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화 〉 흑마법사들의 반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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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그게 문제가 되는 일인가?"
제도에서 살아보지 않고 외부의 일상과 단절되어 온 삶을 산 아둔의 입장에서 이제는 제대로 된 세력을 가지지도 않고 있는 흑마법사는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에게 위험한 것은 황궁의 구석에서 힘을 모으며 언제든지 자신의 목을 뚫을 수 있을 준비를 하고 있는 어린 표범 두 마리가 더 큰 위험이었다.
"네, 아주 큰 문제가 됩니다. 흑마법사들의 규모가 보통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제국을 운영하는 상황이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로 치부했을 겁니다."
"제도에서 흑마법사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말이지?"
"맞습니다. 하지만 제도에서 흑마법사가 나타난 이상 무조건 그들을 토벌해야만 합니다. 한 번 뿌리 뽑지 않으면 꾸준하게 제도의 힘을 깎아 먹을 겁니다."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군."
아둔이 조용히 앉아서 고민했다.
흑마법사를 잡는 것에 어떤 이점이 있을까?
당장 흑마법사를 공격하지 않는 다면 무슨 일이 발생하지?
그리고 어느 것에 신경을 더 써야 하지?
"흑마법사를 잡는다면 민심이 오르겠군."
"당연히 오를 겁니다. 흑마법사의 위험은 저 같은 귀족 보다는 평민들에게 크게 작용하니까요."
민심은 아주 중요한요소였다.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황제는 폭군이 될 수 밖에 없다.
아둔은 다행이도 민심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는데 몇몇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닌 이상 간을 보다가 갑자기 들어온 것 가지고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먼저 싫어할 수도 없었고 이전의 황제보다 월등히 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기에 이제야 제대로 된 황제가 나타났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아주 든든한 지지기반이며 그 자체로도 이득을 낼 수 있는 요소였다.
"흑마법사 토벌 작전을 준비하도록."
아둔은 흑마법사를 가볍게 생각했다.
그들은 단지 민심을 올리기 위해서 자신에게 바쳐진 희생양들이었다.
위험이 되는 존재를 죽이면서 민심도 같이 올릴 수 있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었다.
아둔의 참모측도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흑마법사가 얼마나 강력한 지는 애초에 상정에 두지 않았다.
2년 전에 왜 제도를 빡세게 돌아다니면서 흑마법사와 만난 적이 없던 자들은 모른다.
흑마법사들이 얼마나 강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가 흑마법사의 위험을 강하게 체감했다면 흑마법사들을 토벌하는 데에 훨씬 더 큰 공을 들였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지금부터 우리는 흑마법사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먹고 제국을 병들게 하는 간악한 흑마법사들을 모두 내가 처리 할 것 이다!"
가뜩이나 인기가 좋은 아둔이 흑마법사들을 처리한다고 말하자 백성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이번엔 해 주는 주체가 국가 였기에 흑마법사들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가적인 문제들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테니 단 하루만에 전황이 바뀌었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1황녀와 2황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완전히 아둔의 측으로 넘어왔다.
귀족들 중에선 아직 그를 따르지 않는이가 많았지만 평민들 중에선 자신을 밀어 주는 이가 많았다.
"그런데 흑마법사들은 어떻게 잡아야 하지?"
"그건 제가 조금 압니다."
학장이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나가며 말했다.
다른 가신들과는 다르게 아카데미의 학장으로서 오랜 시간을 제도에서 보내왔고, 2년전에는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특정한 대가를 약속하고 제도 순찰을 맡겨 본 적이 있으니까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 수가 있었다.
"흑마법사는 단순히 전력을 많이 투자해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훨싼 더 섬세하게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느리고 천천히 적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자네가 군사를 잘 모르는 군."
다른 가신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번에 제도를 먹을 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장군으로 그녀가 없었다면 아둔이 제도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 했을 지도모른다는 소문이 돌만큼 군사를 운용하는 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름지기 흑마법사 같은 음지 세력은 많은 병사들을 앞세워 단박에 처리해야 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프라만 꾸준히 소모 될 뿐이야. "
"안됩니다. 흑 마법사는 강하게 밟으면 튀어오르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천천히 움직이는 게..."
"학장, 군략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면 빠지시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최종 결정권은 결국 아둔에게 있었다.
