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86화 (186/312)

〈 186화 〉 발품팔이­1

* * *

아이작이 행하는 발걸음에 처음 닿은 성이 정복당했다.

고작 만명 남짓밖에 안되는 북부의 병력에 성 하나가 정복당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성에 방어 인원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성 안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 불리던 이가 아이작의 검격에 한 번에 썰린 것이 너무 크게 작용하여 허무하리 만큼 쉽게 성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첫 성을 점령한 북부 반란군은 주변의 성들로 움직이면서 일일히 다른 성을 점령하고 다녔다.

난세의 아이작은 무지성으로 제도로 돌격하여 뒤에서 공격해 오는 세력에 의해 점점 군대가 약해져 결국 후퇴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세계의 아이작 옆에는 아이작을 제어할 수 있는 참모가 있었기 때문에 후환을 남기지 않았다.

북부 반란군이 무섭게 남하하는 와중에 제도에서 출발한 지방파 세력들의 군대는 제도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기로 결정했다.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 목적이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과제는 제도를 지키는 것이었다.

북부반란군이 제도로 넘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최대한 튼튼한 방어선을 만들 필요가 있었고 때문에 제도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진을 친 것이다.

게다가 전장이 북부와 멀면 멀 수록 보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이미 점령한 성을 통제하기 위한 병력이 추가 소모되는 등의 이점도 있었다.

'전부 눈속임 용 이유지.'

프레스티아가 자신의 막사에서 쉬며 생각했다.

그녀의 언니인 프리스티스가 세운 작전은 겉으로 보기에는 제도를 지키기 위해 북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들을 포기하는 듯한 모양세를 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프리스티스의 본 목적이 다른 성들의 약화이며 제도를 더 잘 지키기 위해 방어선을 남쪽에 형성했다는 말은 단순한 변명에 불과했다.

북부 반란군에 의한 피해를 줄이라고 진압군을 결성해서 보낸 건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부러 이상한 전략을 사용하다니,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군법에 의해 엄하게 처벌 받을 상황이었지만 프리스티스가 중앙파 세력에게 막대한 로비를 하기도 했으며 중앙파 귀족의 입장에서도 북부 근처의 세력이 약해진다고 손해 보는일이 없었기 때문에 프리스티스의 만행을 그저 방관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훌륭한 이유도 있었으니 황실에서도 건들기 힘들었고.

"본격적인 전투는 아마 한참 뒤에야 치뤄질 것 같아요."

"일단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도록, 사기가 높아야 제대로 전투를 치룰 수 있을 테니까."

"이미 고기로 배부르게 먹여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이번 전쟁에서 무조건 큰 공을 따 내야 한다. 북부의 반란군을 진압하는 건 아주 당연한거고, 우리가 가장 많은 전공을 세울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해 보도록."

"알았어요. 저희한테 맡겨만 주세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개선식의 가장 앞에 서게 해드릴 테니까요."

북부의 야만족을 제압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아이작은 개선식에 입장하지도 못했다.

이는 그가 중앙파 귀족들에게 로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진하기 전에 이미 중앙파 귀족들의 배를 든든히 불려놓은 프레스티아에게는 제대로 된 공을 보장받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이제 그녀만 열심히 한다면 개선식에서 가장 앞에 서는 건 꿈이 아니리라.

"말로만 하지 말고 결과로 보여줬으면 좋겠군."

"내일 아침 회의에서 저희가 지금까지 짜 놓은 전략을 말씀드릴게요. 아마 주군도 굉장히 만족하실 전략일 거에요."

"기대하고 있으마."

"네, 마음껏 기대하고 계세요. 전장 전체를 주군에게 안겨 드릴 테니까요."

프레스티아 세력에서 가장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참모인 가든.

그녀의 얼굴에 강한 미소가 새겨졌다.

***

"그래, 제도에서 100km정도 떨어진 거리에 진영을 만들고 있다는 거지?"

­네, 아무래도 이 근처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미네타가 특별히 공수해준 마법물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섀도스탭과 나와의 거리가 100km가 넘게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녀의 목소리가 끊기지 않고 들릴 정도로 좋은 마법물품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물이 워낙 없는 물건이라서 미네타가 아니라면 구하기도 힘들었을 뻔 했다.

