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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39화 (239/312)

〈 239화 〉 흑마법사들의 반란­3

* * *

끝이 예정되어 있는 전쟁이 벌어졌다.

아둔은 제도에서 병사들을 모아 흑마법사를 치러 갔다.

흑마법사의 본거지를 기어코 찾아내어 그곳으로 공격을 간 것인데 여러가지 미심쩍은 점이 많았다.

이전의 황제는 흑마법사를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아둔은 흑마법사들의 본진을 찾을 수 있었을까?

아둔은 왜 흑마법사따위를 공격하러 가는 데 자신의 기반 세력들과 함께 본인도 같이 움직였을까?

설명하려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었다.

아둔이 흑마법사들의 본진을 찾을 수 있던 이유는 흑마법사들이 함정을 파 놓고 아둔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둔이 자신의 모든 세력을 가지고 움직인 이유는 백성들의 민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병사들만 찍 보내는 것 보다는 자신까지 같이 가는 것이 민심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하나하나 설명하면 말이 되는 이유지만 아둔이 굳이 흑마법사들의 본진에 자신들의 병사를 모두 데리고 이동한 것은 제작자들의 의도가 아주 많이 가해져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현실적인 감각에서 보면 아둔은 오랜 시간동안 꾸준하고 조용히 세력을 키워온 멋진 인물이었지만 게임으로 따지면 갑자기 튀어나온 근본 없는 놈이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던 유저라면 당연히 사모아 공작가가 황제를 먹고 운 좋아서 선대 사모아 공작이 아프다는 걸 알았으면 제도에서 삼파전이 일어나겠구나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 갑자기 튀어나온 세력이 제도를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둔이 제도를 먹고 사모아 세력을 정리하고 제도의 모든 세력을 이끌고 흑마법사에게 가서 공멸하는 것은 게임의 스토리를 편하게 만드려는 제작자의 의도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제작사에서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고.

'삼국지로 따지면 동탁이 수도에 불을 내고 천도한 것 정도로 보면 되지.'

삼국지를 잘 알지는 못해서 직접 비교는 안되는데 게임사에서는 그 정도의 임팩트를 위해서 이런 스토리를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둔이 흑마법사들과 공멸한 것을 기점으로 지방파 세력들이 힘을 많이 쓰기도 하고.

아둔이 제도의 모든 세력을 이끌고 흑마법사들과 함께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면 제도에 남는 것은 결국 1황녀와 2황녀 뿐인데 그들에게는 이제 권위가 남아있지 않았다.

백성들의 민심을 져버렸으니 그만한 권위가 있어야 제국을 지배할 텐데 이제 그들에게 남은 권위는 황녀라는 것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원작에서는 세력이 아니라 진짜 제국에 충성하는 이들이 그녀들에게 붙어줘서 제도를 유지하는 건 가능했지만 글쎄?

지금 세상에선 우리의 막네 황녀님 아렌님이 계시다. 그녀를 영웅이라고 불리고 제국에 대한 충성심까지 완벽하게 내세우고 있는 내가 보호 중인데 과연 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난세보다 일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어.'

난세 본판에선 제도는 황녀중 하나가 다스리고 다른 지역에서만 격하게 전쟁이 일어났다.

황녀의 세력이 약하긴 해도 일단 황제라는 이름을 쓰고 있고 제도가 제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의는 치러 준 것이다.

그런데 다음세대의 황제로 아렌이 떠오르고 있다면?

제도를 공격하는 게 더 쉬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히스토리아가 제도를 공격할 수도 있고 프리스티스 헬링이 공격할 수도 있다. 어쩌면 북부의 아이작이 자신의 세력을 회복하고 격하게 남하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작은 세력들이 제도를 공격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먼저 움직이든 최종적으로 제도를 먹게 되는 것은 아이작일 확률이 높다.

원작에서도 아이작이 제도를 먹었고 지금 존재하는 메이저 세력 중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이작이었으니까.

중소 세력이 제도를 먼저 공격해서 차지한다고 해도 금방뺏기겠지.

'내가 들어가면 좀 다르려나?'

당장은 아니고 아렌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 입성하면 느낌이 좀 다르긴 할거다.

그 때까지 아렌이 멋지게성장하고 나도 세력을 많이 키운 상태라면 내가 황제가 되는 것 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난세를 종식시킬 수도 있겠지.

