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07화 (207/312)

〈 207화 〉 뇌물

* * *

사모아 공작은 난세의 스토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여자다.

캐릭터 자체의 중요도를 따지고 보면 황제보다도 더한 여자고 실제로 가지고 있는 세력의 크기도 황가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그녀는 오래 전 부터 제국을 분열시키고 다시 하나로 묶기 위해서 노력해 왔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난세가 찾아온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난세가 찾아오긴 했겠지만 그녀가 개입함으로서 난세가 찾아오는 시기가 비약적으로 빨라졌으니 그녀의 역할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스토리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였지만 실제로 난세를 플레이 할 때 그녀를 적으로 만나게 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난세 초반 부에는 그녀는 배후의 세력으로 존재할 뿐 플레이어와 만날 기회 자체가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지병때문에 죽게 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토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 설계된 그녀가 하나의 세력으로서 제대로 힘을 드러낸다면 너무나 강력한 세력이 될테니까.

실제로 그녀가 지병으로 죽지 않는 모드를 구현한 유저가 있었는데 10중 8,9는 그녀가 난세를 정복하게 되는 끔찍한 난이도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나도 몇 판 해본 적 있는데 겁나 빡세더라.

사모아 공작은 그만큼 강한 여자였다.

중앙파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사실상 그녀가 중앙파 귀족, 그 자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지.

따라서, 중앙파 귀족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싶을 때가 있으면 그녀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제일 좋다.

중앙파 내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자한테 직접 뇌물을 지급해야 나에게 떨어질 수 있는 이득이 많을 테니까.

호위로 라이넬만 데리고 사모아 공작가로 향했다.

"외부인은 입장이 제한됩니다."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가니 그녀의 사병이 나의 앞길을 막았다.

"사모아 공작님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약속은 하셨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병사에게 100골드가 들어있는 골드 주머니를 내밀자 바로 나를 통과시켜 주었다.

병사가 뇌물을 받고 저택안에 불청객을 들인 것이 아니었다.

골드를 100골드 이상 지불한 손님이 있다면 약속이 없어도 그냥 들여보내주라는 공작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내민 골드 주머니만 보고도 나를 통과 시켜준 것이었다.

사모아 공작가는 넓었다.

황궁과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로 넓게 지어진 저택에서 그녀의 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일반적인 손님이었다면 사용인 하나가 붙어서 그녀의 방을 안내해 줬겠지만 정석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방에는 혼자 찾아가야 했다.

내가 난세 플레이 경험만 몇 번인데 그녀가 있는 장소를 모를리가 없었다.

기억된 장소로 이동해서 노크를 하니 안에서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플레아 아이데스라고 합니다. 사모아 공작님을 만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하나, 둘, 셋.

정확시 3초를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사모아 공작이 밖으로 나왔다.

내가 아는 사모아 공녀가 나이를 예쁘게 먹으면 나올 것 같은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플레아 아이데스라고? 많이 들은 이름이네. 들어와."

사모아랑 나랑 동갑인만큼 그녀는 나의 어머니 뻘이었다.

그럼에도 언니라고 불러도 될 만큼 동안이었는데 어려 보이는 것은 겉모습일 뿐 속은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겠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여긴 왜 찾아왔어?"

그녀가 굉장히 친근한 말투로 물어왔다.

내가 자기 딸의 친구라서 친근해 하는 건 아니고 그녀의 기본적인 말투가 좀 친근한 편이다.

옆동네 후작한테도 나한테랑 똑같은 말투를 사용할 정도였으니까.

"부탁 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이라... 무슨 부탁? 부탁의 크기에 따라서 네가 줘야 할 주머니의 크기도 늘어난 다는 건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죠. 충분히 준비해 왔으니 너무 신경쓰실필요 없습니다."

"좋아. 뭘 해줄까?"

그녀가 턱을 괴고 나를 바라봤다.

"조만간 동부 왕국과 치뤄질 전쟁에서 제대로 된 전공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알지?"

