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화 〉 전쟁 준비2
* * *
내 세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미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인 내가 용병을 이용하여 흑마법사를 잡아내고 라일라를 필두로 한 참모진을 이용해서 제도에서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제도에서 알아줄 법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과정중에 중간고사도 지났고 기말고사도 다가왔지만 시험에 집중할 여력은 없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건 배움에 뜻을 펴는 게 아니라 내 세력을 키우는 것이었으니까.
이미 권력을 향해 발을 내 딛은 이상, 멈출수는 없었다.
내 친구들 뿐만아니라 아카데미에서 영입한 인재들만 10명이 넘었고, 내 밑에 딸린 병사들만 500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자는 폭주기관차다.
절대 멈출 수 없었다.
"허어... 그 꼬맹이가 이렇게 크게 성장했다니, 놀랄 일이로군."
"티아나씨, 이게 얼마만이에요."
작정하고 덩치를 불리는 중에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찾아왔다.
1학기 방학 때 처음 만나서 영입제안을 했던 수학자 티아나가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이다. 네가 예전에 나에게 영입을 권유해서 찾아왔는데 내가 들어가도 되는 게 맞는지 모를 정도로 이름값이 높아졌더군."
순수히 내 이름값만 따졌을 때는 그때가 더 높았거든?
그 때는 꼬마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칭송받던 때였으니까.
"들어오셔도 됩니다. 가뜩이나 회계쪽 인재가 부족했는데 잘 됐어요."
"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 되지? 그리고 너랑은 얼마나 이야기 할 수 있는건가? 나는 네 수학적 지식을 흠모하여..."
그녀의 등을 밀고 아이데스 상단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영지를 운영하게 되면 상단 보다는 영지쪽에서 일하게 할 인재였지만 아직은 영지도 없는 상태, 내 세력 본체에서 회계기술이 필요할 일은 많이 없으니 일단 아이데스 상단에서 쓰라고 넘겨줬다.
물론 월급도 그쪽에서 알아서 주는 걸로 말이다.
내가 제도의 세력으로서 급부상 하니 중앙파 귀족들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래 중앙파 귀족들이 새로운 세력이 떠오르면한 번 밟아주는 것이 기본적인 생활상이었지만 내가 황실파이기 까지 하다보니 더욱 극성이었다.
'근데 지금은 나를 못 막지.'
북부에서 공을 세운 지방파 귀족들이 자신의 영지를 꾸려나가며 그들을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그 뿐인가? 개선식때 들어왔던 병사들이 아직도 제도 주변을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제도 전체에 공공연연하게 퍼져 있는 사실이었다.
사모아 공작이 나서면 순식간에 정리될 병사들이긴 했지만 사모아 공작은 가만히 앉아있을 뿐 지방파 귀족들을 제재하지 않고 있어서 중앙파 귀족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황실파와 청십자가 연맹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성장하니 순식간에 황실파의 유력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좋아 이제 슬슬 청기사단에 작업을 쳐도 되겠어.'
자기들 마음대로 기사단을 해체하고 프레스티아의 밑에서 뭉친 적기사단과는 달리 청기사단은 제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다른이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국은 망할거다.
제국이 망한 후 뿔뿔히 흩어질 그들을 다시 규합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미리 작업을 쳐 놔야 겠지.
샤카와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청기사단을 은밀하게 지원해 주니 나를 향한 그들의 호감도는 빠르게 올랐다.
기본적으로 같은 편이기도 하고 기사단장과 나는 같은 청십자가 연맹의 일원이었으니 그들과 친해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바쁜 하루가 지속됐다.
황실파의 일원으로서 지원받는 것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중앙파 귀족들에게 다량의 뇌물을 투척했다.
웃는 얼굴에 침뱉는 사람은 있어도 돈 주는 사람한테 침뱉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혹시 돈을 줬는데도 침을 맞았다면 상대가 미친 놈이거나 돈이 부족한 것 뿐이다.
작정하고 뇌물을 돌리니 나를 짓밟으려던 중앙파의 움직임도 많이 약해졌다.
"히잉... 재정이 바닥났어요..."
물론 그 과정에 아이데스 상단의 돈을 많이 끌어쓰긴 했지만 문제 없었다
그 동안 확장에 확장을 거듭한 아이데스 상단은 이제 제국 전체를 도는 상단으로 성장했고 마차도 10개나 가지고 정기 계약을 하는 곳도 많은 중견 상단으로 성장했으니까.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이상 단기간적으로 재정이 부족하다고 해도 금세 회복할 거다.
