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88화 (188/312)

〈 188화 〉 히스토리아­1

* * *

헬링가의 본진을 치는 것이 프레스티아에게 방해가 되는 일이라고?

그건 헬링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헬링 이라는 하나의 몸통에 두 개의 머리가 자라났다.

프리스티스는 대단한 인재였지만 프레스티이도 만만한 인재는 아니었다.

서로 비슷한 수준의 인재라면 당연히 장녀쪽이 가문을 잇는 것이 맞고 헬링가도 그리 준비하고 있었다.

히스토리아 가문과는 이야기가 달랐다.

자신의 형제 자매들이 상당한 병신들이었던 히스토리아와 달리 프리스티스는 프레스티아와 거의 동급일 정도로 뛰어난 이였으니까.

프레스티아가 자신의 언니를 밀어내고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프레스티아는 헬링가 안에서 세력을 키우기 보다는 헬링가의 외부에서 세력을 키우는 길을 선택했다.

오랫동안 헬링가에 충성해 온 가문들의 인재나 헬링 후작에 포함되어 있는 영지에서 나오는 인재들은 모조리 프리스티스가 독식했기 때문에 아예 외부의 인제를 영입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하이네스를 영입했고 가든이나 벨리아 같은 우수한 인재들도 영입했다.

가뜩이나 인재가 부족한 와중에 남자는 가려서 받았다는 것이 좀 우습긴 했지만 아무튼 프레스티아는 정말 열심히노력했고 프레스티스의 장소인 헬링이 아니라 제도에서만큼은 자신의 언니와 비슷한 수준의 성세를 가지는 데 성공했다.

아니, 오히려 이겨냈다.

거진 반년 가까이 진행된 적기사단의 쟁탈 전이 결국 프레스티아의 승리로 잠정 결론이 나며 끝났으니까.

프레스티아에게 헬링은 본진이 아니다.

물론 프레스티아도 헬링에서 나고 자란 만큼 헬링 근처에 자신의 세력이 있고 인재들이 있었지만 이는 제도에서 이룩한 것에 비하면 모래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사실을 헬링 자매와 피 터지게 경쟁한 히스토리아가 모를 리 없었다.

"일단 히스토리아님의 말에 두가지 어폐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헬링은 프레스티아 헬링님의 본진이 아닙니다. 거긴 프레스티아 헬링님의 언니분이신 프리스티스 헬링님의 본거지이죠."

"장난 좀 쳐봤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렴... 근데 두 번째 어폐는 또 뭐야?"

"저는 프레스티아 헬링님과 친하지 않습니다. 친해질 수도 없습니다."

처음에 프레스티아를 공략하려고 했을 때, 나는 그녀와 동맹을 맺으면서 천천히 세력을 키워 한 번에 그녀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녀는 폭군이었으니까.

주변에 다가가는 이는 뼈 속까지 이용해 먹고 그녀와 멀리 떨어진 자는 무차별 적으로 섬멸하는 무서운 인간이었으니까.

그녀의 곁에서 최대한 그녀를 이용하다가 날카로운 비수를 그녀의 심장에 꽃는 방법이 아니라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녀와 대적하다가 그녀를 굴복시킨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불살라 나를 죽이려 할 뿐 절대로 꺾이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젠 아니야.'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힘대 힘의 대결에서 그녀를 꺾는다면 그녀는 나에게 머리를 숙일 것이다.

자신의 세력이 완전히 몰락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걸 알테니까.

때문에 나는 이제 그녀와 같은 노선을 탈 수 없었다.

"네가 프레스티아랑 안 친하다고? 푸하하하하!!"

히스토리아가 자신의 배를 잡고 깔깔 대며 웃었다.

그녀의 거대한 가슴이 마구 출렁 거릴 정도로 큰 웃음이었는데 그 웃음 속에서 그녀가 나와 프레스티아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내가 기본적인 조사도 안했을 줄 알아? 너희 겁나 친하잖아. 아카데미 입학 초기부터 열애썰도 돌았고영입제안도 오간걸로 기억하는 데 요즘 말 좀 안 섞었다고 안 친하다고 하는 건 나를 너무 물로 보는 행위 아니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언제나 좋을 수 만은 없는 법이니까요. 그녀와 가까이 지낸것도 다 옜날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언제나 나쁠 수 만은 없는 법이지 언젠간 프레스티아 헬링과 친해질지 어떻게 알아?"

