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22화 (222/312)

〈 222화 〉 아리나 성­2

* * *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도시의 분위기가 너무 팽팽했다.

길을 걷는 시민들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사람들에게 여유가 없어 보이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아리나 도시는 이렇게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 아니다.

아리나 영지의 부가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에 시민들도 그 부를 나눠 가질 수 있는 곳이었고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으니 사치품들이 굉장히 발달되어 화려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는 것이 정상이었다.

"상 받기 전에 일단 일부터 해야 할 것 같네, 플레아, 너는 애들 데리고 영주성으로 가 있어, 나랑 라일라 둘이서 이게 어떻게 된건지 대충 알아보고 올테니까."

"그래. 부탁할게."

영주성으로 움직이는 동안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내가 아는 아리나 영지는 그 어떤 시드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적이 없는 좋은 땅이었다.

게임이 현실로 변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가 이렇게 까지 변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뭐지? 뭐가 다른 거지?'

영주성에 들어가서도 한참을 고민했다.

수하들에게 임시로 쓸 방들을 지정해 주고 참모진들에게 성을 관리할 시종들을 고용하라고 시킨 뒤 고민을 계속했다.

'설마...'

짐작 가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아니라 영지 근처에는 프레스티아가 있는 콜리오 영지가 있다.

발달되어 있는 중심부와 거리가 먼 편이라 갑자기 공격해 올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래도 그녀의 땅과 나의 땅이 이어져 있다는 소리였고 그 말은 프레스티아가 내 영지에 장난질을 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우리 귀염둥이 아주 깜찍한 짓을 해주시는데?'

"섀도 스탭."

"네, 주군."

내 그림자 속에서 섀도스탭이 튀어 나왔다.

"너에게 임무를 맡기겠다. 이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헬링의 흔적을 조사해서 나에게 가져와."

"알겠습니다. 주군."

섀도스탭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슬슬 암살자 대비도 해야겠네.'

당장 섀도스탭이 움직이는 것도 감지를 못하는 데 다른 놈들이 암살자를 보내오면 그냥 죽어야 하는 거잖아.

군주는 전장이 아니라 자택에서 죽는 법,

지금부터 대비를 해두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암살자 일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우리 프레스티아는 대체 왜 우리 도시에 지랄을 해놨을까?

자기 도시에서 지랄한 것도 아니고 남의 도시에다가 개판을 쳐놨는데 설마 내가 못알아 차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테고....

'그냥 인산가?'

서로 가볍게 주먹을 주고 받는거지.

프레스티아가 대체 왜 우리 도시에 작업을 쳐놨는지 생각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이 대사를 내가 해보다니.

지금까지 평생 듣기만 했던 대산데.

"나야, 시에린."

"들어와."

시에린이 꽤 심각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됐는지 이유는 알아냈어?"

"어, 일주일 전 부터 다른 지역의 조폭들이 들어와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하더라고, 상인들이 힘을 합쳐서 몰아내려고도 해봤는데 그 조폭들이 온 지역의 영주가 자꾸 압박을 넣어서 제대로 반항을 못했데 상인들도 그 동안 조폭들한테 많이 시달려서 플레아 네가 빨리 영주로 임명되기를 기다렸나봐."

"혹시 그 다른 지역이 콜리오 영지야?"

시에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고식 한번 거하게 해 주시는 구만."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만만해 보이기라도 했나봐?"

"어쩌면 상인들이 우리에게 쉽게 굴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런걸지도 모르지, 시에린 혹시 편지지 하나만 가져와 줄 수 있어?"

"헬링한테 보내게?"

"당연하지."

먼저 선빵을 때려주셨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시에린에게 받은 편지지에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먼저 건드렸어. 한 번 더 지랄하면 나도 지랄할거야. 라는 글을 편지지 3페이지 분량으로 늘려서 콜리오 성으로 보냈다.

"답장 오는 데 얼마나 걸리려나."

"답장 오는 거 기다리는 시간에 논공행상이나 진행하는 게 어때? 이제 대충 도시 상황도 파악했잖아."