'전투 자체는 난세랑 비슷하게 돌아가겠네.'

섀도스탭이 말해준 소문에 의하면 아이작이 북쪽에 있는 성들을 하나하나 점령하면서 내려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는 난세와 다른 부분이긴 했지만 아이작이 물러나는 거리가 줄어들 뿐 아이작이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진 않을 거다.

이는 난세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프레스티아가 위대한 군주가 되는 것처럼, 하이네스가 프레스티아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나마흐의 제자가 프로트라인이 되는 것 처럼 플레이어가 간섭하지 않는 다면 반드시 이루어지는 운명이다.

아이작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플레이어가 아이작의 세력에 속해서 대단한 활약을 하던가 아니면 진압군에 소속된 상태로 대규모 트롤링을 해야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플레이어는 지금 제도에 있지.'

격한 전쟁이 벌어지겠지만 최종적으로 아이작은 패배할 것이다.

'물론 한 번 패배한다고 완전히 밟히는 세력도 아니지만...'

그가 나의 본격적인 적이 될 시점은 아직 멀었음으로 당장은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데에도 바빴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기사 데안느님."

"위대한 기사라는 호칭은 빼주시게. 사실 그리 위대한 기사도 아니니 말이야."

라이넬의 스승님은 표면적으로는 황실파를 표방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젊었을 때는 황실을 지지하며 황실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했지만 자신의 모든 노력이 중앙파 세력에 의해 묵살되는 것을 보고 지금은 의지를 잃고 후대를 양성하고 있는 존재였다.

"제국의 모든 이가 데안느님을 위대한 기사라고 부르는 데 제가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후우..."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대고 가볍게 폈다.

"잡설은 이제 그만하지. 나한테 왜 찾아왔나? 자네의 수하 중에서 내가 아끼는 제자가 있다는 거 진작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나에게 찾아올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야."

"데안느님이 제도에 찾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한 번 찾아뵀을 뿐입니다. 라이넬을 키워주신 분이니까요."

그녀는 원래 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후학을 육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북부에서 난이 일어나자 그 전쟁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위대한 기사들이 전공을 세우는 것을 원치 않던 중앙파 귀족들에 의해 전장으로 나가진 못하고 혹시나 아이작이 제도까지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황제의 호위 정도로 제도에 있는 상태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고 진의를 말하게 자네의 눈에 담긴 시선은 결코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온 자의 눈빛이 아니야. 분명 달리 꿍꿍이가 있어서 찾아 온 거겠지."

"꿍꿍이라니요."

"당연히 꿍꿍이지. 미리 말하지만 나는 자네가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자네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네, 내가 누군가의 밑에 들어간다는 건 제도의 권력구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게 되니 말이야."

"제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다면 제 밑으로 들어오실 의향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신가요?"

내 당돌한 말에 그녀가 크게 웃었다.

"내가 자네의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설명해 줬을 뿐이야. 나 같은 늙은이가 어떻게 유망주의 세력안으로 들어가겠나."

스스로를 늙은이라고 칭하는 그녀의 외관나이는 30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는 기사 특유의늦은 노화로 만들어낸 동화일 뿐 그녀의 실제 나이는 50대에 가까웠으니 기사로서는 커리어가 점점 낮아지는 시기기도 했다.

"제가 나중에 만들 기사단의 자문 역할만 해주셔도 충분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을 해보지, 제도가 망하지 않는 한 중앙파 세력이 망할일은 없고 제도가 망하는 상황까지 다다른다면 제국 전체가 막장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니 그때는 나도 내 나름대로 신중히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대신 내 제자 하나 정도는 너에게 소개시켜 줄 수 있지. 아카데미로 가서 넓은 세상을 보겠다며 뛰쳐나간 라이넬과는 다르게 지금까지 꾸준하게 내 밑에서 힘을 길러온 아이야. 아직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지는 얼마 안됐지만 뛰어난 기사가 될 것이 분명한 인재니 자네의 세력에도 큰 도움이 될거야. 물론 그 아이를 꼬시는 건 자네가 할일이지만 말이야."

"네, 나중에 라이넬을 통해 저한테 보내주십쇼."

"알았네,그러면 이제 가보게, 할말은 다 한 것 같으니."

굳이 사양하지 않고 일어섰다.

만날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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