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 도적 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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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사람이 있다고?"
일반적인 도적 떼 들한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도적 떼 들도 머리가 달려 있는 놈들이라서 최소한 상대를 봐가면서 덤비거든.
당장 나만해도 은급 훈장 덕분에 도적들과 싸우지 않고 길을 통과한 적이 많았다.
귀족이랑 척을 지면 작살이 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도적떼 들이었기 때문에 도적떼가 누군가한테 쫓긴다는 것은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일단 도적 떼의 대장만 성 안으로 불러들여라. 내가 직접이야기를 나눠봐야 겠군."
내가 명령을 내리자 경비병이 도적떼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남녀역전 세계인 만큼 당연히 도적떼의 대장은 여성이었다.
'민간인이 변질되서 탄생한 도적떼 치고는 풍채가 장난 아닌데?'
실력이야 훨씬 떨어지겠지만 풍채만 놓고 본다면 라이넬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거대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내 근처에 영양상태가 좋은 여자애들만 있어도 이 세계에는 거인들밖에 없는 건가 싶은 거지 잘 먹지 못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나보다도 키가 작은 사람이 간간히 있었다.
"도적질이 잘 됐나보군? 살 맛나는 모습을 하고 있어."
"... 초면에 그게 무슨 말이유?"
"네 몸 크다고, 도대체 도적이 무슨 돈이 있길래 몸을 그렇게 키울 수 있는거야?"
"흥! 제가 몸이 큰 것은 제가 몸이 크기 때문이지 돈이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유."
아따 사투리 구수하네.
'이쪽 근처가 사투리가 세긴하지.'
아리나 성에서도 아무생각없이 들으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이 많이 나오니까.
이쪽이랑 비교해 보면 그래도 도적떼의 대장이 쓰는 사투리는 알아들을 수는 있는 사투리니까 도적떼의 사투리가 훨씬 더 낫다.
'얘도 무장인가 보네.'
혹시나 해서 무력을 확인해 봤더니 78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3만 더 높았어도 미래의 소드 마스터로 영입을 했겠지만...
'그래도 78 정도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명문 기사단의 초석으로 쓸 수 있으니까.
제대로 마나를 배워보지 못하고 도적질만 하면서 무력을 56까지 키운 걸 보면 성장력도 그럭저럭 괜찮을 듯 보였다.
"아따, 저 분은 왜 저를 저런 눈빛으로 쳐다 보신 데유?"
"그게 중요한 게 아닐텐데, 다른 이한테 쫓기고 있다니 대체 누구한테 쫓기고 있다는 거지?"
"저랑 저를 따르는 아 들은 예전에 용병단이었슈."
그래, 일반인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름 남쪽에서 유명하던 용병단이었는 데 갑자기 이상한 놈들이 나타났슈."
'흑마법사들이구나.'
감이 딱 왔다.
"그 놈들은 저희 용병단을 공격했구 수많은 인원을 죽였슈, 부단장으로서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저에게 남은 아 들로는 그 치들을 이길 수가 없었슈."
"그래서 북쪽으로 올라왔나?"
"바로 올라온 건 아니여유. 한 동안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용병단으로 지내다가 천천히 도적단으로 변질됐슈. 그래도 놈들의 공격에서 벗어난 것 같았는데 갑자기 그 놈들이 저희를 다시 공격해 오드래유. 마침 이 근처에 새로운 영주님이 오셨다고 하셔서 제대로 정착할 겸 찾아왔슈."
나름 사연이 있는 놈들이네.
도적떼라는 그들의 출신은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난세는 꽤나 잔혹한 세계에서 능력이 있고 쓸모가 있는 존재라면 과거에 저지른 약한 죄 정도는 손쉽게 용서해줄 수 있는 곳이었다.
난세의 군주들이 용서하지 못하는 죄는 자신을 향한 죄밖에 없다.
이런 말이 커뮤니티에 떠돌아 다닐 정도였으니까.
"그래, 너희는 앞으로 우리들의 병사로서 교육받게 될거다. 애들 데리고 와."
"알겠슈."
그녀가 나가서 그녀의 수하들을 데리고 왔다.
도적떼라는 이름을 붙이길래 인원이 꽤 많을 줄 알았는데 그들의 수는 고작 30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하긴, 도적떼가 수백명씩 몰려다니면 그건 오히려 낭비지.'
"너는 기사반, 너는 병사반."
나는 성문을 통해 들어오는 도적떼들을 무력 잠재력에 따라 나누었다.
나름 용병단 출신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대장을 제외하고도 3명의 기가 후보생을 채워 넣을 수가 있었다.
