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 진격1
* * *
간단한 위협에 모든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을 때 부터 알아봤지만 자신들을 공격한 이들을 빡세게 교육을 받은 강병들이 아니었다.
버림패와 비슷하게 쓰여진 병사들인 것으로 보였는데 상대가 제대로 된 병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보를 뽑아내는 것은 훨씬 더 용이했다.
버림패들도 자기가 버려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들을 버린 군주에게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그 반감은 더 적은 고통으로도 더 많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게 한다.
가든은 그런 병사들을 이용해 자신들을 공격해 온 썅년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뭐? 슈렌 아이라 자작? 그게 누군데?"
아이라 자작이라고 하면 동부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부에서 태어나 제도에서 자라온 그녀의 입장에선 한 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슈렌 아이라 자작이 약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가문이 사람이 자신을 공격해 왔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거야?"
"네, 몇번씩 교차검증했지만 슈렌 아이라 자작이 보낸 년들이 맞습니다. 미레바가 제 옆에서 놈들이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살폈으니 절대 거짓은 아닐 겁니다."
프레스티아가 이를 까득하고 깨물었다.
"하청이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녀는 슈렌 아이라 자작에 대해 몰랐다.
아이라 또한 프레스티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진 않았을 거다.
끽해야 헬링 후작가의 차녀.
이번 전쟁에서 두번째로 뇌물을 많이 쏟아 부운 여자 정도로 알고 있겠지.
그녀가 프레스티아를 잘 알고 있을리가 없었다.
아이라가 프레스티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아무리 프리스티스의 명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를 공격했을리는 없었을 테니까.
"잘 적어놔, 당장은 복수하지 못하지만, 상황이 보면 바로 물어 뜯을 수 있게 준비해 놓으라고."
"알겠습니다. 주군."
프레스티아는 감히 자신을 건드린 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라라는 년은 정말 멍청한 년이었다.
프리스티스에게 무슨보상을 약속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보상을 받았든 프레스티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수지가 맞을리가 없었으니까.
새벽이슬에 비친 프레스티아의 눈이 푸르게 타올랐다.
***
프레스티아는 새벽에 포박한 병사들을 중앙에 넘기지 않았다.
그들을 넘기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신들의 막사에 침투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으며 나아가서는 그들이 아이작의 병사들이 아니라 동맹군의 병사라는 것 또한 증명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한데다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뚜렷하지 않았다.
아이라가 바보가 아니라면프레스티아가 자신의 병사를 데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프레스티아를 공격했어요. 하고 만천하에 알리는 꼴이 되어 버리는 거니까.
즉, 이 병사들을 계속 포로로서 구금하고 있는 다고 해도 프레스티아가 손해볼 것은 아예없었고, 언젠가 중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병력이 될 것이었다.
"프레스티아 헬링님, 총 사령관님이 내일 오후 2시에 중앙 막사로 모이라고 하십니다."
"알았다."
가든의 말에 대충 답한 프레스티아가 몸을 쭉 피고 누웠다.
한참 프리스티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프레스티아였지만 이번 명령에도 불복종 할 수는 없었다.
중앙 막사로 사람을 소집한다는 것은 모든 군주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한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공식적인 연락은 이번에 왔지만 물밑작업이 진행되던건 벌써 1주일 가까이 됐기 때문에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회의 중에 나한테 개지랄을 하지 않겠지.'
프레스티아와 프리스티스의 사이가 안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는 막사를 넘어서 제도까지 퍼질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헬링 후작가의 두 자매가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현상황에 흥분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번 회의가 두 사람의 기싸움이 최고조로 달아오르는 시기가 될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프레스티아도, 프리스티스도 개인적인 악감정 만으로 서로를 견재할 수는 없었다.
그녀들의 적은 그녀들 끼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들이 회의에서 대 놓고 싸운다면 중앙파 귀족들이 이때다! 하면서 저렇게 싸우는 총사령관과 부관은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그녀들을 짜를 수도 있었고 자신들의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전략을 내놓기 위해선 서로의 말에 무조건 적으로 반박하는 것 보다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둘 다 이기더라도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 나았다.
