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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205화 (205/312)

〈 205화 〉 전쟁 준비­1

* * *

"진짜 이대로 떠나실 겁니까?"

"그래, 이대로 떠날 거다."

가든의 물음에 프레스티아가 대차게 대답했다.

"프레스티아님이라면 분명 플레아 아이데스를 데리고 오실 것 같았는데... 의외군요."

"플레아 말인가."

프레스티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냐 평소에 짓는 썩고 차가운 미소가 아니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행복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새겨져 있었다.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 스스로 평생없을 거라고 여겼던 그녀의 이상형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남자치고 수준이 아니라 그냥 꿈이 크다.

이 세상 그 어떤 사람이 제국을 손에 넣으리라 다짐하겠는가.

그 어떤 남자가 자신을 발 밑에 넣을 것이라 말하겠는가.

'역시 나를 사랑하려면 그 정도 포부는 있어야지.'

어차피 승자는 자신이 될 거라지만 그런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마냥 좋았다.

그래, 그 정도는 돼야 자신이랑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제대로 노려보기만 해도 엉엉 우는 남자들과 비교해 보면 플레아는 완벽한 이상형 그 자체였다.

얼굴도 귀엽기도 하고

한편 자신의 주군이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가든이 입을 떡 벌리고 프레스티아를 바라보니 프레스티아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의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나에 어울리는 남자가 되고자 하는 것 같으니 억지로 대려갈 필요 없지."

'그저깨 까지만 해도 무조건 데려온 다고 난리를 피신 것 같은데.'

가든은 아직도 술에 잔뜩 취한 채 플레아를 데려오겠노라며 소리치던 자신의 주군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어떻게 됐든 잘 풀린 것 같으니 다행인가?'

플레아가 자신의 세력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가든의 입장에서도 다행이었다.

아예 다른 세력이 통째로 프레스티아의 세력 밑으로 들어오게 되면 아무래도 싸움도 많이 일어날테고 그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가든의 등도 터져 나갈 테니까.

"그러면 슬슬 내려 가시죠. 다른 이들이 기다립니다."

"알았다."

프레스티아가 자신의 말 위에 올라탔다.

일반 여성도 아니고 기사인 그녀를 등 위에 올려놓고도 끄덕 없을 정도로 튼튼한 발을 가지고 있는 말이 크게 푸르릉 거렸다.

"그러면 이제 이동하지. 우리의 영지가 될 곳으로."

그곳에서 힘을 키울 것이다.

힘을 키워서 모든 것을 지배할 것이다.

'특히, 너를 말이야.'

그 때가 되면 듬뿍 귀여워 해주지.

멀어져 가는 제도를 보며 그녀는 떠나갔다.

***

프레스티아가 아카데미를 떠났다.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아카데미는 애초에 군주가 되고픈 학생들이 배움과 더불어서 인맥 등의 기반을 쌓으러 오는 곳이었다.

그런데 프레스티아는 이미 황제에게 땅을 받아 버렸다. 그리고 자신 밑에 들어와 있는 수하들의 수준도 높았다.

세력을 키울 기반을 이미 모두 모아놓았다는 뜻이다.

그런 그녀가 더 이상 아카데미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었다.

"플레아, 그 소식들었어?"

시에린 얘는 나타날 때 마다 뭔 소식을 하나씩 들고 온단 말이지.

내가 모르는 소식이면 모르겠는 데 늘 아는 소식만 가져온다.

"무슨 소식?"

"적기사단. 해체됐다는 데?"

그렇게 말하는 시에린의 입꼬리는 하늘로 향하듯 휘어 있었다.

그녀도 알고 나도 알았다.

적기사단은 해체된게 아니라는 것을.

해체 된 척하고 뿔뿔히 흩어졌다가 프레스티아의 밑에서 다시 모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언제 기사단 만드냐...'

일단 청기사단을 후보지에 올려놓긴 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인 적기사단과는 다르게 청 기사단은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우선시 되는 기사단이라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밑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렇다고 제로부터 올리기에도 빡세고...

