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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85화 (185/312)

〈 185화 〉 내전의 서막­2

* * *

프레스티아가 내 동정을 뺏어갔다.

그와 동시에 나도 프레스티아의 처녀를 뺏었지만 이는 내 자기만족의 일부일뿐 이 세계에서 여자의 처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나를 덮친 이유는 간단했다.

성욕? 사랑?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들에 있긴 했지만 지금 덮친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곧 전장에 나갈 몸이었다.

내 주변에서 내 일거수 일투족을 볼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었겠지만 그녀가 내 곁에 없으면 황녀 같은 인간이 내 동정을 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를 덮쳐버린 것이었다.

이번 성관계에서는 일부러 수동적인 모션을 취했다.

지금 세력도에서 그녀가 나보다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다음에 프레스티아가 나보다 아래에 있을 때 성관계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그녀를 철저히 농락해 주리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모든 공격을 견뎌냈다.

'견뎌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지.'

나도 엄청 즐겼으니까.

쾌락에 뇌가 녹아 버리는 줄 알았다.

옆자리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두고 미리 챙겨둔 여분의 옷을 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

튼튼한 제복이 그녀의 손에 전부 찢어졌기 때문에 이곳까지 입고 왔던 옷을 다시 입을 수는 없었다.

'동정을 땠구만...'

이제 몸을 좀 막굴려도 되려나?

작정하고 몸을 파는 일은 없더라도 색 어필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지.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키는 크지 않았지만 얼굴형이 조금씩 변하면서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했던 내 외모에도 야시시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으니 매혹 정도는 연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돌아가자.'

출진 준비때문에 아카데미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프레스티아와는 다르게 나는 오늘 아카데미에 나가야만 했으니까.

모습을 단단히 숨긴채 몰래 기숙사로 들어와서 몸에 남은 모든 흔적들을 완전히 없애고 여분의 제복을 입고 아카데미로 가니 평소에 내가 등교하던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다.

어제나를 잡아끌 던 프레스티아는 너무 신속해서 그 누구도 우리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했다.

"플레아... 너..."

나를 보고 말을 흐리는 시에린을 제외하고 말이다.

속이려고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티가나나?

내가 프레스티아와 성관계를 했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린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굳이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말해봤자 어색하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나와 시에린의 어색한 기류는 점심을 먹자마자 사라졌다.

나도 그렇고 시에린도 그렇고 연기는 참 잘하는 인간들이었으니까.

***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군대에겐 무한한 영광이 주어지지만 전쟁을 떠나는 군대에게 까지 그만한 영광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제도 안에 군사들이 들어온다는 건 오로지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만 가능한 일, 북부의 반란군을 제압하러 움직이는 군대들은 모두 제도의 바깥에 충발했다.

프레스티아에게 인사나 한 번 하고 올까 고민이 됐지만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전쟁을 나가는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은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것이었으니까.

프레스티아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다 못해 아예 용으로 승천해서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제도의 성벽 근처에서 멀어져만 가는 군대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여기서 뭐하냐?"

"아, 샤카언니. 오랜만이에요."

언니라는 단어를 얼마나 오랜만에 사용한 거지?

신경쓰지 않고 살다보니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누나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데 앞으로라도 꼬박꼬박 언니라는 단어를 쓰기로 하자.

"오랜만 맞지. 거의 1년 만 아니냐?"

"딱 1년 만이죠. 흑마법사들 처리하다가 만났으니까 말이야. 그 때는 흑마법사들도 금방 잠잠해 질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난리를 치고 있으니 원..."

특별히 내 행보에 방해가 되지 않아 존재감이 없었을 뿐 흑마법사들은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 있었다.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면서 제도를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도 근처에서 꾸준히 세력을 불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제도 입장에서도 바퀴벌레 같이 성가신 애들이었다.

"그리고 너도 금방 잠잠해 질 줄 알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거물이 되셨잖아? 이젠 나같은 거랑 비교도 안되겠어."

"언니가 청기사단에 꽃아준다고 했던 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건 잊어라. 내 흑역사다."

샤카의 입장에서는 나에게 호의를 배푼 것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내가 그녀보다 월등히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언니, 제가 그 때 했던말 기억해요?"

"네 밑으로 들어오라고?"

눈치 참 빠르네.

왜 내 주변 여자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빠르지?

