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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15화 (215/312)

〈 215화 〉 동부 왕국과의 전쟁­4

* * *

라이트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기는 호의를 가장하고 나를 도운건데 나는 엿이나 날리고 있었으니 화를 낼법도 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그의 앞에서 욕을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황한 감정이 먼저 든 모양이었다.

내가 라이트여도 저렇게 벙쪄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일단 나, 그러니까 플레아 아이데스는 존나게 잘생겼다.

그리고 그 잘생김이 사실상 귀여움에 몰빵되어 있다.

도내 최고의 미소녀도 가볍게 압살할 수 있을 정도로 귀엽게 생긴 남자애가 자신의 호의에 빡유를 날리고 있으니 얼마나 당황하겠어.

"너, 그게 무슨 의미니?"

라이트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로 나를 바라봤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것이 내가 대놓고 그에게 욕을 날리고 있는 와중에도 이 가운데 손가락이 자기가 모르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의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져 나왔다.

"엿이나 처 먹으라는 의미야."

라이트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걸 화를 안내?'

독하다 독해.

나는 라이트와의 관계를 아예 끊겨질 아주 낮은 가능성도 고려하고 엿을 날린 건데 라이트의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

"역시 쉽게는 안 넘어 오네. 얼굴은 세상 귀엽고 순수한데 실상 까보면 능구렁이나 따로 없다니까?"

"먼저 작업치려고 한 인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고작 최고 전공자 자리로 형과 동맹을 할 것 같았어?"

"왜, 너랑 나랑 동맹하면 좋잖아.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황실파와 지방파라서 서로 나눠먹기도 쉽게 말이야."

"형의 도움 없이도 나는 개선식의 가장 앞에 설 자신이 있어. 자기가 손해보면서 까지 나와 동맹을 맺고 싶어했다면 형도 이미 아는 거 아니야? 형이랑 내가 동맹을 맺으면 내가 손해를 보고 형이 이득을 본다는 거."

"왜 말을 그렇게 하냐. 내가 더 이득을 보고 네가 덜 이득을 보는 거지 손해 보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

그가 뱀처럼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그 웃음은 없어지고 나를 정치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푸르고 시린 눈이었다.

'근데 저것도 사기질이지.'

그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을 거다.

내가 이용가치가 뛰어나니까 도와준거기도 하지만 단순히 내가 마음에 들어서 도와준 것도 있겠지.

"아무튼 형 없이도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도움은 필요 없어."

"네가 나와 동맹을 맺지 않는다면 네 전공을 필사적으로 방해한다, 라고하면 어때? 사모아가 너를 지켜줄거라고 생각하지마 내가 쓸 수 있는 자금력이 너보다 훨씬 많으니까 말이야."

깡도 없는 놈이 뭐라고 씨부리는 건지.

말만 저렇게 번지르르 하게 협박하는 거지 라이트는 절대로 나에게 적대적인 승탠스를 취할 수 없다.

라이트의 밑에 있는 수하들이 나에게 가벼움보다 살짝 더 무거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가 나를 적대시 하지 못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저건 허세가 가득 들어가고 시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행하는 장난이라는 뜻이지.

"그러면 바로 나랑 적대관계로 돌변하는 거지. 그래도 1년 정도 친하게 지냈는데 하루만에 적으로 돌아서면 참 재밌겠어?"

지지않고 으르렁 거리며 그를 노려보니 그가 푸하! 하고 크게 웃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래, 내가 너를 이기려고 덤벼들어서 뭐하겠냐. 네 공도 제대로 인정해 줄거고 더 이상 동맹해달라고 빌지도 않을테니까 마음 푹 놔."

"애초에 마음 졸인 적이 없었는데 대체 뭘 놓으라는거야?"

"형은 다 안단다. 그러니까 마음 푹 놓으렴."

시발 진짜 토할 뻔 했다.

라이트는 그래도 다른 남성들에 비해서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보면 여성스러운 남성이라는 느낌보다는 게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할 말 없으면 난 간다."

"잠깐 기다려봐."

그래 목소리 좀까니까 좀 났네.

제발 친절한 목소리좀 내지마.

