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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18화 (218/312)

〈 218화 〉 개선식­2

* * *

사람은 빠른 속도로 모였다.

애초에 우리 세력이 병사들을 휴식시킨다는 이유로 천천히 이동한 감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세력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꼴찌만 아니면 됐지.'

애초에 개선식 날짜까지 이틀 정도 남아서 오히려 그만큼 더 기다려야 했다.

지금쯤이면 군사들이 들어올 도로를 정비하고 꽃가루같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겠지.

'황녀가 말이 없네.'

분명히 1차 집결지에 모든 세력이 다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어떤 연락도 없었다.

우리가 남도 아닌데 말이다.

자기를 따르는 황실파의 인물이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건 그녀 입장에서도 크게 받아들여지는 일일텐데도 나에게 어떤 연락도 없는 건 이상했다.

'도대체 뭔 해 주려고 그러지?'

황녀가 갑자기 나에게 선을 긋는 건 아닐테고 황녀가 정치적인 예의를 몰라서 일은 잘한 수하를 치하하는 의미에서든 전장의 상황을 묻기 위해서든 나에게 사람 하나 붙이지 않은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나마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황녀가 나에게 무언가 대단한 걸 선물하기 위해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정도?

'결국 개선식이 돼야 알겠군.'

1차집결지에선 병사들의 휴식에 집중했다.

죽은자가 없긴 해도 자기 손으로 적을 죽인 것에 대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병사들도 있고 꽤 오랜 시간동안 창을 찌르는 걸 반복했으니 몸이 지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플레아, 좀 민감한이야기를 해도 될까?"

개선식 바로 전날 시에린이 내 막사로 찾아왔다.

막사에 있는 건 나와 시에린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에린도 편한 말투를 사용했다.

'저런 얼굴로 말할거면 차라리 존대가 낫지 않나?'

오랜만에 듣는 시에린의 반말과는 별개로 그녀의 얼굴은 굉장히 딱딱했다.

자기 입으로 민감한 이야기라고 언급할 정도니 당연히 얼굴을 굳히고 있을 수 밖에 없긴 하겠지.

"무슨 얘긴데?"

"개선식이 중에 우리 세력 전체에 대한 논공행상이 있겠지."

"그래. 아마 새 영지를 새로 받을 것 같아."

시에린이 뭘 말하고 싶은 지 알 것 같았다.

내 상은 황제의 이름으로 나에게 부여되지만 내 밑에 있는 수하들의 상은 내가 챙겨줘야 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한테 줄 상은 이미 생각해 놨으니까."

시에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네타를 제외한 다른애들한테는 상을 많이 주지마."

얘가 장난을 치는 건가?

아니면 다른애들이 상을 많이 받는 걸 싫어하는 건가?

'시에린이 그럴리가 없지.'

난세엔 시에린이 등장하지 않는다.

워낙 초기에 죽은 것 같아서 시에린의 진실된 성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시에린과 오랜 시간동안 같이 했다.

돈 맛을 본 다음이면 몰라도 제대로 상을 받기도 전에 다른 애들을 견제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왜?"

"미네타가 육성한 마법병말고는 이렇다 할 공을 세운 사람이 없어. 물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미네타만큼 눈 부신 활약을 한 사람은 없단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미네타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비슷하거나 조금 정도 딸리는 정도의 상을 준다면 미네타가 억울함을 느낄 수 있어. 미네타는 우리 세력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야. 그녀의 심기를..."

시에린의 입을 검지 손가락으로 막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알아. 하지만 시에린, 네가 지금 하는 말은 미네타 하나를 다른 수하들 전체보다 높이 보는 행동이야."

시에린의 입에서 손을 땐 뒤 자리에 편하게 앉았다.

"미네타에게만 상을 몰아주면 다른 애들은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들에게 나는 뜰지도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배에 불과해. 그런 배에 나만 믿고 탑승했는데 한 게 없다고 대가를 덜 지불한다면 그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더 심하지 않을까?"

"나는 이해할 수 있어."

"너는 이해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다른 수하들이. 그리고 내가 이해 못해."

다리를 꼬고 시에린을 바라봤다.

"미네타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도 내 소중한 수하야. 특히 너랑 시에린은 내 친구이자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공로가 있어. 이번 논공행상은 그런 공까지 전부 전부 얹어서 할거야."

"하지만..."

"시에린."

