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 인세지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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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쟁, 전쟁
어디를 가든 전쟁뿐이었다.
프로트라인이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는 구역을 빼면 모든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슬슬 군량도 떨어져 가고 병사들도 많이 죽었으며 기사는 죽이지 않는 관습 덕분에 기사가 죽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잔뜩 지친 채 좀비처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노라.'
사모아가 원했던 환상적인 순간이 왔다.
왈칵.
이제는 기침하는 기세도없이 갑자기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몸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에게 조금의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황제의 자리를 오래 누리다가 갔을 텐데.
언제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몸 상태니만큼 황제로서 죽고 싶은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당장 상을 치뤄도 문제가 없는 몸으로 환상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담대함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자기 딸이 그 담대함을 이어받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지.
'내 딸이 과연 황제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녀의 딸, 이르엘 사모아는 분명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 평범한 세상이라면 사모아 공작가의 세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녀에게 시간이 조금 더 있어서 제국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면 안정화된 제국 속에서 살얼음판을 걸어가면서도자신의 가문을 제국의 황가로 정착시킬 수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상황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았다.
그녀 스스로도 황제의 자리에 올라간 뒤 죽는 것을 목표로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른 이들을 모조리 없애고 황제의 자리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 뒤로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겠지.
그 시간으로는 자신의 딸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힘을 키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르엘의 역량을 믿어야지.'
그녀는 자신의 딸이다.
지금은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위기가 찾아오면 분명 강점을 찾을 것이다.
'더 이상 걱정과 고민은 필요 없어.'
숨겨놨던 병사들이 그녀의 저택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
그녀가 죽은 뒤의 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저택에서 모든 것을 관망했다.
거대한 제국이 그녀의 손안에 들어올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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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에 알 수 없는 병사들이 나타났다.
잔뜩 지치고 굶은 다른 병사들과 다르게 그들은 아주 쌩쌩했다.
갑자기 이런 대규모 병사가 어디서 나타났을까.
지방에서 군대가 움직이는 것을 본 적도 없는 데 말이다.
'사모아 그 썅년이.'
2황년이 화를 꾹 누르며 이를 악 물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사모아는 귀족파의 수장치고는 너무 야망이 컸다.
자신의 병사를 하나도 내보내지 않고 몰래 자신과 언니를 컨트롤 하는 느낌이 들 때 부터대비를 해놓고 있긴했는데 꿍쳐둔 병력이 너무 많았다.
그녀만의 눈과 귀가 파악한 바로는 사모아가 데리고 있는 병사의 수는 7만에 달했다.
많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숨겨놓은 병력이라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이었다.
2황녀는 당장 일어나 1황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1황녀가 아무리 성미가 급하고 다혈질 기질이 강하다고 해도 그녀도 병신은 아니었다.
사모아가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 것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긴 무슨 일로왔어?"
어제 왔다면 옳다구나 하면서 자신의 목을 자르려고 했을 언니가 오늘은 기분나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태긴 해도 온건한 방식으로 그녀를 맡이했다.
"사모아 공작이 반란을 일으켰어."
"나도 알아. 내가 눈이 없니 귀가 없니 저렇게 대놓고 제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못 알아 보겠어? 병력의 규모도 알아. 무려 7만이라더라."
"그래, 병사만 7만명이야. 사모아 그년을 끌어내리기 위해선 우리끼리 힘을 합쳐야해."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고?"
1황녀는 사모아를 이기는 것에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1황녀와 2황녀가 가지고있는 병력들을 전부 끌어모아봤자 4만명이 겨우 됐다. 그 마저도 부상자들이 많아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했다.
"어. 이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1황녀와는 다르게 2황녀는 사모아를 상대로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사모아는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병사들 모두 아무런 경험도 없는 놈들이야. 우리에게 병력을 숨기느라 급급했으니 실전은 물론이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확률이 커. 그리고 기사단 전력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어. 내가 짜 놓은 전략대로만 하면."
"꺼져."
1황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제국은 우리의 대에서 끝나는 거야."
화가 잔뜩 난 언니를 상대로 2황녀가 차분하게 말했다.
"사모아 따위한테 제국을 뺏기고 싶으면 언니 마음대로 행동해.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사모아는 우리가 힘을 합쳐서 처음 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이길까말까한 강적이야. 그년의 병사들이 경험을 쌓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제도는 끝이라고. 설마 삼촌한테 손을 빌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알았어. 대신 황제의 자리는 내가 오를거야."
"좋아."
2황녀는 망설임 없이 1황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사모아를 이긴 뒤에는 지금 맺은 조약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사모아를 상대로 한 전투에서 최대한 많은 병력을 보존하여 상대를 친다.
두 자매가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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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모아가 전쟁에 참여하면서 1황녀와 2황녀간의 전쟁으로 진행되던 내전이 사모아를 상대로 1황녀와 2황녀가 연합을 맺어 사모아를 견제하는 그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뻔히 알고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지루한 일이었다.
'어지간하면 사모아가 이기겠지.'
난세에서 사모아의 반란을 가장 크게 제압한 것은 1황자의 세력이었다.
그런데 그런 1황자가 남녀역전이 되면서 완전히 망해버렸으니 사모아를 누를 수 있는 세력이 없었다.
기사단과 숙련병을 사용해서 적극적으로 공세를 이어나가는 것도 한 순간이지 피로가 잔뜩 누적되어 있는 병사가 쌩쌩한 병사를 이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사모아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될테지.
죽기 전에 아주 한 순간만.
사모아가 죽은 뒤 다시 1황녀와 2황녀가 싸운다. 근데 최종승자는 또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인간에겐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중요한 건 제도를 누가 먹느냐가 아니야.'
제도에서 개판이 나는 동안 지방이라고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제도보다 병사를 키우기 더 쉬운 지방에서 수많은 세력들이 자신의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누가 승자가 되든 예전의 황권보다도 훨씬 약한 황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중앙파에게 종속되어 있는 와중에 지방파 귀족들이 제도의 말을 아예 안들을 테니까.
제국의 제도를 스스로 파괴한 인간들을 황제로 모실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야.
'오래도 걸렸다.'
시간으로 따지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닌데 굉장히 느리게 느껴졌다.
삼국지의 황건적의 난과 그나마 대치되는 것이 흑마법사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었고 삼국지의 반동탁 연합군에 그나마 매치되는 것이 제도에서 벌어지는 내전이었다.
삼국지에서는 거의 6년 정도 되는 시간 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난세에서는 2년 반도 안돼서 여기까지 진행 된 것이니 그렇게 느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느리게만 늦겨졌는지.
이제 진짜 난세다.
지금까지 난세 난세 거렸지만 이제는 진짜 그 누구도 내 세력을 지켜주지 않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열린다.
펑!
제도의 반대편에서 노란색과 주황색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신호탄이 터졌다.
사모아가 황궁에 들어서면 일단 기존에 황궁에 있던 황족들 부터 죽일 것이다.
아무리 내전이 일어나도 황족들을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지만 제국의 불문율이 가장 많이 깨지는 시기가 이시기였다.
애초에 황제가 되기 위해 내전을 일으킨 그녀가 황족들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됐다.
"하아... 하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검은색 로브를 짙게 눌러 쓴 꼬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저 왔어요!"
그녀가 로브를 쓱 벗으며 말했다.
남자처럼 보이게 하는 화장이 벗겨져 소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잘 오셨습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미소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내전이 끝난 뒤 나에게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안겨줄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가 나중에 황제의 자리에 오를 명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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