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청기사단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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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병사들을 먼저 빌려줬다.
한 번에 만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사라지자 병영이 휑 해졌다.
병사를 먼저 빌려주긴 하지만 미술품을 모두 받은 이후에야 제대로 활동을 할 것이다.
나와 동맹관계에 있는 황실파 사람들 몇명은 그러다가 1황녀에게 병사를 뺏기면 어쩔거냐고 걱정했지만 아주 믿음직스러운 장군을 같이 보냈기 때문에 그쪽일은 문제가 없었다.
'요즘따라 손님이 많이 오네.'
"단장님이 이곳엔 왠일로 오신 겁니까?"
청기사단장 크리스틴이 우리 영지에 찾아왔다.
아둔의 기득권층 죽이기는 행정직에만 해당됐던 일이 아니었다.
적기사단은 옛저녁에 헬링한테 넘어갔으니 문제가 없다지만 청기사단은 제도에 남아있었다.
속으로는 1황녀에게 불만을 품으면서도 겉으로는 일단 1황녀쪽의 인물이었으니 내전에 참여한 셈이다.
그런 청기사단이 아둔의입성과 함께 뿔뿔히 흩어졌다.
아마 모든 기사단이 제도의 각지에 흩어져서 알게 모르게 압박을 당했을 텐데 이번에 아덴의 귀환이 늦어지면서 이렇게 찾아온 것이겠지.
"당신의 밑에 투신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무의식 적으로 갑작이요? 라는 말이 나오려다가 겨우 멈췄다.
그래 다른 세력들의 견제를 받는 와중에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어지간히 우리쪽으로 오고 싶었나보지.
"아둔님께서 황제폐하로 즉위하고 계신데 왜 제 밑으로 들어오고 싶으시다는 겁니까?"
"아둔은 황제가 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1황녀님도 계실텐데요."
크리스틴이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자도 황제가 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니라 아렌님께 투신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아이데스님이 아렌님의 대부로 활동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은 아이데스님의 밑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아렌님의 밑으로 들어가봤자 그분의 호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겠죠. 아이데스님의 밑으로 들어가 아렌님을 황제로 올릴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눈빛은 아주 강렬했다.
아둔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기간동안 아주 많은 일을 당한 듯 눈빛이 흉흉했다.
"크리스틴님이 저희 세력에 들어오신다면 저희야 감사하죠... 그런데, 청기사단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것이..."
크리스틴이 이를 악 하고 물었다.
"다른 기사단원들도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다들 뿔뿔히 흩어져 있어서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에 아이데스님이 만명의 병사를 용병으로서 1황녀에게 빌려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병사들을 이용해서 기사들을 모아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청기사단 정도 되는 전력이 아이데스님의 세력에 합류하는 건 아이데스님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일이 아닐 겁니다."
당연히 모아 줘야지.
애초에 그들을 모으기 위해서 노력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기사단, 그것도 청기사단 정도의 명문 기사단을 내 휘하에 넣ㅇ르 수 있다면 그 정도 수고는 수고라고 볼 수도 없다.
"당연히 해 드리겠습니다. 대우도 만족할 만큼 해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크리스틴이 입을 때지 못하고 내 눈치를 봤다.
"편하게 말씀하십쇼."
"... 제 오빠가 전 사모아 공작의 부하 중 하나인 알렌 자작에게 붙잡혀 있습니다."
"오라버니 분께서 말입니까?"
"네... 사모아가 정권을 장악했을 때 1황녀측의 세력에서 데려갔습니다."
크리스틴의 오빠라면 난세 원작에서는 청기사단의 단장을 맡는 실력자고 이곳에서도 부단장의 자리에 올라있는 실력자였다.
"기사 전력으로 쓰려고 데려간 겁니까?"
"아닙니다. 포로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라버니는 남성이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아무리 오빠고 남자라고 해도 그렇지 기사인데 그렇게 까지... 아'
그러네, 이 세계에서 크리스틴의 오빠는 원래 세계의 여기사랑 같은 존재인 거 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반인이 끌려갔어도 이것만큼 걱정이 되진 않을 텐데 하필이면 여기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니 훨씬 더 걱정이 됐다.
