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기사가 되고 싶은 플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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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성욕을 갖지 말고 무조건 숙녀스럽게 대할 것.

그것이 청기사단의 종자로 들어가는 대신 플레아가 플린에게 요구한 조건이었다.

남자에게 숙녀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에 한 가지 첨언이 붙었다.

"대놓고 성욕을 가지고 노려보는 것 보다 가식으로라도 숙녀적으로 대하다가 상대방도 오케이 했을 때 거칠게 탐하는 게 서로의 만족도에 훨씬더 좋은 영향력을 미칠거야. 이 남자 저 남자 다 따먹고 다니는 것 보다 한 사람과 진득하게 갈 때 까지 가 보는 게 더 좋지 않겠니?"

그런 플레아의 말 덕분에 플린은 남자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있었다.

'내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남자는 따라 붙을 거야.'

굳이 멋진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청기사단에 들어가기만 해도 남자가 줄을 설텐데 뭘 굳이 노력을 하겠는가.

청기사단의 정식 기사가 되면 그녀가 일주일을 안씻고 다녀서 독한 냄새가 가득 풍기는 상황이어도 자신에게 남자가 붙을 거다.

'그래,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 보다는 남자들이 먼저 다가와주는 게 훨씬 좋은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그러 마음가짐으로 기사 훈련을 하니 실력이 쑥쑥 늘었다.

기사단의 종자라고 해도 플레아의 동생이기도 하고 당장 전쟁이나 출절할 때가 없어서 기사를 모시는 일을 제대로 할 여유가 없다보니 그녀는 오롯이 배움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더불어 성욕이라는 인간의 3대 욕구가 부스트까지 달아주니 매일매일이 다를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실력하나는 겁나게 빨리 느네."

자신을 샤카라고 소개한 여성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이전에 플레아를 후배로서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데 그 때문인지 다른 기사들과는 다르게 플린에게 반말을 사용했다.

북부출신이라는 데 왜 아이작에게 합류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기사였다.

"이대로라면 너희 오빠 나이 정도에는 기사가 되고도 남을 거야. 아마 일반적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나이 정도가 되면 수습 기사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사가 될 수 있는 경지상의 제한은 없다.

하지만 청기사단 정도 되는 명문 기사단에서 말하는 기사란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즉 샤카의 말대로라면 지금 플레아의 나이, 18살 정도가 되면 익스퍼드는 무난히 찍는다는 소리였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말에 플린은 더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안녕?"

그렇게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옆에 처음 보는 꼬맹이가 다가왔다.

자신보다 몇살 어려보이는 데다가 왠지 모를 고귀함이 흘러넘치는 여자아이였다.

"그래... 안녕. 너는 누구야?"

"나는 아렌, 너는?"

아렌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가 누군인지 알 수 있었다.

'황녀님이시잖아?'

플린의 오빠가 황제로 올릴 거라고 모시는 황녀님이셨다.

"저는 플린이라고 합니다."

플린이 예의를 갖춰서 말하자 아렌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보다 언니인 것 같은데 편하게 부르면 안돼?"

"안돼요. 저희 오빠도 황녀님께 존댈를 하는 데 어떻게 제가 황녀님께 반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플레아를 언급하며 말하니 아렌도 더 이상 강요할 수가 없었다.

"그래 알았어."

"근데 황녀님이 여기는 왠 일이십니까?"

"나도 검을 배우러 왔어. 어릴 때 남자애로 위장하면서 사느라 검을 거의 못 배웠는데 군주가 되기 위해선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건 필수라고 들어서 샤카님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어."

아렌이 샤카를 언급하는 순간 플린은 플레아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황녀님의 라이벌이 되어야 하는 구나.'

황녀를 잘 가르치고 싶었다면 크리스틴에게 보냈을 것이다.

단장이 너무 바쁘다 싶으면 부단장에게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굳이 플린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샤카에게 보냈다는 것은 서로 경쟁하면서 실력을 쌓으라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 일이었다.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

자신은 지금까지 아렌 보다 오랜 시간동안 검을 배웠다.

