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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90화 (190/312)

〈 190화 〉 게릴라전­1

* * *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히스토리아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내가 정체를 숨기는 것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않았다.

만약 이것도 안된다고 했으면 이건 정치적인 참견의 일종이라는 말로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가 로브를 짙게 눌러쓰고 나라는 걸 완전히 감춘 뒤 우리 아카데미의 주변에 있는 큰 건물 하나에 대려다 준다고 했던 것이다.

내 부탁을 너무나 쉽게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애초에 나를 향해서 장난을 친건 아니었나 싶었다.

그녀를 따라서 길을 걸어가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참 특이했다.

평민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프레스티아도 아니고 먼 서부에 존재하는 히스토리아의 얼굴조차 몰랐기 때문에 로브를 짙게눌러쓴 남성과 야한 복장을 한 여성이 같이 길을 거닐고 있는 특이한 광경에 시선을 잠깐 잡아끌었을 뿐이고 가끔 만나는 귀족들도 대부분 계급이 그리 높지 않은 이들이라 평민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지금은 주변에 알아보는 이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내일이면 히스토리아가 로브를 쓴 남자와 함께 제도를 거닐었다는 내용이 제도 전체로 퍼지는 신기한 현상이 자주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아마 히스토리아의 존재를 알아챈 사람이 굳이 티를 내고 있지 않고 있다가 주변의 귀족들한테 알음알음 퍼져나가는 것이겠지.

가끔 내 귀에까지 들려온 소문이 소문이 발원한지 하루가 겨우 지나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인 경우를 보면 왜 소문이 발보다 빠르다고 하는 건지 체감이 되었다.

"어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걷는 기분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로브는 강력한 인지 저하 마법과 음성 변조 마법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내가 평범하게 말해도 말투가 많이 달라지고 목소리 톤도 상당한 수준에서 바뀌었다.

히스토리아는 그런 내 말투가 어색했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 로브를 쓰는 것을 허락한 것이 그녀였기 때문에 불만을 나에게 표출하지는 않았다.

"너, 군주가 될 생각이야?"

"이미 저를 따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는 이가 있다면 이미 그 순간부터 군주라고 할 수 있죠."

그녀의 질문에 담겨 있는 의도는 황실같은 건 갔다 버리고 자신의 세력을 가지고 있는 군주가 될 것이냐는 의도로 물어본 것이겠지만 그녀의 의문을 해소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수하인 루이나는 내가 야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 했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물어본 게 아니야. 제국을 배신하고 네 세력을 세울 생각이 있냐고."

"그럴 생각 없습니다. 만약 황실의 피를 이으신 분들이 모두 돌아가신다고 해도 저는 제 세력을 새우는 것이 아니라 자살하거나 산 속에 틀어 박힐 것입니다."

목소리에 강한 확신을 넣으며 말하자 히스토리아 조차 내 연기에 속았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루이나가 너를 잘 못 본 것 같네, 그 애는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안목을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람을 보는 눈은 허당에 가깝거든.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것 같아. 너는 황실의 충직한 개일 뿐이야."

"감사합니다."

황실의 개라는 말은 칭찬이라고 하기엔 많이 어색한 말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잘 속여 넘겼다는 생각에 굳이 따지지 않고 넘겼다.

"여기서 이만 헤어지지."

"알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봅시다."

"누군가가 먼저 죽지 않는다면 반드시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그 때는 나는 제도를 부수려 달려들테고 너는 나를 막으려고 달려들 테지."

"그 이전에 만날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히스토리아가 어이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랑 완전히 반대되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랑 다시 만나서 뭐하려고? 미리 기선제압이라도 해두려고?"

"저와 반대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히스토리아님을 적대적으로 대할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왜? 너와 나는 분명 적으로 만날 텐데 말이야."

"부모의 원수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 협력할 줄 알아야 이 난세를 살아갈 수 있는 법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는 서로 웃으며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당장 오늘도 아주 즐거운 만남을 가지지 않았습니까."

