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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98화 (198/312)

〈 198화 〉 원한­2

* * *

프레스티아가 젤리의 목을 잘라 프리스티스에게 넘겨준 이후 그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적기사단을 두고 싸울 때만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 예의를 차리고 서로를 마음속으로 인정해 줬던 그녀들이었지만 프리스티스가 프레스티아의 목숨을 노리고 젤리의 목을 프레스티아가 밴 순간부터 그 둘은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프리스티스 쪽이 훨씬 컸다.

그녀가 먼저 잘못하기도 했고 고작 아끼는 수하의 목을 쳐 보낸 프레스티아와는 다르게 그녀는 프레스티아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으니까.

자기가 먼저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 젤리를 죽였다고 화내는 꼴이 상당히 꼴사나웠지만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프레스티아 외에는 없었다.

그녀들의 사이가 안좋아져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전장으로 퍼졌다.

누군가 일부러 소문을 내지 않아도 그녀들의 병사들끼리 서로 경계하는 모습만 봐도 무슨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진압군의 가장 큰 두 세력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은 코 앞에서 자신의 병사들을 정돈하고 있는 아이작의 귀에도 들어갔다.

"헬링 자매가 싸우고 있다고 했나?"

"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아이작의 자신의 참모인 이델라를 바라보았다.

깊은 후드로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그녀는 외부에선 그녀의 신체 어느 부위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이 로브를 뚫고 나오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이는 아이작이 이델라의 외모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이델라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기도 했다.

난세에서는 매력 100을 가진 채 아이작의 밑에서 시작해서 이세력 저세력을 돌아다니며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던 이델라였지만 남녀역전세계에서 매력이 100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쁜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카리스마를 발한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자신보다 더 강한 아이작을 휘어 잡아 그의 세력의 비선실세로 지내고 있으니 난세와 비교하면 떡상, 그자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델라였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지?"

"제가 생각하기에 그 둘이 저희를 노리고 쇼를 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일은 아니지만, 사이가 나쁘기로 소문난 헬링 자매가 저희를 속이기 위해 손을 잡고 싸우는 척을 한다는 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할 정도의 확률을 가진 일이지요."

"적들에게 우리는 황실에 반기를 일으킨 반란군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앙숙이라 하더라도 손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는데?"

이델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작님. 그들은 우리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북쪽으로 올라와 있지만 그들의 본 목적은 저희를 막는 것이 아니라 공을 세워서 높은 관직을 얻는 것입니다."

"우리 정도는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이군."

아이작의 눈이 그딴 오만 정도는 박살을 내줄라는 듯 뜨겁게 타올랐다.

그가 열기를 내자 다른 수하들도 당장이라도 싸울 것 처럼 열기를 올렸지만 이는 모두 이델라의 말 한마디에 다시 가라앉게 되었다.

"오만이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적들에게는 자기들 끼리 싸우면서도 저희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의 전쟁으로 다져진 강군이다 2배의 전력 차이 정도는이겨낼 수 있어."

"상대에겐 마법사 전력이 있습니다. 저희도 주술사들이 있지만 고위급 마법전력을 비교해 보면 압도적으로 패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이가 같은 말을 했다면 당장 목을 치라 했겠지만 상대는 이델라였다.

아이작은 속으로 그녀에게 충성하겠다 마음 먹었으니 그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을 진행할 수 없다.

또한 그녀가 지금까지 제시한 거의 모든 작전들이 옳게 돌아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녀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소리지? 어차피 질 전쟁이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옳았다는 것인가?"

"답은 간단합니다 아이작님. 적을 공격하지 마십쇼."

"공격하지 말라고?"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무시한 제도의 중앙파 귀족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명분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공격을 하지 마?

"이미 전선을 확고히 그려놓지 않았습니까. 저희가 공격해 간다면 놈들은 겉으로나마 다시 규합해서 저희를 막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저들은 자기들까지 싸우느라 제대로 된 공격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공격중에도 서로 견재하느라 저희에게 제대로된 피해를 입히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면서 적이 제대로 공격할 것 같으면 천천히 물러나며 적들을 쪼개고 절대로 밀리지 않은 선."

이델라가 탁자에 그려진 지도에 선을 하나 그려냈다.

"이 선까지 후퇴하고 결사 항전하면 됩니다. 그러면 적들은 결국 협상을 신청해 올테고 그 협상에서 이득을 취하든, 아니면 지배한 곳을 저희의 영토로 삼든 하면 됩니다."

그녀의 말에 반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작에게 충성하는 유일한 참모였으니까.

그녀를 제외하면 아이작의 세력에 머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알았다. 그대의 말대로 하지."

방어전이라.

아이작이 자신있는 것은 공격이었지만 그렇다고 방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작이 누구인가.

벌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대단한 무인이 아닌가.

작정하고 틀어막으면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벽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

"움직임이 없다고?"

"네, 농성이라도 하려는 듯 성에 틀어 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예상을 벗어난 움직임이었다.

프레스티아를 포함한 제국의 모든 사람은 아이작이 병력이 모이는 데로 바로 쳐들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방어에 모든 신경을 쓴 채로 아이작의 군대가 다가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뭐?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여?

그 동안 짜 놨던 모든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는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가든이 지금까지 적들이 먼저 쳐들어온다는 걸 전제로 짜 놓은 전략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었다.

뛰어난 참모인 만큼 적들이 먼저 공격해 오지 안을 때의 대비책도 세워뒀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일이었기 때문에 프레스티아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

"큰일이군..."

가든이 좋은 전략을 세워 놨을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공격과 방어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아이작의 군대를 물리치기 어려워 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주변의 존재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방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애초에 방어하는 것을 전제로 대 전략이 짜여 졌기 때문에 누군가의 이권이 개입할 일 없이 자기들끼리 맡은 구역을 막으면 끝이었다.

그런데 공격하는 건?

어느 성을 공격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

어떻게 해야 더 큰 이득을 낼 수있는지.

공격하러 가능 도중 적대적인 부대를 방해할 수 있는지.

아주 복잡한 일을 겪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프레스티아의 세력은 그런 일을 아주 잘하는 세력 중 하나다.

참모가 많은 편에 속하고 가든이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전략을 내는 데에는 도가 튼 인물이었기 때문에 다른 세력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을게 분명했다.

'어떻게 됐든 결국 호재인가.'

"적들이 수비를 선택했다라... 그리 의외인 사실은 아니네요. 상대쪽에도 그럭저럭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참모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머리가 없지는 않는 모양이네요. 이렇게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한 걸 보면 말이에요."

다행이 가든은 이런 상황또한 상정한 듯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당장 기동대를 만들어서 아이작이 지키고 있는 성들 사이를 휘저으세요. 적으로 추정되는 자가 있다면 모조리 목을 잘라서 공으로 만드세요. 아직 아이작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퍼지기 전입니다. 지금 달려가서 적들을 베어낸다면, 아마 일반 시민들을 주군이 적진 근처에서 난리를 피워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좋은 전략이군."

프레스티아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기병들과 기사들을 모아 전선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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