"크리스틴님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 됩니다. 최대한 빨리 청기사단원들과 함께 크리스틴님의 오라버니를 구출하는 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아둔이 자리르 비운 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사모아세력은 머리를 잃고 다시 결집되지 못하고 있었고 1황녀가 1만의 군사를 가지고진을 치고 있었으니까.
이런 와중에 제국의 실세 중 하나인 내가 나서서 크리스틴의 오빠를 돌려달라고 사면 아마 당장 돌려줄 거다.
'참 웃기는 일이야.'
아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 혼자서는 평범한 지방의 영주가 될 뿐이다.
그런데 둘이 합쳐져 있으니 제국의 실세가 됐다.
거의 모든 황실파는 나를 지지하고 있었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 나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나 하나 건드리면 화나서 폭주하는 세력이 한 둘이 아닌데 내가 아무리 약한 세력이라도 해도 건드릴 수가 있겠는가.
이런 자리에 올라올 수 있던 것도 결국 내가 지난 시간동안 제국에 충성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새겨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인생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틴이 머리를 숙이고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아직도 그녀와의 첫만남이 기억난다.
그녀는 청기시단의 단장으로서 제국 아카데미에 찾아왔고 흑마법사들을 찾는 수색 임무의 대장으로서 나와 만났다.
그리고 내가 훈장을 받을 때 제대로 각인을 시켰다.
그 때의 나는 청기사단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약자였지만 지금은 내가 그녀의 위에 서서 그녀를 부리려고 하고 있다.
나를 이자리까지 올려준 것은 단 하나,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죽을 때 까지 이 타이틀은 못 버리겠군.'
최후에는 아렌을 죽이고 내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생각이지만 주기적으로 아렌을 그리워 하는 척을 하면서 그녀를 황제의 자리에 올리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그래도 사모아와 아둔의 원투펀치로 어느 정도 대항력이 있는 황가 인물들이 모두 다 죽어서 다행이다.
"라이넬에게 찾아가면 크리스틴님이 머무실 숙속를 안내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긴 시간이 지나기 전에 청기사단을 이리로 데려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내십쇼."
"감사합니다! 아이데스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크리스틴이 바닥에 무릎을 꿇길래 바로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사람은 어려워지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 토록 강인했던 여자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는 신세가 되다니.
"일어나십시오. 저는 크리스틴님께 감사의 인사를 받자고 청기사단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왜 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그것이 아렌님께 이득이 되는 일이라서 그런 것이죠."
이건 좀 너무 나갔나 싶었는데 크리스틴의 얼굴은 참 밝은 걸 보니 진짜배기 충신한테는 이런 말도 통하는 듯 보였다.
"아이데스님은 역시 진정한 충신이십니다."
충신 아닌데 자꾸 충신 소리를 들으니가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만큼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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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사단을 송환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주 당연한 일인 것이 제도에 있는 내 병사만 1만이었다.
2황녀의 수하들이 그녀에게 병력을 보낸다고 듣긴 했는 데 그들은 통일이 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1황녀가 제지하기는 했지만 아직 모든 미술품이 우리 영지에 도착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내 병사들을 다루는 건 나의 마음이었다.
청기사단의 인원도 1000명이 살짝 넘었는데 그런 인원을 단 하루만에 찾아서 한 번에 우리 영지로 보냈다.
'역시 기사는 내전중에는 죽을 일 없어.'
워낙 고급인력이라서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잘 안죽이는 경우가 많다.
당장 결투만 해도 상대를 죽이지 못하는 불문율이 있었고.
크리스틴의 오빠에대한 문제도 꽤 쉽게 처리가 됐는데 내가 내 영지에서 내놓으라고 소리쳤으면 모를까 제도에 만 명의 병사를 두고 송환하라고 하는 데 안 줄리가 없었다.
"오빠!"
크리스틴이 자신의 오빠를 꼭 안은 뒤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훑어 봤다.
포로로 끌려갔다고 해도그는 기사였기에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건 아닌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은인."
깔끔하게 잘 생긴 미공자가 나한테 은인이라고 그러는 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빳다.
그의 모습에서 여기사의 모습을 살짝 볼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
"오늘 하루는 푹 쉬시지요."
그렇게 내 세력에 청기사단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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