"시에린 네가 헬링 생각하느라 까먹은 게 한 가지 있는데 아직 이 영지의 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든? 너랑 라이넬, 미네타한테는 성을 줄 생각인데 어떤 성을 주는 게 좋을 지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너무 시간을 오래 쓰지 않는 게 좋아. 이번 한 번 늦은 것 정도로 애들이 너한테 반항하진 않겠지만 이런 게 쌓이고 쌓여서 일이 나는 거니까."

나도 빠르게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냐.

"오늘 밤새 세금액 분석하고 내일 아침에 논공행상 할게. 다른 애들한테 내일 아침에 영주성의 중앙으로 모이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아이데스남작님."

시에린이 장난기 가득한 어투로 말한 뒤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시에린이 나간 집무실에서 나는 각 도시에서 나오는 세금을 적어 놓은 자료를 찾아 읽었다.

제대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모두 시에린을 비롯한 참모진이 할 일이었지만 시에린한테 줄 도시에 대한 정리를 시에린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정리가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게 돼있네.'

돈을 많이 만지던 지역이라 그럴까? 회계 장부가 굉장히 깔끔하게 적혀 있었다.

산출 과정을 보기도 쉽고 결론도 알아차리기 쉬운 좋은 장부들이었다.

솔직히 밤을 꼬박 새울 걱정까지 했는데 이 정도 가독성이면 5시간 정도면 전부 다 추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헬링에 대한 정보를 모아왔습니다."

저것도 읽어야 하는 구나.

섀도스탭이 가지고 온 문서를 손에 들며 영주의 고통에 대해 실감을 하기 시작했다.

***

"지금부터 논공행상을 진행하겠다."

영주성의 가장 중심이 되는 큰 실내 공간에 내 수하들을 모두 불러놨다.

내 최측근들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가신들이 있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라고 가장 공이 적고 우리 세력에 늦게 참여한 이들부터 임명을 시작했다.

"우리님께는 마법병을 육성하는 기관의 수장의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 상 맞아? 벌 아니야?"

"상입니다."

가장 나중에 합류해 아직까지는 아무런 공을 세운 적 없는 우리 교수님께 마법병을 육성하는 자리를 맡겼다.

"소아 샤카 자네에겐 내 직속 상급 기사의 자리를 수여하겠네."

"감사합니다."

우리 교수님은 아예 내 윗세대 인데다가 나이 차이도 꽤 나는 편이라서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샤카에게는 가차 없었다.

애초에 공적인 자리에서는 내 진짜 친구들도 나한테 존댓말을 쓰니까.

그렇게 수많은 이들에게 자리와 돈, 가끔은 아이템을 지급했다.

사람 수가 많다보니 거의 한시간이 지나서야 모든 사람에게 상을 줄 수 있었다.

"시에린 마디안."

딱 세 명을 빼고 말이다.

"자네에겐 내 바로 옆에서 내 업무를 보좌할 비서장의 자리를 주겠다. 내 직속 수하인 만큼 나를 제외한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아도 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리나 성 동쪽에 있는 루이스 성을 하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시에린의 목소리가 울음기에 잠겨 있었다.

자기가 성을 받을 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저렇게 까지 반응하는 걸 보면 자기가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에 대한 감격이 꽤 큰 것 처럼 보였다.

"이상이다. 다음, 라이넬. 자네에겐 내 바로 옆에서 나를 지킬 수호 기사의 자리와 자네의 명을 따르는 두 명의 기사를 붙여주겠다. 그리고 아리나 성 북서쪽에 있는 라이스 성을 하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주군."

라이넬은 시에린과는 다르게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지울 수는 없었다.

"다음 미네타 하이네스."

"네."

미네타가 나에게 다가왔다.

"자네에겐 우리 세력의 최고 마법사 자리와 함께 아리나 영지 남쪽에 있는 나로아 성을 하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미네타가 가장 반응이 적었다.

내 친구들 중에는 가장 부유하게 자란 애니까 성 하나 정도로는 크게 감동도 받지 않는 걸 수도 있지.

몇몇 사람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미네타가 다른 애들과 같은 보상을 받는 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지만 시에린과 라이넬 또한 내가 가장 약했을 때 부터 나에게 도움을 줬던 이들이니 그 반발이 크지는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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