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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82화 (182/312)

〈 182화 〉 유망주 쟁탈전­2

* * *

신입생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나가는 2주일 차 에프로트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기사반 수업 중 창이 갑자기 부러지는 일도 있고 어제까지만 해도 이야기를 잘 나누던 친구들이 그녀를 기피하기도 했으며 갑자기 선배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등 알 수 없는 일들 투성이였다.

'누군가가 나를 견제하려 하는 건가?'

내가 잘난 사람인 걸 알아보고 견제하려 하는 군,

그 때 까지만 해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른이의 공격이 그리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인정해주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안해... 사모아 파벌에서 영입제안이 와서..."

"나도..."

"뭐?"

끝 까지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들의 배신에 에프로트의 멘탈이 터졌다.

"너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에프로트 너도 그냥 우리랑 같이 사모아 파벌에 들어가는 게 어때?"

"닥쳐! 갈 거면 네들이나 들어가! 이 지조 없는 것들!"

그녀의 호통에 그녀를 따르기로 했던 이들이 모두 떠나갔다.

다른 세력이 영입제안을 했다면 그녀의 수하들도 배신하지 않았겠지만 하필 아카데미에서 가장 강한 세력 중 하나인 사모아 파벌의 세력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그녀들은 사모아 파벌에서 가장 밑에서 지내게 되겠지만 일단 사모아 파벌의 세력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만큼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는 것이 상당히 많으리라.

"개새끼들..."

땅을 걷어차며 분노를 표출했다.

물론 아직 해준 것은 없지만, 같은 미래를 약속한 이들이 감히 나를 배신하고 다른 세력에 붙어?

'박쥐같은 새끼들.'

속으로 분노를 삭히며 앉아있을 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뭐하고 있지?"

"흥?"

자신 보다 머리 반 개 정도는 작지만 그렇다고해도 상당히 큰 신장, 곱슬 거림 없는 금발 머리와 벽안을 지닌 여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누구십니까. 프레스티아 헬링님 아니십니까? 여긴 무슨 일이시죠? 제 수하들이 저를 배신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구경이라도 하러 오셨습니까?"

이미 아카데미가 끝난지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

헬링이 아카데미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집으로 이동해 수하들과 수련을 하는 것은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제도 단위에서 유명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헬링이 우연히 자신과 만났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구경이라니, 나는 자네를 위로해 주러 이렇게 온 걸세."

"위로요? 당신의 가문은 정말 위대한 가문이니 알 수 없겠죠. 믿었던 수하가 배신한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녀의 표정에는 진실된 괴로움이 차 있었지만 헬링이 보기엔 아주 같잖은 일에 불과했다.

믿었던 수하? 고작 일주일 사이에 어떻게 신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단 말인가.

당장 사모아는 아무리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해서 떠났다고 하지만 루나라를 잃고 단 하루만에 정신을 차렸다.

루나라가 떠났다는 분노에 행동이 격해지긴 했지만 군주로서 행동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정신을 회복했다.

그런데 지금 에프로트를 보라, 아무리 많은 수하를 한 번에 잃었다고 해도 과할 정도로 실의에 빠져 있지 않은가.

'너는 군주가 될 자질이 못돼.'

대신 기사로서는 아주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만 받춰준다면 세계최강의 기사가 될 자질이 있었다.

"알다마다, 나도 내 수하가 떠나간 적은 참 많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감히 나를 버리고 다른 년의 밑으로 들어간 년들이 있지..."

"헬링님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하지만 나는 너 처럼 상심하지 않았다. 슬프다고 앉아서 질질 짜지도 않았고 분노를 홀로 삭히고 있지도 않았지."

헬링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여장부로 태어났다면 자신을 두고 도망친 이들에게 복수할 생각을 먼저 가지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렇게 질질 짜면서 앉아있는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복수... 말입니까?"

