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20화 (220/312)

〈 220화 〉 개선식­4

* * *

­첫째, 플레아 아이데스에게 남작의 지위를 내리고 그의 마을인 아이데스를 성으로 하사하겠다.

'남작이라...'

어지간하면 자작의 지위를 받을 줄 알았는데 남작이라니.

눈동자만 살짝 굴려서 황녀를 바라보니 황녀가 아주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황녀의 당당한 표정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안심이 됐는데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뭔가 줄 게 있기 때문에 저러는 걸거다.

예를 들어 받는 지위를 남작으로 내리고 다른 것을 더 챙겨준다던지 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렇지 않다면 황녀는 저렇게 당당한 표정을 짓지 않고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두번째, 100골드를 하사한다.

'100골드?'

일반인에게는 큰 돈 일지 몰라도 하나의 세력을 운영하는 이에게 100골드는 정말 적은 돈이었다.

한화로 따져도 1억 밖에 안하는 작은 돈이었으니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 주려고 그러시나?'

­세번째, 남부의 아리나 지역을 하사하겠다.

나도 모르게 입이 떡하고 벌어질 뻔했다.

아니 실제로도 벌려지려던 것을 억지로 다시 다물었다.

아리나 지역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었으니까.

아리나 지역은 크기가 그렇게 큰 지역은 아니다.

하나의 도시도 아니고 지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인데 그 크기가 제도보다 살짝 더 큰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작은 크기와는 반대로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었다.

일단 아리나 지역의 남쪽에는 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큰 항구가 존재한다.

그 항구를 통해서 다른 제국 남부의 사람들과 거래를 할 수도 있고 남방국가들이 파는 물건을 사들여 내륙지방에 비싸게 팔 수도 있었다.

이쪽에 상당히 메리트가 큰 게 아니라 지방은 전통적으로 내륙 지방에 상인들을 풀 수가 없었다.

주변의 견제도 견제였지만 장사치라는 인간들이 사투리가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이랑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문제를 나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데스 상단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

사투리가 강하면 나랑도 이야기가 안 통하지 않겠냐고?

상관 없다.

어차피 아리나 지역은 돈줄로서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니까.

원체 부유한 지방이라서 자기들 위쪽에 서 있는 자들에게 간섭받기를 싫어한다.

어차피 일반인들은 귀족의 말을 잘 들을 테니 병사를 육성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상인들은 적당히 세금을 받고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정당한 거래를 통해서 내가 차익을 통한 이득을 보면 되는 일이었다.

황녀가 저렇게 당당한 표정을 지은 이유가 있었다.

아마 아리나 지역을 나에게 넘기기 위해서 황궁에서 엄청난 싸움을 벌였겠지.

물론 겉으로는 황실파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상납금을 계속 바쳐야 하긴 할 것이다.

그녀도 그 정도 이득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나를 지원해 줬을 거기도 하고.

그걸 감안해도 아리나 지역을 얻은 것은 어마어마한 이득이었다.

'일이 잘 풀리네.'

아리나 지방은 프레스티아가 받은 콜리오 지방과도 연결되어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발전되어 있는 동쪽과 맞닿은 게 아니라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서쪽과 닿아 있었기 때문에 프레스티아의 위협도 어느 정도 빗겨나갈 수 있는 장소였다.

오히려 프레스티아의 콜리오 지방의 개척되지 않는 장소들이 다른 세력이 아리나 지방으로 들어오기를 방해하는 방파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상이다!

나도 프레스티아 처럼 독립부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아리나 지방에 쓴 코스트가 너무 높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지방에서는 병사를 숨기는 게 쉬우니 당장 독립부대 자리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잠시만, 황제폐하께서 추가로 상을 내리신다고 한다.

'황제가 직접?'

평소에는 한 마디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양반이 오늘따라 말이 많았다.

­플레아 아이데스에게 청기사단의 명예 부기사단장의 지위를 하사하겠다.

명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든 실권이 하나도 없는 직책이다.

하지만 그곳이 청기사단이라는 것이 값어치 있는 것이었다.