담담히 내 생각을 풀어 나가자 히스토리아가 씨익 웃었다.

그 미소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히스토리아게 주변에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마법을 쳐 놨음에도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 난세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는 법이니까. 잘 가라, 가다가 이상한 일 당하지 말고."

"알아서 잘 할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아무도 안 보이는 데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기숙사로 돌아갔다.

***

"주군, 아이작이 하인트 성까지 도달했다는 전보가 전해져 왔습니다."

프레스티아의 개인 막사 밖에서 벨리아가 말했다.

"빠르군, 주변 성들을 일일히 점령하면서 온다고 하길래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것만 이건 너무 빨라."

프레스티아가 막사 밖으로 나왔다.

아직 새벽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프리스티스가 전선으로 지정한 곳에서 고작 성 3개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적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으니 편하게 자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찮은 남자치고는 아주 진행력이 빠르군요.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남자인 이상 군사들을 제어하지 못할 법도 한 데 말입니다."

"아이작을 남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는 우리의 적이긴 하지만 뛰어난 기사이며, 군주다. 남자라고 하찮게 봤다간 우리도 순식간에 다른 성들처럼 밀려나 버릴 수 있어."

"장난 하지 마십쇼. 주군, 저희가 다른 성 처럼 연약... 한..."

벨리아나 루나라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프레스티아 밑에서 오래 일하고 있던 기사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프레스티아는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단단한 성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강한 병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지역들만 골라서 점령하고 내려왔기 때문에 아이작을 폄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프레스티아는 아이작의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단 북부를 통일한 남자였다.

남자니까 군사들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고작 성별의 장벽에 가로 막힐 것 같았으면 북부의 세력을 모두 자신의 발 밑에 무릎꿇리지도 못했겠지.

당장은 1만에 이르는 군사를 이끌고 내려오고 있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정보통을 이용해서 북부에서 10만에 달하는 병력이 추가로 내려온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북부는 늘 야만족들에게 노려지는 전쟁의 땅이고 한 세대 전만해도 지들끼리 마구 싸우는 전쟁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10만에 달하는 병력이 추가로 남하했을 때의 파급력은 가히 상상할 수도 없으리라.

프레스티아가 말한 것처럼 자기 진영이 완전히 박살이 나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는 10만에 이르는 병력이 모두 내려왔을 때에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북부의 병력이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대규모 병력을 움직이는 노하우가 부족한 북부의 병력은 그 병력을 산산히 쪼개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눠진 병력은 야금야금 갉아먹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벨리아."

"네!"

"루나라."

"네!"

"하이에."

"넵!"

"하이네스."

"네."

평소에는 프레스티아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하이네스였지만 이곳은 전장이었다.

군기를 위해서라도 프레스티아에게 존댓말을 사용해야 했다.

"각자 자신이 평소에 눈여겨 봤던 병사 5명씩을 챙겨서 나를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벌써 출진하시려는 거에요?"

가든이 프레스티아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래, 네가 지금이 적기라고 하지 않았나."

"살짝 일러요. 지금 출발하는 것 보다 7시간 정도 더 늦게 출발하시는 게 좋아요. 지금 출발하나 그 때 출발하나 결국 도착하는 날짜는 똑같은데 7시간 뒤에 출발하면 다른 세력에 들킬 걱정도 없거든요."

"7시간 뒤... 그 때는 점심 때가 아닌가. 이른 새벽보다 점심이 오히려 들킬 가능성이 높은 데 말이야."

"주변에 있는 영주들은 점심보다 새벽에 주변 탐사를 더 엄중히 진행해요."

"흐음."

프레스티아가 표정을 굳히고 고민했다.

7시간이면 그렇게 적은 시간이 아니다.

게릴라 전을 벌인다고 하면 5번은 족히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미뤄온 것도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약간의 안전성을 위해서 7시간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대신 정말 조심히 가셔야 해요."

"알았다."

자신의 참모인 가든의 말을 듣지 않고 이르게 출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든이 알려주는 모든 주의사항을 철저하게 듣고 시행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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