"히스토리아님의 말대로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당장은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다."

히스토리아가 재밌음 100% 정도 되는 미소를 짓고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헬링가의 본지을 쳐달라고 했지? 이야, 안 그래도 제도에 시선이 쏠리면 헬링을 칠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부탁을 들으니까 하기가 싫어지네... 가면 좀 벗어봐, 네 얼굴이 그렇게 예쁘다는 데 귀엽고 예쁜 얼굴을 보면 내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겠어?"

그녀의 말에 거부해서 이득볼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가면을 벗었다.

매력99에 빛나는 내 외모가 공기중에 노출 됐다.

"이건... 장난 아닌데?"

히스토리아 조차 나 정도 되는 매력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은 없었는지 잠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입고리를 쭉 찢어 올리며 웃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당장 침대로 가서 이야기 하고 싶을 정도야. 자고로 남자란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좆으로 말하는 거거든, 네가 좆으로 나를 설득한다면 아무리 말도 안되는 거라도 넘어가줄 의향이 있는데 어때? 한 판 뜰까?"

그녀가 상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장난기가 가득한 말투긴 하지만 그녀정도 되는 자리에 올라온 이가 허언을 하진 않을 것이다.

애초에 히스토리아는 면전에서 욕하고 비꼬는 일은 많아도 의외로 독대하는 자리에서 하는 말은 다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가 뱀의 혀라고 불리는 건 다른 사람 사이를 이간질 하고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말을 믿게끔 하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지 거짓말을 많이 해서 가 아니었으니까.

사실상 나에게백지 수표 한 장을 건낸 다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가치가 내 몸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제 몸은 비매품이거든요."

"아깝네. 네 몸 하나 먹었으면 성 하나 두 개 정도는 내어줄 의향이 있었는데 말이야..."

히스토리아가 아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헬링가를 쳐달라고 했지? 네 몸을 내 놓지 못하겠다면 그 만한 대가를 지불해야지. 적대 영주에게 군사를 움직여 달라고 말하고 있는 건데 당연히 그에 합당한 가치는 가져왔겠지."

"물론입니다."

가져온 꿀 한 명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호오... 하이네스 산 꿀이군... 게다가."

"1124년산 꿀이죠."

이제는 시장에 나와있는 걸 보기 어렵다는 꿀이다.

꿀이라고 무시하면 안되는 것이 500ml짜리 병 하나분량의 가치가 수백골드를 호가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그 가치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하려던 일' 을 더 확실히 수행하기 위한 대가로는 충분한 뇌물이었다.

히스토리아를 가만히 내버려둬도 그녀는 헬링가를 공격한다.

99% 경우 이루어지는 일인데 가끔 그녀가 헬링가를 공격하지 않는 변수가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에 그 변수를 완전히 차단하고자 미네타에게 빌어서 가져온 꿀을 사용한 것 이다.

아깝긴 하지만 진짜 만에 하나 잘못 되면 내가 새워놨던 계획이 엉켜버리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투자를 아껴서는 안되는 상황이었다..

"이건 안 받을 수가 없겠는데? 안 그래도 비축해 둔게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어거든, 다른 꿀보다 이 꿀로 요리했을 때 특히 더 맛있더라고, 좋아, 네 말대로 헬링 후작가를 공격해 줄게."

그녀의 입장에서도 좋은 제안이었을거다.

아까 말했든 그녀는 어차피 헬링 후작가를 공격할 셈이었으니까.

물론 어떤 변수가 생겨서 헬링 후작가를 공격하는 것 자체가 손해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는 이유 때문에 나의 제안을 거부하기에는 1124년 산 하이네스가의 꿀이라는 대가는 그런 작은 확률을 계산하기에는 너무 달콤한 대가였다.

"좋아, 계약이 성립 됐으니까 이제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 보는 게 맞겠지?"

고작 계약 하나 했다고 같은 배를 탔다고 말하는 게 정말 어이 없었지만 만약 여기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간 그녀의 분노를 받을 지도 몰랐으니 얌전히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래, 그러면 같은 동맹으로서 내 작은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줄 수 있겠지? 네 몸을 내 놓으라는 큰 부탁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히스토리아가 씨익하고 웃으며 나를 바라보니 나는 뱀 앞에 개구리마냥 몸을 떠는 척을 연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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