황제 입장에선 내가 큰 공을 세웠음에도 황실에 충성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 주고 있어서 명예 청기사단의 부기사단장직을 준 것 같은데 청기사단은 내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기사단이었다.

적기사단과는 다르게 황실에 대한 충성이 대단해서 제국이 멀쩡한 한 내 밑에 들일 수는 없지만 제국이 무너지자마자 청기사단을 확보하기 위해 청기사단장인 크리스틴에게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아무리 명예직이라고는 해도 내가 부기사단장에 임명된다면 기사들에게도 더 가까이 느껴질 수 있고 이는 제국이 몰락한 후에 내가 청기사단을 먹기 훨씬 쉽게 만들어 줄것이다.

­이상이다.

"감사합니다! 황제폐하!"

어느 정도의 진심을 다해 소리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황제 덕분에 진짜 크게 이득을 봤으니까.

이미 황제 앞에서 한차례 진이 빠진 다음이라서 그런걸까?

내 차례가 아닐때의 개선식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 같았다.

나 말고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미 자신의 영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처럼 영지를 하사 받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으로 논공행상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병사들은 제도내에 머무를 수 있다!

개선식이 끝나자마자 가신들을 통해 병사들에게 알렸다.

절대로 사고 치지 말라고.

일반인들 건들지 말고 네들끼리 즐겁게 마시고 놀라고. 정 남자가 고프면 그냥 창남촌을 가라고.

개선식에서 가장 앞에 서고 황제가 나한테 말을 두번이나 함으로서 인기도가 최고로 다다른 상태인데 그 와중에 병사들이 내 평판을 깎아 먹는 것은 안될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신들을 이용해 몇번이고 몇번이고 강조했다.

"흐흐흐, 아리나 영지라니 진짜 좋은 영지를 받았네."

시에린이 기분 좋게 웃었다.

앞으로 영지의 회개를 담당하게 될 텐데 자금이 없는 것 보다는 많은 게 무조건 좋을 테니 그녀가 저렇게 기뻐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언제 출발할거야?"

"일주일 뒤에 바로."

지역의 색이 강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거면 바로 이동하지 않고 전략을 좀 짜고 이동했을 텐데 난세에서 아리나 지역은 개발자들이 꿀과 젖이 가득 흐르는 곳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병사들 쉬게 해준 다음에 바로 출발한다는 소리구만."

"일주일 내에 할 게 많아. 제도에서 펼쳐놨던 사업도 다 정리해야하고 나한테 축하한다면서 선물 보내는 인간들 선물도 받고 연회도 찾아가야 하고, 우리 교수님이랑 몇몇 인재들도 완벽하게 꼬셔야지."

"그래도 오늘은 할 거 없지?"

"당연히 없지. 개선식날 일정 잡는 미친 인간이 어딨어."

요즘들어 워커홀릭 기질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지만 가장 편하게 휴식하며 그간의 피로를 풀 개선식까지도 일하려고 작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노래방 갈래? 플레아 노래, 오랜만에 듣고 싶은데."

"나도 같이 갈래!"

"당연히 나도 끼는 거지?"

노래방이라.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아주 가깝게 느껴졌던 장소다.

중세시대에 노래방이 있다는 건 이상하긴 했지만 어린 소년과 소녀들이 같이 노래방에 가는 게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

그런데 고작 1년하고도 반년 정도 지난 오늘, 노래방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지금보다 딱 반년전에 노래방이라는 말을 들었어도 충분히 기분 좋게 갔을 텐데...

'전장을 경험해서 그런건가?'

내 가치관? 성격?

아무튼 나를 이루는 무언가는 전장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나는, 어쩌면 플레아 아이데스는 내 병사들이 적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할 수 있는 사이코였지만 겉으로 아무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해서 내면이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노래방에 가서 작년과 똑같은 분위기로 놀 수 있을까?

만약 작년과 같은 텐션으로 노래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일반적인 인간이 맞는 걸까?

전장에서 사람을 그렇게 학살해 놓고는?

"그래, 같이 가자."

얼굴에 미소를 유지한 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우리의 모습은 1년 반 전의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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