애초에 상단 운영이 힘들 정도로 내가 돈을 빼가려고 한 거라면 안나가 나를 막았겠지.
그렇게 기말고사 기간도 시험 공부 하나도 안하고 보고 돌아다닌 결과 나는 제도에서 제대로 된 세력을 가진 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이는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
플레아 아이데스는 동쪽 시골 마을의 평범한 소년으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마을의 지주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금수저는 커녕 은수저 축에도 못 끼는 것이 제국이었다.
그런 소년이 자신의 힘으로 성장해서 제도에서 이름만 말해도 알아들을 정도로 큰 세력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멈춘다고 해도 신화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우리 마을에서 나를 향한 편지들이 끊임 없이 쏟아지는 걸 보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체감이 됐다.
'하지만 아직 너무 부족해.'
나는 더 큰 힘을 원했다.
그렇기에 조금 뒤에 일어날 동부 왕국과의 전쟁을 준비했다.
북부의 반란을 막아내고 수많은 세력들이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제국은 약해졌다.
중심을 딱 잡고 있던 중앙파 세력들이 지방파 귀족들의 약진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었고 중앙파 귀족의 수장인 사모아는 자신의 집에 틀어박힌 채 나오고 있지 않았다.
제국의 끝부분에 위치한 몇몇 영지들은 제도로 세금도 안 보낸다고 말이 많았다.
오랜시간동안 썪어있던, 하지만 그 저력이 대단하여 아직까지 살아있던 제국이 진짜로 무너지는 것 처럼 보인은 순간이었다.
이런 제국을 동부 왕국이 가만히 두고 있을 리가 없었다.
당장 북부 야만족들도 궐기를 했는데 동부 왕국이 가만히 있겠어?
병사를 끊임 없이 늘려 천명까지 키웠고, 아카데미에서 영입한 인재들도 적재 적소에 배치했다.
기사를 꿈꾸던 군단장을 원래 위치에 박아 놨고 마법에 재능을 보이는 조폭들을 모아서 미네타의 아래 50명 규모의 마법병단을 만들었다.
아직 수준이 낮아 제대로된 마법병단의 힘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전쟁을 겪으면서 그들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그렇게 성장에 박차를 가하던 도중, 드디어 동부 왕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우리 같은 아랫세력한테도 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인가.'
나같은 세력한테 까지도 소문이 귀에 들어온다는 것은 윗대가리들 한테는 진작에 소문이 퍼졌다는 소리기도 했다.
이미 지들끼리 어떻게 대처할 지 전부 이야기를 해 놨겠지.
헛소문일 수는 없다.
내가 난세의 스토리라인을 알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같은 아랫세력에게 도는 소문은 거진 사실이었다.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야겠네."
동부 왕국의 침공은 북부의 반란과는 느낌이 달랐다.
일단, 북부의 반란보다 격이 낮은 전쟁이었다.
상대에겐 아이작 같은 네임드 기사도 없었고 실질적인 무력도 북부보다 약했다.
그리고 제도로 돌진하던 아이작과는 다르게 어차피 동부 정도만 약탈하고 점령할 존재들이었다.
위험도가 다르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파 입장에선 지방파 귀족들의 참전을 허용하는 위험한 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자기들이 가진 전력이나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지방파 세력만 가지고도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로비가 필요했다.
"라이넬, 지금 사모아 공작 집에 갈건데 너도 같이 갈래?"
"응?"
지나가듯 말하니 라이넬이 바로 알아듣지 못한 듯 얼타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디 간다고?"
10초 정도가 지난다음에야 내가 잘못들었겠지. 하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사모아 공작의 자택으로 간다고,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내가 덤덤하게 말하자 라이넬의 표정이 굳었다.
"그 여자 집에는 왜 가게? 친해지려고 난리 치다가 얘기 안한지 한참 지나지 않았어?"
라이넬이 표정을 굳히고 나에게 말했지만 그녀가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내가 사모아 공작의 자택으로 가는 건 사모아 공녀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모아 공작을 만나러 가는 거다.
"아니, 공녀 말고, 공작 만나러가."
내가 그녀의 말을 정정해 주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