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원한3
* * *
프레스티아 헬링의 군대, 전선에서 연전연승!
이라는 글자가 대문자만하게 박혀 있는 신문이 이곳저곳에 흩뿌려졌다.
심심해서 주워 읽은 신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 프레스티아 헬링님께서 전선을 돌아다니시면서 아이작을 압박한 결과 아이작이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말로 단순한 내용이었다.
이 신문을 읽은 나의 반응은.
'아이작이 프레스티아 하나한테 막혔다고?'
이랬고
"푸하하하! 아이작이 설마 프레스티아 헬링 하나한테 막혀서 못내려 오겠어? 원래부터 내려올 생각이 없던 거겠지."
"맞아. 이런 선전을 믿는 건 제도의 시민들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우리 참모들의 반응은 이랬다.
'아이작이 일부러 내려오지 않는다고?'
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엔 어색한 상황이었다.
내가 아는 아이작은 상대가 누구든 무대포로 돌파하는 인간이었다.
성에 가만히 앉아서 수성의 이점을 살린다?
간을 보고 병령을 아껴가면서 목적을 이루는 게 아니라 실리를 챙긴다?
아예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적당한 수준으로 멀리를 굴릴 줄 아는 참모 하나만 있어도 수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걸 알 수 있겠지만 아이작의 세력에 참모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존재하긴 하는 데 아이작의 의사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낼 수는 없다.
아이작이 왜 내려오지 않는걸까.
한참을 고민한 다음에야 떠올릴 수 있었다.
아이작의 옆에는 매력 100짜리 이데아가 있다고.
그녀에게 이성적으로든, 아니면 군신의 관계로서든 어느쪽이든 빠져있다면 그도 머리라는 걸 굴릴 수 있게 될 거다.
"하아..."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
당장의 전쟁에서는 문제가 없다.
결국 프레스티아가 큰 공을 새우고 아이작은 물러간다는 대 전제가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아이작은 이번 전쟁으로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이며 그렇게 얻어낸 것은 그의 세력을 공고히 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것이다.
이데아라는 참모를 가지고 있는 아이작 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였다.
원래 아이작의 세력은 여포의 머리와 여포의 무력으로 싸우는 세력이었다면 남녀역전에서의 아이작의 세력은 진궁의 두뇌와 여포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세력과 같았다.
즉 상대하는 난이도가 말도 안될 정도로 올랐다는 뜻이다.
***
한 밤중, 프레스티아의 막사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든, 뭐하고 있나 더 마시지 않고."
"저는 이 정도면 됐습니다. 저는 주군의 참모입니다. 어느 상황에서든 취해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이번에 내가 공을 세우게 된 것은 네가 내어준 전략덕분이다. 너 덕분에 별 것 하지 않고 큰 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너를 홀대 할 수 있겠어. 마시는 척이라도 해줘."
프레스티아는 이미 만취한 상태였다.
몸에 마나를 한 번 돌리면 금세 괜찮아질 상태긴 했지만 흥을 유지하기 위해 굳이 취기를 날리고 싶지는 않았다.
자긴에게 주어지는 커다란 술잔을 받은 가든은 조심스럽게 그 잔을 받아서 조심히 들이 마셨다.
실상은 들이 마시는 척 하면서 입주변으로 다 흘리고 있어으며 프레스티아또한 그걸 알고 있었지만 가든이 술을 마시는 모양을 함으로서 흥이 그만큼 더 살아났기 때문에 그녀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가든이 아주 복덩이야."
"주군!"
프레스티아가 가든을 꽉 끌어안았다.
프레스티아는 덩치가 큰 기사였고 가든은 키가 작은 참모였기 때문에 프레스티아가 가든을 안자 가든은 프레스티아의 몸 안에 완전히 들어가는 모양을 취하게 되었다.
"네가 없었더라면 우리 세력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었을 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수많은 기사들이 나를 따르고, 그보다 더 많은 병사들이 나를 따르고 있지만 너는 혼자서 그들과 맞먹는 일을 할 수 있다."
프레스티아가 가든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가든을 향한 무한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저희는 쓸모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벨리아가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을 걸어왔다.
"아니지, 내 세력에 속한 이라면 그 누구도 쓸모없는 이는 없어, 병사 하나하나가 나에겐 소중한 부하고 지금은 없지만 앞으로 내가 다스릴 도시의 시민들 또한 나에게 유용한 이들이다. 그 누구도 홀대하지 않아."