프레스티아와 프리스티스 모두 많은량의 뇌물을 중앙에 던져준 사람으로서 더 많은 공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 선택해야 하는 전략이 같았다.
정치판에선 냉정해 져야 한다.
상대가 적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반대해선 안되다.
그렇게 움직여 봤자 손해만 볼 뿐이라는 것을 프레스티아와 프리스티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음날 치뤄진 대 회의에서 농성하고 있는 아이작의 군대에 총공격을 가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적들이 반격할 것을 대비하는 병력외의 모든 병력을 쏟아부어 적들을 공격하자는 내용의 전략이었고, 뛰어난 전략가가 만들어낸 전략이었는데다가 각자 데려온 부대의 자율은 보장해 줬기 때문에 큰 반대 없이 전략이 결정될 수 있었다.
지키는 것이 있는 자들이 선택할 만한 전략은 아니었지만 아이작의 군대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모두 알고 있었고, 어디에 얼마만큼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는지 조차 빠삭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했다.
아이작의 군대는 성을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에는 도가 튼 이들이었지만 한 번 점령한 겅을 제어하는 데에는 많이 미숙한 군대였다.
민간인으로 위장해 성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고 잘만 움직이면 안에서 성문을 여는 것 조차 가능해 보였으니까.
때문에 아이작의 군대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움직이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과격한 전략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전면전이군요."
"그래, 뒤도 안 보고 바로 돌진한다 하더군."
중앙 막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군주들 뿐이다.
이전에는 참모 한 명씩은 데려갈 수 있게 해놨지만 다른 군주가 참모를 괴롭히거나 압박을 주는 일이 너무 많아 참모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주들만 출입이 가능하게 바뀌었다.
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작전의 제안자인 프리스티스를 제외한 다른 세력이 제대로된 전략을 짜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해하기 위해서 참모의 출입을 막았다.
프레스티아 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있는 군주나 참모를 전적으로 믿는 군주면 몰라도 반수 이상의 군주들이 자신이 들은 대로 해석하고 참모들에게 제대로 전달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략의 디테일함에서 차이가 많이 생겼다.
"저희는 어디에 배치됐습니까?"
"여기부터, 여기까지."
프레스티아가 서쪽 외곽의 성 부터 쭉 그어 올렸다.
"구석지라... 아이작을 상대하는 전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아이작과 싸울 위험을 지지 않아도 되는 자리군요. 외곽지다 보니 병사가 없어서 많은 병사를 죽일 수는 없겠지만 병력이 약한 만큼 많은 성을 되 찾을 수 있는 실리가 있는 자리입니다. 좋은 자리를 얻었습니다."
프리스티스가 프레스티아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녀에게 좋지 않은 자리를 배정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프레스티아는 당장 중앙파에 달려가서 내가 이만큼의 뇌물을 냈는데 고작 이딴 자리에 앉히냐며 노발대발할 것이고 그러면 중앙파는 프리스티스에게 압박을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출발하는 게 좋겠나?"
"빠를 수록 좋습니다. 한 대 맞은 후엔 몸에 긴장을 두고 다음 타격을 기다릴 테니까요. 몸이 이완되었을 때 세게 치는 게 낫습니다."
"알겠다."
프레스티아가 막사 밖으로 나가 모든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세력이 약한 군대는 아이작의 군대가 혹시나 기습을 할 걸 대비해 남겨 놓는 인원들이 많았지만 프레스티아쯤 되는 이에게는 모든 병력을 데리고 출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물론 보급을 위한 군대와 정찰병등, 따로 구분해놔야 하는 병종들이 있긴 했지만 자신의 인원을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드디어 제군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전쟁의 때가 다가왔다."
우와아아아!!
병사들 사이에서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오랜 시간동안 병사들과 함께 지내며 친분을 쌓아놨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출전에도 당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진격하자. 우리의 전공을 위햐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