 그렇지 성품도 선한 편이고 재능도 대단한 편이라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몰래 남자 노예들을 잡아다가 괴롭힐 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성군으로 여겨질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황녀님, 아렌 황녀님은 꼭 위대한 황제가 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내가 칭찬을 하자 그녀가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를 나에게 내밀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그녀가 행복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미소 자체는 아무런 성욕없는 순수한 미소였지만 머리를 나에게 뻗은 것 자체는 그녀의 본성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몸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제가 황제가 되면 아이데스님께는 공작의 작위를 수여할 거에요."

아렌은 그렇게 말한 뒤 내 팔을 꼭 잡았다.

'어린애가 힘이...'

그녀의 무력 잠재력은 무려 102였다.

검을 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력 20을 돌파했고 그 정도 수치면 흑마법사에 의해서 떨어진 무력을 가지고 있는 나 정도는 아주 여유롭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했다.

실제로 꼭 잡은 것 만으로도 팔이 아파오기도 했고.

"그리고 아이데스님이랑 결혼할거에요."

아렌의 표정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저랑 말입니까?"

농담하지 말라는 투로 말하니 아렌의 표정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저는 조금있으면 20살이 되는 몸이고 황녀님은 아직 어린 나이십니다. 황녀님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실 때는 저 보다 더 어리고 예쁜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제가 싫으신 거에요?"

아렌이 자연스럽게 나의팔을 비틀었다.

내가 그녀의 공격에 대비를 해놓고 있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비명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이년이...'

어릴 때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그런가? 성격이 상당히 나빴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팔 부터 꺾으려 드는 성정으로 보아 만에 하나라도 내가 그녀의 국서가 된다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마다 때릴 것이 분명했다.

집착이랑은 또 다른 개념이었다.

믿음이 없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힘으로 상대를 지배하겠다는 심보가 기저에 깔려 있는거니까.

"대답해 주세요. 제가 싫으신 거에요?"

­꽈아아아악!!

"황녀님!"

시에린이 소리치자 아렌이 내 팔을 놨다.

"제가 그렇게 가르쳤습니까? 원하는 게 있다고 해서 그것을 힘으로 얻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 죄송합니다."

아렌이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역겨웠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내가 자신보다 약자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한테는 자기 마음대로 대하고나를 억압하려고 한 것이다.

시에린은 자기보다 강한 것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금방 글복한 것이고.

"괜찮습니다."

지금도 아렌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일가의 폭군은 1황녀 하나만 있는게 아닌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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