프레스티아가 벨리아의 어깨에 팔을 감으며 술을 마시며 흥을 돋구고 있을 때 멀리서 한 병사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습이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술판을 벌이고 있던 모든 간부들의 자신의 몸에 마나를 돌렸다.
익스퍼트의 경지에 다다른 자는 순식간에 취기를 날려버리고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 익스퍼트가 되지 못한 자들은 정신을 차리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벨리아, 너는 병사들의 막사로 가서 양동작전을 대비하도록. 에프로트."
"네! 주군."
"따라와라. 너는 나와 같이 습격을 막는다. 내가 달리 명령하지 않은 자들을 밸리아를 따라 양동작전을 대비하도록 하라."
야간에 침공한 이들이었다.
아직 병사의 단말마가 들려오지 않은 것을 보면 상대가 그렇게 강한 상대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상대측에서 강한 기사들이 여럿 몰려왔다면 프레스티아 또한 그에 걸 맞는 기사전력을 투입해야 했겠지만 상대가 병사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면 같은 병사들을 많이 챙겨가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하이네스? 언니는 왜 따라와?"
"가든이 따라가 보라고 했거든."
전장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지만 방금 전까지 술을 진탕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바로 풀리진 않았다.
전장으로 나와서 한동안 들은 적 없는 언니라는 호칭을 들은 하이네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가든은 우리 참모야.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걔가 생각하는 데로 움직이는 게 훨씬 낫지 않겠어?"
"잘 따라와."
프레스티아는 긴말 하지 않고 경보가 울렸던 곳으로 이동했다.
"적들은 어디에 있지?"
그녀들이 이동한 곳에는 5명 정도 되어 보이는 병사들이 검과 방패를 들고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방패에는 많든 적든 철로된 화살이 박혀 있었다.
한 병사는 무릎에 철화살이 박혀 있었는데 진형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고통을 꾹 참고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저자는 나중에 상을 줘야 겠군.'
다른 병사들에게 모범이되는 모습이었으니 병사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상을 준다면 다른 병사들도 더 열심히 확약할 것이 분명했다.
"1분 정도 전에 저희쪽으로 철화살을 쏜 뒤 바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주변 수색은 했나?"
"안했습니다. 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인원으로 적을 추적하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좋은 판단이다. 여기서 가장 멀쩡한 이가 가서 병사 100명을 데려오도록, 12부대에서 21부대까지 데려오면 될거야."
갑자기 침공해서 철화살만 쏘고 도망간 이들을 프레스티아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누가 갑자기 자신의 진영을 공격했는지는 몰랐다.
아이작이 공격한 걸 수도 있고, 자신의 언니인 프리스티스가 침공한 걸수도 있겠지.
누가 시킨 일이든 감히 자신의 진영에 화살을 날리고 갔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만했다.
잘 훈련된 그녀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왔고 프레스티아는 에프로트와 하이네스에 더해 벨리아 까지 챙겨서 추격을 시작했다.
암습을 교육받은 병사들인지 흔적자체는 아주 잘 지웠지만 하이네스의 마력감지 까지는 벗어날 수 없었다.
하이네스는 적들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조리 알아낼 수 있었고 결국 적들을 따라잡았다.
"절대 죽이지 마라. 감히 우리를 공격한 년이 어떤년인지 알아야 하니까."
프레스티아가 자신의 검을 들고 다가가자 병사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항복해 버렸다.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들은 일개 병사들일 뿐이었는데 상대는 아주 대단한 기사들이었으니까. 싸워서 이길 수 있을리 없으니 깔끔하게 항복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일이었다.
프레스티아는 그런 적군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들은 자기진영에 찾아와서 굳이 화살을 날리고 간 이들이다.
병사들이 적절하게 반응하여 큰 피해는 없었다지만 먼저 침공한 놈들이 저런 반응을 보인다고?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벨리아."
"네 주군."
"너, 고문술도 배운 적 있나?"
"고문술은 가든 전문입니다. 주군."
"아깝게 됐군. 이놈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프레스티아의 음산한 목소리에 적군들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이제야 너희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아? 이제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
프레스티아가 악귀같은 표정을 지은 채 병사들을 노려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