그리고 나이가 더 많아서 가능한 동작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도 플린은 아렌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검에 사용할 수 있었다.

군략과 정치, 행정, 회계 역사 등등등 수많은 것들을 배워야 할 아렌과는 다르게 플린은 온전히 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검을 다루는 자가 똑똑하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지만 무조건 똑똑해야 하는 건 아니었기에 플린은 검 외에 다른 것을 배울 생각이 없었다.

그런 플린의 생각은 하루만에 깨져 버렸다.

분명 처음 검을 잡는다던 아렌이 단 한 시간만에 검의 기초를 마무리 해버린 것이다.

물론 육체적으로 아무런 준비가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검을 배우기 시작한 플린과는 다르게 아렌은 자신의 몰래 만들어 오던 몸이 있었다.

그런 몸을 기반으로 해서 검을 잘 다룰 수 있던 것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빨랐다.

'이게 천재라는 거구나...'

플린의 마음이 한 차례 꺾였다.

아렌과 같이 일주일 동안 검을 휘둘러 보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천재라고.

너무나 압도적인 재능의 차이에 시기는 커녕 열등감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정도의 재능이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괴물을 눈앞에 두니 모든 것이 허무해 지는 기분이었다.

"야, 꼬맹이."

"왜 불러요."

"황녀님이 천재여서 기분이 나빠?"

샤카의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둔재여서 기분이 나빠요."

플린의 말에 샤카가 크게 웃었다.

"네가 둔재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너도 분명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10년에 한 번 나올 재능이라던가 누가봐도 대단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너는 분명히 재능이 있는 년이야. 지금 네가 한 말을 진짜로 재능이 없는 애가 들었으면 아마 너를 죽인다고 칼을 들고 덤벼들었을 거다. 그리고 그 년이 검을 10년을 공부했어도 너한테 제압당했겠지, 저는 그 정도의 재능은 충분히 가지고 있어. 꾸준히 수련하면 기사단장급은 못되도 그 바로 아래 정도는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야."

샤카가 플린의 머리르 쓰다듬었다.

"내가 딱 너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거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나아가는 지 잘 보면 너도 네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제가 샤카님 처럼 잘 나갈 수 있을까요?"

샤카는 우등생이었다.

아카데미에서도 헬링과 대련할 정도의 실력자였고 기사단에서도 어린 나이에 나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라서 남자들한테 인기도 엄청많았다.

북부인 특유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엄청 예뻤으니까.

"물론이지. 너는 할 수 있을거다."

샤카가 그렇게 말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황녀님이 별나신거야.'

애초에 황녀를 제외하면 자기 나이 근처에서 자기보다 더 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자신을 둔재 취급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

"고마워요. 샤카님."

"내가 할 일을 한 것 뿐이야... 그러면 이제 검을 휘두를 시간이다."

"얼마든지요."

플린은 그렇게 천천히 기사를 향해서 나아갔다.

*****

거울을 바라봤다.

벌꿀을 닮은 예쁜 금발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것 없이 머리카락만 잘라서 팔아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이 아름다웠다.

슬며시 만져서 옆으로 빼 보니 손에 닿는 감촉이 예술이었다.

내가 만져도 이 정도 중독성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머리를 만지면 아마 미쳐버릴 게 분명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눈을 바라봤다.

초롱초롱하면서도 강인한 눈동자가 나를 직시했다.

분명히 내 눈인데도 빨려들어갈 듯 강력한 마성을 가지고 있어기에 바로 시선을 돌려코와 입을 바라봤다.

오똑한 코에 자그마하지만 힘입게 다물어진 입술,

얼굴 전체의 조화가 완벽했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미소년이라는 이미지에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피부는 하얗고 깨끗했으며 몸의 선 조차도 완벽했다.

아무리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어도 몸의 선을 완벽히 숨기진 못했고 그렇게 들어난 선만으로도 여성을 안달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얼굴은 미소년인데 몸은 또 야한 편이었다.

볼 때 마다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몸이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했다.

'진짜 미쳤네.'

나는 상태창을 열어 내 매력 수치를 확인했다.

매력:100/102

나는 명실공히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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