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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24화 (224/312)

〈 224화 〉 도적 떼­1

* * *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프레스티아는 우리 도시에서 상인들을 방해하고 있던 조폭들을 자신의 영지의 법으로 처벌하겠다며 그들을 호송해 갔다.

그녀가 말만으로 처벌하겠다면서 데리고 간 건지 진짜로 처벌을 하려고 하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 영지에는 조폭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상인들이 움직이면서 아리나 영지는 제국의 최대 부유 영지라는 타이틀 대로 돈을 뽑아대기 시작할 것이다.

'단순히 돈만 많이 벌어서는 좋은 영지라고 말할 수 없지.'

그 돈을 제대로 된 힘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모아 둔 돈을 전부 털어 내어 병영을 지었다.

인구가 적고 지배자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병영 하나 존재하지 않았던 아리나 영지에 수많은 병영들이 들어섰다.

'난세가 시작되기 전에 5000명 정도는 만들어야해.'

5천명도 최소로 잡은 수치였다.

이제 진짜 얼마 안 있으면 황제가 죽고 제도가 개판이 난다.

제도를 중심으로 벌어진 황위 쟁탈전을 반년 안에 막을 내리게 되고 그 이후 흑마법사에 의해서 제대로 된 난세가 시작된다.

이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1년.

아리나 영지가 작은 영지긴 해도 수익 자체는 상당한 곳이니 만큼 5천 명 정도의 병사를 뽑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기사들이야.'

병사는 몇달 정도 훈련시키면 그럭저럭 쓸만하게 만들 수 있다.

강군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한 번에 훈련 시킬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훈련시키는 것뿐.

하지만 기사는 한 명을 육성하는 데 아무리 적어도 5년이 걸린다.

이 5년이라는 수치도 어릴 때 부터 2~3년 정도 꾸준히 검을 배운 사람을 데려다가 길러야 5년이고 그 마저도 검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기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기사를 육성하는 걸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소드마스터로 성장할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휘하 기사에게는 각자 한 개씩의 명문 기사단을 달아주고 싶은 나에게 있어서 기사는 무슨일이 있어도 육성해야 하는 존재들이었다.

'지금이야 라이넬 한 명이지만, 데안느의 제자도 합류하기로 했고, 프레스티아 밑에 있는 남작 하나한테도 작업을 걸어야 하니...'

명문 기사단이 적어도 3개, 즉, 3000명의 기사가 필요했다.

'일단 무늬라도 기사단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안나."

"네, 주군, 말씀만 해주세요."

"시에린이랑 상의해서 신생 기사단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 자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려 상업도시라서 제대로 된 실력을 가지고있는 기사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당장 기사단 티라도 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단 준비는 잘 되가고 있어?"

그녀는 지금까지 해상 무역에만 전념해 왔던 아리나 영지에 내륙지방에서의 거래를 트게 만들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상에서만 물건을 거래하고 내륙으로 운반하는 건 다른 상단에게 맡겼음에도 어지간한 영지 4~5개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을 뿜어낸 아리나 영지였다.

안나가 뛰어난 상재를 발휘해서 내륙 지방까지 물건을 운반한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네, 잘 되고 있어요. 그리고 콜리오 영지를 경제적으로 침식하는 것도 거의 구상이 끝났습니다."

"그래, 시에린이랑 상의해서 잘 해봐."

"네! 그러면 이만 가서 시키신 일을 하고 오겠습니다."

시에린이 밖으로 나갔다.

'쓸 만한 인재가 많이 모이려나?'

****

아리나 영지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나갔다.

빈 공터에 훈련장과 앞으로 들어올 기사단을 위한 건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이데스 상단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내륙지방과의 거래에 물고가 트일 가능성이 보였다.

빠르게 바뀌어 가는 영지의 상황만큼 모든 행정인력이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이는 나라고 다르지 않았다.

"플레아. 이것좀 사인해줘."

"아직 하고 있는 게 많은 데 뭐가 더 우선순위야?"

"그런 거 없어. 다 중요하니까 다 사인해 주면 돼."

한숨밖에 안나왔다.

일해도일해도 끝이 없었다.