"왜."

"동맹은 안 맺어도 네 공은 밀어줄게. 아마 그 누구도 네 공을 따라잡지 못할거야."

밀당은 연인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니까.

세력과 세력 사이에서도 밀당을 잘하니까 대가도 안 치루고 호의를 얻을 수 있잖아.

물론 무지성으로 밀기만 했는데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었으니 이걸로 내 밀당력을 자랑할 수는 없었지만 꽁 이득 봤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주는 게 있다면 받는 것도 있다는 말도 있긴 한데 그 말을 지금 당장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가 해주는 일은 98%를 100%로 올리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협상을 하다가 실패한 뒤 대가는 안 받아도 되니까 그냥 해줄게!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무언가를 뱉어낼 필요는 없었다.

동부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확정된 상황에서 최고 공훈을 얻는 것 또한 확정됐다.

프레스티아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

라이트의 공 몰아주기는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았다.

대놓고 후퇴하는 적들을 잡아 죽이게 하거나 다 잡아놓은 군사들에게 막타를 가하라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게 아니라 내 마법병을 아주 안전한 위치에서 굴릴 수 있도록 해줬다.

아군의 보호를 받는 마법병은 정말로 강했다.

아직 마법병에 대한 대처법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마법병이 제대로 마법을 써서 전장을 타격하기 시작하면 막을 수 있는 놈이 없었다.

한 달 정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적군을 쓸어버리니 막대한 전공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한 달이면 제국을 상대로 그래도 체면정도는 살렸다고 생각한 걸까? 동부 왕국이 슬슬 휴전을 제안할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겨왔다.

제국이 건제했다면 휴전은 개뿔 뒤지고 싶냐면서 동부 왕국의 수도까지 진격해 갔겠지만 제국은 낡고 병들었다.

원본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낡고 병든 상태에서도 동부 왕국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 더 진격해서 동부왕국의 심장을 치면 아주 난리가 날거다.

황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부의 귀족들이 모든 공을 가져간 상태기도 하고 동부 왕국들의 시민도 자기들의 왕이 위협당한거니까 가만히 있을리가 없으며 중앙파 귀족들도 지방파 귀족주제에 자기말 안 듣고 진격했다고 별의 별 소리를 다 할 것이다.

동부왕국이 제국을 상대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동부 왕국을 침공할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피해 다닐 힘만 있으면 전선을 밀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작을 상대로 공을 세운 프레스티아랑도 비슷한 상황이지.'

어차피 공격해 올생각이 없는 적 앞에서 쫑알쫑알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전공이 쌓이는 상황이었으니까.

아마 우리가 이대로 휴전을 받아들인다면 동부 왕국의 군대는 그래도 제국을 상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자만감이 강하면 나중에 제국이 분열된 후 다시 제국으로 들어왔다가 탈탈 털려서 나갈거고 그렇지 않다면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것이다.

이건 랜덤 시드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라서 지금 확인할 수가 없다.

지금당장 동쪽으로 건너가서 동부 왕국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오면 랜덤이 아니라 확정을 지을 수 있지만 동부 왕국이 그렇게 대단한 세력도 아니고 그딴놈들이 쳐들어오나 안 쳐들어오나 대동소이한 일이기 때문에 굳이 건너갈 필요도 없었다.

휴전 조약을 맺는 건 시간이 꽤 걸렸다.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을 멈추는 것이다 보니 황제의 동의가 필요한데다가 여러 세력의 이권이 걸려 있는 일이었으니까.

결국 휴전협정이 처음 언급된지 2주만에 휴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제국이 건재했다면 아마 이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참에 동부 왕국을 밟아줘야 한다는 인간들, 전쟁이 지속됨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자들이 전쟁을 지속하자고 주장할테니까.

제국이 망해가고 있기에 동부 쪽에 힘이 쏠리지 않게 하자는 인간이 많아서 휴전도 이렇게 빨리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드디어 휴전이군요."

"그래. 드디어 휴전이네."

당장 내일 모레 동부를 출발해서 제도로 돌아간다.

라이트에게 묻지 않아도 개선식에서 가장 앞에 설 사람은 내가 분명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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