"너, 이름이 뭐야?"
"마드레슈유."
사투리를 계속 듣다보니 그런가? 저 이름이 상당히 구수해 보였다.
"너도 기사반으로 간다. 너는 무력적인 부분보다는 기사로서의 예의와 지식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주로 가르침을 받을 거다."
"어렵지 않쥬."
"일단 사투리를 없애야 한다."
그녀의 얼굴이 빠른 속도로 경악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 말투를 버리라는 말씀이슈? 이 말은 제 고향을 증명하는 말투유. 제발 용서해주슈..."
마드레슈가 무릎을 꿇고 내 바지를 잡아왔다.
갑자기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서 움찔 거리니 바로 라이넬이 그녀와 나를 분리해 냈다.
"말투 바꾸는 건 죽어도 못하겠슈. 차라리 기사 안하면 안돼유?"
이 정도 인재를 기사로 삼지 않는 것도 웃기다.
그녀가 지력과 통솔이 뛰어났으면 지휘관 정도의 자리에 올릴 법도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어서 기사나 돌격병 정도가 아니면 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공적인 자리에서 아예 입을 닫고 있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면 말투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알겠슈! 무슨 일이 있어도 입닫고 있겠슈!"
그녀가 자신의 입에 지퍼를 채우는 듯한 시늉을 하고 굳센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든든하군."
"읍읍!"
"그러면 너희를 공격한 이들에 대한 정보를 좀 듣도록 하지."
"읍읍!"
그녀가 뭔가 말하는 표정을 지으며 읍읍 거리는 말만 계속 반복했다.
'이새끼 제 정신인가?'
보통 이런말을 듣는 사람은 광기에 찌들어 있는 게 보통인데 지금 내 상대는 제대로 된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 진다는 것이 색 다른 포인트였다.
"지금은 공적인 자리 아니니까 말해도 돼."
"근데 공적인 자리가 뭐여유?"
아무래도 이년의 무식함을 견뎌내기 위해선 상상이상의 인내심이 필요할 것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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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떼를 공격한 것은 흑마법사의 세력이 많았다.
근래에 들어서 제도에도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제도를 슬슬 공격하고 있지만 원래 흑마법사는 지방 위주로 성장한 놈들이다.
제도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힘을 기르다가 제도의 힘이 약화되는 시기에 조금씩 제도로 침투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게 들어온 흑마법사 세력들은 지방의 흑마법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특히 남부는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지방이었기 때문에 이 근처의 흑마법사는 그 만큼 세가 강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아리나 영지만 해도 돈은 많아도 사람이 적어서 군사력이 적은 곳이었으니까.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한 번 싹 쓸어 버렸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써야만 하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다.
새빨갛고 화려한 문장이 그려져 있는 편지봉투, 그 봉투는 굉장히 무거웠다.
안에 뭔가를 넣은 게 아니라 편지봉투와 편지지에 특수한 처리를 했기 때문에 무거운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봉인을 해제하고 평지 봉투를 여니 금색의 장식이 화려하지만, 또 어두운 느낌으로 장식되어 있는 편지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공을 단단히 들였구만.'
게임으로 봤을 때도 디자인팀이 갈려나간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던 편지지였는데 데이터 쪼가리라 복사가 쉬운 게임과는 다르게 현실에선 이걸 일일히 사람의 손으로 다 만들었다고 하니 편지를 만든 사람의 노고에 탄식을 내 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편지를 조심스럽게 여니 내가 아는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제국력 몇년 어쩌구 저쩌구,
황제께서 살아계셨던 동안 어쩌구 저쩌구.
결국 이 편지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은 단 하나였다.
'황제가 죽었다.'
지금까지 황제가 죽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던 내용이다.
망해가는 제도였지만 이런쪽에서 권력을 발휘할 힘은 남아있는지 황제가 죽었다는 것은 플레이어조차 편지를 받기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황제가 정확히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으로 사망한 날짜를 따지면 지금이 될 거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건이었으니까.
"시에린."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제도에 한 번 가야 할 것 같아."
"왜? 아직 우리 영지도 제대로 안정화가 안됐고 제도에서 벌여놨던 거의 모든 일들을 다 회수하고 왔잖아. 심지어 붉은 매 용병단도 우리 지역으로 이주한다고 하던데?"
"황제가 승하했어."
내말을 들은 시에린이 딱딱한 얼음 처럼 굳었다.
"곧 진정한 난세가 시작되겠네."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녹았고 곧 즐겁다는 듯 깊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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