"그래, 복수 말이다. 내가 그대의 복수를 도와주겠네. 사모아 파벌에 들어간 네 옛 수하들은 물론이고 사모아 공녀에게 까지 복수를 해주도록 하지."

"헬링님이 저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저를 도와주신다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헬링님이 제 복수를 도와주실 이유가 없습니다."

"당연히 대가가 있어야지. 2년, 딱 2년만 내 밑에서 일하게 그 이후엔 내가 그대를 자유롭게 풀어주도록 하지. 내 세력 안에서 그대의 세력을 따로 만들어도 좋고 2년 후에 자네를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나가도 좋아."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2년간 헬링의 밑에서 일하는 것 만으로 그녀의 밑에서 다양한 인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거기에 자신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복수까지 이루어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

자신이 손해보는 제안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아직 귀족들의 사고방식이 몸에 익지 않은 이 시골 소녀는 헬링이 불쌍한 자신을 위해 기회를 주는 것이라 착각하며 일어나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알겠습니다. 2년간 헬링님의 밑에서 지낼테니 제 복수를 도와주십쇼."

"그래, 잘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헬링의 입에는 짙은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

시골 뜨내기를 속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자신이 고립되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때문에 그녀가 쓰는 창에 장난질도 해 놓고 그녀 주변에 있던 다른 친구들에게 겁박을 주어 그녀와 멀어지게도 하고 기사반의 다른 선배를 시켜 그녀를 괴롭히게끔도 해 봤다.

'물론 다 큰 의미가 없는 행동들이었지.'

상대가 나약한 남자나 심력이 약한 여성이면 모를까 에프로트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녀의 정신력은 고작 주변의 사람 몇명이 떠나가고 누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정도로 흐뜨러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로 인해 누군가가 그녀를 노리고 있다는 인상은 충분히 심어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있던 일 전부 사모아 파벌이 행했던 일들이라는 소리십니까?"

"그래. 내 부하들이 전부 지켜봤다."

실제로는 헬링의 수하들이 진행한 일이었지만 아직 아카데미에 제대로된 정보통을 가지지 못한 에프로트로서는 헬링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헬링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이기 전에 일단 사모아 파벌은 자신의 세력을 와해시킨 장본인이 아니였나. 그 파벌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하니 훨씬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모든 게 다 사모아 파벌의 계략이었군요..."

"그래, 자네가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니 가질 수 없다면 자네를 철저히 고립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진행했던 일이겠지만 내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리가 없다는 걸 감안하지 못한 듯 보인다."

에프로트의 눈이 불타는 것을 보고 헬링이 미소 지었다.

'멍청한 년.'

모든 것이 헬링의 계략이었다.

에프로트를 고립시킨 것도 헬링의 계획이었고 사모아 파벌에 심어놓은 첩자를 이용해서 에프로트 주변의 인물들을 모두 포섭하게 한 것도 그녀의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일하던 첩자를 움직인 만큼 사모아 파벌에 들킬 가능성이 있는 전략이긴 했지만 그를 통해서 에프로트를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그녀가 멍청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머리가 멍청한 것은 아니며 군주로서 자질이 없을 뿐이었으니까.

기사반의 동태를 보고 있으면 병사를 다루는 법에 대한 머리는 매우 뛰어난 듯 하니, 영입만 성공한다면 무조건 이득 보는 인재였다.

"감사합니다. 헬링님, 헬링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제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너무 고마워 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사모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움직였을 뿐이니."

일단 에프로트의 몸을 헬링 파벌에 귀속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제 그녀의 마음을 헬링에게 고정시킬 차례였다.

그리고 프레스티아 헬링은 다른 사람의 충성을 그 누구보다 잘 받아낼 수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프레스티아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파벌원에게 시킨 모든 행각들이 누구에게 기록이 되고 있으리라고는,

그리고 그 기록이 나중에 엄청난 파장으로 다가올 거라는 건, 에츠로트에 대한 헬링의 만행을 꼼꼼히 적어놓은 한 남자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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