"네, 제 밑으로 들어오세요. 저 정도면 청기사단에서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무난하게 들어오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카데미나 졸업하고 다시 찾아오셔. 네가 아무리 대단한 놈이어도 아카데미에 몸이 묶인 애 밑에서 있는 것 보다는 청기사단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게 훨씬 더 나으니까."

"아카데미만 졸업하면 제 밑으로 들어오시는 거죠?"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해 보는거지... 아무튼 이제 들어와라. 군대도 더 이상 안보이고 해서 성문 닫을 예정이니까."

"알았어요."

그녀를 따라서 성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아카데미 안 갔냐? 평일 이잖아."

"군대가 출범하는 데 어떻게 아카데미가 정상 수업을 하겠어요.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중에서도 전장에 가는 애들이 만은 데 당연히 배웅해 줘야죠."

"너는 누구를 배웅하러 왔는데?"

"그냥 아카데미 애들 전체요. 전장으로 가는 애들의 모습 정도는 눈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 친구들이 전장에서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 좀 아프겠다?"

"안 죽어요."

죽을리가 없지.

프레스티아는 워낙 강한 사람이니 죽을 걱정 자체를 하지 않아도 무방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이 죽을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죽는 건 병사들이지 간부들이 아니다.

높은 계급을 가지고 있는 간부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냥 죽이는 것 보다 포로로 삼고 나중에 보석금을 받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에 전쟁에서 귀족을 죽이는 일은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난세의 아이작이었다면 귀족이고 뭐고 다 잡아 죽였겠지만...'

지금 나름 훌륭한 참모가 옆에 있는 것으로 보이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귀족들을 잡아다가 보석금으로 바꿔 먹겠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민란이 아닌 이상 전쟁에서 귀족이 죽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요.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병사들에게 보호를 받는 존재들이고 적들이 귀족들을 잡으면 보통 포로로 이용하지 죽이진 않거든요."

"몇 명 정도는 죽을 수도 있지."

"그 몇 명에 제 친구들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죠."

어차피 진짜 친구들은 전부 아카데미에 남아있기도 하고.

"이번 전쟁, 어떻게 흘러 갈 것 같아?"

"반란은 성공되지 못할 거에요."

난세의 아이작은 스스로의 강인 무력을 벗 삼아서 미친속도로 남하해 왔다.

중앙파 귀족들의 병력들을 일자로 가르며 돌진한 아이작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급이나 사기 저하, 그리고 다른 귀족들의 전략에 의해 천천히 북으로 밀려난다.

'그래도 지금은 다르겠지.'

아이작에게 제대로 된 참모가 생긴 만큼 일정 범위의 성만 점령하고 더 남하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경우에도 반란이 실패한다는 건 똑같겠지만 앞으로 아이작이 차지하게 될 영역이 더 넓어지겠지.

"그렇게 말하니 다행이네."

샤카가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모르겠지.

아이작의 반란이 성공하는 것 보다 실패했을 때 제도에 더 큰 위험이 들이닥친다는 사실을 말이야.

***

"여기부터는 제국의 중앙지역이다! 항복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잡아 죽여라!"

만명이 넘는 전사들이 눈 앞에 보이는 성을 향해 뛰어갔다.

굳게 닫힌 성벽에서 수많은 마법이 날아오고 화살이 날아왔지만 단련된 전사들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격들이었다.

화살은 방패에 막혔으며 마법은 참모의 제안으로 군대 구석구석에 배치된 마법사들에 의해 요격당했다.

만명에 달하는 군대는 순식간에 성벽 앞에 도달했다.

"나 아이작을 꺾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이 성은 그냥 지나가도록 하지!"

아이작이 병사들 사이에서 나와 검을 휘둘렀다.

멋진 결투를 기대하고 성에 다가간 그였지만 성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젊은 남성 하나에 쫄아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고 있던 것이다.

"나와 대적할 자가 없다면 성문을 열어라."

"나, 슈미아가 너를 상대하겠다!"

성문 옆에 달린 작은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나타났다.

성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인 그녀는 무력수치로 따지면 75가 넘는 뛰어난 기사였다.

"내 검을 받아라!"

­스윽

달려오던 여성이 그 대로 무너져 내렸다.

아이작의 검격에 상하체가 분리된 상태로 죽어버린 것이다.

"약하군."

고작 그녀의 실력으로는 아이작을 막을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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