분위기를 잡고 묵직하게 말하니 시에린의 몸이 덜덜 떨었다.

나는 그녀에 비해 작고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지만 매력 99와 지금까지 세력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얻은 카리스마가 있었다.

"선 넘으려고 하지 마. 수하들에게 주는 상은 세력의 주인인 내가 정하는 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알겠는데 수하들의 상벌을 정하는 당연히 군주가 정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시에린이 침을 꼴깍 삼키며 나를 바라봤다.

"의견을 내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한 번 안된다고 했잖아? 더 이상 간섭하려고 하면 아무리 시에린 너라고 해도 벌을 줄 수 밖에 없어."

"미안..."

시에린이 고개를 숙였다.

"이만 돌아가 볼게."

시에린이 터덜터덜 밖으로 향했다.

"시에린."

"왜?"

시에린이 힘 없이 나를 돌아봤다.

"미안하다. 수하들에게 줄 상에 관련된 부분은 내 신념과 연관이 있어서 조금 말이 세게 나갔어."

"괜찮아. 나는 네가 어떻게 행동해도 너를 따를거라 다짐했는 걸 수하들에게 상을 하나도 주지 않는 막장으로 행동해도 나는 너를 따를거야."

"고맙다."

"대신 내 의견을 한 번 내는 것 정도로 내 목을 자르진 말아줘. 네가 하겠다는 데 계속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것도 아니고 처음 한 번 의견을 낸 것 가지고 죽고 싶진 않거든."

"네가 배신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 없어. 공작님 되셔야지."

"그래. 공작이 된 다음에 죽어야지."

시에린이 왠지 무거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걱정되는 것일까?

뭐가 걱정되는 거지?

미네타가 불만을 가질게 그렇게 걱정이 되나?

'그럴만 해.'

미네타는 이번 전쟁에서 상당한 공을 세웠고 스스로도 그걸 자랑스러워 했으니까.

그런데도 다른 애들이랑 상을 비슷하게 받는다면 겉으로 표현하진 않아도 기분나빠할 수도 있지.

'세력 운영하기 참 빡세단 말이야.'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아마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모두 종합해서 상을 내리는 거라고 하면 미네타도 이해를 하겠지만 작은 불만 하나하나가 모여서 분란이 싹트는 것이다.

특히 미네타는 스스로도 강력한 마법사다보니 각별히 주의해야겠지.

가볍게 걸어 막사 밖으로 나왔다.

"거기 아무도 없나?"

"무슨일이십니까?"

막사 앞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나를 바라봤다.

막사에 방음 마법을 걸어 놔서 외부 사람이 안쪽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많았지만 밖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절달할 때 굳이 여기까지 나와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가서 미네타 하이네스를 불러오도록."

"알겠습니다."

병사가 뒤돌아 미네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막사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미네타가 금방 막사로 들어왔다.

"불렀다고 들었는데 왜 불렀어?"

미네타의 얼굴은 아주 밝았다.

스스로도 어떤 공을 세웠는지 알기 때문인지 얼굴이 아주 당당했다.

그녀는 저 표정을 지을 자격이 있다.

마법병은 그녀 혼자서 육성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만들라고 명령한건 나였지만 공으로 따지면 역시 미네타가 제일 많았다.

"논공행상에 관련된 이야기야."

"논공행상?"

"제도에가서 내가 세운 공에 대한 상을 받겠지만 우리는 우리 세력 안에서 공에 따라 상을 나눠야 하지 않겠어?"

"근데 나는 왜 불렀어? 그건 플레아 혼자 정하거나 참모진들이랑 같이 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플레아의 지팡이지 머리가 아닌 걸."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는 네 공에 대한 상을 나눠서 받을 거야."

"상을 나눠받는다고?"

미네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어, 일단 다른 사람이랑 같이 상을 받을 때는 네 공에 비해서 월등히 부족한 양의 상을 지급할 거야. 아마 다른 애들보다 살짝 많은 정도겠지. 그리고 그러고 남은 부분은 3일 내에 바로 지급해 줄게."

내가 진지하게 말할 때도 미네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얘가 이렇게 멍청했나?

다시 한 번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때 미네타가 내 말을 빼앗았다.

"그냥 다른 애들이랑 똑같은 양만 받아도 돼. 나는 그냥 플레아 밑에 있는 게 좋아서 플레아를 따르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미네타의 얼굴은 아주 해맑았다.

거짓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처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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