장군의 말대로 빠르게 처리하고 다른 일을 하는데 집중할 것이냐. 아니면 학장의 말을 듣고 천천히 흑마법사를 걷어 낼 것인가.
"장군의 말을 듣도록 하지. 천천히 세력을 지워나가봤자 다시 그 세력을 회복해서 다시 나타날 뿐이야."
"흑마법사들은 그 재생능력이 빠르지 않습니다. 천천히 지우면 10년 내에 다 없어질 겁니다."
"그 10년 동안 그 치들에게 끊임 없이 행정력을 소비하느니 차라리 한 번 많은 병력을 투자하여 그들을 모두 죽이는 길을 택하겠네."
아둔의 눈은 부드러웠지만 자신의 의지를 결코 꺾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내가 군략을 잘 몰라 이런 일이 발생했구나.'
자신이 장군만큼 군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병사도 잘 다루고 흑마법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이를 믿는 것이 무조건 맞았을 태니까.
"알겠습니다."
학장이 씁쓸한 미소를 짓고 뒤로 물러섰다.
흑마법사들이 위험하고 튀는 존재라고 해도 결국 아둔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학장은 더 이상 반박을 하지 않았다.
"제도에 존재하는 모든 세력에게서 병사들을 징집해라 그 병사들로 흑마법사를 모두 정리할테니."
"알겠습니다. 황제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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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우리를 공격하겠다고 선포했다."
거대한 원탁에 앉아있는 흑마법사 무리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무려 8서클의 경지에 다다른 흑마법사는 원탁이라는 상대적으로 서로의 권리를 존중 해 주는 자리에 앉아있음에도 그 기세가 매우 강력했따.
"들었습니다. 제도에 있는 병력을 긁어 모아 저희를 한 번에 친답니다."
원탁에 무거운 분위기가 맴돌았다.
지금까지 어지러운 정세를 바탕으로 힘을 키웠고 정권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 당연히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제도로 진출했는데, 바로 피드백이 이렇게 오는 것을 보면 판단을 잘못 한 건 아닐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생각이 나는 이가 있나?"
"그냥 전부다 죽여 버리죠? 제도의 병사들은 분명 강군이지만 저희들은 마법사들입니다. 어떻게 민간인이 마법사를 상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같은 고위 흑마법사들은 문제가 적겠지만 밑에 도제급 흑마법사들은 많은 양의 병사를 상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만 살기 위해 이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지 않는가 도제급이 전부 죽어버리면 흑마법사의 명맥도 죽는 것이다."
"도제급들이 죽기 전에 적을 죽여 버리면 되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근래에 확인한 사실이 있는데 아둔의 세력에도 소드 마스터가 있다. 소드 마스터와 8서클 마법사는 동급의 취급을 받으니 나와 같은 경지를 가진 자가 그들 중에 있다는 거지."
그녀의 한 마디에 원탁이 더욱 무거운 분위기에 잠겼다.
"일단 최선을 다해서 항전하는 것은 기본이고 똑똑하게 싸울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지까지 버리고 이곳 근처에서 게릴라 식으로 치고빠지는 전술을 해야 할 수도 있어."
"이미 세상을 등진 몸인데 어떻게 싸우는 지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악착같이 버티고 버텨서 아둔의 세력을 몰락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도를 저희가..."
빠악!
그녀의 스승이 신나서 이야기 하는 그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우리는 양지로 올라가지 못한다. 제도에도 제물이 많아서 올라가는 것이지 양지로 가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지 않냐."
"그렇긴 한데요..."
눈물기 낀 목소리로 말하는 흑마법사의 모습에 8서클의 마법사가 대화 주제를 환기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최선을 다해서 항전을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전략을 맞춰 나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마탑주님!"
"마탑도 없는 데 도대체 어떻게 마탑주라고 할 수 있는가."
마법사가 종이한 장을 들고 글씨를 써가기 시작했다.
적들의 전력, 움직이는 장소, 예상 출전 날짜, 등등 제국을 상대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전부 정리해 두었다.
그렇게 정리해 둔 종이를 투욱 치자 순식간에 종이가 늘어나 사람들의 앞으로 이동했다.
"내일까지 각자 전략을 구상해 오도록, 자네들의 진정한 머리가 필요할 때다."
"알겠습니다!"
흑마법사들은 흑마법사대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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