전공을 제대로 인정받는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지만 제국에선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단순히 내가 돈을 많이 낸다고 해서 전공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가 낸 금액의 10배를 내면서 자신을 최고 공적자로 세워달라고 한다면?

그 사람한테 최고 공적자의 자리가 넘어가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고 공적자의 자리에는 못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전공의 수준만큼 뇌물을 낼 필요가 있었다.

이게 무슨 막장 제국인가 싶겠지만 난세의 모티브가된 삼국지를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선녀라고 느낄 것이다.

"어디까지 전공을 인정받고 싶은데? 네가 원하던 전공에 못미치는 전공밖에 못 새웠다고 해도 환불은 안되는 거 알지?"

"개선식에서 가장 앞에 서고 싶습니다."

개선식의 가장 앞자리.

아이작은 서지 못했고 프레스티아는 섰던 그 자리.

나는 바로 그 자리에 서고 싶었다.

동부 왕국과의 전쟁을 끝낸 장군으로서 개선식의 가장 앞에 서고 싶었다.

"개선식 가장 앞자리라..."

그녀가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바라봤다.

"일단 전쟁에 참여할 명분은 있겠네, 이번 전쟁은 제대로 된 명분이 없는 놈들은 아예 참여도 안 시켜 줄려고 했거든, 아이데스 마을이 동부에 있다면서? 자기 고향을 지킨다는 명분만큼 확실한 명분이 없긴 하지...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가장 큰 전공을 세울 수 있겠어? 헬링년은 이미 제대로 된 세력이 있어서 개선식의 가장 앞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거지 너 같이 작은 세력이 노릴 만큼 만만한 자리가 아니야."

그녀의 말이 맞았다.

동부왕국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우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동부의 세력 중 하나가 완전히 멸망했다고 들었지만 동부에도 크고 작은 세력들이 많다.

우리 마을 바로 옆에 있는 쿨리온도 참여 할거고, 우리 라이트 형님도 전쟁에 참여하실 거다.

아니, 변경백의 칭호를가지고 있는 만큼 단순히 전쟁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장을 지휘하는 총지휘관이 될 확률이 높지.

라이트 형과는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나를 견제하거나 제대로 된 전공을 세우지 못하도록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그 또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나같은 작은 세력과는 다르게 그는 자신의 및에 수만의 군대를 가지고 있는 강한 세력을 가진 이였다.

일단 라이트 형을 넘을 수 있어야 최고 전공자가 될 수있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느낌인데?'

"만만한 자리가 아닌 건 압니다. 하지만 노려보고 싶네요."

눈을 빛내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돈만 받으면 되니까. 네가 돈만 제대로 지급해 준다면 개선식의 가장 앞자리를 노리든, 네 옆에 서있는 아군의 목을 노리든 신경 안 써."

미리 가지고 온 골드 주머니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크기는 아까 병사에게 줬던 주머니랑 비교해도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돈은 훨씬 고가의 화폐였기 때문에 그녀의 욕심을 만족시킬 만큼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그래, 돈은 잘 챙겨왔네, 네 공은 확실하게 보장해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

"그리고 이것도 받아주십쇼."

다른 금화 주머니를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건 또 뭔데?"

"전쟁중에서 저에게 시비 거는 애들이 없게 으름장 한 번만 놔주시길 부탁드리는 차원에서 드리는 골드입니다."

"스으으읍, 난 소리 지르는 거 싫어하는 타입인데..."

그녀가 주머니 안을 쓱 바라보더니 방금전까지 싫다고 했던 사람은 갔다 버린 듯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였다.

"그래, 이것도 받아줄게."

"감사합니다."

이제 서로 인사나 하고 헤어지면 되는 데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커흡! 컥!"

그녀가 갑자기 기침을 하더니 피를 토해낸 것이다.

'씨발... 왜 하필 지금...'

확률로 따지면 3%도 안되는 이벤트인데...

반쯤 죽어가는 얼굴로 약을 챙겨먹은 그녀가 나를 사납게 노려봤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