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30화 (230/312)

〈 230화 〉 인세지옥­3

* * *

'일이 편하게 됐어.'

부하들을 성문에 대기시키고 나는 다시 황궁으로 돌아갔다.

제도의 최소한의 자생을 위해서 식량을 공급하긴 해야 하는데 내 얼굴을 까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이름도 없이 구호활동을 하면 약탈의 위험성도 있고 메이저 세력들에게 뺏길 위험도 있어서 병사를 데려와야 할지 말지도 걱정을 엄청했는데 다행히 프로트라인이 미리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으니 그녀에게 식량 전부를 양도하는 걸로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체되었다가는 내가 제도로 온 메인 이유가 송두리 째 날아갈 위험성이 있으니 일이 빨리 끝났다는 것만 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우리 황녀님이 어디계시려나.'

1황녀를 찾으려면 저기 대 놓고 있는 거대한 막사로 가면 되지만 나는 그녀를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 부터 남장을 해서 숨을 죽이고 살아왔던 막내 황녀님을 찾으러 온 것이다.

전쟁으로 개판이 된 황궁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황녀의 병력도 막사만 지키고 있지 황궁의 입구는 철저하게 지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미네타가 챙겨준 스크롤을 사용하지 않고도 황궁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죽었을 리는...'

없다.

아무리 황제의 자리를 놓고 내전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도 황궁은 자신이 황제가 되면 들어와서 살게 도리 집이자 제국과 제도의 중심지였다.

그런 곳을 공격할 리도 없고 설령 공격한다고 해도 내전에 참여하지 않은 황족을 죽였을 가능성은 더더욱 낮았다.

'아예 중심부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돌아다니네.'

전쟁터인 제도와는 다르게 황궁 내부는 꽤 평화로웠다.

물론 벽 몇개만 넘으면 전쟁터가 나오다보니 그들이 느끼고 있는 공포는 진짜였지만 황궁 외부의 사람들은 진짜 전쟁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들은 상당히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스르륵

미네타가 만들어준 스크롤을 사용하자 내 몸이 사라졌다.

어엿한 고위 마법사가 된 미네타가 신경을 써서 만든 스크롤이다보니 내가 원하는 시간 내에서는 내 몸을 드러내고 말고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몸을 숨기고 막내 황녀님을 찾아 돌아다녔다.

막내 황녀라고 해도 황족은 황족.

밖에서 걷고 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에 찾는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황궁에 몇번 들르면서 황족들만 쓰는 식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식기를 들고 있는 사용인을 따라가는 것으로 막내황녀가 있는 방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똑똑똑.

"누구십니까? 간식은 이미 받았습니다."

"백마탄 왕자님입니다."

"백마탄 공주님도 아니고 무슨..."

그녀가 큰 의심없이 문을 열었다.

지금이 전쟁 중이 아니었다면 황궁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내가 이곳까지 올 수 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이 그렇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이 전쟁중이라 진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징집을 당했다는 거지.

"누구십니까?"

"플레아 아이데스라고 합니다. 꼬마영웅이라고 불렸던 이죠."

"아! 영웅님!"

그녀가 내가 기억이 난다는 듯 소리쳤다.

만남은 짧았지만 서로에게 임팩트가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인지 서로가 서로를 못알아보는 일은 없었다.

"여기는 무슨일이십니까?"

소녀가 소년의 티를 팍팍 내면서 말했지만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에게는 소년의 모습처럼 보일 뿐이었다.

여기서 이야기를 잘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막내 황녀가 나에게 의탁하게 하는 것.

당장 끌고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날 뿐이었다.

"황자님께 말씀 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사용인들이나 병사들이 볼 지도 몰라요!"

이 아가씨가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걸까?

나는 침입자의 신분이고 사용인들과 병사들은 그녀의 부하다.

침입자를 부하에게서 숨기다니,

그녀가 영웅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나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였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오셨습니까?"

"황궁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아십니까?"

"누나들이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누나들 중 승리자가 나올 때까지 저는 황궁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1황녀, 그리고 2황녀, 누가 황제가 되도 황자님은 죽임을 당하실 겁니다."

내 말에 황녀의 눈빛이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내 말을 믿는거야?'

나를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을 그냥 믿는 거지?

"진짜입니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제가 지금까지 1황녀님을 옆에서 보필하며 지켜본 결과는 그렇습니다. 아마 1황녀님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자를 모두 죽이려고 들겁니다."

이전에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신빙성을 떠나서 제국에 대한 충성까지 의심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내가 1황녀에게 쫓겨난 것은 제도의 모든 사람이 거의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1황녀가 지금 상당히 폭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내가 막내황녀 앞에서 1황녀의 욕을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2황녀누나는요?"

"그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1황녀님과 전쟁을 벌이면서도 3황녀님과 2황자님을 죽이려고 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다.

지금 시점에선 아주적은 사람만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난세에서 그랬던 것 처럼 그녀의 만행은 결국 온 제도에 알려지리라.

"그러면...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합니까?"

황녀가 죽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갈 길을 잃은 어린양이 제발 나에게 길을 알려달라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황자님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죽은 척하고 빠져나갈까요?"

그래야 한다. 라고 말하면 바로 사용인들을 내버려두고 도망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 인간은 도대체 왜 나를 믿는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그러면 언제 도망가야 하나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황자로 살지 않아도 좋습니다. 저는 살고 싶어요."

"노란색 연기가 피어오를 때를 기억하십쇼. 노란색 연기가 피어오르면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의 반대쪽으로 달리시면 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황녀가 씩씩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봤다.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나을 텐데.'

내가 이용해 먹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 소녀의 운명은 너무나도 기구했다.

스스로 황자로 살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결국 황족으로서 죽으면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러면 저는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황녀가 내 옷을 잡았다.

"잠시만 더 있어주세요. 대화를 할 사람이 필요해요."

"... 알겠습니다."

그녀의 침대 앞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쭈뼛쭈뼛 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으음... 아! 동부에서도 전쟁이 터졌다는 데 혹시 그 전쟁을 들어보셨나요?"

알다마다,

다행히 내가 바란대로 잘 전쟁을 터뜨려줬다.

프리스티스와 히스토리아의 영혼을 건 전쟁이 지금 동부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프리스티스 같이 강성한 세력이 중앙의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네. 들어봤습니다."

"용사님과 헬링님이 아카데미 때 굉장히 친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친한 친우분의 영지가 공격당했는데 기분이 나쁘시지는 않으십니까?"

"황자님이 잘못 알고 계시는 게 있습니다."

일단 프레스티아랑 나는 사이가 좋은 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헬링과 지금 헬링 영지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전자를 말할 수는 없으니 후자를 말해야 겠지.

"헬링이라는 성을 쓰고 있는, 제 나이 근처의 여성은 두 명이 있습니다."

"아!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았는데 까먹었어요!"

황녀가 손을 탁! 하고 치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착각을 했네요."

"죄송할 건 없습니다."

그 후로도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이대에는 맞지 않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안목이 굉장히 뛰어나서 놀랐다.

그녀가 황녀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인재로 채용할 가치까지 충분히 있는 수준이었다.

"저는 이제 돌아가보겠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서 말이죠."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그렇게 황녀를 전쟁통에 놓고 내 마차로 복귀했다.

황궁은 그렇게 고요했것만 제도는 여전히 전쟁통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