참 곤란한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 주군님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프레스티아 헬링님도 사라지셨고, 좋은 인재들도 많이 빠져나갔고... 텅텅 비어 있는 아카데미에서 왕 노릇이라도 하실 건가요?"

"아니, 우리는 지금 관리직을 강화할 때가 아니야. 내실을 다져야 할 때지."

군사를 늘리고 일반 기사를 영입하고 세력에 대한 기반을 마련해 갈 때지 이제와서 세력을 키운다고 새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러면 아카데미, 차라리 휴학계를 내는 게 어때? 어차피 더 할 것도 없잖아."

"휴학계는 안돼. 아카데미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꽤 의미있는 일이거든."

아카데미 생으로서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카데미생이 아닌 상태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것 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면 뭘 할건데?"

"슬슬 꼬마 영웅이라는 이름값 좀 다시 올려볼까?"

군주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도 엄연히 내실의 일종이다.

***

제도 주변에는 흑마법사가 많다.

지금까지 획기적인 전쟁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았지만 흑마법사들은 언제나 제도의 어둠에 암약하고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흑마법사들이 진짜 불쌍한 놈들이지.'

흑마법사는 절대로 메이저한 세력이 될 수 없다.

몇몇 중요한 사건을 일으키기 때문에 세력 자체는 상당히 큰 편에 속하지만 정작 하는 게 없다.

그들의 역할은 영웅들에게 죽어나가면서 경험치와 명성작에 도움을 주는 것뿐이고 이대로 성장해서 제도의 주요 세력과 공멸하여 제국의 완전한 난세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세에서 흑마법사 관련한 이벤트는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닥치는 대로 흑마법사만 잡아 죽여도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좋은 이벤트가 있는 데 말이야.

"여기다! 잡아 죽여!"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 제도의 빈민가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용병으로 보이는 이들이 작은 집 안으로 들어가 검은 로브를 쓰고 있는 흑마법사를 꺼내서 마구 두들겨 팼다.

"개 같은 새끼들이..."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펼쳐 용병들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리플렉터."

그들이 펼친 마법은 미네타가 펼처낸 마법에 아주 가볍게 막혔다.

5서클에 들어선지도 이제 꽤 시간이 지난 미네타의 마법은 흑마법사의 마법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력했으니까.

그렇게 흑마법사의 지부 하나가 몰락했다.

"돌아갑시다."

뒤에 앉아 편하게 책을 읽다가 일어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내가 흑마법사를 처리하러 데리고 온 이들은 붉은 매 용병단과 내 수하들,

실질적으로 흑마법사를 잡은 이들은 그들이었지만 공과 유명세는 내 이름으로 퍼졌다.

나는 그들의 주인이었으니까.

행동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었지만 난세는 그런 곳이었다.

주인된자가 수하도니 자의 공을 모두 먹어치우는 것이 당연시 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수하들이 싫어하지도 않는 세계였다.

자신의 주군이 가지고 있는 이름값이 자신의 가치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군주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수하가 아닌이상 군주가 모든 공을 가져가는 것을 괘씸히 보는 수하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공이 전부 무시 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전쟁에서 세운 전공은 모두 군주에게 귀속되며 수하는 다시 군주에게 상을 받는 식으로 자신의 공을 보장 받는다.

그들이 공을 보장받지 못할 확률은 거의 없다.

자기 공도 못 챙겨주는 군주의 밑에 남아있을 만큼 호구인 수하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나한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내 수하들 중 가장 주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절친이어서 나중에 그 대가를 치뤄주겠다는 식으로 부릴 수 있는 것이지 일반적인 인간관계였으면 진작에 파토가 나고도 남았을 거다.

착한 년들

이 은혜는 무슨일이 있어도 갚아주마.

"무슨 생각을 그리해?"

라이넬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라이넬, 그녀랑 처음 만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네.

1년 전에는 어벙한 기사반 학생 1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늠름하게 성장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좀 감성적이게 돼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역시 남자들이란,"

라이넬이 가볍게 웃으면서 앞장섰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제도에 존재하는 수많은 흑마법사 집단들을 잡아 죽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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