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183화 (183/312)

〈 183화 〉 내전의 서막­1

* * *

북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이 말은 적어도 한달 전부터 꾸준히 들려오던 말이지만 이제는 그 말에 담긴 의미가 달랐다.

지금까지 북부의 움직임에 대한 언급은 아이작이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 에 그쳤다면 이제는 아이작이 제도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 명확히 됐으니까.

"이를 어찌 처리해야한다는 말인가."

중앙파귀족의 유일한 양심이라 불리는 후작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제도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북부의 움직임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동안 계속되어 온 중앙파 귀족들의 폭정에 치안대를 비롯한 제도의 군단은 계속되어 축소해 왔고 수많은 기사단들은 중앙파 귀족들의 손아귀에 산산히 찢겨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는 기사단의 수가 5개도 체 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아이작이 벌써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으니 제도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사실은 지나가던 똥개도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후작은 당장 달려가 사모아 공작에게 이동했다.

아무리 중앙파 귀족들이 욕심이 많고 통일 되지 않은 존재라고 하지만직접적인 위험이 눈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까지 자기 잇속을 위해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모아 공작도 같은 마음이었지 자신에게 찾아온 후작을 아무런 지연 없이 그대로 만나주었다.

약속을 잡고 와도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며 약속시간을 1시간 넘게 미뤄버리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약속도 잡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 후작을 바로 마지해 줬다는 것은 정말 파격적인 일이었다.

"오랜만이군 파스벨 후작."

"오랜만이오 사모아 공작."

"그대가 약속도 없이 내 저택에는 왜 찾아왔는가?"

"아이작이 남하하고자 한다는 사실은 공작도 잘 알것이오. 지금까지는 쉬쉬해오던 문제였지만 직접적인 위험이 우리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마냥 구경하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겠소."

"나도 동의하는 바다. 이대로 가다간 제도가 간악한 반란군에 의해 불타버리고 말겠지, 황제폐하의 신실한 종인 나로서는 그 꼴은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네."

황제폐하가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공작이 황제폐하의 종을 운운하는 꼴은 보니 심장이 뒤틀리는 듯 아파왔지만 아이작의 남하를 막기 위해선 그녀의 도움이 반드시필요했기 때문에 파스벨 후작은 분노를 꾹 누르고 사모아 공작을 바라봤다.

"북부의 병력을 막을 군사를 모집해야 하오. 이번에야 말로 제도군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데 공작의 생각은 어떻소?"

"제도군이라..."

제도를 수호하는 수호병력.

몇세대 전만 해도 아주 든든한 명력들이었지만 황권이 대를 거듭할 수록 약화되어 가면서 지금은 이름만 남은 군단이기도 했다.

오롯이 황제를 위해서 움직이는 군단은 중앙파 귀족들에게는 눈엣 가시 일 수밖에 없었으니 중앙파 귀족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제도군은 아무래도 황제폐하의 부담이 크지 않겠어? 군대를 운영하는 데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법인데, 그런 비용을 황실에 부담시킬 수는 없지."

말은 황실을 위하는 것 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황실에 군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황실에 돈이 없는 이유는 전부 중앙파 귀족들 탓이었는데 부족한 돈을 중앙파쪽에서 지원해 주면 되는 것이지 돈을 핑계로 자신들의 병령을 일으킨 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뻔뻔한 소리였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생각한 방법이있어. 어차피 황실 입장에서는 중앙파가 병력을 일으켜서 북부의 세력을 막으려 든다면 중앙파의 세력이 커지기도 하고 병력도 늘어나 부담이 생길 거 아니야. 그리고 당장 중앙파에 제대로된 병력을 키운 이들이 없기도 하고."

"그렇소."

드디어 이야기가 통하는 구나.

후작이 희망을 가지고 공작을 바라봤다.

"지방파 귀족들의 손을 빌리는 것은 어때? 그들이라면 각자의 휘하에 강한 기사도 있고 병사들도 충분할 뿐더러 북부와의 싸움에서 그들의 힘을 소진시킬 수 있으니 충분히 좋은 해결책이 될 듯 한 데 말이야."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만... 북부를 정리한 지방파 귀족이 제도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오."

"그래서? 내 말 안 들을거야? 나는 내 의견이 통과되지않는 다면 절대 북부를 막을 생각 없어. 지방파귀족들을 제어하는 건 너희가 할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사모아의 완강한 말에 후작이 한숨을 내뱉었다.