이미 있던 영지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밑에서 올라오는 요구 사항 중에 내가 면밀이 읽고 허가해줘야만 하는 사안들이 너무 많았다.

간단한 일이라면 밑의 인력들이 하겠지만 세율 조정 같은 걸 애들한테 맡길 순 없잖아?

중요한 내용들 대부분은 밑에서 한 번 회의를 걸쳐서 추천 방안을 적은 후 나에게 올리는 식으로 진행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처리해도 일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2시간 뒤에 손님이 올거니까 그 때 까지 지금 준 분량의 일은 다 처리해줬으면 좋겠어."

"시에린, 나도 사람이거든? 가능한게 있고 불가능한 게 있는 거야."

"플레아. 불가능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차라리 잠도 자지 말고 일만 하라고 하지 안그러냐?"

차라리 잠 3시간 덜 자고 조금 더 여유롭게 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야. 오늘 부터 나랑 같이 밤 샐래?"

시에린이 아주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아... 일하기 싫다."

"이게 전부 네가 일을 많이 벌려놔서 그런거잖아. 해상 무역은 우리가 신경쓸 일이 아닐라고 해도 내륙 거래에 콜리오 영지 경제 침공에 군사 훈련에 주변 영지들과의 외교에, 벌려 놓은 일들이 많으니까 힘든거지."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일이야."

결국 일을 많이 벌릴 수록 이득을 보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너도 잘 아네. 안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 내가 더 있으면 계속 말 걸 것 같으니까 나는 이만 가볼게."

"그래 잘가라."

여기까진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미치도록 쏟아지는 일에 지치긴 했지만 일이 하루이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주야장천 계속 쏟아지는 것이었으니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

주변 영지에서 오신 손님도 처리하고 밤 늦게 까지 일을 하고 있을 때 일이 터졌다.

"습격이다!"

마법병의 확성마법에의해 처절하게 펼쳐지는 병사의 소리에 꾸벅꾸벅 졸던 잠이 다 깨 버렸다.

'경보는 좀 조정을 해야 겠네.'

성 중앙에 있는 자택에 까지 들린다는 건 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군인들끼리만 알면 되는 이야기를 굳이 시민들까지 알 필요가 없으니까.

확성마법을 쓰면 효과가 좋을 것 같아서 채택한 방안인데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누군가가 내 어깨를 꾹 눌러 앉혔다.

"여기서 가만히 계십쇼. 밖은 위험합니다."

"네가 옆에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그러니까 이거 놔."

섀도 스탭이 내 말을 듣고 내 어깨를 잡은 손을 놓았다.

창 밖을 잠깐 살펴보다가 영주의 자택에선 성벽 밖이 안 보인 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나섰다.

"안에 계시지요."

밖으로 나오니 라이넬이 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밖에서 난리가 났는데도 듬직하게 나를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참으로 든든했다.

"감히 내 영지를 침범한 간 큰 놈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 너도 있고 섀도스탭도 있으니까 내 신상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

내 신상에 문제가 있을 정도면 습격이라는 말과 함께 신호가 왔겠지.

습격 취급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세력이면서도 그렇게 까지 위협이 되지는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마 산적들이겠지.'

정확히는 도적에 가까우려나?

아리나영지에는 그렇게 많지 않은 존재들이지만 아리나 성은 아리나 영지의 남쪽에 가깝게 붙어있었기 때문에 남쪽에서 도적때 들이 올라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라이넬의 호위를 받으며 성벽으로 다가가니 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명령체계가 개판이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나아지긴 하겠지만 아직은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지? 습격이라고 들었는데 굉장히 평온한 듯 보이는 군."

"사실 습격이 아니래요."

먼저 나온 라일라가 자신의 눈을 비비며 말했다.

"습격이 아니라 투항이랍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 데 어떡할까요?"

도적들이라고는 해도 먹고 살기 힘들어서 도적으로 전향한 일반 시민들이었다.

나름 영웅이라고 불렸던 사람이 영주가 됐으니 영지민으로 받아달라고 찾아오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지.

"병사로 들어오는 게 아니면 못 받아준다고 해."

나야 좋은 일이었다.

안그래도 병사로 쓸 만한 사람이 부족했으니까.

"그게... 굶는 것 때문에 살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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