물론 안 그럴 거지만.

"슬슬 제이어자작이 지랄할 때가 됐는데?"

"어떻게 알았어? 요즘에 우리 상인들을 아주 못되게 군다고 그러던데?"

지방에서는 서로만 조금 볼 뿐이지 이제 힘의 논리가 모든 걸 지배하는 난세가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제이어 자작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했어도 상인들에게 통행료를 걷고 해적질 하는 짓을 했을 텐데 제이어 자작과 내가 굉장히 사이가 좋지 않다 보니 대놓고 난리를 친 모양이다.

"내가 찾아오라고 했던 사람은 찾아왔어?"

"알면서 뭘 물어. 지금 1층에서 대기하는 중이야."

"당장 불러와."

시에린이 아래층에 내려가서 사람 하나를 올려 보냈다.

'응?'

내가 알던 얼굴이 아닌데?

"제아씨?"

"네! 제아입니다! 제이어 자작밑에서 탈출해서 혼자서 뱃일을 하다가 저를 불러주셨다는 말에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혹시 여자에요?"

"네! 여잡니다! 뱃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제서야 모든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내 기억이랑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던 건지.

제이어 자작의 발길질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던 건지.

남녀역전세상에서 기사가 아닌 남자가 여자를 아무리 강하게 찬다고 해도 큰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당황해서 넘어지는 일 정돈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지만 그것 가지고 일어나지도 못할 고통을 당하는 건 힘들다.

여자가 힘들 정도로 밀려면 남자는 진작에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이건 또 희안한 일이네.'

동생이나 누나로 대체 된 게 아니라 성별이 아예바뀌어 버리다니.

황실관련된 사람중에서 몇몇이 바뀐 건 알았는데 제아가 바뀔 줄은 몰랐다.

"제가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건 당신에게 해군을 지휘하는 제독의 역할을 맡기고 싶어서입니다."

내 말에 제아가 완전히 굳어 버렸다.

"네?"

"당신을 제독으로 삼고 싶다고요."

"제가요? 도대체 저의 뭘 보고 제독으로 삼으시려고 하시는 거죠?"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어요. 그리고 바다에서 가장 많이 적으로 만날 제이어 제독에 대해 강한 적의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당신을 제독으로 삼으려는 겁니다."

"그것이... 시켜만 주신다면 정말로 열심히 하겠지만... 제가 도움이 될지..."

그녀가 끊임 없이 말을 흐리며 내 눈치를 봤다.

"저는 제아씨를 믿습니다. 틀림없이 잘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

제아가 고민하는 듯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 모습이 내가 이런 곳에 들어가야해? 라는 느낌보다는 내가 이런 곳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마음이 편했다.

"그래요. 조건도 알려주지 않고 영입제안을 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소파에 앉아있는 지금도 나보다 크면서 뭘 그렇게 놀라는 지 모르겠다.

"따라오세요. 저희의 해군을 보여드릴 테니까요."

"네."

성에서 해군기지가 있는 곳 까지는 거리가 꽤 됐다.

그 거리를 마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안에서 딴 척을 하고 있는 제아의 모습이 꽤 볼만했다.

"여기가 저희가 해군을 육성하는 장소입니다."

"와아..."

제아가 입을 떡 하고 벌렸다.

내가 이 영지에 온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던 것이 아니다.

기술자를 데리고 와서 자문을 구해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발전되고 커다란 해군 기지를 만들었다.

내가 앞으로 지배해 나갈 영지의 중심이 바다를 통해서 많은 이점을 보는 곳이다 보니 해군을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군은 한 번 뽑아두면 다른 무역선 삥 뜯을 때도 사용할 수 있고 해병대를 길러서 상륙작전을 시도해 볼 수도 있는 등 육군보다 쓰임새가 많았다.

"저희세력의 제독이 되시면 이곳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하겠습니다."

그녀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제가 오히려 돈을 내고서라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눈에서 열정이 가득가득 흘러나왔다.

지금 당장은 돈 안 받아도 이정도 규모의 시설에서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이라는 눈빛이지만 아마 2년만 지나도 생각이 싹 달라질 거다.

"일단 연봉협상부터 해볼까요?"

방긋 웃으며 그녀를 기지 안으로 데리고 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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