"알겠소. 그러면 그리 진행할테니 중앙파 귀족들에게 미리 말해두시오."

"내 세력은 내가 알아서 다스릴 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제도의 존망이 걸린 일이 후작과 공작의 사이에서 결정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이게 제도의 현실이었다.

제도는 이미 귀족들의 땅이었으니까.

"조심히 들어가라. 약속없이 찾아온 손님인 만큼 따로 배웅은 하지 않겠어."

"알았소."

후작이 사모아의 저택을 나섰다.

"쿨럭! 쿨럭!!"

그와 동시에 사모아의 입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하아... 하아... 조금만 더 버티면 제국은 내 것이거늘..."

사모아의 생명은 꺼져가고 있었다.

그녀또한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근래들어 눈부실 정도의 성장을 한 딸이 있었지만 사모아 본인만큼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여... 왜 저를 빨리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나셨습니까...'

그것이 역사의 순리란 말입니까.

그녀의 눈에서 짙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

"플레아, 들었어? 이번에 아이작이 일으키는 반란군을 막기 위해서 전국에서 의병을 모집한다는데?"

"들었어."

"우리도 참가할 거야?"

"너도 알잖아. 우리는 참여 안해."

아직 제대로된 병력도 없고 뭣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전쟁에 참여하는 건 너무 이른 일이다.

프레스티아가 같이 전장에 나서자고 사정을 해도 안 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전장에 참여 하는 것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세력의 이야기지.'

다른 지방파 귀족들에게는 아주 메리트가 넘쳐나는 전쟁이 될것이다.

일단 반란군, 그것도 아이작의 반란군을 막아냈다는 직접적인 전공을 얻을 수 있게 될테고 반란군을 제압하고 남은 병력을 제도 근처에 주둔시켜 놓는다면 제도를 향해서 직접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었을 테니까.

당장 우리 아카데미만 봐도 전쟁에 참여한다는 이들이 아주 많았다.

헬링 파벌은 물론이고 사모아 파벌 또한 공녀의 이름으로 참여한다고 했고 그외의 중규모 파벌까지 모두 일어나서 전쟁에 참여한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전장에 참여하는 걸 말리지 않았다.

일단 그들은 명목상 제도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아카데미는 제국을 위해서 움직일 이들을 길러내는 곳이었으니까.

막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늘 꽉 차 있던 아카데미가 점점 횅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출정하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지방에서 병력들을 데리고 올 필요가 있었고 출정하기 전에 필요한 것도 한 가득이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아이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부터 알려져 있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부리나케 군수물자를 준비하는 곳은 없었다.

중앙파와 황실파가 지방파 귀족들을 이용해 아이작을 막아낼 계획을 세울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이작이 제도를 먹을 때를 대비해 언제든 군사를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다.

미리 준비해 놓은 병력들을 출발시키는 데에만 해도 시간이 상당했기에 굉장히 분주했을 뿐 거의 모든 이들이 완벽하게 준비를 해 놨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우리도 바빴다.

우리는 전장으로 나가지 않지만 아이데스 상단은 군수물자와 지휘관들이 먹을 꿀을 팔러 전장과 제도를 왕복해야했고 아카데미가 빈틈을 노려 내가 이전에 헬링파벌과 사모아 파벌간의 싸움이 벌어졌을 때 침을 발라 놓은 이들을 이제 제대로 영입하기도 했어야 했으니까.

아주 바쁜 나날들이었다.

2주일 정도의 준비 기간동안 모든 세력이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움직였고 결국 아이작의 군대를 막을 20만의 병력이 모일 수 있었다.

이 마저도 계급 별로 부릴 수 있는 병사들의 한계를 둬서 그런거지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면 20만이 아니라 50만명의 병력이 모였을 것이다.

전장을 지휘하는 자로는 헬링이 뽑혔다.

내가 헬링이라 지칭한 만큼 프레스티아 헬링이 아니라 그녀의 언니인 프리스티스 헬링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로비를 장난아니게 많이 한 모양이었다.

프레스티아또한 전장의 일부를 지휘하는 큰 역할을 맡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언니보다는 딸리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게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군대가 출발하기 하루 전, 프레스티아가 나에게 찾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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